67화. < Chapter 13. 어웨이크닝 - 4 >
“선배님, 이런 일로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
“코앞에 있는 곳인데 뭘, 그렇게 고개 숙일 필요까진 없어.”
비룡기사단의 초대 단장…… 에밀 볼튼이 더글러스 페인에게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고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엘레노어 옆에 서 있는 강신혁의 모습을 보곤 눈을 찡긋했다. 아마 그도 오늘 있었던 입단 테스트에 대해서는 들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강신혁 학생이 비룡기사단에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야?”
“음, 그게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만…… 전 오히려 에밀 볼튼 선생님이 계신 것에 놀랐습니다.”
에밀 볼튼. 전성기에는 세계 랭킹 300위 안에도 들어갔던 터무니없는 강자이지만 지금은 신영 남자 기숙사의 사감을 맡고 있는 남자. 아직 충분히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젊은 나이임에도 그가 신영의 사감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가 비룡기사단의 초대 단장이라는 말을 들으니 절로 납득이 갔다. 그야 신영과 어지간한 인연이 있지 않은 한은 사감을 맡을 리가 없고, 그가 신영에 다녔다면 검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가 비룡기사단에 소속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낮으니까.
다만 그가 초대 단장이라는 것만은 정말로 의외였다. 초대 단장은 틀림없이 검술과 동시에 테이밍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큼, 선배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오늘 선배님을 모신 것은 선배님께서 물려주신……."
더글러스 페인은 강신혁과 에밀 볼튼 사이를 가로막듯이 서서는 화제를 다소 무리하게 전환했다.
바로 오늘 결투를 벌여 기존의 단원을 쫓아내고 부단장파로 붙은 강신혁은 말할 것도 없는 더글러스 페인의 ‘적’, 그런 그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에밀 볼튼의 모습을 달가워할 리 없다.
에밀 볼튼은 그의 말에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대꾸했다.
“알아, 기억하고 있어. 그래서 아티팩트를 수리한다는 사람들은?”
“제 가문의 사람입니다.”
체육제, 학교축제 등의 대형 행사가 아니고서야 신영의 문은 외부인에게 열리지 않는다. 제아무리 비룡기사단의 단장인 더글러스 페인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용케도 학교 측의 승인을 받은 모양이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나타나는 두 명의 남자. 에밀 볼튼은 그들을 시험하듯 가만히 쏘아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페인 가문의 사람이라면 믿을 만하겠지. 그래, 아티팩트가 고장 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고치려는 마음가짐은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해.”
“조금만 지켜봐주시면 선배님의 이름에 폐가 되지 않도록 다시 멀쩡하게 돌려놓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문제가 있네.”
에밀 볼튼이 진심으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 아티팩트는 원래 내 것이 아냐. 오직 학생을 위해서만 쓴다는 조건으로 받은 거지. 아티팩트를 고치겠다고 내 앞에서 용을 써도 나는 그게 뭔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얘기야.”
"예?"
더글러스 페인이 지극히 당황하여 대꾸했다. 강신혁과 나란히 선 채 지켜보고 있던 엘레노어 역시 마찬가지로 당황한 모양.
그러나 사실 강신혁만은 에밀 볼튼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그것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 아티팩트의 수준은 지나치게 높았고, 아무리 봐도 에밀 볼튼에겐 제작의 재능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그것을 게이트에서 획득했거나 다른 이에게서 얻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게이트에서 획득했다기엔 명백한 인공미가 가미되어 있었다. 즉 그 아티팩트는 ‘제작품’이며, 에밀 볼튼은 단지 그것을 인수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으음, 그래도 아티팩트의 원래 주인이시니만큼 아티팩트가 수리되면 그것을 확인하실 수는……."
"물론 그건 가능하겠지. 하지만 정말 그걸로 되겠어? 난 아티팩트가 고장 났다는 것조차 오늘 처음 들었는데. 더글러스 후배, 내가 이 자리에 온 건 후배의 잘못을 없었던 것으로 해주기 위해서가 아냐.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고, 앞으로도 이 후배들에게 아티팩트를 맡겨도 될 것인가 ‘평가’하기 위해서지.”
"그으...... 것은."
에밀 볼튼의 엄격한 말에 더글러스 페인이 인상을 구겼다. 그러나 에밀 볼튼은 그런 모습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더글러스 후배, 알고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상당한 감점이야. 학기 초에 고장 난 아티팩트를 여태까지 감춰온 것, 이제야 외부인들을 불러들여 수리하겠다고 하며, 심지어는 그 자리에 나를 불러 이용하려고 한 것까지.”
"......."
“언제부터 비룡기사단이 타인의 힘을 빌려 권위를 다지는 집단이 되었지? 자네가 모든 단원들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면 굳이 이런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었겠지.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면 애초에 아티팩트가 고장 났다는 것을 감출 필요도 없었겠지. 아닌가?”
“……맞습니다.”
아무리 더글러스 페인의 콧대가 높아도 감히 전 세계랭킹 300위의 앞에서도 으스댈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에밀 볼튼이 자신의 위신을 살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일이 그의 마음대로 굴러가지는 않은 것이다.
“하물며 무엇이 무서웠는지 이제야 일을 수습하려고 나서는 것까지. ……하지만 나도 자네를 무조건 질책하자는 것은 아니야. 이유야 어찌되었든 제대로 아티팩트를 복구하고 멜로이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는다면, 자네를 인정해주겠어.”
“선배님……!”
“다행히, 내게 아티팩트를 만들어주셨던 분이 근처에 계시거든. 그분께 직접 참관을 부탁하지. 후배들을 겁주는 능력밖에 없는 나보단 그분이 지금 이 자리에 더 어울릴 거야. 자네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아티팩트가 망가졌는지도 알아내실 수 있을 테고, 자네가 데려온 사람들이 일을 얼마나 제대로 하는지도 평가하실 수 있겠지.”
“예?”
오늘 두 번째의 경악이었다. 더글러스 페인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고, 엘레노어는 긴장이 되는지 강신혁의 팔을 살짝 잡았다. 한편 강신혁은…… 절로 납득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과연, 그랬던 건가. 이제야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클레어가 어째서 안장이 비룡기사단의 물건이라는 얘기를 듣고 바로 납득했던 건지도 깨달았다. 그녀는 이 아티팩트가 누구의 작품인지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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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0분 후, 블랙우드 훈련소에 한 명의 노인이 도착했다. 바로 아티팩트 제작 동아리의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이만우였다. 그는 오자마자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멍청한 놈 같으니, 날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선생님. 후배들의 일이다보니 대충은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고개를 숙인 것은 누구도 아닌 에밀 볼튼이었다. 이만우를 보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그제야 급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만우는 그게 더 못마땅스러운지 쯧쯧 혀를 차다 말고 강신혁의 모습을 발견했다.
“넌 아티팩트나 연구하라니까 여기서 뭐하고 있냐!”
“안 그래도 오늘은 그것 관련해서 온 겁니다, 선생님.”
“뭐? 흠? 아, 그런가. 그러냐?”
이만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진 놈이구나.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조금 있다 보자.”
“자신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쯧, 어떻게 된 놈이 하루가 다르게 눈빛만 고약해지는지. 실력만 없었어도 아주 혼쭐을 내줬을 텐데.”
강신혁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래도 그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점점 모루와의 동화율이 높아지다 보니 가끔씩 늙은이 같은 태도가 겉에 나오고 마는 것이다.
한편 강신혁과 이만우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더글러스 페인은 더더욱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럼 어디 아티팩트나 보여 봐라. 대체 뭐가 문제인지 직접 봐야겠다.”
“네."
여태껏 아티팩트의 보관을 담당하고 있던 엘레노어가 직접 그것을 가져왔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안장에는 역대 단장들의 배지가 더덕더덕 달라붙어 있었다.
당연하지만 외부인들의 손에 맡겨야 하는 만큼 일단 원상태로 되돌려놓았던 것이다. 주말 동안 강신혁이 영력을 흘려 어느 정도 쇠약 해졌던 기운만은 복구했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한 복구까지는 터무니없이 힘든 과정이 남아있었다.
“하…… 이래서 전투계 초인이란 것들은. 뇌까지 근육으로 오염됐구나.”
이만우는 그것을 보자마자 한탄했다. 아티팩트를 만든 장본인인 만큼 뭐가 문제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사용자가 바뀔 때마다 배지는 바꾸라고 말이다.”
“예, 저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전달했습니다.”
에밀 볼튼이 정중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했다. 선생님이 말한 대로 사용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 배지를 만들어 붙였는데 대체 무슨 문제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전의 배지를 떼어낸다는 발상 자체가 없었던 사람의 표정이다.
“하, 사용설명서를 구구절절이 작성해놓지 않았던 내가 잘못이다, 내가 잘못이야. 그래, 어디 한 번 고쳐 보거라.”
"......."
이만우가 그렇게 말하며 그것을 내려놓자 여태껏 눈치를 보던 더글러스 페인이 자신이 데리고 온 남자들에게 눈빛으로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남자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이만우의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뒷걸음질치고 있기까지.
“호, 혹시 대야장 이만우님 맞으십니까?”
“그런 이상한 별명을 가진 사람은 모른다.”
“선생님, 그 말은 미소녀가 하지 않으면 별로 느낌이 안 오는데요.”
“에잉, 시끄럽다!”
강신혁의 냉정한 태클은 실로 시기적절했지만 안타깝게도 분위기를 풀어주진 못했다. 오히려 방금 그의 대꾸로 확신을 얻은 남자들은 사색이 되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존함은 익히 듣고 있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학교에 테이밍 아티팩트가 있어봤자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생각했습니다만 불찰이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뭐, 뭐야.”
더글러스 페인이 당황했다. 반면 에밀 볼튼은 그들의 그런 태도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역시 그는 이만우의 전성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감추려는 사람을 굳이 사람들 앞에 내다니, 그 대가는 어떻게 치르려고 그러는 것일까.
“밖에 이 사실을 흘리면 재미없게 될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남자들은 아예 큰 절을 올릴 기세였다. 이만우가 아티팩트나 고치라고 짜증을 내자 그들은 황송하다는 듯 아티팩트로 다가가 그것을 확인하더니…… 사색이 되어 고개를 내저었다.
“내부 구조가 완전히 꼬였습니다.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이건 설령 이만우님 스스로 손을 보셔도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을 되돌리지라도 않는 한은…… 대체 아티팩트를 어떻게 다루면 이렇게 되는 것인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뭐라!? 분명 고칠 수 있다는 보고를 몇 번이나 들었는데!”
자신보다 윗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참지 못한 더글러스 페인이 노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장인들은 자신들에겐 죄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구조가 단순한 중저급의 아티팩트라면 얼마든지 되살릴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물건은 저희 손이 닿지 않는 물건입니다. 오히려 지금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인 중 몇 명이나 이것을 손볼 수 있을지……."
“손본다고 해도 일시적일 뿐입니다. 사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이건 거의 죽은 물건입니다.”
죽진 않았는데 말이지. 강신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 키엘론에서 수거했던 히로익 실드는 스스로의 의지를 완전히 잃었기에 거의 죽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아니다.
아직 의지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망가져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슬슬 신살검이 히로익 실드를 완전히 소화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인가.’
아니,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강신혁은 고개를 저어 히로익 실드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며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엘레노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신입 단원 강신혁 군에게 맡겨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는 아티팩트에 일가견이 있어 스스로 아티팩트를 제작할 정도의 능력자입니다. 공교롭게도 아티팩트의 제작자와 초대 단장님께서 함께 해주시고 계시니, 이번에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얘기는 나도 들었지만, 그래서 뭐? 이 자들도 지금 말하고 있을 텐데. 최고 수준의 장인도 손을 대지 못할 거라고.”
“음? 그 나이에 스스로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단 말입니까?”
더글러스 페인은 코웃음을 쳤지만 장인들은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외쳤다. 놀랄 타이밍에 놀라주고 감탄할 타이밍에 감탄해주고, 정말 리액션이 훌륭하다. 페인 가문의 사람들이라는 것만 빼면 친근감이 갈 정도였다.
“혼자서 말입니까? 허어, 그러고 보면 아까도 이만우님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데…… 직전 제자입니까!”
“제자는 무슨. 이미 나와는 다른 차원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놈이다. 난 그저 길을 조금 닦아주고 있을 뿐이지.”
“허어어어어!”
이만우가 솔직하게 말했다. 장인들의 리액션은 이번에도 아주 훌륭했다. 그와 반비례하여 썩어가는 더글러스 페인의 얼굴. 부디 저 장인들이 돌아가서 나쁜 대우를 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기사학과의 1학년일 뿐입니다. 소중한 아티팩트를 고장 내는 결과가 될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아티팩트를 고장 낸 건 더글러스 후배, 자네지.”
에밀 볼튼의 촌철살인 같은 한 마디에 더글러스 페인이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강신혁의 능력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에밀 볼튼도 마찬가지. 그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이만우의 안색을 살피는데, 이만우가 칫, 혀를 차며 말했다.
“어디 한 번 해봐라. 또 좋은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그러고는 아예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 아닌가. 에밀 볼튼도 주섬주섬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둘이 그런 태도를 보이니 더글러스 페인도 감히 반발할 수가 없어, 이를 악물면서도 뒤로 물러날 뿐.
그의 가문에서 나온 장인들은 돌아간 후가 걱정될 정도로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고, 엘레노어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강신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강신혁은 아티팩트로 다가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곤 일단 안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단장 배지들을 모조리 뽑아냈다. 그 순간 더글러스 페인이 격노해 일어서려 했지만 에밀 볼튼에게 제지당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꽂아놓으면 안 되는 것이었군요. 대대로 물려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근육뇌 놈들, 그래서 안 된다는 거다. 섬세한 아티팩트에 그걸 조종하는 마도구를 몇 개나 꽂아놔?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못해? 한심한 놈들 같으니.”
“크윽."
그 말은 강신혁을 제외한 이 자리의 비룡기사단원 전원에게 클린 히트했다. 강신혁은 수거한 배지를 어느덧 옆에 다가와 있던 카렌에게 건네고는, 품에서 포션이 든 병을 꺼냈다.
그래, 클레어가 준 재생 포션이다.
“그건 뭐냐!”
“허어어어어어어어!”
이만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외치고, 리액션이 좋은 장인들은 이번에도 역시나 훌륭한 리액션과 함께 눈을 빛냈다. 포션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만 해도 좋은 장인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
“이건 바로…… 인맥이라는 겁니다.”
강신혁은 잘난 듯이 대꾸하고는 안장에 재생 포션을 냅다 부었다. 전부는 필요 없다고 했으니 절반만.
그리고 즉시 영력을 일으켜…… 재차 안장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자, 죽은 듯 잠에 빠졌던 아티팩트가 깨어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