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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 Chapter 12. 비룡이 부르는 소리 - 5 >

강신혁과 알제는 서로 무기를 뽑아 서로를 겨누었다. 강신혁은 신살검을, 알제는 그녀의 눈동자 색과 닮은 은은한 보랏빛을 흘리는 검은색의 장창을 들고 있었다.

“대련은 단판입니다. 후딱 끝내고 고기 먹읍시다.”

“카렌, 방해하지 마.”

"넵."

“카렌 넌 바베큐 준비나 해!”

심판이 즉석에서 3학년 선배로 교체되었다.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걸어온 그녀는 기대되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강신혁과 알제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크흠, 헛기침을 하며 양자를 준비시켰다.

“그러면…… 시합개시!”

“흡!”

격돌은 순간이었다. 분명 제법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던 알제가 창을 내지르는 순간 강신혁의 전신을 덮쳐오는 압박감이 그에게 본능적으로 검을 내지르게 했다. 격한 충돌음이 인 직후 강신혁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좋아.”

한편 그런 강신혁을 바라보는 알제는 입가에 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역시나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공격만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마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특성?”

“맞아.”

그녀는 답과 함께 재차 창을 쏘아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만큼 강신혁 역시 처음보다는 수월하게 그것을 쳐냈다. 이번엔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그의 모습에 참관하던 이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저걸 처음부터 받아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단장 놈도 처음엔 꼼짝없이 당했는데.”

“근데 우리 신혁이 힘도 되게 좋은가봐, 어떻게 저걸 정면으로 쳐내고도 멀쩡하지? 회피하는 패턴은 그래도 봤는데.”

“……선배? 언제 봤다고 우리 신혁이가 됐어요?”

강신혁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흘려 넘기며 알제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지금 자신이 그녀의 창을 받아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몸에 위협을 느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일 뿐. 그녀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어내서는 아니었다.

‘터무니없이 빠르고 강해. 이 사람은 백인하와 맞붙어도 볼만 할 것 같은데.’

오전에 더글러스 페인의 측정을 보고도 생각한 것이지만 역시 신영은 괴물들의 소굴이었다.

하긴 오죽하겠는가, 바로 그 뇌제가 배출된 곳이 신영인 것을. 세계 0.01% 상위를 차지하는 엘리트들이 바로 이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이젠……!’

강신혁은 측정을 할 때 자연스럽게 능력이 발휘되었던 것을 떠올리며 눈을 부릅떴다. 족히 스무 걸음은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알제가 창을 쏘아내는 모습이 그의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강신혁은 대각선으로 한 걸음을 옮겼다. 직후 소름끼치는 기척이 강신혁의 어깨가 있던 곳을 스쳐지나가며 풍압만으로 강신혁을 밀어내려 했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 다시 한 걸음 뻗었다.

‘중간에 궤도 수정은 불가능한가?’

어쨌든 지금은 상대와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생각하며 재차 앞으로 나아가던 때 날아든 창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회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궤적을 꺾어 그를 덮쳐왔다.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강신혁은 입술을 썰룩거리며 그것을 쳐냈다.

“훗!”

“오……!"

알제가 탄성을 질렀다. 미안하지만 그 틈에도 강신혁은 움직이고 있었다. 이 일방적인 전황을 타파하려면 어떻게든 그녀 곁으로 다가가야 하니까!

뒤늦게 그것을 알아차린 알제가 이번엔 연달아 두 번의 창격을 쏘아냈다. 왠지 느낌이 연속 세 번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근접전에도 능숙하다고 들었는데 원거리 능력까지 이 정도면 이건 뭐 무적인 거 아냐?’

마치 빛과 어둠 양면이 갖춰져 최강으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강신혁은 하나를 쳐내고 하나를 피했다. 분명 중간에 쳐냈음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두 번째 일격이 닥쳐온 것을 보면 이 공격은 창 본체가 아닌 창으로부터 이어지는 무형의 공격이라고 받아들여야겠지.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간격이 여덟 걸음으로까지 줄었다. 강신혁은 가볍게 호흡을 고르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제 기예를 보시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보고 있어. 지금도 감탄 중이야.”

“일방적이라니 치사한데요.”

그 순간, 강신혁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쥐고 있는 신살검의 검날 위로 꿈틀거리는 용의 문양이 새겨졌다.

“드디어…… 훗!”

- 치이잉!

강신혁은 그녀가 날려온 창격을 기다렸다는 듯이 쳐내며 바닥을 박찼다. 직후 알제의 창과 강신혁의 검이 맞부딪치며 격렬한 금속성을 토해냈다.

순간 영력을 폭주시킨 강신혁이 바닥을 박차 놀라운 속도로 도약해, 둘 사이에 남은 간격을 단숨에 지워버린 것이다!

"후."

그가 발한 놀라운 속도에도 불구하고, 맞부딪힌 무기 너머로 보이는 알제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격돌로 인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 힘은 강신혁이 우세한 듯했지만…….

“하!”

그녀는 순식간에 창을 회수하곤 연달아 내쏘았다. 놀랍게도 그녀의 창격은 근거리에서 보다 위력이 증폭되고 있었다.

절대 정면으로 받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강신혁은 다급히 회피기동하며 그녀의 하단을 공격했으나, 그 순간 창의 궤도가 꺾이며 그의 검을 막아냈다.

- 챙!

“후우……!”

그녀의 반응속도는 결코 강신혁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다. 다만 찌르기에 담겨있던 힘에 비해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창에 담긴 힘은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 강신혁은 슬슬 그녀의 특성에 대해 감이 잡힐 것 같았다.

“찌르기에 특화된 특성인가보네요. 한 가지 행동에 특화되는 특성은 정말 흔치 않은데.”

“정답. 특화된 만큼 강해.”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강신혁의 검을 중간 부분에서 잡고 짧게 쏘아낸 창으로 어렵지 않게 물린 그녀가 반동을 이용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작게 웃었다.

“난 네 경기를 봤으니까.”

“과연. 그래서 친절하게 자신의 능력을 알려주신 거고.”

"......."

대답은 없었다. 알려줄 건 다 알려줬으니 이제부터 전력으로 나오겠다는 얘기일까, 그녀의 보랏빛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창을 든 그녀가 허리를 조금 낮추었다. 가득이나 키가 작은 그녀가 자세를 낮추니 강신혁으로서도 어떻게 공격해 들어가야 할지가 조금 난감했다'

하지만 초인으로서 상대해야 할 적들 가운데에는 그녀처럼 자그마한 신장을 가진 이도 많을 터, 이것도 강신혁에게는 좋은 수련이 될 터였다.

‘좋아, 제대로 해보자고.’

강신혁 역시 신살검무의 자세를 취했다. 그것을 알아본 것인지 알제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뭐가 역시라는 것인지 물어볼 기회는 없었다. 직후 그녀의 창격이 근거리에서 강신혁을 덮쳐왔으니까.

강신혁 역시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눈을 부릅뜨며 몸을 놀렸다. 이젠 그의 몸에 익을 대로 익어버린 신살검무를 능숙히 펼쳐내며 정면으로 그녀의 창과 격돌했다.

- 카가각!

점과 선이 부딪히는 순간의 미묘한 작용, 섬세한 흔들림이 점의 궤적을 흔들리게 했다. 이내 선이 되고, 그것으로 찌르기는 목적한 파괴를 낳지 못하고 파훼되었다.

금속성과 함께 허공에 튀는 스파크. 신살검무로 알제의 찌르기를 흘려내는 데 성공한 강신혁은 알제의 눈이 크게 뜨이는 것을 보며 작게 웃었다.

“더 해보죠.”

“……흣!”

알제 역시 자신의 찌르기가 정면으로 막혔다는 사실을 깨닫곤 호기로운 미소를 띠며 재차 돌격해왔다. 그 어떤 몬스터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첨예한 기도, 극한에 가깝게 단련된 일점의 무예.

확실히 그것은 강신혁의 환룡무에도 비견되는 고위의 무예라 할 수 있었다. 강신혁은 참을 수 없는 유쾌함을 느끼며 그녀에게 맞섰다.

@@@

“아, 졌어요.”

결국 대련은 강신혁의 패배였다. 순수하게 자신의 스테이터스로 알제를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거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한다면 그녀의 특성. 아마도 그녀의 특성은 S랭크를 뛰어넘은 영역에 있을 것이다. 물리영역에 존재하는 찌르기라는 행동과 결과물을 그 너머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것만 보아도 확실했다.

“마지막에.”

강신혁이 항복한 이후 창을 거둔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물어왔다.

“스테이터스 한계보다 빨리 움직인 느낌이 들었는데.”

“네에, 뭐. 그걸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제가 이길 수도 있었겠지만요. 그건 무립니다.”

대련 막판에, 강신혁은 재생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체 능력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수단을 시험해보았다.

첫 시도였던 탓에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았고, 재생력의 낭비도 심했다. 만약 제대로 가다듬을 수만 있다면 알제를 이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말 만족스러웠어. 역시 넌 강해. 재능과 노력이 둘 다 갖춰져 탄생한 검격이었어.”

“이긴 사람들은 꼭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진 사람 속을 긁더라.”

하지만 알제는 정말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아마 그를 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강신혁은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재밌었습니다.”

“나도. 다음에 또 부탁해.”

서로 정말로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해 깊이 알기엔 충분한 대련이었다.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에 대련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들도 나란히 박수를 쳤다.

“와 진짜 미쳤다.”

“신혁이라고 했지? 와, 와아아.”

“부단장님 상대로 저렇게까지 하는 사람 처음 봤어. 단장보다 강한 거 아냐?”

“아 그래도 밸런스 타입이라, 단장하고 정면으로 붙으면 좀 불리할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여기서 같이 단련하면 분명 엄청 더 강해질걸?”

선배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다가와 강신혁을 마구 칭찬했다. 그러는 와중에 은근슬쩍 그를 비룡기사단에 입단시키려는 시도가 곁들여졌으나 강신혁은 능구렁이처럼 권유를 받아넘겼다.

“이 녀석 고1 아니지. 우리가 이렇게 서비스해주는데.”

“태도 엄청 여유로운 거 봐. 얼굴만 동안인 성인인 게 분명해.”

“하하하……."

평소 신은아나 클레어와 접하느라 너희 정도로는 긴장도 되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해주면 이번엔 여선배들과 1대3으로 싸워야 할 테니 감히 그 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덤으로 강신혁의 개인적인 감상으로 알제는 감히 그 둘에 비견될 만했고, 카렌은 외모만은 1학년 중에서도 특출나다고 할 수 있었으나 성격 탓에 탈락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신혁이는 진짜 뇌제님이랑 무슨 관계야?”

그러나 그때였다. 기껏 강신혁이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카렌이 뇌제의 얘기를 꺼내고 말았다. 강신혁에게 달라붙어 있던 선배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뇌제!?”

“뇌제가 여기서 왜 나와?”

“아 맞다, 카렌이 뇌제가 자기 조 감독이라고 했었잖아. 왜 내일 휴교하는 것도 그거랑 관련 있다고.”

“맞다맞다, 뭐야? 혹시 뇌제가 신혁이랑?”

강신혁은 카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애써 되지도 않는 휘파람을 불며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한편 그에게로 점점 더 쏠리는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강신혁은 진실의 일부를 꺼내 대부분의 사실을 감추기로 했다.

“실은 협회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요.”

“아하!”

“저도 협회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라, 직속 선배로서 잘 챙겨주고 계세요. 그것뿐입니다. 비밀로 해주세요.”

이것조차 아직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카렌 역시 입을 헤 벌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하긴 신혁이 능력이면…… 그렇지?”

“뇌제가 침을 발라둘만하지. 역시 뇌제는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근데 진짜 그것뿐이야? 뇌제도 신분치고 엄청 어리잖아. 직속이라며 데리고 다니다가 혹시 그대로 꿀꺽……."

“그런 말하고 다니는 거 걸리면 진짜 번개에 구워질걸? 이렇게!”

“꺅!”

다행히도 선배들은 그것으로 납득시킬 수 있었다. 카렌은 여전히 놀라워하는 표정이었지만 강신혁이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자 알겠다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둘 사이에만 공유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더라니……. 그런데 그때 뇌제는 그것만이라고 하기엔 뭔가.”

“후배라서 잘 챙겨주시는 것뿐이야. 그 외엔 없어.”

강신혁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카렌도 더는 파고들 수 없었는지 얌전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한편 알제로 말할 것 같으면.

“운동 했으니까, 이제 밥 먹자.”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기다 고기!”

“도우진, 너도 빨리 가서 고기 구워!”

“네, 넵!”

알제에게서 집게를 뺏어든 카렌과 도우진이 부지런히 고기와 야채, 과일을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가 센 도우진도 여기선 그저 여선배들에게 부려지는 쫄따구2일 뿐인가, 강신혁은 조금 녀석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아, 신혁아.”

그 광경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그때 카렌이 강신혁을 불렀다. 그녀는 일찍부터 통째로 굽고 있던 고기 덩어리를 납작하고 커다란 플레이트에 얹고 있었다.

“이거 멜로이한테 좀 가져다줄 수 있을까?”

“와이번이 구운 고기를 먹어?”

“사람이 먹는 건 다 먹어. 자자, 부탁할게. 인사도 하고 와.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니까 조심하고.”

안 그래도 조금이라도 빨리 와이번을 구경하고 싶었던 강신혁은 기꺼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거의 10킬로그램은 넘을 듯한 고기 덩어리를 얹은 플레이트를 가볍게 받아들고 건물을 빙 돌아 숲길을 2분 정도 걸었더니 곧 커다란 축사가 눈에 들어왔다.

- 쿠르르르르르......!

고기 냄새를 맡았는지 축사 안에서 낮게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정 랭크 이하의 능력자라면 그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겠지만, 이젠 강신혁도 제법 성장한 탓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디 보자…… 아.”

강신혁은 축사 문을 열었다. 우리 밖으로 고개를 빼고 있던 와이번과 눈이 맞았다.

- 쿠르르르…….

"오오......."

과연 '용'이라고 불릴 만한 위용이라고, 강신혁은 녀석을 보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신장은 족히 10미터 이상. 유선형의 몸은 온통 진회색의 비늘로 덮여 있었으며, 길다란 목을 덮은 비늘은 유독 날카롭게 세워져 있어 위협적이었다.

머리는 완전히 도마뱀의 그것이었는데, 세로로 쭉 찢어진 눈동자가 가만히 강신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간 그를 관찰하듯이 바라 보던 와이번은 조금 더 목을 내밀어 그의 눈을 주시했다.

- 쿠륵

그러더니 이윽고 부드럽게 목을 진동시켜 울면서 혀를 내밀어 그의 뺨을 핥았다. 엄청나게 까칠까칠했다.

- 키이이이이이이

“환영인사겠죠?”

- 호감을 표시하는 것 같군요.

테이밍 아티팩트는 망가졌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친화도가 남다른 모양이었다. 어쩌면 오랜 세월 인간들과 함께하면서 자연히 그렇게 된 것일지도.

하긴,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얌전히 축사 안에서 지내고 있을 리가 없나. 납득한 강신혁은 손을 뻗어 조심스레 와이번의 목을 긁어주었다. 와이번은 만족스럽게 울었다.

- 키륵, 키르르

“그래, 밥 줄게.”

고기를 주자 녀석은 순식간에 그것을 해치웠다. 밥을 먹고 나니 기운이 솟았는지 막사 안에서 커다란 피막 날개를 펼치며 기운차게 울었다. 그 용맹하고 멋진 모습에 감탄한 강신혁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나도 알에서 고슴도치 말고 와이번이나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 이번에 테이밍 아티팩트를 수리하게 되면 그 구조를 참고해 새로운 아티팩트를 만들어보시죠. 회원님이라면 분명 가능하실 겁니다.

“좋아요, 저도 근사한 놈으로 하나 기르고 말 거예요.”

- 회원님께 100HP 보너스!

그런 대화를 나누며 한창 와이번이랑 놀고 있던 중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돌아보니 그곳에 알제가 서 있었다. 손에는 고기와 야채, 과일이 잔뜩 끼워진 길다란 꼬치를 두 개 들고 있었다.

“돌아오는 게 늦어져서…… 보러 왔는데.”

알제의 큰 동공이 더욱 동그랗게 뜨인 것이 보였다. 뭐가 그리 놀라운 것일까, 고개를 갸웃하는 강신혁에게.

“그 아이…… 어떻게 테이밍한 고야?”

“……네?”

알제의 얼빠진 질문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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