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 Chapter 12. 비룡이 부르는 소리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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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이른 새벽, 힘차게 기상한 강신혁은 오닉스에게 밥을 챙겨주고 곧장 단련실을 찾았다.
다만 오늘은 영력을 단련하는 것도, 무예를 단련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얼마 전 급격한 성장을 겪은 그의 신체 스테이터스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측정하고 몸에 익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측정실. 직접 사용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흔히 스테이터스 측정실이라 불리는 그 공간은 자신의 상태창을 남들에게 내보이기 싫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스테이터스를 증명하거나, 사람들을 모아놓고 쓸데없이 힘자랑을 하거나, 혹은 지금의 강신혁처럼 자신의 육체의 한계점을 직접 느껴보고 싶거나 할 때 사용하곤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별 볼 일 없던 스테이터스를 지니고 있던 강신혁으로선 당연히 측정실을 가까이 할 이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꼭 테스트를 해봐야 했다.
‘주위에 사람은…… 없다, 좋았어.’
이것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달려온 것이다. 가득이나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데 쓸데없이 일을 더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강신혁은 곧장 측정실 안에 들어가 문을 닫은 후, 기기를 작동시켜 바로 측정을 개시했다.
물리력, 순발력을 비롯해 신체 기능과 관련된 온갖 테스트를 차차 단계를 높여가며 측정하여 한계치를 알아내는 것으로, 강신혁의 경우 C랭크부터 시작했으나 금방 C+, B-랭크로 넘어가더니 바로 B랭크가 되었다.
“후우…… 흡!”
자동으로 움직이는 바닥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버티며, 원거리에서 빠르게 날아드는 타겟을 감지하고 움직여 적절한 힘으로 타격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측정 시스템의 기본이다.
측정 자체로도 충분히 단련이 되는 것이 특징으로, 차차 단계를 높여 수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었다. 자기 자신의 스테이터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강신혁에겐 지금 가장 도움이 되는 단련이기도 했다.
“후욱, 후우우……!”
단련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금세 측정 시스템은 B+랭크, 이내 A-랭크에까지 이르렀다. 시스템과 연결된 모니터에 힘과 민첩, 체력 모두 A-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참고로 측정을 할 때 마력은 사용할 수 없으며, 사용하는 순간 바로 한계를 초과한 것으로 여겨져 측정이 종료된다. 영력은 아마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순수하게 육체의 한계를 측정한다는 목적과는 멀어지는 셈이기에 강신혁도 그런 꼼수를 쓰진 않았다.
‘큭, 슬슬 빡세지는데.’
끊임없이 날아드는 타겟, 불시에 진동하면서 그의 몸을 빠르게 뒤로 밀어내는 컨베이어 벨트. 강신혁은 미처 알지 못했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는 시속 수십 킬로미터를 초과했다.
즉 그는 어지간한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사방에서 날아드는 표적의 위치를 잡아내 요격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가벼워 보이는 표적의 무게도 점차로 늘어나 지금은 개당 족히 100킬로그램이 넘는 수준. 끔찍한 무게에 끔찍한 속도가 더해진 그것은 물론 타격 직전에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터무니없이 살벌한 측정이 아닐 수 없었다.
'후......!'
생각할 여유도 사라지고 그저 본능에 맡겨 몸을 움직이면서 어떻게든 자신의 한계를 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멈추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영력을 쓰는 것은 본말전도. 그렇다면 재생력은 어떨까? 이전 전투를 하면서도 재생력을 믿고 신체능력보다 더한 힘을 낸 적이 있다. 재생력이 B랭크에 이른 지금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신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터……!
‘아니, 그래도 지금은 아닌가.’
강신혁은 간신히 열을 가라앉혔다. 이제야 간신히 자신의 신체능력 한계를 알게 된 시점인데 무턱대고 폭주한다고 좋을 것이 없다. 그것은 보다 자신의 신체에 익숙해진 후, 비장의 무기로 삼아 연습해야 할 것이다.
“좋아, 그만.”
그 순간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날아들던 표적이 일제히 정지했다. 강신혁은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모니터를 확인했다.
모든 신체능력 A-에서 A사이. 전 세계 초인 중 상위 7%만이 이른 영역에 강신혁 또한 분명하게 도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모니터에 떠올라 있었다.
분명 자신이 이룩한 성과지만 스스로도 그것을 보며 믿기지가 않는다. 믿기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당장 졸업해도 대형 길드 1군으로 뽑혀갈 성적인데.”
“어!?”
바로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열린 문 너머로 백인하가 들어와 있었다. 강신혁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백인하는 익히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보면 진짜 까먹었나보네. 시녹이 너 보안설정 안 했어.”
“보안…… 아!”
측정실은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측정과정과 결과를 감추거나 드러낼 수 있다.
강신혁은 측정실을 사용하는 것이 처음이라 그냥 문만 닫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스템 작동 시에 보안설정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 측정실 외부에 부착된 모니터에 고스란히 표기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분명 그런 게 있었구나!
“그래서 난 또 네가 사람들 모아놓고 힘자랑하는 건가 했지.”
“우와아아아……!”
강신혁이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짓거리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가 머리를 싸매 쥐며 비명을 지르자 백인하는 피식 웃곤 안으로 들어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신경을 분산시키자.”
“너도 하게?”
“엉, 네가 하는 거 보니까 나도 하고 싶어졌어.”
그야 물론 다른 1학년들과는 별개로 취급되는 존재인 백인하가 공개 측정을 한다면 시선은 확실하게 분산될 터.
“그래, 기왕 하는 거 화끈하게 해라.”
“기대해.”
강신혁은 순순히 그에게 감사하며 측정실 밖으로 나갔다. 과연 아침부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아무래도 그가 측정을 하는 사이 자그마하게 화제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강신혁 원래 저 정도였냐?”
“저 정도면 마력 없어도 충분히 되겠는데……."
“아니 애초에 마력 없으면 스테이터스가 저렇게까지 성장 못하거든?”
괜히 그에게 다가와 아는 척하는 학생들, 말을 걸지 못하고 뒤에서만 수군거리는 학생들. 강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그들 틈을 빠져나왔다.
잠시 동안 강신혁의 측정 데이터를 내보내고 있던 모니터는 곧 측정을 시작한 백인하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B랭크에서 측정을 시작한 백인하는 특유의 빠른 속도를 뽐내며 순식간에 테스트 단계를 높여나가더니 힘 A-, 체력 A, 심지어 민첩에 이르러서는 S-랭크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와. 강신혁보다 더하네, 더해. 1학년에 S-랭크가 말이냐? 우린 대체 뭐냐?”
“찌끄레기. 조연. 엑스트라.”
“괴물이네, 괴물.”
“야, 저거 지금 우리 학교에서도 탑 수준 아냐?”
“그 비슷할 걸?”
강신혁의 기록이 초라해 보일 만큼 압도적인 기록. 덕분에 강신혁에게 향하던 관심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지만…….
‘저 괴물 자식.’
설마 저기서 여력을 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백인하의 입학 당시 뇌제의 기록을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기재가 입학했다며 많은 이가 기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강신혁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땐 마냥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전히 멀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이젠 녀석의 발끝까지는 따라잡지 않았는가. 언젠가 반드시 뛰어넘어주리라, 강신혁은 굳게 다짐했다.
‘특성 진화의 가능성도 새로 찾았고.’
그렇게 강신혁이 의기를 고취시키던 그때였다. 맞은편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리는가 싶더니 곧 그들을 제치고 한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무척 거대한 덩치, 숨 막히는 근육질의 남자. 짙은 갈색 머리카락에 잿빛 눈동자, 도저히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노안을 겸비한 그는 강신혁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어서 측정을 마치고 방에서 나오는 백인하를 바라보았다.
"......."
“아. 오랜만이네요.”
백인하는 그를 보곤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나 그는 백인하의 인사에 이를 뿌득 가는 것으로 답하곤 그를 지나쳐 성큼성큼 측정실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더글러스 페인이잖아. 비룡기사단장, 기사왕.”
“아, 그랬구나.”
덩치가 워낙 거대해서 비룡기사단의 망토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더라면 몬스터로 오인했을지도 모른다.
“와, 역시 기사왕. 힘 개쩌네.”
“강신혁이랑 도우진이 측정한다는 말 듣고 온 것 같은데. 존나 웃기지 않냐? 1학년들이나 신경 쓰고.”
“저 둘이 보통 1학년이냐? 솔직히 신경 쓸 만한 녀석들이니까 그렇지. 더구나 백인하한테는 발리기까지 했는데…… 아.”
비룡기사단에 속한 학생들 몇몇이 더 걸어 나와 모니터를 구경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던 학생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강신혁은 정말로 깡패 같다고 생각했다.
“와, 이건 기사단이 아니고 깡패네, 깡패.”
“야, 너두?”
“뭐!?”
대놓고 강신혁과 같은 감상을 흘리는 백인하에게 무심코 공감의 목소리를 높인 그때 단원 중 한 명이 고함을 지르며 돌아섰다. 어디서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저번에 강신혁에게 큰 소리를 쳤던 2학년 선배 유민준이었다.
"......."
“유민준 선배님, 오랜만이네요."
"......."
“혹시 저번에 제 경기는 보러 와주셨나요? 제 나름 바닥을 확인해보려고 열심히 해봤는데 선배님께선 제 바닥을 잘 보셨나 모르겠어요."
유민준은 말없이 돌아섰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모양이다.
강신혁은 몇 번 더 말을 걸어 그를 골려줄까 고민했지만 백인하가 그를 툭툭 치며 모니터를 가리키기에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측정 결과 : 힘 S-, 민첩 B-, 체력 S-]
“와……."
“탱크네, 탱크.”
“아니지, 탱크랑 부딪히면 탱크가 박살날걸.”
결과를 보고 놀란 것은 강신혁뿐만이 아닌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마이너스가 붙긴 했지만 S랭크로 도약한 스테이터스가 무려 두 개라니. 과연 신영의 기사학과를 대표하는 기사왕의 자격은 충분하지 않은가.
비록 민첩이 많이 부족한 것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저대로 초인 사회로 진출해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민첩을 보조하는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 나라를 대표하는 초인으로까지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원래 신영에는 이런 괴물들밖에 없냐? 엘리트라는 엘리트는 전부 신영에서만 나오나?”
“올해가 유독 핫하기는 하지. 너랑 나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스스로 그런 말 하면서 안 부끄럽냐?”
“우리 시녹이는 부끄럽구나?”
“너 뒤진다 진짜.”
강신혁과 백인하가 농담을 나누고 있자니 문이 열리고 더글러스 페인이 걸어 나왔다.
"흥......."
그는 측정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팍 써보이곤 강신혁과 백인하를 차례로 야린 후 떨거지들을 수습하여 자리를 떠났다. 그야말로 광풍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네가 어떻게 저 사람을 이겼는지는 대충 알겠다.”
“반응이 너무 둔해서. 솔직히 심심하더라.”
힘과 체력이 S-랭크에 달하는 괴물을 상대로 심심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이는 백인하밖엔 없으리라. 그는 백인하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속으로는 어느덧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저 사람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블랙우드 훈련소 2관에 어서 오세요!”
“와아아아아!”
“다들 박수쳐, 박수!”
“아, 하하하……."
그 날 수업이 끝난 후, 강신혁은 약속한 대로 블랙우드 숲에 있는 비룡기사단의 훈련소 2관을 찾았다.
알고 보니 간단한 마법적 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기사단 망토를 입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야만 결계를 통과할 수 있게 되어있는 구조였다.
“그래도 이건 거의 아공간 느낌인데.”
“비슷할걸? 이제 들리지?”
“들린다니 뭐가…… 아?”
몇 없는 부단장파 단원들의 박수 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와이번. 녀석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아니 왜 근처에 있는데?”
“실은 비룡을 돌보는 게 우리 2관 사람들 역할이거든. 그래서 대대로 2관은 1관보다 좀 더 힘들고 귀찮아. 힘이 없는 이들이 2관으로 쫓겨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과연, 그래서 부단장파가 2관에 있는 거고?”
“얘, 카렌!”
강신혁에게 내부 사정을 거침없이 얘기해주는 카렌을 2학년 선배들이 쿡쿡 찔렀으나 그녀는 거침이 없었다.
“이런 것들을 얘기해줘야 나중에 꼬시기가 더 쉽잖아요.”
“그, 그런가? 동정표 작전?”
“다 들리거든요?”
2관을 구성하는 부단장파 멤버는 전부 합쳐 일곱 명. 부단장과 카렌, 도우진을 제외하면 네 명이었는데 그 중 셋이 여성이었다. 심지어 나머지 한 명의 남자 단원은 오늘은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고.
부외자인 강신혁을 제외하면 도우진을 빼놓고 다섯 명 전원이 여성. 이 멤버 구성을 보고 있자면 더글러스 페인의 생각이 눈에 그대로 읽히는 듯했다.
“도우진 여태까지 완전 하렘 상태였네.”
“닥쳐.”
도우진이 이를 갈았다. 구석에서 조용히. 아무래도 그는 많은 여자를 앞에 두고 있으면 위축되는 모양이었다. 어쩜 그런 부분까지 강신혁이 예상하던 그대로였다.
“그래서 다른 남자 선배는 왜 없는 건데?”
“그 선배는 별로 협조적이지 않아. 심정적으로는 단장파인데 실력이 떨어져서 2관으로 좌천된 케이스거든.”
“정말 대환장파티네.”
모든 인간이 초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 이래, 남성과 여성의 능력적인 차이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여성 초인 중에서도 남성 초인보다 힘이 강한 경우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다만 기초적인 스테이터스에 있어서는 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경우가 많았다. 무작위 100명을 모아놓고 그중에서 신체 스테이터스가 높은 순대로 줄을 세우면 남성 쪽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특성과 마력이 개입되면 얘기가 달라질 텐데…… 더구나 비룡기사단은 남녀 안 가리고 실력 최우선으로 선발되는 구조 아니었어?”
“응, 뭐 가끔 거기에 인맥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일단 실력이 없으면 안 되지.”
이곳에 있는 여성 단원들은 대부분의 기사학과 남학생들을 실력적인 면에서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더글러스 페인은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일방적인 차별대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1관에는 몇 명이나 있냐?”
“전원 남성에, 단장 포함해서 13명. 총원 20명이지. 원래 비룡기사단은 총원 20명으로 유지되도록 정해져 있어.”
“세력이 거의 두 배 차이냐…… 그럼 시빌 워 한 판 찍고 1관을 탈환하는 것도 불가능하겠네.”
“신혁아, 우리 그런 전쟁영화 찍을 생각 없거든……?”
“맞아, 더구나 멜로이 돌보는 것도 제법 재밌고.”
두 사람의 대화에 선배 한 명이 끼어들어 말했다. 멜로이라는 것은 아마도 비룡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강신혁은 그 비룡이 무척 보고 싶어졌다.
“그럼 아티팩트를 확인해보고 멜로이라는 녀석도 한 번 보고 싶은데요.”
“안 돼. 그 전에, 대련 먼저.”
의욕에 가득 찬 강신혁의 눈앞을 알제가 가로막았다. 사실 그녀의 키가 작아 눈이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만은 자못 장대했다.
“대련 먼저 부탁해.”
“부단장님 저러시는 거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하긴 신혁이라는 애 진짜 대단하긴 했는데. 기예가 좋은 건 알아보겠는데 정작 신인전에서는 그걸 제대로 피로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쉬웠어.”
“와, 부단장님 창 드신다!”
단원들도 괜히 비룡기사단이 아닌지 신나서는 떠들며 알아서 판을 깔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단장이 콧김을 뿜으며 강신혁을 건물 바깥마당으로 끌어낸 그때, 그들은 그곳에 마련된 화로를 발견했다.
……물론 야금술을 할 때 쓰는 화로가 아니라, 바베큐를 구울 때 쓰는 화로와 그릴이었다. 그 안에는 숯도 가득 들어 있었다. 알제와 강신혁의 눈은 동시에 점이 되었다.
“……이거 뭐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바베큐 파티 먼저 하자!”
“바베큐 파티 일요일이라며!?”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신혁이가 오늘 온다길래 오늘로 땡겼지!”
그에게 상쾌한 윙크를 던지며 건물 안에서 고기를 날라오는 카렌. 그 뒤를 따라 도우진도 야채와 과일, 해산물 따위를 열심히 날라오고 있었다. 저 녀석 은근히 카렌 말을 잘 듣는 것 같은데.
"......."
알제는 그것을 무척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강신혁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먹고 움직이면 속 불편해. 대련 먼저 하자.”
“네, 그거야 뭐 저도 동감이긴 한데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결국 강신혁과 알제는 다른 사람들이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는 가운데 그곳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대련을 치르게 되었다. 카렌의 대련 훼방 놓기 작전이 실패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