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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 Chapter 10. 용의 여의주 - 6 >

그것은 금과 은이 흐르는 노천광맥과도 같았다.

어디에 손을 대든 대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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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력이 D+랭크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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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이 B+랭크로 성장합니다!

언제 거미들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강신혁은 바로 방금 다룰 수 있게 된 바람의 칼날(물론 칼날 앞발을 들고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었다.)을 사방으로 쏘아내 단숨에 공동의 알집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베놈 블레이드 맨티스가 쏘아내는 것과 완벽히 같은 바람의 칼날이 공동 이곳저곳에 날아가 박히며 터질 때마다 팍, 파박,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알집이 산산조각 났다. 간혹 부화 직전에 있던 놈들은 보다 많은 HP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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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력이 B랭크로 성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HP, 덩달아 주기적으로 느껴지는 신체의 변화까지!

심지어 어느 순간 영력까지 성장한 것인지 소모해가던 영력의 근원이 회복되고 보다 넓어져, 강신혁은 고작해야 수십 초도 지나지 않아 넓은 공동 안의 모든 알집을 깔끔하게 부수는 데 성공했다.

“헉, 허어억……."

더 이상 남은 알집이 없는 것을 확인한 강신혁은 아직 외부로부터의 침입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었다.

단순히 영력을 쏟아내느라 지쳤다기보단 한순간에 너무 많은 변화를 겪어 지쳤다. 특성이 진화할 때와 비교해도 그렇게 차이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강신혁은 그런 망상을 하며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고…….

[강신혁 - B+랭크]

[특성]

금안의 환룡(S)

[신체능력]

힘 - B+

민첩 - B+

체력 - B+

[특수능력]

영력 - B

재생력 - C-

[스킬]

환룡무(S+) - B

야금술 - C

그것이 마냥 자신의 망상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친……."

비록 민첩은 성장하지 않았다지만 힘은 무려 두 단계, 체력은 한 단계, 영력도 한 단계, 재생력에 이르러선 이 전투를 치르기 전 D-랭크였던 것이 세 단계 성장해 C-랭크가 되었다. 어쩐지 어깨의 상처가 도중부터 더욱 빠르게 낫는다 싶더라니 재생력이 급성장한 덕분이었던 것인가!

놈들은 확실히 강하고 단단한 대신, 그리 민첩하지는 않으며 곤충형 몬스터답게 재생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을 터. 과연, 성장하는 스테이터스는 사냥하는 몬스터의 능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간단하게 증명이 된 셈이었다.

‘아니면 그저 A랭크의 벽이 그만큼 높은 걸 수도 있고.’

랭크 뒤에 붙는 -나 +도 물론 힘의 차이를 뚜렷이 드러내지만, 알파벳 자체가 바뀌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C랭크와 C+랭크와의 격차보다, C+랭크와 B-랭크의 격차가 훨씬 크다는 얘기다. 더욱이 B+랭크에서 A-랭크로 넘어갈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얼결에 가이아 시스템 기준으로 B+랭크에 해당하는 능력자가 되었지만, 강신혁은 얼마나 많은 능력자가 이 B+랭크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재능을 가진 자들과 재능을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를 가르는 벽은 A랭크를 앞두고 한 번, S랭크를 앞두고 다시 한 번 나타난다. 자신은 A랭크의 초인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과거의 무수한 초인들이 허무한 좌절을 겪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위 15%는 되겠지만…….'

B+랭크. 대략 500만에 이른다는 초인 중 단 15%, 즉 70억 인류 중에서 75만 명밖에는 이르지 못한 경지(B-랭크까지 따지면 23% 정도 되었다).

물론 A-랭크로 넘어가면 이게 반 토막 나고, A+랭크로 넘어가면 다시 반 토막 난다는 점에서 한계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엿볼 수 있지만, 강신혁은 자신이 여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히어로 유니버스까지 얘기할 것도 없이 자신의 특성과 영력만 봐도 대충은 사이즈가 잡힌다. 사람이 너무 겸손해도 안 되는 법이었다.

- 그래도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회원님. 회원님은 이제 막 B+랭크가 되었을 뿐 적응훈련조차 마치지 못했고, 이 게이트는 회원님과 동급의 이레귤러 게이트입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좋은 타이밍에 조언해준 건 고마워요.”

- 방심하지 않는 회원님께 100HP 보너스!

외부의 조력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정말로 이 게이트를 혼자 힘으로 클리어해야만 한다. 지금 이곳에서 전력을 더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음?"

그때 문득 강신혁의 귀에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사마귀의 울음소리, 딸깍거리는 소리, 격렬한 충돌음까지.

아니, 아마도 여태껏 계속 소리가 났겠지만 강신혁부터가 안에서 바람의 칼날을 쏘아내며 날뛰느라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리라.

그가 은신이 발동된 것을 확인하고 몰래 바깥을 내다보니 그곳에선 사마귀 무리와 거미 무리의 장렬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제대로 붙고 있네.’

물론 이 가능성도 얼마든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몬스터 유인제의 효과에 따라서는 근처의 거미들을 불러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으니까. 강신혁의 입장에선 자신이 상대할 몬스터가 줄어드는 셈이니 쾌재를 부를 일이었다.

전투는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사마귀 세력이 초반부에 기습을 당했는지 조금씩 밀리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영력 접착제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을 테니까.

다만 놈들에겐 바람의 칼날이 있고, 거미들 역시 그 탓에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당분간은 저렇게 치고 박고 싸우느라 이쪽에는 관심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이틈에 전리품 수거를……."

- 뀨!

“음? 뭐야, 너 제법 크기가 커진 것 같은데.”

- 뀨우우?

강신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닉스의 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전이 사과만한 크기였다면, 지금은 배만한 크기였다. 미묘한 차이였지만 확실히 커졌다는 것만은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차이!

그뿐인가? 녀석의 등 위에 돋아난 가시들도 어딘가 날카롭고, 가시보다는 칼날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너 뭐 먹었냐, 바른 대로 불어라.”

- 뀨우우뀨우…….(반 밖에 안 먹었으니까 봐주세요…….)

반만 먹었다고? 오닉스의 솔직한 고백을 듣고 뒤를 돌아보니 공동 중앙에 방치되어 있던 암사마귀의 칼날 앞발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강신혁이 알집을 부수는 사이 녀석은 열심히 칼날 앞발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잠깐, 그렇다는 것은 저 칼날 앞발이 금속으로 취급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 뀨우우우?

“……그래, 어릴 땐 쑥쑥 먹어야지. 잘했다, 잘했어.”

- 뀨뀨우!

또 혼날까봐 소심하게 몸을 말던 녀석이 안도의 울음소리를 냈다. 혼날 것을 알고 있다면 대체 왜 저지른단 말인가. 강신혁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의 들끓는 심정을 이해하며 암사마귀의 사체에서 남은 하나의 칼날 앞발을 잘라내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암사마귀의 뜯겨나간 목 부근에 푸른 무엇인가가 파묻혀있는 것이 보였다. 마나 스톤인가 하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그것을 뜯어낸 강신혁은, 그게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겠네…… 이거 스킬 스톤이잖아.”

이번 실습이 시작되기 전 신은아가 했던 말을 떠올린 강신혁이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자신이 그 말도 안 되게 희귀한 케이스의 주인공이 될 줄은.

아니 물론 이레귤러 게이트에 끌려와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말도 안 되게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D+급 던전에서 나온 스킬 스톤과 B+급 이레귤러 게이트에서 나온 스킬 스톤의 가치는 천지 차이일 테니까.

- 바로 섭취하시지요.

“하지만 실패할 수도…… 아니, 그렇네요.”

강신혁에겐 감정 기술이 없고, 이 스킬 스톤과 자신의 상성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스킬 스톤을 날리는 게 싫다고 그냥 그걸 인벤토리에 박아두는 것도 병신 같은 짓이었다.

‘영력을 주입해보니 한없이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적어도 나쁜 기운인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거라면 어쩌면……!

강신혁은 눈을 질끈 감고 그것을 거세게 쥐었다. 스킬 스톤이 파스스, 시원하게 부서지며 그 안의 기운이 강신혁에게로 흡수되었다.

성공이었다!

- 속성 스킬, [원드 마스터리(A-)]를 익혔습니다.

메시지가 출력되는 순간 강신혁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환희의 비명소리가 나올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억눌러 참았다.

‘사대속성의 힘을 다루는 스킬이라고! 특성에 준하는 스킬이잖아!’

A-랭크에 달하는 높은 희귀도가 증명하고 있었다. 이건 대박 중의 대박이라고!

물론 희귀도가 A-랭크일 뿐, 습득 직후인 지금은 숙련도가 F랭크인 만큼 제대로 된 바람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스터리 류 스킬에는 두 가지의 큰 특징이 있어서, 한 가지는 그것을 다루는 힘이고 하나는 그것을 강화하는 힘이다. 강신혁의 스킬 환룡무가 무술 자체를 다루는 능력과, 그 무술의 위력을 강화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과 같았다.

‘지금은 내가 직접 바람을 만들어내는 건 힘들지만 칼날 앞발…… 즉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무기를 갖고 있으니까.’

만들어낸 바람의 힘을 강화하는 능력은 확실히 적용될 터였다. 사마귀들보다 강한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말인즉슨 방금까지 그가 상대했던 암사마귀도 보다 강한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야기. 정말이지 공동 안에 들어와서 싸운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 뀨!

“응? 뭐야, 또…… 음?”

몰래 암사마귀의 칼날을 먹어치운 것이 미안했던 것일까, 오닉스가 그의 눈앞에 무언가를 물어다놓았다. 방 안을 쏘다니다가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것은 부서진 구슬의 반쪽으로 보였는데, 그 단면에서 희미한 기운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강신혁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기운의 정체는 바로 영력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 회원님, 그것을 인벤토리에.

“네."

어딘가 다급하게 느껴지는 관리자의 메시지에 그는 토를 달지 않고 곧장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관리자가 이어서 말했다.

- 적이 옵니다. 숨으세요.

“벌써 끝났나. 오닉스, 이리와.”

- 뀨

오닉스를 품에 안고 바로 은신을 발동해 구석에 숨었다. 직후 천장을 타고 거미 한 마리가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사마귀가 아닌 거미가.

놈은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장 위를 부산히 돌아다니는가 싶더니, 공동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곤 당황한 기색으로 연신 딸깍거리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역시 감각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은 것 같은데…… 어쩌면 움직임으로 분간하는 건가?’

강신혁은 그러고도 당분간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지만, 곧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되자 은신을 유지한 채 조심스레 공동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저곳 흩뿌려져 있는 몬스터의 체액, 살점과 갑각의 파편. 바람의 칼날과 독에 의해 파헤쳐지고 녹아내린 지면과 독 거미줄의 흔적까지.

하지만 정작 몬스터의 사체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이 이 전장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가르쳐주었다.

‘결국 거미들이 이겨서 모두 짊어지고 갔구나.’

영력 접착제만 아니었어도 사마귀가 이겼을지도 모르지만, 그랬으면 살아남은 사마귀들이 공동으로 돌아와 난리를 피웠을 테니 이쪽이 강신혁에겐 잘 된 일이었다. 칼날 앞발을 회수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쓰읍, 좋아. ……그럼 이제 2차전을 시작해볼까.’

강신혁은 재차 마음을 굳게 먹은 후 공동에서 거둔 최대의 성과 중 하나, 획득한 HP의 양을 확인했다. 370만 HP. 얼마나 많은 사마귀 알이 희생양이 되었는지 단적으로 알게 해주는 지표였다.

자,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해 게이트 클리어로 이끌 수 있을까. 강신혁이 고민하던 그때.

- 쿠우웅

돌연 둔중하고도 거대한 진동이 공간을 덮쳤다.

게이트 내벽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모습에 강신혁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순간, 관리자의 뾰족한 경고성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 충격에 대비하세요!

강신혁이 다급히 오닉스를 끌어안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는 것과 동시에 재차 끔찍한 충격이 일대를 덮치고.

- 게이트 내부의 세력 구조 변화에 의해 ‘사마귀의 무덤(B+)’이 ‘여왕거미집(A-)’으로 변이합니다. 주의하세요!

세상이 다시 한 차례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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