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 Chapter 10. 용의 여의주 - 2 >
“헉, 으헉, 흐어어어……."
종로 시내,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게 바리케이드가 둘러쳐진 D+급의 게이트 ‘까마귀 둥지’ 앞. 가장 늦게 도착한 도우진이 헉헉대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신은아는 그를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긴급출동이라는 말에 서두르는 것도 좋지만, 현지에 도착했을 때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본말전도. 명심해두도록.”
“알겠, 습니다……."
“자신의 속도에 자신이 없다면 긴급출동에 대비해 특별한 이동수단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다른 초인의 협력을 받는 것도 좋겠지.”
"......."
도우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혁은 그 방법도 있었구나,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이동수단이라.’
마력구동 바이크, 자동차 같은 것들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초인의 마력으로 보다 속도를 빠르게 낼 수 있는 초인전용 탑승물도, 가격이 억대에서 시작하기는 하지만, 물론 있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마력이 없으니까.’
물론 영력은 만물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전능의 힘에 가깝지만, 그래도 마력구동 탑승물이 그에게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C랭크에 달한 야금술로 얻을 수 있는 제작기술을 차분히 떠올려보던 강신혁은 탑승물 제작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나중에, 야금술이 한 A랭크 정도 되면 다시 생각해봐야지.
“저기 봐. 신영 학생들 같은데.”
“와, 학생들이 저길 들어가는 거야? 장난 아니다.”
“야, 뇌제. 뇌제!”
그때 문득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감지한 강신혁이 고개를 들었다.
종로는 사람이 많고,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도 해 특히나 게이트에 대한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즉 종로의 게이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정 받은, 혹은 기대 받는 초인이라는 얘기다.
“신영은 학생들을 이쪽 게이트로 보내나.”
“학생들이 특별한 것 아냐? 봐, 벌써 기세가 다르잖아.”
“그러게, 저 남자애 너무 잘생겼다.”
“그게 아니라 이것아.”
물론 이미 역류(게이트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몬스터가 밖으로 마구 빠져나오는 현상)의 위험이 없는 안정된 게이트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종로의 게이트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그들에게 꽂히는 사람들의 시선도 보다 특별한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5분간 휴식 후 바로 돌입한다.”
“알겠습니다.”
신영이 C클래스 7조를 일부러 이 게이트로 배정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겠지. 강신혁은 일행에게 쏠리는 시선이나 카메라 셔터 소리를 느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다 옆에서 은근슬쩍 멋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백인하를 발견하곤 그의 옆구리를 쳤다.
“노골적으로 티 나니까 그거 하지 마라.”
“커헉, 너 힘이 더 세졌구나……."
5분이 지났다. 도우진은 뛰어난 기량을 증명하듯 그 안에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았다. 신은아는 일행에게 꼬리를 무는 형태로 서로의 손을 잡게 한 후, 자신도 강신혁의 손을 잡고 바리케이드 앞에 섰다.
그녀가 마치 교통카드를 찍듯 초인등록증을 들이대자 전자신호를 인식한 바리케이드가 허가를 받은 인원임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열렸다. 과연, 빈틈이 없다.
“지금부터 진입한다. 게이트 안에 완벽히 들어서기 전까지는 서로 손을 놓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강신혁은 자신의 손과 맞잡은 신은아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는 것을 감지했다. 뭐지? 설마 공인된 S+랭크의 능력자인 그녀가 D+등급 게이트에 들어가는 정도로 긴장할 리는 없는데.
그렇다는 것은 어쩌면 이번 실습에 감추어진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지상에 둥둥 떠 있는 옅은 잿빛의 소용돌이 안으로 신은아가 발을 들이밀었다.
- D+급 게이트 ‘까마귀 둥지’에 진입합니다.
히어로 유니버스가 아닌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가 망막을 두들겼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니, 다음 순간에는 이미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었다. 강신혁이 처음으로 던전에 입장한 순간이었다.
‘이거 차원 퀘스트를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강신혁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놀랍게도 게이트 바깥의 하늘보다도 높고 푸르게 탁 트인 하늘이 어디까지고 펼쳐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높지 않아. 게이트의 등급에 따라 게이트 내부의 넓이도 달라지니까.”
“그렇군요……."
“선생님, 이제 손 놔도 되나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카렌이 말했다. 신은아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도 강신혁의 손을 놓았다.
“그래, 이제 놔도 좋다.”
카렌과 신은아에게서 해방된 강신혁은 곧장 전투 준비를 했다.
그가 학교의 허가를 받고 챙겨온 무장은 분열하는 강철 투창기(D+)와 매의 강철 단창(〇)을 비롯한 강철 단창 9개, 에이라이트로 만든 투창 하나, 마지막으로 근접전을 대비해 만든 강철검(D+)까지 총 12개.
그중 투창기를 꺼내어 단창 하나를 걸고 손에 쥐었다. 검은 허리에 차고, 나머지 투창은 준비해둔 통에 담아 비스듬히 어깨에 걸었다. 짐이 많은 편이었지만 전부 요령 좋게 짊어지고 있어 크게 불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짜 이거 신혁이가 만든 거야?”
“안 그러면 허가 안 나.”
“쩐다……."
"후."
카렌은 활과 화살통과 장창으로 무장했고, 도우진은 무식한 크기의 대검과 방패를 각각 하나씩 들고 있었다. 아마 그가 늦은 데에는 저 무거운 무장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짐을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들어온 강신혁만은 못하겠지만.
한편 백인하는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부츠 끝에 작은 금속 칼날이 돋아난 전투용 부츠를 신고 있을 뿐이었다. 홀가분한 복장이 그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듯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나는 너희의 뒤에서 너희를 따라가겠다.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평가 대상이 되니 명심하도록.”
그녀는 말을 마치곤 정말로 일행에게서 떨어졌다. 농담이 아니라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행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제정신을 되찾곤 사전에 상의했던 대로 진형을 구축했다.
“좋아, 그럼 전진한다. 던전 맵은 전부 외웠지?”
“응. 이건 아마 D패턴인 것 같네.”
지속성 흡수형 게이트, 즉 던전은 한 번 클리어될 때마다 비활성화되며 일정한 주기가 지난 후에 다시 활성화되는데, 이것을 리셋이라고 한다. 던전 내부 구조도 미세하게 바뀌고, 나타나는 몬스터의 분포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물론 거기에도 한계가 있어서 매번 완전히 새로운 던전이 나타난다기보다는 몇 가지의 패턴이 존재한다고 보면 되는데, 던전에 들어가는 초인들은 이러한 던전의 패턴을 완벽히 외워야만 했다.
“그럼 가자.”
“해보자구!”
강신혁의 말에 카렌이 기세 좋게 외쳤고, 백인하가 그녀를 따라 팔을 번쩍 들었으며 도우진은 코웃음을 치며 검과 방패를 보다 단단히 쥐었다. 강신혁도 피식 웃곤 대충 호응해주었다.
하지만 의기를 고취시키려는 그들의 노력은 곧 허무하게 시들고 말았다.
던전이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 크구아아!
“몬스터다!”
까마귀 둥지의 주 등장 몬스터인 그레이 크로우. 덩치가 사람만큼 거대하며, 도발에 잘 걸리지 않을 만큼 영리한 지능을 가져 원거리 전투능력이 없는 초인은 설령 랭크가 높다 해도 놈들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기 쉬웠다.
“흡!”
그것을 발견한 강신혁은 놈이 울음소리를 낸 순간 힘껏 투창기를 휘둘렀다. B-랭크에 달하는 힘으로 탄환보다 빠르게 내쏘아진 투창은 그레이 크로우가 피할 틈도 주지 않고 놈의 머리통을 정확히 꿰뚫어, 죽였다.
별다른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봐서는 히어로 유니버스에서는 일정 급수 이하의 몬스터는 제대로 셈을 쳐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셈을 쳐주는 몬스터의 조건이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오우.”
"D급 몬스터 원킬이야 당연한 거지.”
"와, 진짜 정확하다. 그런데 저거 회수 어떻게 해?”
"그게 유일한 단점이야. 전투가 끝나고 회수하면 되긴 하는데.”
투창에 자동으로 회수되는 기능이 붙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생각해보니 그 옵션은 투창이 아니라 투창기에 붙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강신혁은 에이라이트로 투창을 만들 게 아니라 투창기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럼 내가 회수해오지 뭐. 진형이 무너지기도 전에 빠르게 갔다가 빠르게 복귀할 수 있으니까.”
"고마…… 워.”
"다녀왔어. 빠르지?”
백인하의 말에 강신혁이 미처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그의 양손에는 단창과 그레이 크로우가 들려 있었다. 그에게 수백 미터, 1킬로미터 정도는 1초 안에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것이다.
“너 학기 초에 비해 빨라졌지.”
“뭐 그것도 있고.”
백인하가 씩 웃으며 하는 말에, 강신혁은 새삼 자신이 이 녀석을 따라잡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 몬스터 사체는 어떻게 해? 이거 다 돈이잖아.”
“보통은 짐꾼을 대동해서 담는데 우리는 어쩔 수가……."
“그건 감독관이 맡는다.”
허공중에서 돌연히 나타난 신은아가 그레이 크로우 사체를 쥐었다. 직후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레이 크로우의 사체의 모습에 아이들은 그녀가 그 드물다는 인벤토리 아티팩트를 갖고 있다며 감탄했지만 강신혁은 그 인벤토리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사체는 전부 보관했다가 실습을 마친 후 정산한다. 만약 스킬 스톤이 있을 경우에는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배분한다.”
“스킬 스톤? 이런 실습에서 스킬 스톤이 등장하는 일이 있나요?”
“가끔은.”
아이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말이었다. 스킬 스톤은 게이트를 통해 초인이 강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었으니까. 다만 어디까지나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과연 프로답게 사기를 돋우는 법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투창을 던질 때마다 회수해줄 수 있는 셔틀이 생겼으니 더는 망설일 것도 없었다. 강신혁은 일행을 이끌고 나아가며 그레이 크로우가 보일 때마다 투창을 던졌다.
굳이 ‘매의 강철 단창’이나 에이라이트 투창을 꺼낼 것도 없이 일반적인 투창만으로 깔끔하게 전부 격살할 수 있었다.
“야, 우리 역할이 없잖아.”
“몬스터가 다양화되고 동시에 나타나는 숫자가 늘어나는 구간이 있다고 했어. 보통은 더 빨리 그렇게 되는데, 정찰하러 날아다니는 그레이 크로우를 신혁이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죽여 버려서 늦춰지고 있는 것 같아.”
“어차피 둥지의 보스 몬스터를 죽이기 전에 잡몹들을 죽여야 하니까 지금부터 조금씩 무리를 끌어내서 싸우자.”
“좋아, 그럼 지금부턴 카렌이 먼저 개시해.”
“오우케이.”
지옥교관 신은아의 엄명 아래 지난 며칠간 강도 높은 활쏘기 훈련에 매진한 카렌의 활솜씨는 놀랍도록 늘어나 있었다. 어쩌면 신경계 강화 능력은 학습능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른다. 공부는 꽝이지만.
- 캬아아아악!
- 캬아아아!
“아 그러네, 저렇게 동료를 부르는구나.”
“좋아. 도우진, 준비해.”
“이미 준비 됐어.”
카렌의 화살을 제대로 얻어맞은 그레이 크로우가 마구 성질을 내며 괴성을 내지르자 머지않아 그에 화답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하늘에 수십 마리의 그레이 크로우가 나타났다.
“저거 뭐임?”
"혹시 여태까지 신혁이가 한 방에 그레이 크로우들을 죽여 버렸던 게 이제야 알려져서 한꺼번에 많은 숫자가 나타나게 된 거 아닐까?”
“일단 공격해! 도우진은 도발 개시!”
강신혁은 냅다 강철 단창들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처음부터 투창기의 옵션이 발동, 세 개로 불어난 강철 단창이 순식간에 그레이 크로우 세 마리를 찢어놓았다. 아티팩트의 옵션이 발동하는 것을 처음으로 본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진짜 신혁이가 만든 거야!?”
“화살 쏘라고!”
테스트에서 보였던 것처럼 연속으로 단창을 투척해 그레이 크로우의 숫자를 눈에 띄게 줄여버리는 강신혁. 카렌 역시 화살에 마나를 실어 부지런히 쏘아내는 것으로 그레이 크로우를 성공적으로 사냥했지만 그에 비해서는 느린 속도였다.
“곧 정면으로 격돌하겠는데. 나도 원거리 공격 가담할까?”
“도우진이 도발 쓰고 나면 그때부터. 지금은 투창 주워와.”
“쳇."
백인하가 투창을 주워온 직후 기어이 그레이 크로우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칼날보다 날카로운 부리를 세우고 일제히 하강해 대지를 휩쓸어버리는 것이 놈들의 사냥방식. 도우진은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앞으로 나서며 방패를 쳐들고는 외쳤다.
“도발!”
“도발이 원래 저렇게 외치면서 하는 거였어?”
“오, 효과 있다.”
그레이 크로우는 본래 도발이 잘 걸리지 않는 몬스터에 속한다. 그러나 도우진이 익힌 도발이 희귀도가 높았는지, 아니면 그의 스킬 적성이 높았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많은 숫자의 그레이 크로우가 허공에서 휘청이더니 궤도를 그에게로 수정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래봤자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정도면 딱 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건 도우진이랑 백인하가 맡고.”
“신혁아, 보조해줘. 난 이제 창으로 할 테니까.”
“알겠어.”
이번에도 강신혁의 투창이 전투 개시를 알렸다. 명중과 관통 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매의 강철 단창을 가장 먼저 쏘아냈는데 그것이 놀랍게도 세 마리의 그레이 크로우를 그대로 관통하고 네 마리째의 목에 꽂혔다.
선두가 그대로 붕괴되어 위축된 놈들에게 연달아 날아드는 투창! 보조 수준이 아니라 혼자서 무리를 쓸어버릴 기세였지만 카렌도 그 이상 놀고 있지는 않았다.
“하!”
지상에 가까워져오는 그레이 크로우를 초월적인 반사신경으로 인지하고 창을 뻗어 찔러 죽였다. 제아무리 신영의 신입생이라도 D급의 몬스터를 일격에 죽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그녀는 아티팩트도 아닌 일반 창을 들고 그것을 너무나 당연히 해내고 있었다.
“꼴찌 안 되려면! 부지런히 해야지!”
“하!”
한편 도우진과 백인하 조도 굉장히 깔끔한 전투를 치렀다.
백인하는 가볍게 발을 구르나 싶더니 그대로 도약, 도우진의 방패에 일제히 내리꽂히는 까마귀들을 차례차례 발로 걷어차 죽였고, 도우진은 도발을 계속해서 유지하다가 마지막 한 마리가 남은 순간 대검을 휘둘러 반으로 갈라 죽였다.
“뭐야, 벌써 끝났어?”
“흐, 게이트 별 거 아닌데?”
아마 백인하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몬스터 사체를 수거하던 중 그레이 크로우 한 마리의 뱃속에서 뭔가 밝은 빛이 터져 나온다 싶은 순간.
"뭣!?"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던 신은아가 깜짝 놀랄 속도로 다가오며 보호마법을 발현했으나, 불행히도 강신혁은 그 빛의 진원지와 너무 가까웠던 탓에 마법에 보호받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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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빛에 휩쓸리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