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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44화 (44/345)

44화. < Chapter 9. 우리 신인왕이 달라졌어요. - 3 >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강신혁의 의식은 비좁은 공방 안에 있었다. 꿈속에서 대장장이의 기억을 엿보는 것도 벌써 몇 번째던가.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모루 할배 또 저질렀네. 감정 통제가 좀 힘들긴 하지?

- 시끄럽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말과 행동, 자신이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사고의 흐름, 그 모든 것을 실감나게 느끼면서도 명백히 유리된 채인 강신혁의 사고.

하지만 강신혁은 더 이상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와의 일체감이 더해지면서 점차 그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그래도 요즘 만들어내는 것들은 점점 더…… 그래, 무구해지는 느낌이야. 무구(無相)한 무구(武具)! 어억, 내 배꼽 빠진다! 으허허허허!

- 차단하겠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기다려봐 내가 잘못했어 할배! 그냥 할배 같은 재능의 장인은 온 세상을 뒤져도 없을 거라는 칭찬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니까!

야누스는 무척이나 친밀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그 또한 야누스에게서 귓속말이 날아드는 것을 기점으로 망치질이 보다 경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 언제까지 할배라고 부를 테냐. 네놈의 나이가 더 많을 텐데.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할배가 그렇게 낡은 말투를 쓰니까 할배라고 부르는 거지! 원래 호칭은 정신을 따라가는 거라고.

그와 야누스의 관계는 무척 양호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아니, 야누스 쪽에서 이상하리만치 그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의 감정표현은 그리 크지 않았고, 야누스는 그의 사소한 반응에도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워하곤 했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아아, 모루. 오늘 만든 갑옷은 한층 더 근사했어요.

한편 츠쿠요는 야누스보다도 더욱 이상한 사람이었다. 대체 그가 만든 무구에 사랑을 하는 것인지 그를 사랑하는 것인지 모를 요상한 메시지들만 보내오고 있었으니까.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어서 당신과 만나고 싶어요. 이 버러지 같은 차원의 장벽만 사라진다면, 당장이라도 모루를 만나러 달려갈 수 있을 텐데.

아니, 아무래도 그를 사랑하는 게 맞는 듯싶었다.

- 쓸데없는 생각이오. 나는 늙고 추레한 늙은이일 뿐이니.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그럴 리가! 전 눈만 감으면 당신의 근사한 모습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답니다. 아아아, 어서 만나고 싶어요. 어서. 어서.

그는 그의 기억을 보고 있는 강신혁과 마찬가지로 츠쿠요를 이상한 사람이라 여겼지만, 그것도 관심을 표현하는 그녀만의 방법이라 여기며 적당히 맞추어주었다. 야누스와 함께 처음으로 그에게 말을 걸어준 은혜를 잊지 않았기 때문에.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VIP는 아직인가요? 당신이라면 금방일거예요, 분명히!

VIP라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적당히 대꾸해주었다.

- 때가 되면 언젠가 되겠지.

- 츠쿠요 님의 귓속말: 흐훗…… 그럼 저는 쭉 기다리고 있겠어요, 모루.

망치를 두들기는 경쾌한 소리에 섞여, 츠쿠요의 메시지가 그의 망막을 두들겼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당신과 만나게 될 날까지 쭉, 쭈욱.

강신혁은 퍼뜩 눈을 떴다. 아직까지 그 메시지가 남아있는 듯해 몸서리를 치는데 곧 익숙한 메시지가 눈앞을 가렸다.

- 오늘의 로그인 보너스로 룰렛 코인 1매를 얻었습니다.

“다행이다, 무서웠다……."

그는 벌벌 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츠쿠요에 대한 제대로 된 기억을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번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보내온 이후로 잠잠해 신경을 끄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기습을 해오다니!

“가능하면 엮이지 말아야지……."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이봐요, 당신. 모루라고 주장한다면 왜 무구를 거래 게시판에 올리지도 않는 거죠?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츠쿠요로부터 바로 귓속말이 왔다! 혹시 이 여자는 그의 기억을 염탐하는 능력이라도 지녔단 말인가!?

강신혁은 그녀를 무시할까 말까 깊은 고민을 했지만, 그녀가 다짜고짜 아이디를 지우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하지 않은 것도 있고 조만간 거래 게시판에 물건들을 업로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기에 어쩔 수 없이 짧은 답장을 보냈다.

- 당신이 기억하는 사람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안 그래도 올릴 생각이었습니다.

츠쿠요로부터 답은 오지 않았지만 강신혁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방구석에 모셔둔 거대한 보따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보다 먼저 일어난 오닉스가 낑낑대며 보따리에 고개를 들이박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임마, 너 먹을 건 따로 챙겨줬잖아.”

- 뀨웃꿋! 뀨규규귯!

“아니 그래도 대체 얼마나…… 아니, 알았어. 알았다니까.”

한참 먹을 나이인 오닉스의 격렬한 설변에 이기지 못한 강신혁은 끝내 보따리 안에서 가장 급이 낮은 것을 꺼내 던져주었다. 급이 낮다고는 해도 무려 D급의 아티팩트. 녀석은 목소리를 높여 기뻐하더니 신나게 그것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뀨우우뀨우

“못 살겠다 진짜.”

제아무리 강신혁의 야금술이 성장했다곤 해도 아직 모루처럼 아티팩트를 펑펑 찍어낼 수는 없다.

근 3주 이상을 키엘론에 머무르며 내내 망치질을 했지만 결국 그가 만들어낼 수 있었던 아티팩트는 브레나이트 스피어와 땅지옥덫을 제외하면 고작 세 개. 그중 하나를 방금 오닉스가 먹어치웠으니 두 개가 남았다.

“어차피 이번 실습에서 함정을 쓸 것 같지도 않으니 차라리 땅지옥덫은 거래 게시판에 올려볼까. 그 정도면 욕을 먹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음?”

인벤토리에 땅지옥덫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제 인벤토리를 정리하면서 잠시 바깥에 빼내어놓았다가 그대로 잊어먹은 모양.

아무래도 신살검을 챙기는 것만큼 다른 무구를 정성스레 챙기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따리 안에도 없네……?”

- 뀨우우, 뀨우뀨웃!

“야."

아, 그거라면 어제 내가 먹었어! 하고 산뜻하게 말해봤자 용서해줄 수는 없다! 강신혁은 그대로 오닉스를 집어 들어 녀석의 코를 꼬집었다. 녀석이 뀻뀻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지만 용서해줄 생각은 없…….

- 뀨!

“……어?"

다음 순간, 오닉스의 몸이 투명해졌다. 강신혁이 당황한 틈을 타 그의 손을 탈출한 오닉스는 가시를 세운 채 그의 발등 위를 구르며 빽빽 소리를 질렀다.

- 뀨우뀨우뀨우우!

“아야야, 그래도 잘못한 건 너야, 너. 누가 멋대로 먹으래? 너한텐 맛있는 먹이로만 보여도 내겐 중요한 순간 도움이 되어줄 수도 있는 물건이란 말이야. 진짜 반성 안 할 거야?”

- 뀨, 뀨우웃…….

강신혁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그제야 반성했다는 듯이 가시를 눕히며 그 자리에 웅크리는 오닉스. 녀석은 식욕을 이길 수 없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 뀨우웃

아마 녀석에게도 악의는 없었으리라. 신살검이나 투창기, 브레나이트 스피어에는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 그 증거다. 문제가 있다면 녀석은 정말 아직 갓난아이나 다름없고, 자제심을 가볍게 누를 만큼 식욕이 왕성하며, 눈앞에는 마침 맛난 먹이가 있었다는 것…….

“……에휴, 물건 관리를 잘못했던 내가 잘못이지.”

- 뀨우?

“하지만 두 번은 용서 안 해줄 거야. 맛있는 거 계속 먹고 싶으면 앞으로 잘해.”

- 뀨!

대답은 잘하지. 하지만 그의 손 위에 올라와 뀨뀨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남아있던 분노는 금세 식어버렸다. 역시 귀여운 것들은 비겁하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며 그는 오닉스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오닉스 - D랭크]

[신체능력]

힘 - E

민첩 - C

체력 - D-

[특수능력]

금마력 - E+

[스킬]

쇠붙이 포식(S+) - D-

구현(SS) - F+

방어자세 -C

은신 (A)-F

[상태]

강신혁에게 종속 - 충성도 58

"어라......."

모든 스테이터스가 오른 것은 그동안 열심히 뭔가 먹고 다녔으니 그렇다 치자. 의외로운 것은 바로 은신이라는 스킬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그야 물론 녀석이 투명해지는 것을 눈앞에서 봤으니 새로운 능력을 얻었겠거니 생각하기는 했는데, 설마 그게 구현이 아니라 단독 스킬인 줄은 몰랐다. 대체 무슨 차이일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C급 아티팩트를 먹어치워서 희귀도 A랭크의 스킬을 습득했으니 이득을 본 셈이긴 한데.’

아티팩트는 아무리 좋아도 물건일 뿐이고 스킬은 계속 지니고 있는 것이니 압도적인 이득이라고 해야겠지. 단지 그가 모르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강신혁은 새삼 오닉스의 코를 살짝 꼬집어주며 앞으로 다시는 자신 몰래 아티팩트를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좋아, 그러면……."

그는 남은 두 개의 아티팩트(하나는 평범한 장검이고, 하나는 히로익 실드를 보고 마음이 동해 만든 방패였다.)를 거래 게시판에 올렸다.

장검은 D+등급이고 방패는 C-등급이라 솔직히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지금의 자신을 내보이기엔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너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우우

히로익 실드에 남은 의지는 미약했다. 아마도 땅지옥에게 오랜 세월 미끼로 이용당하며 지속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탓이겠지. 강신혁과 만나 땅지옥을 무찌르는 순간까지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지만, 놈이 죽은 후로는 의지가 미약해졌다. 마치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소원을 이루고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처럼.......

- 우웅

그것을 대신해 소리를 낸 것은 신살검이었다. 녀석은 자신이 히로익 실드를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강신혁은 잠시 침묵했지만…… 곧 히로익 실드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 우우

미약한 긍정. 강신혁은 고개를 저으며 방패를 자신의 품에 거두려 했지만 다음 순간 방패가 보다 크게 울었다. 그는 그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나…… 아마도 그것이 인간과 무구의 사고방식의 차이점일 것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잖아. 어째서 반드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거야?”

- 우우웅

히로익 실드는 마음을 굳힌 듯했다. 반대로 신살검은 얌전해진 것이, 강신혁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했다. 정말 영력이 성장하니 별 일이 다 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쉰 후, 신살검을 뽑았다.

“젠장.”

- 우웅

“미안. ……고맙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모르는 척 돌아설 수는 없었다. 강신혁은 검을 높이 들어, 그대로 방패를 내리쳤다.

검은 방패를 부수지 않고 신기하게도 그대로 빨아들였다. 잿빛의 안개로 화해 검신에 빨려들어가는 히로익 실드를 보며 강신혁은 말로 못할 기묘한 감상을 느꼈다.

- 대량의 영력을 품고 있는 ‘히로익 실드’를 먹어치운 신살검이 힘을 일부나마 되찾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개성이 강한 무구의 힘을 완벽히 소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어쩌면 차원 퀘스트가 진정으로 끝난 것은 이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강신혁은 그런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며 검을 거두었다.

어느덧 등교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방과 후 두 번째로 실시된 조별훈련. 강신혁은 투창기를 가져왔고 카렌은 활을 가져왔으며, 백인하와 도우진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신은아는 우선 카렌과 강신혁을 평가했다.

“활은 숙련이 어려울 텐데.”

“이전에 연습해본 적이 있고, 전 신경계 강화 능력이 있어서 순발력이 굉장히 좋아요. 모든 무기를 다 잘 다루는 신혁이 정도는 아니어도 밀려오는 몬스터를 견제할 실력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강신혁은 카렌이 괜찮은 답을 내었다고 생각했지만 신은아는 그런 카렌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난감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를 견디다 못한 강신혁이 먼저 제안했다.

“표적을 놓고 실제로 쏴보게 하면 어떨까요.”

“그래.”

신은아가 다목적실에 설치된 홀로그램 장치를 몇 번 만지작거리자 곧 한쪽 벽면에 가까운 허공에 여럿의 타겟이 나타났다. 센서와 연동해 실제 타격을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최신 훈련 설비였다.

일정거리를 두고 물러난 카렌이 이 정도 거리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발사, 이어서 발사. 결과는 다섯 발 중 다섯 발 명중이었다. 강신혁은 과연 말뿐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떨까요?”

“다음은 움직이게 해보지.”

"윽."

그들이 멈춰있는 목상을 상대하러 가는 것이 아니니 당연한 말이었다. 신은아는 다시 홀로그램을 조작했고, 살짝 자신감이 없어진 카렌은 다섯 발 중 네 발을 명중시켰다.

“불합격. 이 정도도 못 맞춰선 안 돼. 하지만 우선 다음 단계, 피해력 측정으로 넘어가지. D급의 몬스터에게 화살로 얼마나 데미지를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마력제어라면 자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말대로 화살에 충분한 양의 마나를 담아 연달아 쏘아내는 과제를 훌륭히 성공시켰다.

화살이나 탄환 등 원거리 무기에 마력을 담아 유지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테크닉이다. 아예 전용무기를 활로 바꿔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녀의 솜씨에 강신혁이 순순히 박수를 보내는데, 신은아는 어째선지 더더욱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마력제어가 훌륭해도 중요한 순간 빗나가면 끝이야. 만약 정말 활을 들고 갈 생각이라면 명중률이 최소 95% 이상은 되도록 연습하도록. 그게 실전의 조건이야.”

“그건 특등사수보다 빡센 조건인데…… 힉."

“될 때까지, 연습하도록.”

“네, 네엡.”

대체 영국인 유학생인 카렌이 어떻게 한국 군대의 특등사수 조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고 있자니 신은아의 매서운 표정이 끝내 카렌을 격침시켰다.

다음은 강신혁의 차례였다. 기분 탓이겠지만 카렌을 대할 때보다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신은아가 그에게 물어왔다.

“투창기는 동작이 큰데 연사할 수 있겠어?”

“네,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투창은 제대로 위력을 내기 위해선 전신의 체중을 실어야만 한다. 확실히 일반인, 아니 단련한 선수라고 해도 투창이라는 큰 동작을 연거푸 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신혁도 이젠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체력도 민첩도, 심지어 힘도 마이너스 랭크라지만 B에 걸치고 있는 것. 굳이 전신의 힘을 싣지 않고도 충분한 파괴력과 속도를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D-랭크의 재생력까지 더해지면(근육의 피로가 회복되는 속도가 이전의 두 배 이상 빨라진 느낌이었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 증명해봐.”

“네."

그는 어렵지 않게 증명했다. 카렌이 시연하던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타겟을 목표로 20발 전탄 명중, 그것도 카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옆에서 화살을 쏘고 있던 카렌은 어안이 벙벙해져 그에게 달려왔다.

“신혁 이 너 어깨 안 아파!? 진짜 괜찮아?”

“괜찮아.”

“와 재수 없어, 하지만 멋있었으니까 좀 더 폼 재도 돼!”

“카렌 스트링필드, 훈련으로 돌아가.”

“넵!"

“그리고 강신혁, 합격. 실전에서 다른 멤버들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지 생각해보도록.”

“알겠습니다.”

강신혁에게 주저 없이 합격 판정을 내린 신은아는 자신도 평가해달라는 듯이 가슴을 쫙 펴고 있는 백인하를 그대로 지나쳐 도우진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도발 스킬을 익혀왔습니다.”

“스킬 스톤?”

“예. 안 그래도 조만간 익힐 생각이었습니다.”

스킬 스톤이란 강제로 스킬을 각성하게 해주는 결정체를 말하는 것으로, 몬스터가 품은 마나 스톤 중에서도 지극히 드물게 그 몬스터의 능력을 띠는 것이었다.

당연히 대다수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대를 이루고 있으며, 스킬 스톤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해당하는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그 스킬과 궁합이 좋지 않으면 습득에 실패할 수 있으며, 운이 없으면 스킬은 얻지도 못하고 스킬 스톤이 소멸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우진은 특성만 봐도 알 수 있듯 명백한 탱커 타입이고, 거대한 덩치는 도발과도 어울리니 제법 성공률이 높은 배팅을 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보란 듯이 성공하기도 했고.

“도발 스킬로 적을 지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물론 원거리 공격을 가해오는 녀석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저 녀석들이 상대할 겁니다.”

“머리를 굴리는 대신 돈을 썼군.”

“원거리 공격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어설픈 방식을 택하느니 적을 제 영역으로 끌어들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것도 좋은 답이지. 하지만 도발 수준을 확인해보기 전까진 합격을 줄 수 없어. 내일 장비를 가져올 테니 그때까지 혼자서 훈련하도록.”

“감사합니다.”

도우진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신은아에게 인정받아서 기쁜 것일까? 하지만 어차피 저렇게 될 거였으면 한 대 맞기 전에 인정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좋아, 다들 방향성은 제대로 잡았어. 내일까지 각자 선택한 방식으로 훈련하고 올 수 있도록. 내일은 던전 안에서의 간단한 진형에 대해서 교육하겠다.”

“어, 선생님. 전 안 체크하세요? 아직 제 원거리 공격능력을 보여드리지 않았는데요!”

백인하가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신은아는 아까까지와 같은 무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얼굴로 대꾸했다.

“할 필요가 있나?”

“해주세요!”

“그래, 그럼……."

신은아는 염력을 동원해 창문을 열더니, 가방에서 캔커피를 하나 꺼내어 전력으로 내던졌다. 캔커피는 순식간에 창문 밖으로 치솟아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저걸 잡으면 합격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놀랍게도 다음 순간 백인하는 자신의 몸보다 명백히 좁은 창문으로 뛰쳐나가 하늘로 치솟았다!

속도 계열 능력인 줄은 알았지만 신체조차 변형할 수 있었을 줄은! 강신혁이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는데, 신은아는 그대로 가방에서 캔커피를 세 개 더 꺼내어 일행에게 하나씩 던져주었다.

“다들 수고했다. 그럼 이만.”

“어…… 수고하셨습니다……?”

“백인하는?’’

“몰라, 알아서 돌아가겠지.”

그렇게 해서 그 자리에서 해산하게 되었다.

강신혁은 아무런 말도 않고 해산하는 일행을 보며 다들 정말 나빴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빨리 동아리 방에 가고 싶었기에 백인하를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나 : 님 오늘도 차임]

[백인하 : (오열)]

……그래도 친구 된 의리로 문자는 하나 보냈는데 바로 답장이 왔다. 아무래도 지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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