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Chapter 9. 우리 신인왕이 달라졌어요. - 1 >
곤충의 갑각은 당연하지만 금속이 아니다. 몬스터 중에는 금속질의 갑각을 두르고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땅지옥은 그런 종류의 몬스터가 아니었다.
따라서 놈의 갑각을 가공해 무기로 만들기 위해선 끊어내고 이어붙이고 가는 작업을 필요로 했다. 그나마 열을 적절히 가하면 어느 정도 변형이 쉬워지는 것은 다행한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건 야금이 아닌데 용케 야금술이 성장했네요.”
- 야금술은 굉장히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는 스킬입니다. 설령 금속을 다루는 일이 아니더라도 재료를 가공해 무구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대개 야금술에 포함되며, 야금술의 영향을 받습니다.
“야금술이 아닌 야금술이구나……."
하지만 그 덕에 야금술 보정을 받아 보다 쉽게 갑각을 가공할 수 있었으니 강신혁도 불만은 전혀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초인으로서 활동하다보면 비금속을 가공해 무구를 만들게 될 일이 많을 터, 이 모든 것이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할배 뭐해?
“곤충 갑각 다듬고 있어.”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정진하고 있군, 이 야누스는 기쁨이 크다.
“그래도 신살검은 아직 멀었으니까 차분히 기다려라, 야누스 중대장.”
- 야누스 님의 귓속말 : 기왕 하는 거 대대장까진 해주지.
농을 걸어오는 야누스에겐 어울려주며 갑각을 갈아내길 얼마간, 그것을 타원형의 링 형태로 만드는 데 성공한 강신혁은 이번엔 그 양 끝에 작고 뾰족하게 갈아낸 땅지옥의 이빨조각들을 촘촘히 이어 붙였다.
그렇게 완성된 물건은 마치 쫙 벌린 땅지옥의 아가리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단순히 장식할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고…….
- 조금 적은 영기가 깃든 ‘음습한’ 땅지옥덫(C)을 만들었습니다. 야금술의 숙련도가 미미하게 오릅니다.
- 동기화가 가속됩니다. 현재 동화율 11.2%
“됐다!”
강신혁은 새로운 물건, 설치형 함정을 만들어낸 순간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기나 방어구가 아닌 아티팩트를 만들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
“야금술이 C랭크로 성장한 덕일까요, 어떻게 하면 아티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서서히 감이 오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의 의지 못지 않게 재료의 근원에도 신경을 쓰며 영력을 불어넣으니까 되네요!”
- 보통은 회원님처럼 서서히 감이 온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C랭크의 아티팩트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만, 그래도 작업에 몰두하는 회원님의 모습이 멋있었으니 100HP 보너스!
[음습한 땅지옥덫]
[C랭크]
[특수능력 - 은밀]
*은밀 - 이 함정은 설치되면 곧장 주위 환경에 동화해 감추어지며, 함정의 피해를 소폭 증가시킨다. B랭크 이하의 탐색 능력에는 감 -지되지 않는다.
“오오오……."
함정의 목적에 실로 부합하는 특수능력이었다. 강신혁은 완성된 함정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만족스럽게 웃었지만 잘못해서 발동이라도 시켰다간 아픈 꼴을 볼 것이 뻔했기에 적당히 하고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그럼 이제, 됐네요.”
- 지금 귀환하시면 정확히 월요일 오전 8시가 됩니다.
“쩝……."
본심을 말하라면, 지각을 해도 좋으니 조금만 더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다. 자신은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씬 야금술을 좋아했고, 쇠를 두드리거나 갑각을 갈아내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따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도피겠지.’
누구에게나 당당히 인정받는 초인이 되기 위해서라도 학교 수업에 빠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래. 차원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다시 이 차원에 들어올 자격을 얻게 되었다고 했으니, 이번 주말에라도 다시 들어오면 되는 것이다. 강신혁은 나약해진 스스로를 다잡으며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했다.
“모루, 깨어있나?”
“……이런.”
그때 타이밍 좋게도 그의 막사 안으로 밀란이 들어왔다. 밀란은 짐을 챙기는 강신혁의 모습을 보고는 그가 떠나려고 한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렸다.
“말도 없이 가다니.”
“지금 밤이잖아. 게다가 조만간 떠난다고도 했고.”
“그렇지만…… 아니, 그런가. 그렇지. 분명 그 말을 들었는데.”
밀란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내내 벗지 않던 건틀렛을 벗고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모루, 그동안 우릴 도와줘서 정말…… 정말 고마웠어.”
“대가를 받고 한 건데.”
목소리는 걸걸한데 의외로 손이 작구나, 같은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며 대꾸하는 강신혁. 그러나 밀란은 그의 말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무상이나 다름없었지. 우리가 만약 이 땅에서 살아남게 된다면 그건 모두 모루,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기쁘고.”
“그렇지 않아. 우리가, 내가 느끼는 고마움이 얼마나 깊은지 너는 전혀 모르고 있어. 너는, 으음, 후우……."
밀란이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투구에 양손을 가져다대었다. 그 누구 앞에서도 벗지 않기에 과연 왕자님의 목숨은 소중하구나, 강신혁은 여태껏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투구를 벗으니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눈부신 금발과 맑은 벽안을 지닌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 얼굴을 본 것만으로 투구를 벗은 보람이 있군.”
강신혁의 얼굴을 본 밀란, 아니 정체 모를 소녀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도 이전과는 달리 완전한 소녀의 것이었는데, 강신혁은 그제야 그녀가 벗은 투구가 일종의 아티팩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밀리아 반 오르드, 오르드 왕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왕녀야. 병사들을 규합하고, 따르게 만들기 위해 이미 돌아가신 오라버니의 흉내를 내고 있었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여자보다는 남자인 쪽이 유리하기도 하고.”
강신혁은 바로 납득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궁금증이 있었다.
“그게 그것만으로 돼?”
“지금까지는 지크 경을 비롯한 극소수 내 정체를 아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하지만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처음엔 우리가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거기까지 말하더니, 밀리아는 짝, 소리 나게 제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이것도 사치스러운 고민이겠지.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 네가 그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어. 그리고 난 은인인 네게 끝까지 기만할 수 없어 이렇게 정체를 밝혔을 뿐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이것만으론 부족한가. 하긴 부족할거야. 그렇다면……."
그녀는 강신혁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음에도 혼자 결론을 내더니 이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붙잡고 다가와 그의 뺨에 짧게 키스했다. 분명한 여성의 체취가 느껴졌다.
“내가 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이야. 아, 입술은 봐주었으면 하는군. 앞으로도 남자로서 살아갈 예정이라.”
“뺨은 괜찮고?”
“아슬아슬한 느낌이지.”
밀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재차 웃고는 두어 번 뒷걸음질 쳐 막사의 입구에 이르렀다. 거기서 투구를 뒤집어쓰고, 아무런 미련 없이 다시 밀란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고마웠다, 모루. 부디 다시 만날 날이 오면 좋겠군.”
"음, 나도."
"음."
그는 투구를 쓴 채 굳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그대로 막사를 나갔다. 강신혁은 키스를 받은 뺨을 매만지며 어깨를 으쓱였다.
“변칙을 좀 주긴 했지만 마무리는 왕도 같았네요. 공주님의 키스를 받았으니 진짜 퀘스트 달성이란 느낌인데.”
- .......
말을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지 말줄임표만 메시지로 보내오는 건 대체 뭐람. 강신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선언했다.
“그럼 이제 마이 룸으로 돌아가죠.”
다음 순간 그는 정말로 마이 룸으로 돌아와 있었다. 몇 번을 말하지만 정말 차원이동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를 않는다.
그나저나 저번엔 불이 꺼져있었기에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마이 룸의 정경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덤으로 바닥과 벽면도 완벽하게 깔려 있었는데…….
“이곳은…… 그러니까.”
- 전생에 쓰시던 피난처의 작업실과 같네요.
비록 바닥과 벽면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막혀있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명했다. 이곳은 모루의 기억에서 보곤 했던 그의 작업실 그 자체였다.
“어떻게……?”
- 본래 마이 룸은 본인의 심상풍경을 가져오게 마련이니까요. 물론 앞으로 회원님의 성장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세상은 아니라는 거죠?”
- 물론입니다. 동화율을 높여 그 세상에 대한 접속권한을 획득하신 후 HP를 지불하시면 직접 가실 수도 있지만…… 그곳, 메르바는 무척 위험한 곳입니다. 부디 가시려거든 신중히 결정해주세요.
마이 룸이 그곳이 아니라는 것에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망감을 느꼈고,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는 충동과도 같은, 분노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순간 ‘내 가족이 그곳에서’라는 말이 튀어나오려 했지만 직전에 간신히 그것을 멈추었다. 그는 빠르게 냉정을 되찾으며 자신을 다독였다.
‘모두 동화율이 높아졌기 때문이야.’
이전처럼 모루를 막연하게 여길 수가 없다. 모루의 기억을 보다 많이 얻어갈수록 모루와의 일체감이 더해진다. 점점 자신과 모루를 구분하는 것이 바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자신의 전생이니 그것도 당연한 일일 터.
그리고 그렇기에 그는…….
“갈 수 있단 말이죠.”
- 회원님께서 노력하시면 노력하실수록, 더욱 빠르게.
“알겠어요. 고마워요.”
- ……10HP 보너스!
언젠가 메르바를 찾아 모든 것을 분명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마이 룸을 나왔다.
@@@
그 날 학교에서 강신혁은 오전 내내 백인하에게 시달렸다.
“시녹이 누구랑 놀다 왔냐. 나는 버리고 누구랑!”
“네 말대로 내가 누군가랑 놀다 왔다 치자. 그럼 내가 순순히 말하겠냐?”
“아니, 젠장!”
클레어에게는 사정을 설명해줄 수 있었지만 백인하에게는 자신이 이세계를 다녀왔노라고 솔직히 고백할 수가 없다.
그러나 주말 내내 자신에게 연락을 해대고 기숙사 방을 찾아오고 단련실까지 뒤지고 다녔던 그에게 적당한 변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결국 강신혁은 ‘주말 사이 뭔가 있기는 있었던’ 것처럼 연기하기로 했다.
“친구라고 믿었는데……!”
“아니 너 어차피 주말 내내 과제하느라 바빴을 거 아냐.”
“그거 알려달라고 연락했던 거잖아!”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모르냐? 우리는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어?”
강신혁은 백인하를 놀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보통 이쯤하면 콩트를 그만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할 백인하가 어느덧 지그시 강신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어른의 계단을 오르면 신체능력도 증폭되냐?”
“그렇게 바보 같은 말은 살다살다 처음 들어봐.”
“아닌데, 분명히 강해졌는데.”
하여간 예리한 새끼! 분명 강신혁은 지난 주말 동안 키엘론에 가서 실제로는 한 달에 가까운 시간 야금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며 모든 스테이터스를 대폭 성장시켜왔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무런 짓도 안 했는데 어떻게 스테이터스의 변화를 읽어낸단 말인가!
"성장기라 그래, 성장기."
"아무리 그래도 이러다 바로 따라잡히겠는데. 특성진화라는 게 진짜 어마어마하긴 한가보다.”
특성진화 부분에 이르러선 비밀임을 의식했는지 소곤소곤 속삭이듯 말하는 백인하. 그야 대단하긴 하지, 이번에 한 번 더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까진 아직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
“아무튼 나도 질 수 없지. 오늘부터 빡훈련 간다.”
“오늘부터 조별훈련도 개시하는데 힘내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지만 교사들의 교육방침에 극적인 변화나 개선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오늘 오후부터 조별훈련이 진행된다고는 해도 거기에 맞춰 훈련강도를 낮춰주기는커녕 지난주동안 구르며 어느 정도 지옥훈련에 적응한 학생들에게 한층 더한 지옥코스를 제시할 뿐!
“아직 2학년 선배들이 받는 훈련 양에 비하면 갓난아기 걸음마 수준이다. 그 선배들 중에는 지금 너희보다 신체 스테이터스가 떨어지는 이도 있지.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바로 너희들의 근성이 문제다!”
“맙소사, 드디어 근성이란 말까지 튀어나왔어.”
“초인이란 엘리트 집단이 이렇게 무식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거였다니……."
학생들은 저마다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지만 심히 공교롭게도 강신혁은 학생들에게 욕박을 지르고 있는 저 교사와 어느 정도 생각이 일치하는 면이 있었다.
마나를 다룰 수 없어 어떻게든 몸으로 때우기 위해 피나게 훈련해온 그가 보기에 대부분 학생들은 아직 자신의 스테이터스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힘을 써야 할 땐 본능적으로 마나를 발휘하는 버릇이 들어있어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스테이터스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건 급성장을 거듭한 나도 마찬가지지……. 어떻게든 빨리 스스로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 능력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끔 하지 않으면 안 돼.’
지금 그는 B-랭크인 힘을 비롯한 모든 스테이터스가 B랭크에 들어선 상황. 이 정도면 이미 현역으로 뛰는 초인 중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워낙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탓에 힘을 어디까지 낼 수 있는지 모르고, 체력으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모르고, 민첩으로 어느 정도까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알 수 있을 때까지, 한계에 달하는 그 순간까지 힘을 쥐어짜내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신영의 교육방침에는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미친, 강신혁 아직까지 버티는데……."
“재 분명히 지난주보다 더 강해졌어.”
“우리 다 생존물 찍고 있는데 혼자 먼치킨물 찍고 있잖아.”
본래 1학년 C클래스에서는, 제아무리 강신혁이 신인왕까지 달성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고는 해도 백인하보다는 훨씬 아래에 두는 이가 많았다. 정확히는 백인하는 애초에 예외로 두고 생각했던 것이다.
“게다가 표정이 존나 변하질 않아.”
“원래도 힘든 표정은 안 짓지 않았냐.”
“그게 아니라 좀…… 표정이 차분해진 것 같아.”
“그럼 삭았나?”
“아니 닥쳐봐 새끼야 좀.”
하지만 오늘 수업에선 대련이든 신체단련이든, 반응속도 훈련이든 강신혁이 백인하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백인하가 전력을 다한다면 기록이 또 한 번 달라지기야 하겠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굉장했다.
“마나는 여전히 안 느껴지는데.”
“대체 뭘까.”
"혹시 신인왕 되면 학교에서 영약 같은 거 마구 퍼주고 그러는 거 아니냐.”
강신혁은 뒤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수군거림에 피식 웃으며 목창을 거두었다. 날아오는 표적을 맞추는 반응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설정된 최대 단계까지 완벽하게 클리어하고 나니 훈련이 완벽하게 끝난 것이다.
“강신혁, 백인하는 자유훈련! 나머지는 전부 집합!”
“으아아아아아.”
“이건 지옥이야.”
“저 둘처럼 하라는 게 아니다. 지금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할 수 있게 되라는 거다!”
비단 1학년 C클래스뿐만이 아니다. 지난주부터 계속, 기사학과와 마법학과를 가리지 않고 1학년 전원이 빠져나갈 틈 없이 곱게 갈려 나가며 교사들과 신영과 세상을 저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체육대회에서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기억이 그들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게 만들었으니, 과연 신영의 커리큘럼에는 빈틈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야, 강신혁 오늘 좀 괜찮은듯.”
“신인왕 되니까 달라 보이지? 알아알아.”
“아니라니까. 근본적으로 뭔가 달라졌다니까.”
덤으로 지난주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강신혁의 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었으나, 강신혁은 자유대련을 하자며 달려드는 백인하를 걷어내느라 바빠 미처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후수업까지 끝나고, 방과 후가 되었다. 그러나 그 날은 모든 1학년생에게 특별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에, 아니 죽겠는데요 쌤 진짜로……!”
“게이트 실습하다가 죽고 싶지 않으면 다들 똑바로 해야 될 겁니다.”
“시녹이, 바로 가자! 우리 감독쌤 여자라는 얘기가 있던데!”
“넌 인생이 항상 즐거워서 좋겠다. 가자, 가.”
바로 게이트 실습을 대비한 조별훈련이 체육관이며 기숙사, 블랙우드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시행된 것인데, 훈련 중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훈련 및 게이트 실습의 감독을 겸해 유명 길드 및 초인협회에서 현역 초인의 지원을 받았다.
신영을 졸업한 초인들은 후배양성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으로 기꺼이 그것에 응했는데, 사실 그것은 신영의 유망주를 물색하고 그들과 합법적으로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욱 컸다.
그래서, 아마도 이번 1학년 실습 조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1학년 C클래스 7조의 감독관은 누구였는가 하면.
“이번 신영의 게이트 실습 훈련에서 너희 1학년 C클래스 7조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초인협회에서 파견 나온 초인 신은아다.”
“……예?”
강신혁은 두 눈을 비비고 눈앞을 확인했으나, 그곳엔 틀림없이 초인협회 특무부 1조장 신은아, 즉 뇌제가 서 있었다. 그녀 역시 강신혁을 보곤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다시 보네. ……잘 부탁해.”
……아니, 그러니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