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Chapter 8. 히로익 실드, 절망의 성벽 - 1 (여기부터 유료입니다!) >
[분열하는 강철 투창기]
[C-랭크]
[특수능력 - 분열]
*분열 - 이 투창기로 투창 시, 30% 확률로 같은 목표를 노리는 창이 두 개 더 생성된다. 생성된 창은 목표물에 명중한 후 자연소멸한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변화가 닥쳐와 경악한 강신혁이었으나 그래도 장인이라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자신이 만든 투창기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아티팩트……!”
“설마 정말로 아티팩트를 만들어낼 줄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만우는 그저 기가 차 헛웃음을 토해냈다.
세계 최고의 장인인 그는 당연히 세계 최고의 감정 스킬 또한 가지고 있었고, 본래 생산자가 아니라면 확인할 수 없어야 할 정보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방금 강신혁이 만들어낸 아티팩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마음을 담는 데 성공했구나.”
“인위적으로 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하, 그걸로 충분하다.”
얘기만 들어보면 마치 득도라도 한 듯한 강신혁의 대꾸에 이만우는 그저 웃고 말았다. 설마 이런 단기간에 마음을 다잡고 올바른 길을 찾다니, 마치 과거 이미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것 같지 않은가.
“대회에 그걸 제출하면 입상은 기본이고 대상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거다. 물론 투창기를 쓰는 능력자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경연의 평가 기준은 다르니까 말이다.”
“이건 실습에 쓸 거라 당장 제출은 못하지만요……. 아무튼 늦게까지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학교 측에 그것이 네가 만든 생산품임을 증명하려면 어차피 내가 참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허, 그러고 보니 밤이 깊었군.”
강신혁의 말에 비로소 이만우도 지금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신혁의 망치질에 심취해있다 보니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있었던 탓이다.
“이만 들어가라. 다음엔 내가…… 아니.”
강신혁의 대장일을 보며 오랜만에 굉장히 격렬한 충동을 느낀 그였지만, 이내 그것을 애써 삭였다.
“아니다. 오늘은 아주 잘했어. 지쳤을 테니 이만 가봐라. 나도 쉬어야겠다.”
“알겠습니다.”
이만우가 손을 휘휘 젓자 강신혁은 얌전히 두 개의 막대를 챙겨 동아리방을 나왔다. 사실 그는 여태 용케 태연한 척을 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 기쁨에 넘치는 관리자의 100HP 보너스!
- 회원님의 마이 룸 입성을 축하하는 관리자의 200HP 보너스!
- C-랭크 아티팩트의 제작을 축하하며 50HP 보너스!
아까부터 관리자의 메시지가 그의 망막을 요란스럽게 두드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탁이니까 진정해요.”
- 관리자는 지금 매우 침착합니다. 단지 회원님의 동화율이 5%를 돌파한 것을 축하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니, 그건 고마운데 말이죠……."
C-랭크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며 야금술이 대폭 성장했고, 야금술이 성장하며 체력 스테이터스도 덩달아 성장했고, 그 와중에 동화율 까지 오르며 1차 해방이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대량의 HP를 얻고 마이 룸까지 진입할 수 있게 된 상황.
가뜩이나 혼란스럽기 그지없는데 관리자에게서 연달아 날아드는 메시지가 그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 말하면 관리자는 백퍼센트 삐지겠지. 이젠 이 관리자를 그냥 그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 취급하고 있는 강신혁이었다.
“고작 5%를 돌파했을 뿐인데 500만HP가 해금되다니.”
- 1차 해방이 완료되면 오닉스의 사료 값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가 말씀드렸지요. 회원님께서 전생에 20년 간 활동하며 벌어들인 HP의 양은 그 어떤 회원보다도 많습니다.
“……두렵네요.”
모루가 쌓은 HP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활동하며 쌓은 업이 많다는 것. 그 거대한 족적을 앞으로 자신이 더듬으며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눈앞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결국은 그것도 회원님 본인의 업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해내실 겁니다. 회원님의 손에 들린 아티팩트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제 말은 비단 그 뜻만이 아니라…… 아니, 결국 같은 거겠죠. 고마워요, 관리자 님. 까짓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죠 뭐.”
전생의 자신, 모루에 대해 떠올릴 때면 언제나 같은 의문, 같은 고뇌가 그를 괴롭혔다. 다만 이미 그 나름의 답을 낸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질질 끄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사고를 잘라내 버린 강신혁의 감사인사에, 관리자는 언제나처럼 답했다.
- 솔직하게 감사를 표할 줄 아는 회원님께 20HP 보너스!
강신혁은 투창기 두 개를 한 손에 하나씩 쥐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가 방문을 열자 가만히 누워 자고 있던 오닉스가 눈을 번쩍 뜨더니 바닥을 볼볼 기어 그에게로 달려왔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쥐고 있는 ‘분열하는 강철 투창기’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 뀨!
“안 돼. 안 줘. 앉아.”
- 뀨뀨뀨웃!
그는 한 입만이라도 먹고 싶다고 달려드는 오닉스에게 아티팩트 대신 자신이 먼저 만든 투창기를 던져준 후 아티팩트를 안전한 곳에 보관했다.
그 후, 몸을 씻고 미리 마련해두었던 간식들을 주워 먹고 나니 급격히 졸음이 쏟아졌다. 사실 마음 같아선 바로 마이 룸이라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피곤했다.
아티팩트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오늘 하루 동안 무려 두 개의 물건을 제작했으니 체력이 남아날 리 없었다. 영력은 중간에 랭크 업을 겪은 덕에 다행히 여유가 있었지만.
“그러니 조금 미뤄도 괜찮겠죠……?"
- 어쩌면 내일 확인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내일은 금요일이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주말이니까요.
강신혁은 관리자의 대꾸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물론 강신혁도 히어로 유니버스에서 뭔가를 안다 싶은 지인들이 하나같이 그에게 마이 룸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마이 룸이 그저 단순한 방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추측하고 있었지만 설마 주말까지 투자해야 할 정도란 말인가? 대체 그 안에 무엇이 있기에?
이쯤 되면 강신혁도 단단히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어보였다. 물론, 바로 방금 앞으로 나아간다는 결의를 다진 강신혁에게 마이 룸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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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금요일 수업도 전날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모든 실기과목 교사들은 학생들이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였고, 학생들은 신영의 교과목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필기과목 시간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필기과목 시간조차 학생들의 기대를 철저히 배반했다.
“첫 게이트 실습을 앞두고 고생들이 많아요. 하지만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해야 실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쪽지시험을 실시하겠습니다.”
“뭐라고요!?”
괴물생태의 담당교사가 그 말과 함께 작은 시험용지를 배부하자 학생들이 나란히 절규했다. 그러나 교사는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틀린 개수만큼 주말 과제가 가중되니 신중하게 푸세요. 게이트 내부에서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도록!”
“아니 쌤, 저희 주말에 게이트 실습 대비 단련해야 하는데……."
“게이트 실습을 대비해 하급 게이트에서 출몰하는 몬스터에 대한 지식을 단련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죠. 자, 그럼 시작하세요!”
“지, 지옥이야.”
“정말 초인이 되려면 이것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된단 말이야!?”
시험지를 받은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물론 전부 배운 내용들이긴 했지만 몬스터에 대한 지식을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학생 개인의 상황에 맞춘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많아 쉬이 답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이것들을 모르고 초인이 되는 이들이 많으니까 여전히 하급 게이트에서의 초인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고, 다른 초인양성학교의 졸업 자격 심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거겠지……. 물론 신영은 차원이 다르지만.’
정말 지옥에라도 떨어진 것처럼 학생들이 이곳저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강신혁은 담담히 답안을 채웠다. 은아의 힘을 빌릴 것도 없었다. 전생을 각성하기 전 실기 평가에서 처참한 평가를 받았던 시절 어떻게든 점수를 메꾸기 위해 필기에 매진했던 것이 바로 그이니까.
더구나 아룡환무를 익힌 만큼 몸을 움직이는 요령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강신혁은 실전 상황에서 몬스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머릿속에 명료하게 그려내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실전 상황을 상정하는 문제의 해답을 내어놓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후."
강신혁을 비롯해 필기의 중요성을 알고 평소부터 노력했던 소수의 학생들은 어떻게든 답안을 채워낼 수 있었다. 필기를 미리 준비해 둔 만큼 실습에 대비해 몸을 단련할 시간을 번 것이다.
저번 에비올레 사건 이후로 강신혁을 좋게 보고 있던 교사는 강신혁의 답안을 보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의 답안을 보면서는 다른 의미로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채점하겠습니다. 다들 이번 주말은 바쁘겠네요.”
“아 제발요 쌤……."
“저는 모든 학생 여러분이 이번 게이트 실습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녀의 말은 아마도 진담이었을 것이다. 채점 결과 답안과 함께 과제를 전달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말 동안 족히 몇 시간 이상은 이론 공부에만 매달리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중에는 카렌과 백인하도 포함되어있었다.
“다들 미안, 실은 이번 주말에 실습 대비 합동훈련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네. 헤헤.”
“너희 진짜 뭐하나.”
신영의 수업조차 장난으로 생각하는 백인하는 그렇다 치고 우수생이라고 생각했던 카렌조차 이 꼬라지라니. 강신혁의 의아함 반, 질책 반이 담긴 시선에 카렌은 겸연쩍게 웃었다.
“내가 사실 이론보다는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
“하 진짜 시녹이 너 내가 답 알려달라고 사인 보낸 거 눈치 못 챔?”
“그러다 걸리면 나까지 과제하게 될 테니까 무시했지.”
“배신자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응, 과제 수고하고.”
다만 합동훈련이 무산된 것은 강신혁에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관리자가 주말을 비울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었으니까. 그는 종례가 끝나고도 자꾸 귀찮게 달라붙는 카렌과 백인하를 떼어낸 후 곧장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준비는 되셨습니까?
“네, 아마도요.”
강신혁은 허리춤에 신살검을 차고, 옷 안에 이전 신인전을 대비해 만들었던 방어구를 착용한 후 어깨에는 보존식량과 물, 어제 만든 투창기가 들어간 배낭을 메고, 그 위에는 금속 알갱이를 오물거리고 있는 오닉스를 얹었다.
마이 룸에 들어가는 것치곤 과한 장비였지만 관리자가 직접 어느 정도의 무장은 해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좋아요, 그럼…… 들어가 보죠.”
- 마이 룸에 접속합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자동으로 어딘가로 빨려드는 느낌이 들더니… 강신혁의 시야가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마치 군에 갓 입대한 훈련병의 앞날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저 살아있어요?”
- 살아계십니다. 단지 무척 어두운 곳에 있을 뿐이니 안심하시길.
- 뀨!
다행히도 망막 위로 나타난 관리자의 메시지는 밝게 빛나고 있어 문제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외려 강신혁을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어두운 곳에 있을 뿐이라니? 그는 방금 분명 마이 룸에 입장했을 텐데 어째서 어둡단 말인가. 마이 룸에 들어오기 전까지 여러 패턴을 상상했지만, 설마 방 내부의 정경을 둘러볼 수조차 없는 패턴은 그라도 상정하지 못했다!
“그럼 불을 켜야겠죠?”
- 회원님의 훌륭한 추측에 50HP 보너스!
하지만 관리자는 그에게 HP 보너스를 주었을 뿐 불을 켜주지는 않았다.
강신혁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불을 켜려면 HP를 소모해서 전용 아이템 같은 걸 사야 하나요?”
- 아닙니다. HP는 소모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요?”
- 마이 룸의 세부기능 활성화를 위해 차원 퀘스트를 수행하셔야 합니다.
“방에 불을 켜는 게 세부기능이었군요, 그건 제가 몰랐네요.”
강신혁은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어제 1차 해방이 되면서 마이 룸에 접속해서 차원 퀘스트를 확인하라는 말이 나왔었지.
그땐 그냥 넘겼었는데 설마 마이 룸을 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퀘스트. 탐색, 원정이라는 뜻으로, 게임에서는 주로 플레이어가 NPC로부터 받아 수행하는 임무를 말한다. 아마도 차원 퀘스트 역시 그것의 일종이리라.
“불을 켜고 나면 이제 방 안에 의자나 책상 같은 걸 만들기 위한 퀘스트를 해야 되겠죠?”
- 놀라운 추리력을 지닌 회원님께 20HP 보너스!
당했다는 생각에 이를 빠득 가는 강신혁의 눈앞에 관리자의 메시지와는 다른 질감의 텍스트 박스가 떠올랐다. 바로 관리자가 말하던 차원 퀘스트에 대해 설명하는 메시지였다.
[절망의 성벽]
[당신이 과거 제작한 무구들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으며, 그 가운데에는 옳지 못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무구도 또한 있습니다. 당신이 나서서 그 업을 회수한다면 동화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닫힌 세상 키엘론에서 당신의 무구 ‘히로익 실드’를 회수하세요. 성공적으로 회수하면 키엘론의 반영구적인 출입 권한을 얻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 기한 : 한 달]
[지구와 키엘론의 시간 비율 - 1:10]
“히로익 실드.”
메시지를 읽어나가던 강신혁은 특정 부분에 이르러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히로익 실드라는 이름은 지난번 그가 떠올린 기억 속에서 모루가 만들던 방패에 붙여진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나쁜 목적으로……?”
- 그건 지금부터 직접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말인가요?”
- 그렇습니다. 마이 룸이라는 중간차원을 거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다들 저보고 마이 룸 입장 권한을 얻으라고 아우성을 쳤던 건가요……."
만약 방금 강신혁과 관리자의 대화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중2병도 이런 중2병이 없다고 했겠지만, 사실 그는 히어로 유니버스에 대해 알게 된 순간부터 어느 정도 이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다른 차원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야 세상을 직접 넘어가는 것도 불가능할 리 없을 테니까.
단지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빨리, 극적으로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거 정말 제가 해결할 수는 있나요?”
- 퀘스트의 난이도를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차원 퀘스트는 어디까지나 회원님이 지금 지니고 계신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제시하니까요.
“고른다는 건, 그러니까.”
- 예.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관리자는 지극히 담담한 메시지로 설명했다.
- 그것들 모두 전생의 회원님께서 만드신 무구를 회수하는 일입니다.
"아......."
강신혁은 기묘한 감탄사를 내며 망막에 비추어지는 메시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히로익 실드, 그것을 두고 모루가 품었던 생각을 떠올렸다. 미랑의 걱정을 떠올렸다.
결국 미랑이 걱정했던 대로 되었다. 이젠 그것들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봐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퀘스트 기한은 한 달……. 이 시간비율이라는 건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요? 키엘론에서의 열흘이 지구에서의 하루라는 얘긴가요?”
- 정확합니다. 키엘론에서 퀘스트 기한 한 달을 꼬박 채워도 지구에서는 사흘이 흐를 뿐이죠.
과연, 관리자는 처음부터 차원 퀘스트를 상정하고 있었기에 그에게 주말을 이용하라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퀘스트 기한을 모두 채울 수는 없다. 지금은 금요일 오후 4시고, 만으로 사흘이 지나면 월요일 오후 4시가 되니까.
“어떻게든 월요일 등교 시간 전까지는 끝내봐야겠네요.”
- 회원님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실 겁니다.
관리자가 무턱대고 강신혁을 칭찬해주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강신혁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신살검을 쥐었을 때 오는 확신과도 비슷했다.
“좋아요, 바로 출발하죠.”
- 알겠습니다. 세상 키엘론에 접속합니다.
지구에서 마이 룸으로 왔을 때와 같이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눈을 감았다 뜨자 그는 어느덧 다시 밝은 곳으로 나와 있었다.
그래도 차원이동이라는데 이렇게 맥없이 이루어져도 괜찮은 걸까 생각하던 순간,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소음이 동시다발적으로 강신혁의 귓가를 두드렸다.
“큭, 장군님께서 전사하셨다!”
“레이저포가 발사되려고 해……!”
“장군님께서 전사하셨다! 퇴각, 퇴각해!”
분명 관리자는 안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어째서 이런 전쟁터 같은 소음이 들려온단 말인가.
강신혁은 고개를 들었다. 실로 거대한 성벽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같은 인간들이 두 패로 갈려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 그의 시야 가득 담겼다.
“놈들의 화살을 막아! 막으란 말이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오늘은 기필코 보주를 되찾고 말겠어! 진군, 진군한다!”
“으아아아아아아! 절망의 성벽에 에너지가 모여들고 있어!”
그들 전원이 검이나 창, 활 따위의 냉병기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드물게 마나를 다루는 능력자들도 보였으나 아티팩트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수준 차이는 그리 심하지 않았으나…… 만약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벽.
“버러지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오늘이야말로 모두 죽여주마! 끈질기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당당하게 죽어라!”
“물의 보주는 우리의 것이다!”
무지막지하게 거대하고 단단한 성벽은 겉이 매끈하여 마치 통짜 철로 만든 듯했고, 심지어는 기운을 응집하여 파괴적인 빔을 쏘아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것은 하나의 거대한 아티팩트라고 봐야했다.
“관리자님, 혹시 저 성벽……."
- 맞습니다.
강신혁은 이곳에 떨어진 순간부터 자신의 영력이 신살검이 아닌 다른 무언가와 공명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대상은 바로 저 성벽이었다. 그러니 저 성벽은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무척 거대하긴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 이곳은 소형 차원 키엘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작습니다. 그것은 설령 외부에서 접속해온 회원님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
-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영력을 품고 오랜 세월 성장해 격을 확립한 아티팩트 정도겠죠. 무생물이면서 격을 지닌 것만이 이 세상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전생의 회원님이 만드신 아티팩트 말입니다.
그래, 그는 모루의 기억 속에서 저것을 보았다.
저것이야말로 그가 히어로 유니버스의 영웅들을 위해 만든 방패, 히로익 실드였던 것이다.
“……아니 저걸 대체 어떻게 회수하라고.”
- 뀨! 뀨뀨우웃!
강신혁이 절망하는 가운데 그와 마찬가지로 소형화한 오닉스가 귀엽게 울부짖었다.
그는 영력이 듬뿍 담긴 저 성벽을 향해 돌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오닉스를 필사적으로 붙들며 돌아섰다.
어째서 퀘스트의 이름이 절망의 성벽이었는지 비로소 이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