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Chapter 7. 새로운 신인왕 - 4 (무료로 연재되는 마지막 분량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티팩트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 애들 사이에서 활약하려면 그것밖에 답이 없어 보이거든요. 다행히 선생님은 제가 아티팩트를 만드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셨는지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주셨고요.”
“좋은 생각이다.”
이만우는 훌륭히 교사를 속여 넘긴 강신혁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만약 그가 만든 물건에 다른 이의 태클이 들어올 경우, 아티팩트 제작 동아리의 고문인 이만우가 직접 나서 인증을 해주기로 약속을 한 참이었다.
“다소 불안정하지만 네 기술은 이미 장인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네게 지금 중요한 것은 저번에도 말했듯 마음의 수양이지. 타인을 위한 물건을 만들 줄 알아야 하는 야장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지만,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을 절실하게 생각하며 만들면 그 성과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생각하며 만들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담긴다는 말씀이네요.”
“네게 필요 없는 잡스러운 감정들은 사라지고, 필요한 감정들만이 남을 테니까.”
“그렇군요!”
세계 최고의 야장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이만우의 말들은 전과는 사뭇 다르게 들렸다. 모루의 기억을 갖고 있는 자신이 이만우의 조언까지 받아가며 수련한다면 야금술의 성장은 더더욱 빨라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
강신혁의 눈이 초롱초롱한 것을 본 이만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굳이 뭘 들었냐는 식으로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얘기를 시작했다.
“신인전은 잘 봤다.”
“하하······.”
“웃을 일이 아니다. 네가 가진 야금술이 얼마나 심오하고 깊은 기술인데, 거기에 다른 길까지 함께 추구하겠다니······.”
묘하게도 클레어와 같은 말을 하는 이만우의 모습에 강신혁은 과연 장인끼리는 통하는구나, 같은 멍청한 생각을 했다. 다만 그가 내놓는 답은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둘 다 해낼 겁니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어요.”
“그리 말할 줄 알았다. 내가 뭐라 간섭할 자격은 없으니 더는 말 안 하겠다. 어쩌면 네가 얻은 야금술이 너의 전투능력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모를 노릇이고······. 혹은, 네가 익힌 무술이 야금술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터.”
지금처럼 말이다, 하고 말을 마무리하는 이만우. 직접 전선에 나가는 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파악하고 궁리할 터, 그 마음이 야금술의 결과물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터였다.
“뭔가 해주실 만한 조언은 더 없나요?”
“없다. 나머지는 네가 직접 궁리해봐라.”
“음, 그렇다면······.”
강신혁은 곧장 궁리를 시작했다. 그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의 특성······ 둘은 빠르고, 하나는 단단하고 강하다. 그렇다면 나는?
‘그야 나는 적당히 빠르고 강하지. 그러니까 묻힐 것 같은 거고······ 방향성을 달리해보자. 전투 방식에 대해서.’
답은 금방 나왔다. 그를 제외한 세 명 모두가 근거리 공격수라는 것. 그야 물론 강신혁도 검이나 창을 즐겨 쓰지만 그의 아룡환무는 본디 모든 무기를 아우르는 특급의 무기술이다.
당연히 그는 활이나 총을 비롯한 원거리 무기들을 검 만큼이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근거리 무기로는 활약할 기회가 부족할지 몰라도, 원거리 무기를 챙겨간다면 확실하게 그가 나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거리 무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 활도 있고, 석궁, 총, 새총이나 슬링, 투창도······ 아, 총은 아직 내가 만들 능력이 안 되니 제외.’
특별허가를 받은 학생 외에는 실탄 소지도 금지되니 애초에 논외였다. 더구나 총은 사용자의 능력에 따른 강화 여지가 그리 크지 않아, 강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그리 선호되지 않는 무기이기도 했다.
물론 1학년생의 실습으로 가게 되는 게이트의 몬스터가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냐마는.
‘석궁도 마찬가지 이유로 논외. 물론 내 영력과 특성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강해지겠지만 딱히 좋은 인상을 남기기는 힘들 거야.’
강신혁은 과거 십팔반무예였던 자신의 특성 스킬을 수련하며 접했던 무수한 무기들을 떠올리며 그중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것은 제법 즐거운 과정이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그는 이제야 비로소 대장장이로서 한 발짝을 내딛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정했습니다.”
“그래서 뭘 만들기로 했지?”
“투창기와 투창을 만들 겁니다. 아예 활을 만들자니 던전 안에서 그것을 주력으로 사용할 것 같지 않고, 투창이라면 원거리 공격이 필요한 상황에 활보다 강한 파괴력을 낼 때 쓰기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창기. 아틀라틀로 대표되는, 창을 던지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끝이 굽은 막대의 단순한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투창기에 창을 끼워 던지는 것만으로 속도와 사거리가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투창기라, 형태가 단순한 만큼 특출난 물건을 만들기는 힘들 거다.”
“대신 창을 조금 다양하게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뜻이 그렇다면 어디 해봐라. 지켜보지.”
그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투창기라면 투척기술을 한창 연습할 때 많이 쥐어본 적이 있기에 형태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고, 도구로서 갖춰야 할 특성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나머진 그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마음을 통제한다. 마음을 통제한다······.’
강신혁은 이젠 제법 익숙한 모습으로 주괴를 화로에 달궈 녹이고, 망치로 그것을 두드려 늘였다. 투창기는 단단하되 무게가 크게 나가지 않는 것이 좋으므로 속을 비워냈다. 다음으로 끝을 구부려 투창을 끼울 돌출부를 깎아냈다.
‘어떤 마음을 담아야 할까. 모루라면 이때 어떻게 이것을 만들었을까. 이 부분에서는······.’
작업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지만, 작업 그 자체는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그 누구도 강신혁을 망치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리라.
무작정 몸이 이끄는 대로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젠 제법 자신만의 요령이 붙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만우가 말했던 ‘우주복’과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조금씩,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 미약한 영기가 깃든 강철 투창기(D+)를 만들었습니다. 야금술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다만 어째서일까, 무척이나 신중하게 작업을 진행하며 영력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투창기는 아티팩트로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도 자체는 훌륭했는지 D+급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지만 그래도 아티팩트가 아닌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동화율도 오르지 않았으니 말 다한 셈이다.
“강철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것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봐도 좋겠어······ 처음의 부자연스럽던 망치질도 이젠 제법 자연스러워졌다.”
이만우는 그렇게 말하며 드물게도 그를 칭찬했지만 강신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재료의 한계라니, 모루는 멸망한 세상의 버려진 공방에 남아있던 허섭스레기들을 가지고도 무수한 영웅들을 경악시킬 만한 보물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아티팩트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의 숙련도의 문제도 아니었다. 이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여기에 만족하고 손을 멈춰버리면 야금술의 성장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미 제법 시간이 흘렀다. 투창도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은 간식도 많이 챙겨 와서 괜찮습니다.”
강신혁은 공방 한켠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들어 그 안에 가득 찬 에너지바를 내보이며 씩 웃었다. 이만우는 말을 잃고 말았다.
가방을 연 김에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는 우물거리며 그는 다시 작업에 돌입했다. 주괴를 들어, 녹인다. 적당히 녹은 시점에서 망치를 들어 정성껏, 정성껏 두드렸다. 아까와 완전히 같은 공정이었지만 손을 놀리면서도 온전히 눈앞의 금속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래, 너무 잡생각이 많았어. 바라는 것도 많았고, 담으려는 생각도 너무 많았어.’
영력이 피어나 그와 그의 손에 들린 망치, 나아가 모루와 그 위에 놓인 쇳덩이를 감쌌다. 아직까지는 희미하기만 한 금속의 목소리가 그에게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쫓아 망치를 놀렸다.
금속을 두드리는 모루의 모습이 어떠했던가를 떠올렸다. 그는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을 무구에 불어넣고자 의도한 적이 없었다. 그저 쇠를 두드리며 자연스럽게 떠올린 마음들이 영력을 타고 자연스레 무구로 옮겨갔을 뿐. 분노가 묻어났던 것도 시작은 그래서였다.
- 깡! 깡! 깡!
그래, 강신혁은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착각하여 지나치게 그것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만우도 말하지 않았던가, 감정을 쇠에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이루려 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착각을 바로 깨닫게 되어 다행이야.’
어쩌면 모루의 기억이 그가 길을 엇나가지 않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거기에 대해서조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쇠를 두드리고 있는 것은 모루가 아닌 자기자신이었기 때문이다.
- 깡! 깡! 깡!
모루도, 마음도, 영력조차 잊었다. 강신혁은 그저 투창기를 두드려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직 좋은 성능을 가진 물건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모든 장인이 품어 마땅한 근본적인 기원 뿐.
모루가 진동했다. 망치가 쇠를 두들길 때마다 짙게 뻗어 나온 영력이 금속을 감싸며 강신혁의 기원을 전달했다. 쇠는 기꺼이 그것에 응하며 울음을 울었다. 이제 막 태어나려는 자의 울음이었다.
“허어······.”
이만우는 완전히 야금술에 몰입한 강신혁의 모습을 보며 나직이 탄식했다. 물론 지난 두 번의 작업으로 보여준 그의 재주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그 발전 속도가 터무니없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 시작인가. 내가 알 수 없는, 따라갈 수도 없는 영역의 망치질이······.’
본디 야금술이란 기술은 그 희귀도가 딱히 정해지지 않은 일반 스킬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가 각성하는 야금술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만우는 본디 대장장이로서 수준 높은 기술을 익히고 있었으며, 거기에 야금술을 얻게 되면서 보다 더 심오한 테크닉을 배웠다. 야금술을 각성한 순간 ‘저절로 머릿속에 지식이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야금술 스킬만 얻었을 뿐 실제 스킬의 요령은 얻지 못하는 이도 있고, 스킬의 요령을 얻었어도 터놓고 보면 나와는 다른 방식의 야금술인 경우도 많다. 대개 그 지식의 수준, 그것을 응용하는 능력에 따라 야장으로서 성장 방향성, 가능성이 갈리지······.’
그렇다면 강신혁은 어떤가. 감히 단언컨대 그의 야금술은 이질적이었다. 그 어떤 야금술 스킬 보유자도 스킬 각성 순간부터 장인에 가까운 수준의 솜씨를 지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제아무리 선명한 노하우가 뇌리에 새겨졌다 해도, 그것을 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강신혁은 달랐다. 비록 아직 어색하고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그는 처음부터 장인급의 기술을 보유한 것처럼 움직였으니까. 하물며 그 기술의 수준은 이만우가 감히 논하기도 황송할 지경.
‘심지어 이 녀석은 자신에게 남아있던 사소한 위화감, 엇갈림조차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곤 맞는 길을 찾아 가고 있어. 빠르다. 내가 보아온 그 어떤 장인보다도 빨라······.’
그리고 물론, 자신보다도 빠르다.
빠르고 새로우며 깊고 아름답다.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이만우는 자신이 강신혁에게 질투하고 있음을 깨닫곤 헛웃음을 터트렸다. 은퇴를 선언하며 망치마저 놓아버린 늙은이가 이제 막 발전하고 있는 젊은이를 상대로 질투심을 느끼다니? 본인의 꼴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가. 하지만 그래, 이것이 재능이겠지. 다른 누군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무엇보다도 찬란하게 개화할 재능.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방해가 들어오지 않게 하는 정도인가.’
담당교사로서의 책임감? 아니, 그런 것 따위는 없다. 신영이라는 터전 또한 이만우에게는 벗어던지고 싶은 족쇄에 불과했다.
고백하자면 그는 그저 이 놀라운 소년의 야금술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보고 싶을 뿐이었다. 처음 본 순간 그를 압도하고, 끝내 경외하게 만든 이 재능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화해나갈지 두 눈에 똑똑히 담고 싶을 뿐이었다.
그라면 어쩌면, 자신이 끝내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런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었을 땐.
- 적당량의 영기가 깃든 ‘분열하는’ 강철 투창기(C-)를 만들었습니다! 야금술의 숙련도가 크게 오릅니다!
- 야금술 스킬이 단번에 D랭크로 성장합니다! 스킬의 성장에 의해 체력이 C+랭크로 성장합니다. 열기에 대한 저항력이 보다 높아집니다. 앞으로 작업속도에 20%의 보정이 붙게 됩니다.
- 동기화가 크게 가속됩니다. 현재 동화율 5.3%
- 혼의 그릇이 넓고 견고해지며 영력이 C랭크로 성장합니다. 하위 영체로부터 피해를 덜 받게 됩니다. 혼의 근원을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 VIP 1차 해방이 진행됩니다. 500만 HP가 해금됩니다! 마이 룸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마이 룸에 접속하여 차원 퀘스트를 확인하세요!
어느덧 손에 완성된 잿빛의 투창기를 들고 있는 강신혁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