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Chapter 7. 새로운 신인왕 - 2
“좁네.”
클레어는 강신혁의 방을 둘러보곤 짧게 감상을 표했다. 만약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치킨 봉지만 아니었어도 그는 진작 그녀를 내쫓았을 것이다.
“누나, 여기 남자기숙산데 그냥 들어오셔도 되는 거예요?”
“신혁 네가 모르는구나. 원래 들키지만 않으면 범죄가 아니야.”
클레어는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문 입구에 자그맣고 검은 원형의 뭔가를 붙였다. 강신혁이 그것을 가만히 보자 그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인식방해결계 같은 거야. 히어로 유니버스 거래 게시판에 가면 저런 거 많이 파니까 너도 하나쯤 사둬. 5만 HP밖에 안 해.”
“5만······!”
“와,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신인이네. 5만 HP로 뭘 놀라고 그래? 일회용도 아니고 충전되는 물건인데.”
VIP 보너스를 받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변종 워 트롤을 열 마리 잡아야 획득할 수 있는 HP가 아닌가! 강신혁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만약 그의 VIP 보너스의 존재를 클레어가 알았더라면 경악해 기절하리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그게 대단하다는 건 알았는데, 여기 기숙사 사감이 누군지는 아세요? 에밀 볼튼이라고, 한때는 무려 세계초인랭킹 300위 안에 들었던 진짜 굉장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무투파잖아. 그럼 안 걸려, 괜찮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괜히 불안해졌는지 클레어는 방해결계를 하나 더 꺼내 근처에 툭 붙였다. 그리곤 앉을 자리를 찾아 강신혁의 침대 위에 철퍼덕 앉더니, 곧 방 한켠에 놓인 쿠션 위에 누워있는 고슴도치의 모습을 발견했다.
“혹시 어제 그 알에서 나온 거야?”
“누나 눈치 귀신이네요.”
“아무 망설임도 없이 오파츠를 고르는 거 보고 눈치채긴 했지. B급 아티팩트를 그냥 팔아도 돈이 얼만데 네가 확신도 없이 그걸 내버릴 것 같진 않았거든? 와, 근데 엄청 귀여워. 얘 안아 봐도 돼?”
“금속은 가까이 하지 마세요. 먹어치우니까.”
신은아를 만나고 돌아왔을 땐 이미 문손잡이와 벨트 버클을 당한 후였다. 단단히 교육을 해두긴 했지만 녀석은 지금도 배고프다며 칭얼거리고 있었다. 빨리 무슨 수를 내긴 내야했다.
“금속? 좋았어, 기다려봐.”
곧 그곳에 대천사 클라엘이 강림했다. 아무 망설임 없이 히어로 유니버스에 접속한 클레어가 거래 게시판에서 적당한 금속을 구매한 것이다!
- 뀨우우!
허공에 뿅, 하고 정체모를 금속 주괴가 나타나자 고슴도치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우다다 달려들어 점프해 주괴를 물고 매달렸다! 클레어는 가시를 눕힌 녀석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쓰다듬었다.
“얘 엄청 빠르다. 나중에 자라나면 전투 방면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거 아냐?”
“귀한 거 먹이고 키우는데 뭔가 하긴 해야죠. 주괴 고마워요, 누나.”
“별로 비싼 것도 아닌데 뭐. 아, 우리도 먹자.”
저번에 확실히 학습한 덕에 클레어는 아예 치킨 다섯 마리를 사들고 왔다. 그것도 강신혁이 조심스레 입에 담았던 브랜드의 치킨을 제대로 사온 것이다.
감격해 또 뭐라고 말하려는 강신혁의 입에 닭다리를 물려준 클레어가 콜라캔을 따며 말했다.
“결과적으로 좋게 정리된 게 아닐까 싶네. 넌 이번에 신인 데뷔 제대로 했고, 은아한테 들키지도 않았고.”
“우물우물······ 후, 그래도 뭔가 느낀 것 같기는 해요. 제가 편하다고 했거든요. 유독 신살검에 시선을 주는 것 같기도 했고.”
“은아가 직접 그런 말을 했다고? 진짜 그 애 직감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래도 안 들켰으니까 된 거야. 아, 혹시 들키고 싶었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오늘은 좀 잠잠하지만 평소엔 30분 간격으로 메시지가 날아드는데. 만약 제가 정체를 들키면······ 으으.”
걱정 반 각오 반으로 임했던 이번 체육대회에서, 그러나 다행히도 뇌제는 그가 모루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도 못했다.
즉 강신혁이나 클레어가 말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들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신은아와 일대일로 만날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와 직접 만나보니······.
“그분 성격이 원래 그래요?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던 사람하고는 완전 다른 이미지던데.”
“그러니까 더 무서운 거지. 물론 나한테도 평소 서글서글하긴 하지만 모루 얘기를 할 땐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다니까. 그 애가 그러는 걸 보고 있으면 이쪽이 더 불안해져.”
클레어의 말에 강신혁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래, 무섭다. 겉으로는 멀쩡한······ 사회적으로 봐도, 도덕적으로 봐도 훌륭한 한 명의 성인인 그녀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만 일곱 살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니까.
이전까지는 굳이 나서서 말할 필요가 없겠다 생각한 정도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어지간하면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은아'가 아닌 '뇌제' 쪽이 더 좋았다.
“그래, 아무튼 잘 해결된 거지. 그러면······.”
캔을 따서 강신혁에게 건넨 클레어는 학교 기숙사에 숨어든 주제에 지극히 당당하게 봉지에서 꺼낸 맥주캔을 따서는 그의 캔과 맞부딪혔다.
“강신혁의 신인전 우승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 뀨!
강신혁은 콜라를 원샷하곤 치킨을 물어뜯었다. 꿀맛이었다. 클레어 역시 기분 좋은 기색이었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치킨을 헌팅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면 넌 하이브리드구나. 난 생산 쪽에 능력이 집중된 편인데.”
“전생의 모루는 완벽한 생산계열이었던 것 같아요. 관리자님 말에 따르면 전생에는 이런 특성은 없었다고 하니까.”
“아하, 그래서 하이브리드가 되는 건가. 하지만 야금과 전투, 둘 다 해내려면 힘들 거야. 하나 통달하기에도 힘든 길이잖아?”
“할 수 있어요. 반드시.”
벌써 한 마리를 해치운 강신혁이 입가에 기름을 묻힌 채 강한 어조로 말했다.
클레어는 저번에 만났을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어쩌면 치킨을 먹고 있을 때 가장 자신감에 넘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있을 거야.”
“당연하죠.”
“좋아, 네가 노력하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나 바 개업할 준비 다 했어.”
“그때 그 말 진심이었구나······.”
보는 강신혁이 절로 따라 마시고 싶어질 만큼 호쾌하게 맥주캔을 원샷한 클레어가 씩 웃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능력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이동식 바를 차릴 거야. 물론 본점은 따로 두겠지만, 정작 중요한 바텐더인 나는 게이트가 발생할 때마다 칵테일 재료를 실은 카트를 끌고 가서 그곳에서 장사를 하는 거지! 어때, 로망이 느껴지지 않아?”
“우와, 굉장히 멋져요.”
“역시 알아주는구나!”
강신혁은 영혼을 거래 게시판에 올려버린 것이 아닐까 의아할 정도로 영혼이 없는 대꾸를 했지만 다행히 클레어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그가 2살만 어렸더라도 진심으로 환호하며 사방팔방으로 울부짖었을 법한 아이디어이기는 했다. 특히 멀쩡한 가게가 있는데 그곳을 버려두고 카트를 끌며 게이트를 전전한다는 부분이 중2병을 간질이는 구석이 있었다.
“단순한 포션 장사가 아니야. 게이트에서 나타나는 몬스터의 속성을 파악해서 그 몬스터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칵테일을 즉석 제조해서 파는 거지!”
“최전선에서 인류를 수호하는 바텐더로군요.”
“최전선······ 그래, 프론트라인 바텐더. 어때!?”
무척 구리다고 생각했지만 강신혁은 거기에 애써 태클을 걸지 않았다. 클레어는 무척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혁, 네 센스 아주 좋았어. 누가 내게 이름의 유래를 물으면 네가 지어줬다고 할게. 바텐더의 나아갈 길을 알려주고, 때로 훌쩍 나타나 능력을 다루는 조언을 해주는 미스테리한 남자······ 좋아, 포지션까지 완벽해.”
“어, 네? 누나?”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물으려던 건데.”
그는 단지 문득 생각난 걸 말했을 뿐인데 어느덧 그녀의 중2병 연극에 말려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를 말리기 전에 화제가 다른 곳으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너 혹시 이만우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거 있어?”
“······선생님을 알고 계세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나와 강신혁은 태클을 걸려던 것도 잊어먹고 반문했다. 그러나 클레어의 놀라움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뭐야, 너 그 사람 개인적으로 알고 있어!?”
“개인적이고 자시고 동아리 담당교사신데요. 그리 친하지는 않은데 제가 공방에서 쇠 두드리고 있으면 가끔씩 나타나서 한 마디씩 툭툭 던지고 가세요.”
“하이고.”
조금 귀찮을 때도 있다는 말은 간신히 삼켰다. 클레어는 그의 말에 이마를 짚었다.
“설마 정말로 그 사람이 신영에 있었을 줄은······.”
“역시 유명한 분이세요?”
“말해 뭐해, 지구 초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야장인데. ······아, 은아는 모루에 비하면 쨉도 안 된다고 투덜거리긴 했어. 뭣도 아닌 게 장인인 척 한다고.”
그 말에 강신혁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은아가 얼마나 모루를 생각하고 있는지 그 말만으로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실제로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모루는 히어로 유니버스의 회원이고, 이만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만 봐도 명확했다.
다만 지금의 강신혁은 모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허접한 실력을 갖고 있는 대장장이 연습생이라는 것이 유일한 문제였다.
“그런데 그 분은 왜 찾으세요?”
“야장을 왜 찾겠어, 도구 만들어달라고 찾는 거지.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건너건너 의뢰라도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힘들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신영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해서 너한테 물어본 거야. 근데 정답이었네.”
원하던 답을 찾았음에도 클레어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강신혁이 이유를 묻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사실 그 사람이 잠적한 이유를 좀 알고 있거든. 하지만 일단은 찾고 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알게 되니까 조심스러워져서.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직접 야금하는 모습은 봤어?”
“아뇨, 전혀.”
“으으으으음, 그래.”
클레어는 깊이 고민했으나 이내 푸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안 되겠네. 쉬겠다는 사람 괴롭히는 건 내 성미가 아냐. 이렇게 된 이상 신혁에게 기대하는 수밖에.”
“저한테요?”
“응. 방금 네 입으로 말했잖아, 둘 다 해내겠다고. 모루의 능력을 되찾는 데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도구 몇 개쯤 대수롭지 않을 거 아냐.”
거기에, 하고 클레어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너한테 기대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신은아 선배님이요?”
“아니, 이만우. 네 재능을 알아본 게 아니라면 그렇게 널 귀찮게 굴 리가 없잖아. 오죽하면 은퇴를 결심한 사람이 그럴까.”
클레어는 새로운 콜라캔을 따 강신혁에게 건네며 윙크했다.
“일단 지구 최고의 장인의 인정은 받아놓은 셈이니까 나도 믿을 수밖에. 누나가 잘해줄 테니까 나중에 성장해서도 섭섭하게 대하면 안 돼. 알았지?”
“······네.”
급 접근해오는 예쁜 누나의 얼굴,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윙크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강신혁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클레어는 그의 순진한 반응에 재차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 몫의 캔을 따더니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이거 다 먹고 바로 칵테일 제조할 거니까 넌 보고 있으면서 영력이 발동했나 안 했나 알려줘. 실패작이랑 성공작 다 네 뱃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옛서, 각오하겠습니다.”
혹시 지금부터 제법 괜찮은 분위기가 되나 기대했던 강신혁은 빠르게 기대를 접고는 다시 닭다리를 뜯기 시작했다. 관리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 동화율을 더 높이시면 감정을 보다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게 되실 겁니다. 그것이 바로 20년간 쇠를 두들기며 살아갔던 회원님의 진정한 능력입니다.
‘알겠어요, 내일 바로 야금술 하러 갈 테니까 그만 괴롭혀요······.’
- 뀨
주인이 청춘사업에 난관을 겪든 말든, 주괴를 다 먹은 오닉스는 강신혁과 클레어가 다 마시고 남은 알루미늄 캔을 야금야금 뜯어먹고 있었다.
녀석의 등에 난 가시가 점차로 날카로워지고 있었지만 아직 강신혁은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
- 그렇게 된 거야. 진짜 계약만 하고 헤어졌어.
“흠, 그래?”
강신혁과 헤어져 호텔로 돌아오는 길. 클레어는 신은아와 통화를 하며 그녀가 오늘 만났다는 ‘협회원 후보생’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었다.
물론 그 후보생과 자신이 치킨 파티를 하고 오는 길이라는 얘기는 해줄 생각이 없었지만.
- 어제도 말했지만 잠재력이 굉장한 아이야. 솔직히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어. 괜히 신살검에 선택받은 게 아니구나 싶더라니까.
“그래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계약조건을 들이민 거야?”
- 으, 응?
“지원금에 아티팩트 대여? 위장신분 제공? ······단순한 피후원자한테 그런 말도 안 되는 특혜를 준다는 얘기는 미국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클레어는 피식 웃으며 친구를 추궁했다.
“나한테만 솔직하게 말해봐, 은아야. 대체 무슨 생각이야? 설마 정말로 반했을 리도 없고.”
- 반했을지도 몰라.
“······응?”
‘그 사람이 바로 우리 할부지란 말이야!’같은 답을 기대했던 클레어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부터 직구로 날아든 말에 쩌저적 굳어버리고 말았다.
점입가경이라, 전화선 너머이기에 그런 친구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는 신은아는 점점 더 대담한 고백을 해오고 있었다.
-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가. 볼 때마다 심장이 요동쳐. 이렇게 꾹, 가슴이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만난 적도 없을 텐데 못 견디게 그리운, 다가가 껴안고 싶은 충동이 들어. 그래서 도저히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어. 어떻게든 협회로 끌어들이고 싶어서 직권남용을 조금······.
“어······ 응? 으으응?”
- 사랑일까?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클레어, 이건 사랑이야?
“그, 글쎄······ 부정맥 아냐?”
클레어는 애써 신은아의 말을 부정했지만 속으로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미 모루라고 직감하고 있구나! 하지만 이성의 영역에서 그럴 리가 없다고, 그렇게 ‘운이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의식을 차단해버린 거야! 그래서 이런 개떡 같은 사태가······!’
그렇다고 강신혁의 정체를 자신이 말해줄 수도 없고! 절규하는 클레어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신은아는 순진한 소녀가 되어 중얼거리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 결정적인 이유가 있어.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헤어핀이 마구 진동한단 말이야! 18년 동안 끼고 있었으니 잘 알아. 그건 굉장히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나 나타나는 반응이야. 클레어 너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어.
“아, 응. 모루가 만들어줬다는 헤어핀 말이지······. 그래서? 그게 진동하니까 좋은 사람이다?”
- 확실해. 어쩌면 이건 운명이 아닐까? 할부지가 나를 위해 마련해준 인연······!
모루 본인이 만든 헤어핀이기에 그에게 반응하고 있을 뿐인데, 그 사실을 이렇듯 무시하고 있으니 실로 완벽한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었다.
- 정말 사랑이면 어떻게 하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일단 할부지한테 물어봐야겠어.
“그러지마 제발!”
- 아니, 물어볼 거야. 울 할부지라면 자기 일처럼 같이 고민해줄 테니까.
“그야 그렇겠지!”
실제로 자기 일이니까!
- 강신혁, 강신혁······ 흐, 좋은 이름 같아. 성격도 바르고. 게다가, 그······ 클레어가 봐도 잘생긴 것 같지?
“으, 은아야아아아······!”
뇌제를 아는 다른 이들이 들었다간 제 귀를 의심했을 푼수 같은 발언의 연속!
연금술사는 점차 혼돈의 카오스처럼 돌아가는 상황에 절규하며 제 머리를 붙잡았으나······ 실로 애석하게도 클레어에겐 그녀의 일을 자기 일처럼 같이 고민해줄 할부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