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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Chapter 6. 알을 깨고 나오다. - 7

시상식은 그 날 오후 치러졌다. 체육대회의 결과 발표, MVP 선정과 함께.

강신혁과 백인하의 분투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청팀이 백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으며, 카렌 스트링필드가 기원하던 대로 비룡기사단의 부단장이 투왕전 결승에서 마도왕을 훌륭히 꺾고 투왕의 좌를 차지하였다.

기사왕이 8강에서 탈락하면서 투왕을 마법학과에서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신인왕과 투왕을 모두 기사학과에서 차지하게 되면서 올해 기사학과의 입김이 거세지게 된 것이다.

“올해 신영에는 정말 인물이 많은데.”

“저 2학년 꼬맹이······ 엘레노어 R. 알제(Eleanor R. Alger)라고 했던가? 작년엔 별로 눈에 안 띄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나탄 보댕을 꺾고 투왕이 된 거지?”

“기사왕을 꺾었던 1학년생이 누구라고? ······아, 백인하. 그래, 그 사람의.”

“역시 신영은 신영이야. 이래서야 내년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가장 먼저 체육대회의 결과 발표를, 그 다음으로는 MVP 클래스와 개인 시상을. 이어서 기사왕과 마도왕, 투왕을 불러 시상했다.

보통은 기사왕이나 마도왕 중 한 명이 투왕까지 차지하는 법인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으니 그것이 특이하다 할 수 있었다. 강신혁 또한 이번 기회에 카렌 스트링필드가 그렇게나 칭찬하던 비룡기사단 부단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인인가. 같은 나라 출신이라 카렌이 따르는 거였구나. 비룡기사단도 그렇고 마도학회도 그렇고 전부 유학생들한테 먹혔나. ······그런데 저 사람 진짜 18살 맞아?’

깨끗하고 검은 흑발을 길게 기른 영국인 소녀. 아마도 특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맑은 보랏빛 눈동자는 그녀에게 고고하고 귀족적인 이미지를 더해주었다.

다만 강신혁이 한 가지 놀란 점이 있었다면 그녀의 몸집이 아주 작았다는 것이다. 155센티미터에 채 미치지 못하는, 근접전을 펼치는 능력자로서는 터무니없이 불리한 작은 키와 더불어 왜소한 몸집까지.

그러나 그 누구도 감히 그녀를 작다고 놀리거나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투왕으로서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그녀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으니까. 강신혁은 만인에게서 쏟아지는 시선을 담담히 받아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 다음으로는 신인전 우승자에 대한 상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강신혁은 그 날 처음으로 신영의 학교장과 코앞에서 대면할 수 있었다.

학교장의 이름은 신윤학. 다른 여러 명문 초인양성학교가 그러하듯 그 또한 과거 세계최고의 영웅 중 한 명으로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었는데, 실제 나이는 일흔에 가까운데도 아직까지 마흔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몸에 품은 마나의 양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강신혁 군······ 처음부터 자네에게는 거는 기대가 많았지.”

시상을 위해 학교장과 둘만이 마주섰을 때 그가 그런 말을 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에 강신혁은 애매한 웃음을 흘릴 따름이었다. 그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니, 그런 거짓말을 믿을 리가.

“그리고 자네는 내 기대를 훌륭히 충족시켰어. 자네와 같이 독특하고 훌륭한 특성을 지닌 학생들이 바른 길을 찾아 자라날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우리 초인양성학교의 의무라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독특하고 훌륭한 특성이라는 말에는 정말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정말로 그와 같은 특성을 지닌 아이들을 배려하고 도울 작정이었다면 신영은 크게 실패하고 있는 셈이지만, 애초에 겉치레에 불과한 말일 테니 태클을 걸지 않기로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씨앗이 자라나게 물을 붓지 않는다. 메마른 땅에서 혼자 힘으로 자라난 새싹들만을 보고 살핀다. 한없이 어리석은 일이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강신혁은 지금 이 순간, 단단한 땅을 뚫고 싹을 틔운 것이다. 그는 물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더구나 한국 학생들 체면도 살려줬고 말이야. 앞으로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겠네. 다음에 이렇게 마주하게 되는 건······ 아마 프랑스에서겠군.”

“넵.”

프랑스라. 강신혁은 그 순간 신인전과 우승 부상에만 정신이 팔려 잊어먹고 있던 사실을 한 가지 떠올려냈다.

신인전을 비롯한 각 개인전의 4강 진출자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5회 세계초인회의에 학교 측 게스트로 참가하게 된다고 했던가.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니 절로 신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이 붉은 배지는 강신혁 군이 신영의 신인왕임을 증명하는 배지이니, 교복을 착용할 땐 언제나 달고 다니도록.”

“알겠습니다.”

교장은 그에게 상장을 수여한 후, 그의 왼쪽 가슴팍에 직접 배지를 달아주었다. 참고로 기사왕과 마도왕, 투왕에게도 비슷한 배지가 주어진다. 비룡기사단의 망토도 그렇고 정말 이런 부분을 꼼꼼히 챙기는 학교였다.

“그럼 이제 끝인가?”

“부상이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

“아아, 그래. 두 가지가 있었지. 강신혁 군은 무엇을 원하나?”

“저는 구체형의 오파츠를 원합니다.”

강신혁은 아무 망설임 없이 대꾸했다. 이미 능력까지 확실하게 공개된 B급의 우수한 아티팩트와, 정체를 모르는 구체형의 오파츠.

누구나가 아티팩트를 고를 만한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택하는 강신혁의 모습에 학교장의 한쪽 눈썹이 기울어졌다.

“호오, 그래. 어째서인가?”

“저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게다가 저는 마나를 다루지도 못해서 B급 아티팩트라고 해도 소용이 없기도 합니다.”

“하하, 그랬었지. 그래, 그랬었어.”

교장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교직원에게 손짓해 정체모를 구체가 담긴 상자를 건네받았다. 그는 그것을 강신혁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 안의 가능성을 깨워낼 수 있으면 좋겠군. 자네가 그러했듯 말이야.”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그는 상자를 받아 안으며 굳건한 어조로 대꾸했다. 교장은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그와 악수했다.

순간 그에게서 은밀하게 뻗어 나온 기운이 강신혁을 탐색하려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을 지키는 견고한 성과도 같은 영력이 침입자에게 민감하게 반응한 덕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뭔가 대응하기도 전에 관리자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 영력은 감히 저 자가 읽어낼 수 없는 힘이니 가만히 있으셔도 됩니다.

‘재생력은요?’

- 스테이터스 창을 스스로 열어 보여주시지만 않는다면 그것 또한 들키지 않습니다. 스킬이나 특성의 일부로 충분히 얼버무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만약 관리자의 조언이 없었다면 강신혁은 영력을 활성화시켜 더욱 수상한 광경을 연출하고 말았으리라. 교장의 탐색 능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평범하지는 않다는 증거였으니까.

“음음, 그래.”

깨어난 아룡에 대해 알게 된 것만으로 만족한 것일까, 교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혁 역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왔다. 속으로는 혀를 차고 있었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기대가 많기는 개뿔, 한껏 의심하고 있었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그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며 단상에서 내려오니 백인하를 필두로 1학년 C클래스 아이들이 모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신혁 님 오셨다, 다들 길을 비켜라!”

“신인왕 님 행차하신다!”

“내가 지금부터 신인왕 님의 업적을 랩으로 불러볼게. 교장 선생님, 비트 주세요!”

“누가 저 새끼 입 막아!”

다른 누가 보면 다들 강신혁의 절친이라도 되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어깨에 척척 팔을 거는 동급생들을 애써 뿌리치지 않았다.

그는 이제 괜히 과거를 돌아보며 끙끙대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이젠 이들과 얼마든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의 그였더라면 그런 생각은 도저히 불가능했겠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부정적인 마음을 모두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아주 조금, 조금이나마 성숙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아, 도우진.”

그런 와중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도우진의 모습이 강신혁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뜻대로 강신혁이 우승했음에도 여전히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에 실소가 나왔다.

“고맙다. 덕분에 이겼어.”

“혹시 마지막 그거, 벨트 덕분이었냐?”

“어. 제대로 봤네.”

“그래.”

도우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강신혁은 픽 웃으며 그에게 벨트를 건넸다.

“헐, 그러고 보니 그거 도우진이 빌려준 거였어?”

“쟤네 언제 친해짐?”

“도우진 혹시 그거 아니냐, 츤데······.”

“도우진, 신인왕의 키다리아조씨······!”

둘 사이에 오간 대화를 알아들은 반 아이들은 그제야 도우진에게도 뭐라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앞으로 더는 둘로 인해 반에 어색한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잘했어.”

“하.”

백인하가 말했다. 강신혁은 뭘 잘했다는 거냐고 묻는 대신 자신의 왼쪽 어깨를 툭툭 털어보였다. 가슴팍에 매달린 붉은 배지가 흔들리는 모습에 백인하의 눈도 흔들렸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시뇩이 너 딱 기다려라, 내년엔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게 될 거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1년 동안은 너한테 형님 소리 듣겠네. 어디 한 번 불러봐라, 아우야.”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왕위를 계승하는 수밖에······!”

@@@

여러 가지로 파란을 불러일으킨 체육대회는 성황리에 끝을 맞이했다. 죽은 별들이 진 자리에 새로운 별들이 떠올랐다. 강신혁과 백인하는 물론, 16강에서 패배했다지만 강력한 특성을 내보인 도우진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스카우터들은 미래의 인재 후보들을 미리 영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강신혁 역시 여러 사람들의 접근을 받았으나 일단은 전부 보류해두었다. 그 스스로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단 두 군데만은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으니, 그중 첫 번째는 바로 길드 본부의 존재만으로 한국을 세계최고의 초인강국으로 만든 길드······ 현 세계랭킹 1위를 달리는 길드 뱅가드의 접근이었다.

“뱅가드 1팀장, 임훈입니다.”

“신영 기사학과 1학년생 강신혁입니다.”

“그냥 신인왕이라고 소개하지 그래요.”

“제 입으로 왕이라 하는 거 엄청 부끄러워서요.”

체육대회 폐회식이 끝나고 늦은 저녁, 강신혁은 학교 인근의 카페에서 그와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임훈은 오랜만에 교내 카페에서 한 잔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했지만 강신혁은 두 가지 이유로 그것을 거절했는데, 첫째는 괜히 학생들에게 주목받고 싶지 않아서였고 둘째는 그가 아직 한 번도 교내 카페를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인왕을 한국인 학생이 차지하는 것, 오랜만에 봤습니다. 같은 신영 출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더군요.”

그는 자신 몫으로 나온 아이스 아메리카노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강신혁에게 말했다. 강신혁은 휘핑크림을 많이많이 추가한 카페모카를 호로록 빨아마시곤 그에게 정중히 답했다.

“신영은 전 세계 인재가 모여드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저보다 저랑 같은 반의 백인하라는 애가 훨씬 더 뛰어난데요.”

백인하라는 말에 임훈은 잠시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이내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투왕전을 택했고, 그 결과 패배했습니다. 자신이 설 자리를 선택하는 것도 능력이죠. 강신혁 군은 훌륭한 선택을 했고, 자신의 자격을 증명했어요. 우리가 강신혁 군에게 연락한 것은 바로 그래서입니다.”

“그런가요······.”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닙니다. 실례지만 입학기록을 조금 봤는데······ 입학시험에선 아슬아슬하게 턱걸이하셨죠?”

강신혁은 휘핑크림을 떠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비밀로 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알 만한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고작 두 달 만에 열린 신인전에서는 당당히 신인왕을 차지했어요. 신영에 입학하기까지 보여준 끈기도 끈기지만, 그 경악스러운 발전 속도, 앞으로 강신혁 군이 보여줄 발전 가능성 쪽이 우리는 기대되는 겁니다.”

“영광입니다.”

“후, 성격도 마음에 들어요. 그렇지······ 일단 한 번 봐요.”

임훈은 다짜고짜 계약서를 꺼내 강신혁에게 건넸다. 앞으로 족히 30분 정도는 빙빙 둘러가며 얘기할 줄 알았던 강신혁 입장에선 굉장히 뜻밖인 일. 그러나 임훈은 그의 동요를 읽어냈다는 듯 픽 웃었다.

“뱅가드 방침입니다. 우린 세계최고거든요. 이리저리 여기저기 떠보는 거, 우리한텐 필요 없는 일이에요.”

“마음에 드네요.”

“그렇죠. 한국인이라면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어요.”

임훈이 비로소 말을 멈추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끽하는 사이, 강신혁은 남은 커피를 호로록 마시며 계약서를 체크했다.

- 독소조항은 딱히 없습니다. 회원님께 유리한 조항들도 제법 있군요.

‘아, 고마워요.’

사실 그가 직접 볼 필요는 없었다. 관리자가 그를 대신해서 계약서를 체크해주었기 때문이다. ······정말 관리자는 달리 할 일은 없는 걸까?

- 하지만 아티팩트 지원이 그중 큰 폭을 차지하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회원님께선 언제나 지구제일의 아티팩트를 만들어내실 수 있을 텐데, 쓸모없는 걸 받는 대가로 그들에게 봉사하다니.

‘지금 당장 만들어낼 수도 없을뿐더러, 뱅가드는 세계 1위 길드라고요. 실은 제가 지금 이렇게 1팀장과 마주앉아있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 하지만 회원님께선 무수한 세계가 모인 히어로 유니버스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존재이십니다. 고작 지금 지구의 세계 1위 따위에 연연하실 필요는 없어요.

관리자의 말은 언제나 너무 규모가 큰 나머지 때로 강신혁의 숨을 턱 막히게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 그것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직 난 내 모든 것을 내보이지 않았지.’

모루의 전생에서 비롯된 야금술, 영력, 그리고 그에 자극을 받아 발전하기 시작한 그의 특성까지······.

임훈이 그의 성장을 두고 놀랍다고 얘기했던가? 하지만 정말이지, 강신혁은 이제 막 스타트라인에 섰을 뿐이다.

영력을 다루게 된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자신에게는 아직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그는 이제 선택받는 입장이 아닌 선택하는 입장이 될 수 있었다.

“뱅가드는 정말 좋은 곳이네요.”

“당연합니다. 우린 최고니까요. 사실 우린 지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있는 거예요. 왜냐면 우리보다 좋은 곳이 없을 테니까.”

그 세계최고의 길드가, 이제 고작 1학년에 불과한 자신이 단 하루 활약한 것만을 보고 접촉해왔다. 무척 어깨가 으쓱이는 일이고, 다시없을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더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음?”

임훈의 눈썹이 까딱였다.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진심으로 의아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신혁은 순순히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어차피 재학 중에는 길드 활동을 대놓고 할 수 없잖아요? 졸업할 때까지 생각해볼 시간은 충분할 테고요.”

“물론 겉으로는 그렇죠.”

뒤로는 얼마든지 하고 다닌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학 중에도 우리 길드에서 여러 혜택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아티팩트 대여 같은 것. 다음해엔 투왕 먹어야죠?”

- 회원님이 직접 만드시는 쪽이 훨씬 나을 겁니다. 마나 사용자들을 위한 아티팩트는 전반적으로 회원님께 맞지 않아요.

강신혁은 관리자처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자신에게 다른 학생들만큼이나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은 따로 생각해둔 것이 있기도 했다.

“그 부분은 혼자서 해결해보고 싶어요. 어차피 학생 시절엔 아티팩트가 그렇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잖아요?”

“흠, 물론 그렇긴 한데······ 좋습니다, 우리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이미 끈을 만들어둔 이상은 반드시 우리에게 오게 되어있다, 그런 확신을 품고 있었기에 임훈 역시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강신혁은 그 자부심만큼은 자신도 배워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했다.

“아마 다음에 뵐 땐 계약서가 조금 달라져있을 것 같네요.”

“하하, 그것 때문이었어요? 설마 이 조건조차 까일 줄은 몰랐는데?”

“아뇨.”

뱅가드에서 들고 온 계약서는 앞으로 강신혁의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해 작성한, 사회 신출내기조차 되지 못한 애송이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서치고는 지나치게 훌륭한 것이었다. 어째서 뱅가드가 세계랭킹 1위가 될 수 있었는지 계약서만 보고도 실감할 수 있었다.

“단지 제가 그 기대 이상을 보여드리겠다는 것뿐입니다.”

“하하하하! 역시 신인왕이라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좋아, 내가 새로운 계약서로 찾아오게 만들어 봐요!”

끝내 임훈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그가 청한 악수에 강신혁 역시 웃으며 응했다.

그는 누구완 달리 끝까지 아무런 수작도 걸지 않았다. 물론 이 길드에 소속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들과는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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