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Chapter 5. 체육대회의 다크호스 - 4 [1권 끝]
[바텐더 누나 : 그래서 어쩔 거?]
[나 : 클레어 누나랑 운명에 맡기기로 했어요]
[바텐더 누나 : 이 녀석 통째로 내던졌네······]
정신없이 바빴던 한 주간이 흘러 드디어 체육대회가 열리는 월요일이 찾아왔다.
정확히는 이틀에 걸쳐 열리게 되는데,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단체전과 반 대항 경기는 대부분 월요일 열리고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는 몇몇 굵직한 경기의 결승과 개인전, MVP 발표와 시상을 겸하는 폐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 : 물론 안 들키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체육대회에서 일부러 숨어있을 수도 없잖아요. 저 점수 따야 돼요.]
[바텐더 누나 : 몇 개나 나가는데?]
[나 : 단체전까지 합치면 한 여섯 개 되는 것 같은데요. 게다가 신인전도 나가요.]
[바텐더 누나 : 숨을 생각이 아예 없는 거 아니야 너!?]
바로 그 월요일 아침부터 클레어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하면, 물론 체육대회에 찾아온다는 뇌제 신은아로부터 강신혁의 정체를 감추는 것에 대한 대화였다.
[바텐더 누나 : 아무튼 최소한 신살검은 감춰]
[나 : 클레어 선생님······ 저 신인왕······ 신인왕이 하고 싶어요.]
[바텐더 누나 : 아 이젠 나도 몰라]
클레어는 그쯤에서 생각을 그만두기로 한 것 같았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바텐더 누나 : 암튼 학교에서 봐도 아는 척 하지 마]
[바텐더 누나 : 나중에 따로 불러낼 테니까 삐지지 말구]
[나 : 넵!]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클레어는 은아의 신영 방문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잡았다. 은아를 최대한 곁에서 마크하기 위해서!
다행히도 신영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하이랭커로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행동인 모양인지라 별 문제없이 미국에서 빠져나와, 지금은 이미 서울에 들어와 있다고 했다.
- 은아 님의 귓속말 : 할부지 은아 오늘 체육대회 보러간당!
- 그것 참 재밌겠네요.
클레어에게 답장을 보내고 스틱을 품에 집어넣은 바로 그 순간, 은아로부터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어쩜 이리도 적절한 타이밍에 메시지가 들어온단 말인가. 실은 도청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강신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하는데 답장이 바로 돌아왔다.
- 은아 님의 귓속말 : 할부지도 같이 있었음 넘넘 좋았을 텐데!
- 옆에 같이 서면 난 초라해보일걸요.
- 은아 님의 귓속말 : 할부지가 훨씬 멋지다 뭐.
실제로 본 적도 없을 텐데 잘도 그런 입에 발린 거짓말을. 아니, 본 적 없는 척해야 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강신혁은 은아에게 대충 맞춰주며 등교했다.
오늘 등교는 교실이 아닌 운동장으로, 체육복을 입고 집합하도록 되어 있었다. 기사학과 마법학과를 구분하지 않고 청팀과 백팀으로 나눠 집합했는데, 강신혁이 속한 1학년 C클래스는 청팀이었다.
“시뇨기!”
“엉.”
초인양성학교의 체육대회는 그 규모부터가 일반적인 체육대회와는 궤를 달리한다. 제1, 제2 체육관과 소운동장, 대운동장을 모두 동원하여 이뤄지는데, 개회식은 대운동장에 모두 모여 하도록 되어 있었다.
원래도 넓은 대운동장이었지만, 잡다한 것을 싹 다 치우고 보니 정말로 넓었다. 어지간한 학교가 두세 개는 들어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넓은 운동장에서 기사학과와 마법학과를 가릴 것 없이 신영에 재학하고 있는 모든 학생이 모여 있는 것은 더한 장관이었다.
“손님들은 아직 안 들어왔나 보네.”
“개회식 리허설 한 번 하고 오픈한다는데. 진짜 고등학교 같아서 좋지 않냐.”
“우린 고등학교 가본 적도 없는데 진짜 고등학교가 여기 같은지 어떻게 아냐.”
신영은 1학년부터 학과가 갈려 있고, 2학년부터는 희망과목을 우선적으로 수강할 수 있게 되는 등 수업 시스템 자체는 고등학교보다 대학교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체육대회나 수학여행 같은 부분은 고등학교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했다.
일반적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경험하지 못하는 초인 연습생들에게는 적절한 환경일지도 모른다.
“와, 저쪽 언덕에 푸드트럭 들어서기 시작하는데. 이번에 평가 좋았던 것들은 아예 교내 매점으로 만든다더라. 하긴 카페 하나로는 좀 부족하긴 했지.”
“응, 일단 고등학교는 확실히 아님. ······우리 학교에 카페가 있었다고!?”
“야야, 저기.”
강신혁이 오자마자 그를 끌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백인하가 마법학과 학생들이 집합해있는 스탠드를 가리키며 흥분해 외쳤다.
“저기 이나희 선배 있다 이나희 선배!”
“그게 누군데?”
“아니 미친, 넌 우리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미소녀를 모른단 말이야?”
“그건 모르겠지만 미소녀라는 표현 좀 소름끼치니까 하지마라.”
“일단 보라니까.”
백인하가 가리키는 곳에 백팀에 속한 마법학과 학생들이 집합해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갈색 피부의 라틴계 미녀······ 저 사람을 어디선가 봤던가? 강신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겁나 예쁘지?”
“그렇긴 하네.”
신영의 마법학과에는 유독 미녀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이나희는 그 중에서도 단연 군계일학,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나희 선배가 작년 학교축제 때 인기투표 1위였대.”
“우리 학교 인기투표도 있었냐? 초인양성기관에서 진짜 별거 다하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뽑는 거라던데. 뇌제가 신영에 다니고 있었을 땐 3년 내내 인기투표 1위 먹은 걸로 유명하고. 그 기록을 이나희 선배가 계승할 거라는 얘기가 있지.”
“그냐.”
하긴 저 정도 미모면 학교가 아니라 연예계에서도 수위에 들 만한 수준이니까. 강신혁은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기억났다. 과연, 그녀는 바로 비룡관 앞에서 마주쳤던 그 선배였다. 스스로 혼혈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너 왜 그렇게 시큰둥하냐. 엄청 미녀잖아.”
“예쁜 건 알지만 나랑 연관 없는 사람이잖아. TV 속 연예인 보듯이, 그냥 예술품 보는 기분인데.”
“연관이 없다니,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언젠가 저 미녀와 네가 운명적인 만남을······.”
둘이 그런 한심한 대화를 나누던 중, 둘에게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꼈는지 이나희가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째설까, 둘을 발견한 직후 그녀의 눈이 아주 약간 커진 것 같았다.
“헐, 저건 나한테 반했는데! 여기예요! 선배! 기사학과 1학년 C클래스 백인······!”
백인하가 호들갑을 떨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보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강신혁은 어떻게든 이나희의 눈에 띄어보겠다고 발악하는 백인하를 잡아끌고 반으로 복귀했다. 슬슬 출석을 부를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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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도 별 문제없이 끝나고, 학교가 바로 개방되었다. 학교 언덕을 따라 줄줄이 올라가는 외제차의 향연에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아마 오늘 신영의 주차장을 통째로 갈아엎으면 그 손해만 수천억에 달하지 않을까 싶었다.
[곧 개회식이 거행됩니다. 전원 정숙하고 자리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한 명 두 명, 신문이나 TV, 미튜브를 통해 얼굴을 봤던 유명인사들이 손님석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신영 쯤 되면 학생의 부모나 관계자들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경우가 많았다. 특성은 유전되지 않지만, 강한 초인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강한 특성을 각성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당장 뇌제 신은아만 해도 초인랭킹 1만 위 안에 들어가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오히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인랭킹 500위 안에 들어가는 대능력자가 된 연금술사 클레어 보일이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 있었다.
“저기 봐, 백양 길드다. 스카우터인가봐.”
“미친, 커스드 소드야! 커스드 소드라고!”
“아마츠키에서도 왔다.”
“야······ 뱅가드! 뱅가드도 있어! 저 사람 진짜 뱅가드 1팀장이야, 뉴스에 나온 거 봤어!”
손님석이 채워질 때마다 학생들 가운데선 환성과 경악의 목소리가 높이 울려 퍼졌다. 초인에게 랭킹이 있듯 길드에도 랭킹이 있는데, 오늘 그 랭킹 100위권 안에 드는 길드 중 절반 이상은 참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97위 길드 백양부터 무려 세계랭킹 1위를 자랑하는 뱅가드까지!
“신영······ 정말 괜히 신영이 아니구나.”
평범한 학교처럼 어린아이들 재롱잔치로 끝나지 않는 문제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터무니없는 유명인사들이 모여들다니.
강신혁은 새삼스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입학할 생각을 했을까, 과거의 무모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덕에 달라진 자신을 내보일 수 있게 됐지. 그래, 그거면 된 거야.’
그는 흡, 숨을 고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어느덧 개회식이 시작되어 교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강신혁.”
“어.”
그때 뒤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이가 있었다. 2인3각을 함께하게 된 카렌 스트링필드였다.
“오늘 기대할게.”
“그래······.”
그러고 보면 그녀는 이번 체육대회를 통해 강신혁의 능력을 재평가한다고 했었지. 그리고 눈에 차면 비룡기사단에 끌어 들인다고······.
실로 제멋대로인 말이다. 대체 누가 누구를 평가한다는 것인지, 누구 멋대로 어디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인지. 그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기대해라.”
“와, 느끼. 버터 바른 줄.”
“진지한 거거든.”
그녀가 몸을 움츠리며 하는 말에 강신혁은 흥, 코웃음과 함께 대꾸하곤 고개를 돌렸다. 우연일까, 그때 마침 손님석에 나란히 들어서는 클레어와 은아의 모습이 보였다.
지가 먼저 모르는 척하라고 한 주제에 강신혁을 보자 눈을 크게 뜨며 짓궂게 웃는 클레어의 모습에 그저 기가 막혔다.
그런 둘의 모습을 다행히도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마침 카렌 스트링필드가 포기하지 않고 그에게 한 마디 더 던졌다.
“야, 네가 오늘 진짜 멋지게 활약하면 그때 다시 얘기해.”
“그땐 나 몸값 비싸진다.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지금 많이 얘기해둬라.”
“재수 없기까지.”
그녀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즐거운 듯 키득키득 웃었다. 2인3각을 함께 연습한 만큼 그가 단순히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일까?
그때 예상치도 못했던 히어로 유니버스 시스템의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은아가 아닌 바텐더······ 즉 클레어로부터.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뭐야 여친 있네. 제법 예쁘다?
- 설마 처음 보내는 귓속말이 이런 거일 줄은. 그리고 여친 아님요. 적이 보낸 스파이에요.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요즘 고딩들은 플레이 수준이 하드하네.
- 나중에 어떤 플레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릴게요.
뜻하지 않게 두 여자 사이에 끼여 있다 보니 어느덧 개회식이 마무리되고 체육대회가 시작되었다.
가장 무난한 경기조차 학생들의 땀과 피가 튀는 것으로 알려진 신영답게 열기는 순식간에 천장을 찍었다.
“청팀 계주 결승 진출!”
“미로! 미로 돌파 출전하는 사람들 빨리 앞으로!”
“이대로 단체 기동까지 이기자!”
“우오오오오오!”
이미 인류의 한계를 돌파한 학생들에 의한 경기이다보니 뭘 하든 박진감이 넘친다. 특히 그중에서도 압권인 것은 단체 기동!
발판이 불안정한 대형 스테이지 위에 두 개의 반이 올라가, 맞은 상대를 밀어내도록 특수제작된 고무공을 상대팀에 던져 모두 떨어트리면 이기는 대형 난투였다.
게임 내내 스테이지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므로, 하는 입장에서는 욕 나오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는 꿀잼 경기였다.
“아 뭐야, 백팀이 바닥에 끈끈이 바르고 버티는데!”
“이거 아이템 허가되는 거였어!?”
“그런 거 금지 안 했다는데!?”
“아 떨어진다! 떨어진다!”
단체기동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모든 게임이 온갖 기발한 아이템과 능력에 의해 농락되는 광경,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신영 체육대회의 중요한 요소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마력의 구사가 제한되는 비초인 종목이 오히려 새롭게 보일 지경이었다.
“2인3각! 2인3각 나가는 사람들 앞으로!”
“가자, 강신혁.”
“오키.”
그리고 드디어 강신혁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순간이 왔다. 청팀과 백팀 대항으로 이루어지는 2인3각.
놀랍게도 강신혁과 카렌 스트링필드가 청팀의 앵커였다. 결승라인을 앞두고 발목을 묶으며 대기하는 강신혁에게 재차 클레어의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여친 맞네.
- 얘가 이런 식으로 저한테 접근한 스파이라니까요.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와 설정 공들이는 거 봐.
- 그래서 신은아 씨는 어때요?
- 바텐더 님의 귓속말 : 눈치 못 챔. 이제 곧 널 발견할 것 같긴 한데.
그때 메시지가 끊어졌다. 마력을 제외해도 기본적인 신체능력만으로 올림픽을 씹어 먹는 신영의 초인 연습생답게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지막 주자인 그들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역전하면 되지.”
“이거 이기는 정도로 유세떠는 거 아니지?”
“그럴 리가, 이건 시작이야.”
그 말을 한 직후, 경쟁팀인 백팀의 앵커가 먼저 바턴을 넘겨받아 출발했다.
바로 다음 순간 강신혁과 카렌 스트링필드도 청색 바턴을 넘겨받았지만, 1초 만에 무수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초인들에게 이 정도 차이는 치명적. 이미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성 조금 써도 돼?”
“마력만 안 쓰면 되잖아.”
“그게 아니라, 너 따라올 수 있겠냐고.”
“얼마든지.”
강신혁은 은밀히 영력을 뿜어내며 대꾸했다. 그의 영력이 스며들어간 곳은······ 바로 카렌 스트링필드의 운동화였다.
그것으로 그는 그녀의 운동화를 이해해, 교감하기 시작했다. 지극히 최근에 얻은 깨달음을 활용한 것이다.
그녀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이해되었다. 강신혁은 확신을 얻고는 재차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한테 맞춰볼게.”
바로 그 순간 둘이 동시에 발을 내딛었다. 서로 반대쪽 발, 완벽히 일치하는 호흡이었다.
두 사람의 입가에 동시에 미소가 어렸다.
“어쭈.”
“고.”
“······좋아, 고!”
마치 두 사람이 거울을 통해 마주보고 있는 듯한 광경에 몇몇 사람이 고개를 갸웃한 다음 순간, 둘은 폭발적인 기세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와!”
“와아아아아아아!”
“청팀 최고다! 추월해라!”
“저게 어떻게 2인3각이야?”
둘은 한 몸이 되어 운동장을 질주했다. 2인3각 수준이 아니라, 민첩이 높은 초인이 작정하고 내달리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법한 속도였다.
누군가 마나를 쓰고 있는 게 아니냐고 외쳤지만 운동장 전체에 설치된 마법진은 그들이 무죄라는 것을 실시간으로 증명해주고 있었다.
당연히 얼마 가지 않아 백팀 앵커를 여유롭게 제친 둘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청팀 승!”
“우오오오오오오오!”
“신입생 잘했다!”
“멋지다!”
“근데 쟤네 제대로 멈출 수는 있냐?”
물론 걱정은 필요 없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운동장 끝에 설치된 스탠드로 돌진하기 직전 걸음을 멈춘 것이다.
“카렌님 날 가져욧!”
“강신혁 멋있다!”
“사겨라! 사겨라!”
강신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발목을 묶은 끈을 풀었다. 명백히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다가오는 교사들이 좀 웃겼다.
그러나 웃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그의 파트너인 카렌 스트링필드도 만만치 않았다.
“진짜 나한테 맞추네? 어떻게?”
“그건 비밀이지. 하지만 뭐, 아까도 말했듯이.”
강신혁은 풀어낸 청색 끈을 제 머리에 묶으며 입 꼬리만 끌어당겨 웃었다. 이제 곧 기마전이 시작될 테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금부터 끝까지, 그의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