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그인하자마자 VIP-20화 (20/345)

20화.  Chapter 5. 체육대회의 다크호스 - 1

- 오늘의 로그인 보너스로 룰렛 코인 1매를 얻었습니다. 5매를 모아 VIP 룰렛을 한 번 돌릴 수 있습니다!

“시뇩이 진짜 괜찮아?”

“괜찮다니까.”

월요일 아침 조회가 시작되기 전의 교실. 강신혁은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백인하의 얼굴을 밀어내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실제로도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스테이터스도 여럿 성장했고, 재생력도 마냥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아직 F+랭크이긴 해도 수면 중 회복력을 끌어올려주는 효과는 발군인 듯했다.

“오늘 아침에 너 진심 시체 같았는데.”

“그냥 자고 있던 거야. 지금은 완전 멀쩡해졌다니까.”

하지만 재생력의 존재를 모르는 백인하는 아직 아침에 봤던 광경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끝내 강신혁이 그를 밀어내려던 찰나 담임이 반에 들어왔다.

“이번 주는 신영 체육대회 준비 주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대다수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니 너무 긴장을 풀지 않도록.”

“넵!”

“좋아요, 오늘도 모두 다치지 않고 수업할 수 있도록. 백인하 학생은 잠시 따라오세요.”

“얍. 그럼 나 다녀온다.”

“엉.”

아마 투왕전에 관한 얘기겠지. 1학년 C클래스에서 투왕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백인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강신혁은 시아라 베르트랑을 따라 나가는 백인하에게 손을 팔랑팔랑 흔들어주며 책상에서 교과서를 꺼내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강신혁.”

“뭐냐, 도우진?”

그런데 백인하가 선생님을 따라 나가며 완전히 교실에서 몸을 감춘 바로 그 순간, 이전 강신혁과의 대련에서 패배했던 도우진이 강신혁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면 교실 안에 있을 때면 종종 도우진의 시선을 느끼곤 했었다.

혹시 이 녀석도 친구가 없는 걸까. 아니, 그 뒤에서 강신혁을 쳐다보며 낄낄대는 녀석들이 있는 걸 보면 사이좋은 친구들이 있는 모양인데.

“신인전에 나와라. 거기서 내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만약 안 나오면 진짜 죽인다.”

“걱정마라, 나갈 거거든.”

강신혁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가방에서 에너지바 하나를 꺼냈다.

증혈 버프는 분명히 사라졌는데도 평소보다 식욕이 강한 것은 혹시 증혈의 마이너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재생력 때문일까.

강신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에너지바의 포장지를 뜯고 있자니 도우진이 흥,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무하게 예선 탈락은 하지 마라. 혹시나 착각하고 있을까 해서 말해주지만 신인전은 본인 장비 소지가 허용되는 대회야. 거기에 훈련용 창 같은 걸 들고 나왔다간 내 얼굴은 보기도 전에 탈락일 걸.”

“······혹시 그 얘기 해주려고 온 거냐?”

“숨겨둔 실력이 있는 건 알겠다만 초인이 진짜 능력을 발휘하는 건 자신과 맞는 아티팩트를 쥐었을 때지. 수업에서 이겼던 것만 생각하고 덤볐다간 순식간에 나가떨어질 거다. 각오해둬.”

도우진은 그런 말을 남기곤 친구들에게로 떠나갔다. 강신혁은 에너지바를 깨물다 말고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일부러 나타나서 묘하게 국어책 읽는 투로 정보만 말하고 사라지다니, 마력이 없다며 무시할 땐 언제고 지금은 강신혁을 정정당당히 싸워 물리쳐야 할 적수 정도로는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 사실 자체는 이미 알고 있기는 한데. 아티팩트를 포함한 장비가 최대 두 개까지 허용이었던가.’

방어구는 없지만, 강신혁에게도 무기가 있기는 하다. 바로 얼마 전 영력이 깃든 도끼를 흡수하고 무려 C랭크로 성장한 신살검이.

신살검은 격을 회복하며 보유 영력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내구도와 예기도 크게 회복되었다. 어지간한 무기와 맞붙어도 밀릴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그뿐이었다. 신살검이 품은 특수능력은 무려 두 가지나 되지만, 회귀 능력은 사실 써먹을 데가 없고 날붙이 포식은 써먹었다가 더 귀찮은 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봉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런 신살검을 들고 특수능력을 하나 이상 품고 있는 아티팩트와 맞상대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하면······.

‘아니, 내가 잘하면 되지.’

강신혁은 스멀스멀 그의 몸을 기어 올라오는 불안을 사다리 째 걷어 차버렸다. 전투는 그가 한다. 검은 부러지지 않고 버텨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그는······.

‘상태창.’

[강신혁 - C랭크]

[특성]

깨어난 아룡(A+) -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대신 모든 종류의 무술을 무척 빠르게 숙련한다. 스스로 익힌 무술의 효과를 크게 증폭하고, 손에 쥔 무기의 성능을 강화한다.

[신체능력]

힘 - C-

민첩 - C+

체력 - C-

[특수능력]

영력 - D+

재생력 - F+

[스킬]

아룡환무(S-) - B-

야금술 - E

‘후.’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살피는 강신혁의 눈에 흐뭇함이 차올랐다. 힘과 체력은 C-, 거기에 민첩은 무려 C+. 영력도 D+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특수능력인 재생력까지 추가됐다.

그뿐인가? 모든 무기술을 강화해주는 핵심스킬인 아룡환무는 무려 B-랭크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그에게 매겨진 초인 랭크가 바로 C랭크.

가이아 시스템이 직접 책정하는 랭크는 절대적이다. 강신혁 또한 지금의 자신에게 C랭크 상당의 능력이 있음을 확신했다. 도우진과 붙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할 수 있어. 얼마든지.’

도우진을 꺾는 정도로 만족할 생각은 없다. 가능하면 신인전 우승, 즉 신인왕을 노려보고 싶었다. 신영에 들어와 내내 낙오자 취급을 받던 그가 신인왕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입학 때 마력을 다루지 못한다고 주목받았던 그가 신인전에서 활약을 하면 그땐 다른 의미로 주목을 받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애초에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면 신영에 입학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승하자. 반드시.’

강신혁은 다시 한 번 굳세게 결심했다.

순간 뇌리로 5년 전 능력자로 각성했던 날의 기억이 다시 스쳐지나갔지만, 더 이상 좌절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

그날 방과 후, 강신혁은 순조로이 신인전 참가신청을 완료했다. 담임에게 담담히 신청서를 제출하는 강신혁의 모습에 교실은 또 한 차례 술렁였지만 그게 이전처럼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특성 진화라는 소문이 있던데.”

“아니면 스킬 각성. 강신혁이 신영 들어온 게 다 그 개사기 스킬 덕분이잖아. 십팔반무예?”

“그게 특성하고 같이 얻은 거 아냐? 그러면 역시 특성 진화 쪽 같은데.”

강신혁은 한쪽에서 수군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백인하를 돌아보았으나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긴, 강신혁이 갑작스레 성장했다는 것을 사실로 놓고 보면 그 가능성은 대개 한두 가지로 좁혀지게 마련이니까.

‘그래도 대뜸 특성 진화라니, 그게 흔한 일도 아닐 텐데 역시 청소년 망상력이란.’

물론 그 정돈 들켜도 괜찮다. 원래 그가 드러내려고 했던 것도 거기까지니까. 영력의 존재를 감추려면 오히려 필수였다.

백인하에게 특성 진화에 대해 말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백인하 본인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알려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기에 말했던 것이다.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이었다.

“좋아, 그러면.”

- 오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회원님?

기세 좋게 교실을 뛰쳐나온 강신혁을 관리자의 메시지가 붙들었다. 관리자가 어째서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는 강신혁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어렸다. 우스운 일이지만, 관리자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실은 공방에 가볼까 해요. 수련으로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으니 이제 슬슬 모루와 마주해야겠죠.”

- 회원님께 10HP 보너스!

익히 예상했던 반응에 강신혁은 재차 미소 짓고 말았다. 물론 그것은 그저 관리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모든 능력과 잠재력, 성장방향성을 가늠해 내린 판단.

사실 그는 주말 사이 신체능력치가 막 성장한 참이니 여기서 조금 더 수련을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큰 변화를 겪을 리도 없다. 버프도 끝난 상황이니 더 이상 육신을 급하게 몰아칠 필요가 없는 것.

‘오히려 계속 무리하면 F+랭크의 재생력으로는 쉬이 회복할 수 없는 데미지가 남을지도 모르지.’

반면 야금술은 신체에 무리를 주지도 않고 영력을 성장시키는 효율 좋은 수련법이면서, 동화율을 높여 VIP 권한을 돌려받는 수단이기도 하다.

더욱이 신인전에는 최대 두 개의 장비 착용이 허용되는 만큼, 스스로 좋은 장비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을 착용할 셈이었다. 무기는 이미 신살검이 있으니 방어구를 만드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또······ 아니.

‘실은 그냥 내가 쇠를 두드리고 싶은 것뿐이려나.’

선명히 드러난 자신의 속내와 마주하며 강신혁은 실소했다.

어쩌면 그는 신경을 쓰지 않는 척하면서도 '야금술은 도피'라는 모루의 기억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체단련으로 스스로 정한 커트라인을 넘어선 지금에서야 자신에게 포상을 주듯 쇠를 두드리려 하고 있었으니까.

우습다. 모두가 강신혁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니 조금도 저어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는 것을.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매진하면 될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자신이 강해진다. 그 이상 가는 축복은 없다. 그리고 거기엔 전생도 현생도 충동도 기억조차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 좋은 판단입니다, 회원님. 만약 야금술로 좋은 무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을 신살검에 먹여 격을 더 끌어올리는 시도도 가능할 것입니다.

마침 좋은 타이밍에 날아든 관리자의 메시지가 강신혁의 상념을 끊어놓았다. 더는 야금술 수련에 대해 쓸데없이 고민하지 않기로 다짐한 강신혁은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생각은 저도 해봤는데, 학교에서 주는 강철로 만든 무기를 먹여봤자 이미 C랭크에 이른 무기를 얼마나 더 강화할 수 있을까 싶네요. 날붙이 포식이 아무리 좋은 능력이라지만 아무거나 주워 먹는다고 검이 강해질 리도 없고.”

- 언제나 가능성은 있습니다. 더욱이 동기화가 진행된 지금은 보다 좋은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긴 그것도 그래요. 그건 일단 방어구를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죠.”

- 회원님께 기쁨의 100HP 선물!

관리자와 대화를 마친 강신혁은 마음을 다지고 비룡관으로 향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 너, 잠깐 서봐.”

“응?”

비룡관에 들어가려던 찰나 그를 불러세우는 이가 있었다. 강신혁은 가장 먼저 상대의 교복과 넥타이를 스캔했다. 기사학과 2학년, 거기에······ 등 뒤의 붉은 망토.

“네가 혹시 강신혁인가 뭔가 하는 놈이냐?”

“그렇습니다만······ 선배님은?”

“2학년 A클래스, 유민준이다.”

그가 입고 있는 망토에는 비룡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현대인의 감성으로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초월적인 감성, 분명 그것은 신영의 3대 단체 중 하나인 비룡기사단을 상징하는 망토였다.

유감스럽게도 그 망토 한 벌이 그의 거만한 태도를 정당화해주고 있었다.

“요즘 시끄럽더라고. 듣자하니 신입생 중 우수한 인재가 마나도 못 쓰는 버러지한테 꺾였다든가.”

유민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도 우수한 인재란 도우진을 말하는 것이겠지. 맞는 말이다. 확실히 도우진은 1학년 기사학과에서 주목받는 인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설마 강신혁이 수업 중 대련에서 그를 이겼다는 얘기를 벌써 2학년들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뒀는데······ 뭐 이 정도였나. 도우진도 별 것 아니었다는 얘기겠지.”

유민준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그저 싸늘하기만 했다. 발치의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이다. 그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그를 전부 파악하기라도 한 듯한 시선.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 회원님이 지닌 힘의 편린조차 읽지 못하는 허섭스레기로군요.

어째선지 분노한 듯한 관리자의 메시지가 강신혁의 눈앞에 나타났지만, 강신혁은 관리자에게 대답하지 않고 눈앞의 대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그저 지금 자신 앞에서 저렇게 건방을 떠는 선배는 대체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걸까, 생각했을 뿐인데.

그에게서 자연스럽게 뻗어난 영력의 실가닥이 허공을 유영해, 한순간 유민준의 몸과 맞닿았다. 유민준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아, 그렇구나.’

그 순간 강신혁은 유민준의 근원과 접촉해, 상대의 능력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강신혁의 바람에 그의 영력이 알아서 움직인 것이다.

그것은 무척 신비로운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경험이기도 했다. 영력으로 사물의 근원을 파악하던 때와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았으니까. 다만 그땐 양방향으로 소통했다면, 지금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상대의 근원을 엿볼 뿐!

‘영력은 정말 마력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이구나.’

영력이 자신과 사물의 근원을 연결해 그 잠재력을 증폭시키는 정도라고 생각했던 강신혁은 또 한 번 자신의 무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 단단히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그런 실수가 없을 것이다. 재차 영력의 대단함과, 수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건 그렇고.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는데.’

엄청나게 폼을 잡고 있는 것에 비해 눈앞에 있는 선배의 능력이 그리 대단해보이지는 않았다.

신체 스테이터스는 평균 B- 수준으로 과연 비룡기사단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높지만 정작 능력자로서 가장 중요한 마력이 D+랭크 정도. 마력만 놓고 보면 도우진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다. 종합 능력치로 따져도 전날 싸웠던 워 트롤에 비하면 한참 못하다.

자신의 영력과, 검무로 하여금 학생 수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만큼 강화된 아룡환무의 힘이 더해지면 붙어볼 만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깨어난 아룡이라는 특성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지금은, 그에게 밀릴 것 같지가 않다.

“대체 무슨 꼼수로 도우진을 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유명세 오래가지는 않을 거다. 바닥이 얕으면 드러나게 되어있거든.”

강신혁이 그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유민준은 여전히 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는 그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강신혁은 속으로만 혀를 차며 그와 마주했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신인전에 나갑니다. 제 바닥을 확실하게 한 번 봐두고 싶어서요.”

기사학과에서 가장 큰 힘을 지닌 비룡기사단과 대놓고 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표면상으로나마 예의를 차렸지만, 내가 상대에 비해 꿀리지 않는다는 확신은 은연중 자신감어린 태도로 드러났다.

“그러니 선배님도 부디 지켜봐주시죠.”

강신혁은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꾸했다. 네가 그걸 알아볼 수 있으면 말이지,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핫.”

아마도 그의 당당한 대꾸는 유민준이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으리라.

그의 표정이 노골적으로 찌푸려졌지만, 스스로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고 말하는데 거기에 더 무슨 시비를 걸 것인가? 그는 끝내 혀를 한 번 차고는 물러섰다.

“좋아, 기대하고 있겠어. 네 경기는 내가 꼭 보러 가주지.”

자신이 비룡기사단에 속해있는 덕에 멀쩡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유민준은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강신혁의 어깨를 거세게 밀치고 지나갔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관리자가 살짝 한기가 서린 메시지를 보내왔다.

- 히어로 유니버스에 현상범으로 제보할까요? 한 달도 되지 않아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될 겁니다.

“아니 무슨 짓이에요, 그만둬요.”

아무래도 관리자가 강신혁보다 더 열 받은 모양이었다.

- 직접 처리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특별히 VIP 개인상점을 일시적으로 오픈해드리겠습니다. 저런 먼지만도 못한 생명은 아무 흔적도 증거도 남기지 않고 지워버리는 물건도 구할 수 있습니다.

“명색이 ‘히어로’ 유니버스라면서 그런 흉흉한 물건을 취급하는 거예요?”

- 진정한 영웅은 어둠에도 발을 담글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요.

“이럴 때마다 일일이 그런 짓을 했다간 시간이 남아나질 않을걸요.”

신영에 들어온 이후로는 일상처럼 겪었던 일이다.

도우진을 이기고 클래스 내에선 붕 뜨게 되면서 강신혁 자신도 잠시 잊고 있었던 감각이지만, 외부의 평가는 여전했던 것이다.

마나가 없는 반푼이, 운이 좋았을 뿐인 떨거지. 신영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하지만 이젠 달라질 테니까.”

신인전에 나가려고 마음먹은 것은 이것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매번 시비를 걸려서야 제대로 학교를 다닐 수 없을 테니까.

“자, 이제 야금술 수련하러 가죠. 빨리 영력을 키워야겠어요.”

그는 애써 태연한 척 앞길을 서둘렀다.

다만 유민준이라는 이름만은 마음속에 새겨두기로 했다.

개인으로는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거늘, 그 뒤에 있는 단체의 힘을 알기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상대.

지금 그가 굴욕을 감내한 만큼, 반드시 언젠가 그도 큰 굴욕을 받게 해주고 말 것이다.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 크으읏······. 회원님께 100HP 보너스!

“아니, 무슨 술집에서 맥주 한 잔 더 시키는 아저씨처럼 보너스를 주고 그래요?”

- 회원님께 200HP 보너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