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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Chapter 2. 성장의 방정식 - 4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만 나가면 되는 거겠지······.”

아주 잠시 망설였던 강신혁이었으나 이 정돈 동아리 체험의 영역에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뭣보다 설비를 본 순간 거세게 뛰기 시작한 심장이 그를 가만히 놔두려 하지 않았다.

강신혁은 방음벽에 난 문을 열고 거침없이 안에 들어섰다. 그 안에 야금 설비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커다란 화로, 그 화로의 불꽃을 키우는 풀무, 큼지막한 모루, 다루기 힘들 만큼 거칠게 커다란 망치······.

같은 건 없었다.

“뭐야 이건.”

화려한 마법진이 새겨진 자그마한 화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화력을 조절할 수 있는 최첨단 설비. 더욱이 특정한 성질을 갖춘 불을 원한다면 재료를 따로 투입하는 것만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풀무······.”

그런 건 없었다. 모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심지어 형상기억합금으로 제작된 모루에는 용도에 따라 모양새를 조절하는 기능이 붙어 있었다. 목표로 하는 무기나 방어구의 형태를 미리 설정하면 거기에 따라 망치의 움직임을 보조해주는 기능마저!

그 근처에 놓인 원형의 튜브도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는데, 쇳덩어리를 투입하면 최적의 온도를 설정해 물을 뿜어 식혀준다고. 놀랍게도 한쪽에는 주조공정을 마친 금속주괴가 가지런히 쌓여있기까지 했다.

“상상했던 거랑은 많이 다른데······.”

강신혁의 안에 미약하게 살아 숨 쉬는 늙은 대장장이의 기억이 울부짖었다. 이건 내가 원하던 것과 다르다고! 이런 하이 테크놀로지가 아닌 전통적인 대장장이의 공방을 원한다고!

힘껏 풀무질하여 화로의 불꽃을 키우고, 오직 홀로 금속과 마주하며 형태를 잡아나가는 그런······!

‘하긴 그런 걸 배우지도 않고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만.’

강신혁은 금세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분명 그러한 충동이 자신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모루가 아닌 강신혁이었다. 여태 망치도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는 초짜 중의 초짜.

어설프게 기억나는 지식을 따라 몸을 움직여도 패가망신할 뿐, 지금은 초보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최첨단 설비가 준비되어있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잠깐만 실례.”

그는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심호흡을 한 후, 조심스럽게 다가가 모루 위에 놓인 망치를 붙잡았다.

역시나 전생의 모루가 다루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립감을 중시한 현대적인 디자인이 역으로 마음을 쓰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치를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동기화가 미약하게 가속됩니다. 동화율 0.6%

모루가 자신의 전생이란 사실에는 처음부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새삼스럽게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모루다. ······나는 대장장이다. 어쩌면, 전생을 떠올리지 못했어도 그랬을지도 몰라.’

혼에 깊숙이 새겨진 본능이 그를 이끌고 있었다. 금속을 달궈 두드리는 그 단순한 작업만으로 이 혼이 깊숙이 충족될 수 있음을 알았다.

‘어째서 진즉 야금술을 위해 망치를 잡아보지 않았나 후회가 될 정도야.’

지금이라면 자신의 근원과 마주하기 위해 영력을 쥐어짜내며 침잠할 필요도 없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그의 자아가, 지금은 불타버릴 만큼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있으니까.

- 동기화가 미약하게 가속됩니다. 동화율 0.65%

“하, 하하.”

자신도 모르고 있던 감정이 자연스레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순간을 실감했을 때, 기묘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영력을 수련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깊게 이해해가는 과정이니까. 없던 것이 더해진 게 아니라, 숨어있던 것이 드러났을 뿐이다.

- 회원님, 망치만 잡고 끝내실 건가요?

그때 문득 망막 앞에 관리자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는 아직 제대로 작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저 망치를 붙들고 감회에 젖어 있었을 뿐이었다!

“아니, 그래도 선생님께 허락을 받은 게 아니라서······. 돌아오기 전에 나가라고도 하셨고.”

- 관리자는 성장속도 버프가 유지되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작업을 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렇긴 한데.”

하지만 허락을 받지 않고 공방 안에 멋대로 들어와 비품인 망치를 쥐고 있는 것도 이미 상당한 무례이지 않은가. 그런 상식적인 태클을 하는 강신혁에게 관리자가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 벌점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회원님이 야금술을 수련해 얻을 결과가 훨씬 중요합니다. 더구나 저 교사에게도 눈이 있다면, 회원님이 내놓은 성과를 보고도 벌점을 매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회원님을 도와 아티팩트 제작 동아리를 존속시키려고 마음먹을지도 모르지요.

“그건······.”

- 그것을 가능케하는 것이 바로 회원님의 재능입니다.

강신혁이 제정신이었다면 얼마든지 관리자의 말을 부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망치도 한 번 붙잡아보지 않은 강신혁이 뭘 만들어낼 수 있을 줄 알고 그런 모험을 한단 말인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느니 그냥 얌전히 기숙사 훈련실로 돌아가 개인수련을 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

하지만 망치와 모루를 발견한 순간부터 내심 야금술이 하고 싶어 견딜 수 없던 강신혁은 논리에 구멍이 숭숭 뚫린 관리자의 말에도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그럼······ 조금만 해볼까요? 망치질이라도 조금······.”

- 100HP 보너스!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강신혁을 재촉했다. 강신혁은 관리자의 응원에 힘입어 반대편에 놓여있던 금속 집게를 들었다. 처음 망치를 쥐었을 때에 비해 한결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그것으로 한 켠에 쌓여있던 주괴 중 하나를 집었다.

부족한 그의 식견으로는 그게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없었지만,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뻗어나간 영력이 그 주괴를 감싼 다음 순간 주괴가 미미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것이 담고 있는 정보가 강신혁의 뇌리로 흘러들어왔다.

“음······ 이 느낌은, 아, 강철이구나. 하긴 아무리 신영에 돈이 넘쳐나도 마법금속을 퍼줄 리는 없지.”

사실 그 기대가 없던 건 아니지만 아직 야금술 F+랭크에 지나지 않는 자신이 마법금속을 다루는 것은 과분한 일.

그는 고개를 저어 헛된 생각을 털어내곤 주괴를 세밀히 살폈다. 잘은 몰라도 이것 하나면 장검을 하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덜어낼 필요도 더할 필요도 없다.

‘······어라. 방금 주괴를 대상으로 영력을 뿜어낸 것도 그렇고, 내가 이런 걸 어떻게 알지?’

사실 오전에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미튜브에서 야금술이나 생산 관련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능력자들의 제작 영상을 수십 개 보고 오긴 했지만 그 정도로 요령이 붙을 리는 없었다. 붙을 리가 없는데······.

- 동기화가 미약하게 가속됩니다. 동화율 0.7%

“하.”

지금은 본능이 그의 몸을 이끌고 있었다. 처음 설비를 보며 느꼈던 어색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형태는 다를지 몰라도 화로도, 모루도, 망치도, 숫돌도 다 있다. 물건을 만들어낼 금속도 준비되어 있다. 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지금 그는 모루의 인도를 받고 있었다. 자신의 전생과 희미하게 이어진 끈이 지금, 안개 너머의 경험과 기억을 조금씩, 조금씩 불러오고 있었다. 이것이 동기화구나, 그는 재차 실감했다.

“······좋아, 해볼까.”

다른 누구의 조언을 구한다든가, 하다못해 미튜브 영상이라도 틀어놓고 보면서 한다든가······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지만, 화로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 다른 데에 한 눈을 팔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전부 따지고 할 거였으면 지금 이렇게 공방을 무단점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한 번도 대장일을 배운 적이 없는 꼬맹이가 만용을 부린다고 비웃어도 좋다.

하지만 실패하면 어떤가, 다시 녹이면 되는 것을.

“후.”

그는 집게로 주괴를 단단히 쥐어 그것을 화로 안에 넣었다. 불꽃이 솟구쳐 순식간에 주괴를 시뻘겋게 달구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열이 외부로 퍼지지 않게 하는 기능이 첨부되어 있어 화로를 앞에 두고도 전혀 덥지 않았다!

'이상한 부분에서 김빠지게 하네 아까부터.'

그래도 한껏 달궈진 끝에 화로에서 빼낸 주괴로부터 전해져오는 열은 강신혁을 흡족케 했다. 그는 금속이 두드리기 적당할 만큼 물러지게 달군 후 그것을 모루 위에 얹었다. 그리고 망치로 내리쳤다.

D랭크에 달하는 그의 힘은 이미 일반 인류의 한계를 벗어난 수준. 그것을 그대로 담으면 강철이 버틸 수 없기에 적절히 조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마 본능이 시키는 대로 하면 문제없을 터였다.

- 깡!

망치가 금속과 부딪치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붉게 달아오른 금속이 조금 넓게 펴지며 그 길이를 늘였다. 강신혁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약간의 불씨가 옷에 튀었다. 그 순간 교복을 입고 단조 작업을 하는 것은 굉장한 멍청이 짓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예비 교복 있으니까 됐나.’

기숙사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온다는 방법도 있지만 선생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상황에 작업을 뒤로 미루기 싫었다. 그는 급한 대로 자켓만 벗어 바닥에 던져놓고는 계속해서 망치로 주괴를 내리쳤다.

모루의 옵션을 작동하면 장검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겠지만, 켜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주괴를 두드리고 싶을 뿐이었다.

- 깡! 깡! 깡!

비록 설비는 달라졌어도, 망치가 쇠를 두드리며 나는 소리만은 변함이 없다. 아니, 전생의 희미한 기억을 마치 그리워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 깡! 깡! 깡!

망치질 소리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한 번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그의 어설펐던 자세가 교정되고, 다소 불안정했던 리듬이 안정되어갔다.

변한 것은 그의 자세뿐만이 아니었다. 철괴 또한 한 번 불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그 모양새가 크게 달라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길다란 쇠막대기의 형태가 되어 있었다.

- 깡! 깡! 깡!

주기적으로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 뜨거운 열기에 섞여 흐르는 땀방울. 그 모든 것이 강신혁의 마음을 크게 자극했다.

‘······좋은데. 아주 좋아.’

세상에 오직 강신혁과 검이 되어가는 저 쇳덩어리만 있는 듯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영력을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괜찮을 것이다. 강신혁에게서 뿜어져 나온 영력은 크게 소모되는 일 없이 그와 쇳덩어리 사이를 왕복하며 둘의 연결을 보다 깊게 하고 있었으니까.

단순히 검무를 추거나 명상을 하던 때와는 달리 그는 야금술을 통해 보다 세밀한, 보다 부드러운, 보다 효과적인 영력 운용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 깡! 깡! 깡!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공정 속에서 대장장이의 기억이 조금씩, 조금씩 그에게로 흘러들어왔다. 무수히 다른 종류의 금속을 오직 불꽃에 달궈 두드려가며, 담금질하며, 연마하며 그 금속이 지닌 최고의 가능성을 찾아내던 대장장이의 기억이.

강신혁은 그 기억을 따라 쇳덩어리를 두들겼다. 단조 작업이 끝나 담금질로 넘어가도 대장장이의 기억은 계속 이어졌다.

강신혁이 쇠를 담금질하고 있을 때, 모루도 쇠를 담금질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덧 자신이 강신혁인지, 모루인지조차 모르게 되었다. 아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게 된 것이다.

“후우우······.”

담금질이 끝난 검은 경도가 높아지는 대신 인성이 낮아져 잘 깨지는 성질을 갖는다. 그것을 다시 적절한 온도로 가열하였다가 천천히 식히는 ‘뜨임’을 통해 경도와 인성의 균형을 맞춰, 비로소 질기고 튼튼한 금속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이 ‘적절한 온도로 가열’한다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터무니없이 어려운 일인데, 담금질마저 거침없이 해낸 강신혁은 이 과정도 망설이지 않고 해냈다. 그 후로는 드디어 연마 작업이 이어졌다.

- 스윽, 스윽, 스윽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야 제법 애를 먹을지 모르지만 강신혁은 초인이다. 힘과 체력은 넘쳐나도록 있었고,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영력이 작업을 보조해주고 있어 쇠를 갈아내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다.

- 스윽, 스윽, 스윽

연마 작업을 거칠수록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검이 제 모습을 찾아갔다. 강신혁은 숨 쉬는 것도 잊을 만큼 작업에 집중했다. 이때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영력이 검에 스며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이쯤에서 젤리를 하나 섭취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렇네요.”

침묵하고 있던 관리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어드바이스를 주었고, 강신혁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영력 방출량을 조절하면 고갈까지는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야 완성품의 품질이 저하될 터, 공정에서 검이 원하는 만큼은 영력을 먹여줄 생각이었다.

'후우······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배가 고프다는 것도 모르고 쇠를 두드리고 있었으니.'

워낙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던 데다, 부실 한 켠에 마련된 이 공방에는 놀랍게도 창문이 없어 시간의 경과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젤리를 입에 던져 넣고는 새삼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시계를 찾다가······.

“······.”

“너······.”

어느덧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교사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교사의 시선은 미묘하게 낮았다. 그는 강신혁이 만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지금 여기서 만든 거냐? 처음부터?”

“어, 선생님. 이건 그게 아니고요.”

강신혁은 당황하며 손을 내둘렀다. 그러나 교사는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다가와 검을 내려다보며 그에게 물었다.

“여기서 만든 거냐고 묻고 있다.”

“네? 네······ 네. 제가 쓴 철괴는 나중에 가격을 어떻게든 지불을······.”

“어차피 폐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역시 벌점을 주려는 것인가! 강신혁이 괜히 자신을 부추긴 관리자를 탓하며 어떻게든 상황을 면해보려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교사가 뜻밖의 말을 했다.

“마무리해봐라.”

“예?”

“마무리해보라고.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

“네, 넵!”

- 이것 보시죠, 관리자의 말대로 되었습니다. 기쁨의 20HP 선물!

‘잘했어요!’

희망이 보였다. 강신혁은 교사가 말하는 대로 곧장 연마기에 달려들었다.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최대한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다!

- 스윽, 스윽, 스윽

“기계를 다루는 것은 이상하게 서툴군. 하지만 저 움직임은 역시······.”

강신혁이 다시 검의 날을 갈기 시작하자 교사는 뭔가 중얼거리며 그의 움직임을 살폈으나, 재차 연마 작업에 몰두한 강신혁은 금세 손님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후우, 그럼.”

연마기로 연마 작업을 마친 후에는 다시 숫돌로 검을 연마하여 날을 완벽하게 다듬었다.

연마기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는 다소 고개를 갸웃하던 교사도, 강신혁이 숫돌을 다루는 모습을 보곤 아예 입을 닫은 채 그 모습을 집중하여 지켜보았다.

그 입가엔 형언하기 어려운 표정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작업에 집중하며 영력을 뿜어냈을까? 젤리를 먹고 완전히 회복했던 영력이 다시 반쯤 검에 흘러들어갔을 즈음에야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이게 한계야. 지금 단계에서 이 이상의 결과물은 낼 수 없어.’

연마 작업을 완벽히 마친 검은 날도 더없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검면도 매끈하여 굴절이나 왜곡이 전혀 없이 강신혁의 얼굴이 깨끗하게 비쳤다.

강신혁은 초심자가 이 정도 했으면 그래도 괜찮지 않나 생각했지만, 정말 초심자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강신혁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것은 명품이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작품이었으니까!

- 동기화가 가속됩니다. 현재 동화율 1.1%

- 미약한 영기가 깃든 '기묘한' 강철장검(E+)을 만들었습니다. 야금술의 숙련도가 크게 오릅니다!

- 야금술 스킬이 단번에 E랭크로 성장합니다! 스킬의 성장에 의해 체력이 D랭크로 성장합니다.

준비해두었던 검 손잡이를 달고 마지막으로 날을 다듬은 후 검의 완성을 선언한 순간 가이아 시스템 메시지가 단숨에 그를 덮쳐왔다. 로그인 보너스로 얻은 버프의 효과가 남아있어서일까, 실로 굉장한 성과였다.

강신혁은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놀라운 메시지였지만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바로 체력이 성장했다는 메시지였다.

‘몸을 단련하며 체력을 E-랭크에서 E랭크까지 성장시키는데 2년이 걸렸는데.’

그랬던 것이 특성이 진화할 때 단번에 두 단계 성장해 D-랭크가 되었고, 지금 야금술을 성장시킨 결과 또 한 차례 성장해 D랭크가 된 것이다.

설마 야금술 자체에도 스테이터스 성장 보너스가 있을 줄은 몰랐던 터라 깜짝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특성을 각성하기 전까지 했던 노력들은 대체 무엇인가 허탈해질 정도였다. A급 스킬이었던 십팔반무예조차 스테이터스 성장 보너스는 없었는데!

‘······아니, 이런 고민은 안 하기로 했었잖아. 지금은 그저 빨리 강해질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는 데 감사하자. 뒤돌아볼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강신혁은 예리하게 벼려진 검신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픽 웃고 말았다.

뒤돌아볼 시간에 나아가? 감성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아무래도 중2병이 다시 발병하려는 모양이었다.

“좋아, 완성된 모양이구만.”

“······아.”

그 순간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간신히 다른 사람의 존재를 깨달은 강신혁이 고개를 돌리자, 처음 만났을 때와는 딴판으로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럼 어디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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