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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Chapter 2. 성장의 방정식 - 1

강신혁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땐 이미 오후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서둘러 교무실로 가 조퇴신청을 했다.

대련 시간에 그가 벌인 ‘만행’에 대해 들은 것일까, 교사들이 그를 기이한 눈으로 보긴 했지만 조퇴는 무리 없이 승인되었다.

[백인하 : 진짜 문제 있는 거 아니지?]

[나 : 그냥 격하게 움직여서 근육이 꼬인 거라니까. 좀 쉬면 나아.]

[백인하 : 하긴 네 몸에 대해서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그래도 오늘 존나 멋졌다. 아마 우리 반에서 그거 제대로 본 건 나랑 빡빡이밖에 없을걸? 그 간결한 스텝으로 공격을 피하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창을 그냥 핀포인트로, 캬! 역시 마이 베스트뿌렌드 시뇨기······.]

[나 : 됐고, 난 조퇴처리 했으니까 오늘은 혼자 놀아라.]

교무실에서 나온 강신혁은 백인하에게 문자를 보내놓고는 건물을 나와 기숙사를 향해 유유히 걸었다.

참고로 빡빡이란 오늘 학생 간 대련을 주관한 무기술 단련2 교과담당 교사 공준표를 말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미워해도 모근은 미워하지 말랬는데 정말 너무한 놈이었다.

- 츠쿠요 님의 귓속말 : 내가 사랑하던 모루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신, 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아이디를 지워줬으면 합니다.

- 미랑 님의 귓속말 : 히어로 유니버스의 접속에 의한 기억과 경험의 계승, 무척 흥미롭군. 나는 여태껏 죽어본 일이 없어 그것을 겪지 못했는데······ 새로운 삶은 어떤가, 모루?

- 헤일로 님의 귓속말 : 그 세상은 어떻지? ······많이 위험한가?

“아······ 진짜 끝이 안 나네, 끝이.”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은아를 비롯한 무수한 친구들로부터 메시지가 밀려들고 있었다.

은아처럼 무서울 정도로 간단히 그를 받아들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환생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의 환생을 계기로 삼아 히어로 유니버스의 메커니즘을 탐구하고자 하는 학구파도 있었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해.’

그는 친구들에게 일괄적으로 기억을 떠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쳤다는 메시지를 전송하고는 재차 귓속말을 차단했다.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을 돌림으로써 당장 급한 불은 껐다. 사소한 문제가 몇 가지 남긴 했지만 앞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터였다.

사실은 히어로 유니버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지금은 무엇보다도 먼저 집중하고 싶은 과제가 있었다.

‘영력.’

그는 아까 있었던 대련을 떠올리며 두 주먹을 세게 쥐었다. 아직도 도우진을 꺾었을 때의 그 쾌감이 잊히질 않았다.

특성 [깨어난 아룡]과 스킬 [아룡환무]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지만, 그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역시나 영력으로 인한 신체의 강화였다. 무기에 잠든 힘을 깨우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끄집어낸다. 그것만으로 무수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다!

‘순식간에 강해졌어. 영력을 키우면 여기서 더 강해질 수도 있어!’

마나를 다루는 자들을 꺾을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자신을 얕보고 무시하던 이들을!

평생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온 강신혁에게 있어 오늘의 경험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뒤흔드는 격변과도 같았다. 이쯤 되면 흥분하지 않는 것이 무리였다.

-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알고 있어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관리자의 메시지에 강신혁은 우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서두르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자꾸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였다. 그러는 사이 기숙사에 도착했다.

- 야금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물론 수련해야겠죠. 하지만 몸으로 하는 수련도 중요하니까요. 우선 오늘 깨달은 걸 보다 철저히 익힌 다음에 생각하고 싶어요. 검무도 빨리 따라해보고 싶고요.”

대장장이로서 다루는 영력과 전사로서 다루는 영력은 또 조금 다르다는 것을 오늘 도우진과의 대련에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관리자의 조언을 듣고 과거의 자신을 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자신을 놓아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좋아, 훈련실로 가자.’

기사학과 남자 기숙사에는 규모가 큰 대형 훈련실이 있다. 개인 훈련실도 매일 신청만 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데, 강신혁은 매일 오전 꼬박꼬박 훈련을 하면서 항상 미리 신청을 해놓기 때문에 거의 전세를 내고 있는 셈이었다.

‘아니지, 옷 갈아입고 신살검을 챙기자.’

오늘 대련에서 훈련용 장창에 영력을 불어넣을 때 깨달은 점이 있으니, 무기의 등급이 낮고 연원이 별 볼일 없으면 영력의 효과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능력이 더 성장하면 그것도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영력을 효과적으로 수련하려면, 비록 지금은 D등급이어도 본래의 잠재력은 최상인 신살검으로 하는 게 가장 효율이 좋을 터였다.

“조금 일찍 왔네, 강신혁 학생.”

“안녕하세요, 볼튼 선생님. 대련으로 잠시 몸이 안 좋아져 조퇴했습니다.”

“음, 알겠어. 강신혁 학생은 땡땡이를 칠 사람이 아니니까.”

제 방에 들러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신살검을 챙겨 나온 강신혁은 복도에서 사감과 마주쳐 정중히 인사했다.

신영의 기숙사 사감쯤 되면 학생들 간에 발생하는 트러블을 해결해야 하므로 상당한 강자를 초빙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기사학과 남자 기숙사(규모가 가장 컸다.)를 담당하는 사감 에밀 볼튼은 영국 출신의 은퇴 초인으로, 전성기에는 초인 랭킹 300위 안에 들어가기도 했던 대단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생김새는 완전히 서양의 나이스 미들인데 마주할 때마다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해오는 것이 위화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신영에 들어온 이상 언젠가는 익숙해져야겠지만 말이다.

“음? 그 검······ 잠깐 봐도 될까?”

“네.”

에밀 볼튼은 초인 랭킹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초월적인 기량의 무예를 익히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욱이 마나가 없는 강신혁에게도 공평한 대우를 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한 만큼 강신혁은 기꺼이 그에게 검을 내밀었다.

“허.”

신살검을 찬찬히 살피던 에밀 볼튼은 이내 감탄사를 터트렸다.

“특별한 공능을 품은 아티팩트는 분명히 아닌데, 좋은 재료를 훌륭한 장인이 다뤄 만든 검이군. 게다가 내 예상이 맞다면······ 혹시 강신혁 학생이 직접 날을 갈았나?”

“예. 미숙한 솜씨지만······.”

“전혀 미숙하지 않은데.”

그는 예리하게 갈린 날을 만져보며 거듭 감탄했다.

“무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손길이야. 역시 진지하게 수련하는 사람은 다르군.”

“감사합니다.”

“좋은 무기가 좋은 사람의 손에 들어갔어. 앞으로 발전을 기대하지.”

에밀 볼튼은 정중히 그에게 검을 건네고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떠나갔다.

무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존경하는 에밀 볼튼에게 칭찬을 받은 강신혁은 마음이 들뜨는 것을 자제하며 훈련실로 향했다. 그러다 말고 문득 드는 의문이 있었다.

“어라, 그런데 에밀 볼튼쯤 되는 강자도 이 검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는 건가?”

- 신살검의 진정한 모습은 영력이 개방되었을 때에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영력을 다루지 못하는 대부분의 능력자는 신살검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영력이라는 단어를 입 안으로 중얼거리며 걷다보니 금세 훈련실에 도착했다. 그는 자신이 예약해두었던 개인 훈련실 안으로 들어가, 중앙에 편하게 앉았다.

‘그럼 우선 나 자신의 신체능력을 끌어올려보자.’

비록 급속도로 영력을 소모하는 바람에 꼴사나운 모습이 되긴 했지만 그 순간적인 폭발력은 두 말하면 입 아픈 수준! 다시 그런 추태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력을 통한 자신의 강화에 능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도우진과 대련했을 때처럼 하면 안 돼.’

아깐 강신혁의 마음도, 상황도 급했다. 마나를 활성화해 덤벼드는 도우진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영력을 대거 끌어내 반쯤 강제로 육신을 활성화시켰던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게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은 강신혁도 잘 알았다.

‘천천히, 차분히 하자. 일단 에이렌 젤리를 하나 꺼내놓고······.’

그는 관리자의 도움을 받아 샵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던 199개의 에이렌 젤리 중 하나를 현실로 불러냈다. 작은 포장의 젤리를 언제든 섭취할 수 있도록 옆에 놓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의 근원에 집중했다.

‘영력이란 스스로의 근원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힘. 나 자신을 구석구석 파악하고, 보듬어 북돋는 힘.’

요령만은 도우진과의 대련 때 확실히 잡았다. 영력의 본질은 대상과 깊이 연결되어 이해하는 것에 있다. 육체가 강화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부산물일 뿐 절대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물건을 다루며 스스로 수양했던 전생의 여파일까, 실로 운이 좋게도 그는 이것을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수한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없애고 그를 곧장 바른 길로 이끌었다. 전생의 기억을 각성한 데서 오는 압도적인 어드밴티지였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저 긍정하는 것······. 우선은 나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평소 몸을 움직여 훈련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명상은 낯선 분야였으니까.

하지만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일까, 훈련실 창문 바깥에서 들려오는 까마귀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그가 완벽히 자신의 내부에 몰입하는 데 성공한 순간.

‘아.’

드디어 조금씩 영력이 소모되며 어두컴컴했던 내부 공간에 희미한 빛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도우진과 대련을 했을 땐 상황이 워낙 급했던 나머지 영력을 모조리 쏟아 부어 육신을 강화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젠 그렇게 무리를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영력으로 말미암아 자아를 관조할 수 있었다.

‘······찾았다.’

그의 내부는 마치 좁고 어두컴컴한 동굴과도 같았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경멸스러운 시선을 모두 애써 무시하고 여태껏 홀로 버텨온 그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마음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강신혁은 곧 그 중심부에서 고독하게,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나약하지만, 그 의지만은 생생하게 느껴지는 스스로의 자아였다.

‘흐. 신살검이랑 비교하면 진짜 초라하네.’

이리저리 흔들리는 희미한 자아의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약하다. 너무나 약하다.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보던 때와는 다른 느낌. 진정한 의미의 나신과 마주보는 기분이었다.

부끄럽지만 그 이상으로 뿌듯했다. 스스로의 보잘것없음을 인정하고 나면, 남은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신기하게도 희미한 빛이 그에게 호응하며 밝기를 더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 동기화가 미약하게 가속됩니다. 동화율 0.4%

- 영력이 E-랭크로 성장합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동기화가 가속된 것은 물론 영력까지 E-랭크에 진입한 것이다!

아마 빛이 밝아진 것은 이 때문이었겠지. 지금 이 순간, 확실히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는 확신이 섰다.

- 젤리를 드세요!

“아, 넵!”

워낙 깊이 침잠해있던 탓에 자신의 영력이 바닥으로 치닫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강신혁은 적시에 나타난 관리자의 메시지에 감사하며 젤리를 삼켰다. 다시 먹어도 감탄스러운 그 향과 식감에 감탄하고 있자니 급속도로 영력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E-랭크가 되어서 그런지 영력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됐어요.”

- 축하드립니다.

본래 영력을 다루려면 초월적으로 집중하여 그것을 끌어내야 했는데 마이너스나마 E랭크에 걸친 지금은 보다 자연스럽게 영력을 느끼고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훨씬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겠지. 몸으로 느껴지는 성장에 강신혁은 실로 즐겁게 웃었다.

“좋아, 그럼 다음.”

영력의 회복을 확인한 후, 그는 신살검을 손에 쥐고 일어섰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제 신살검을 통해 보았던 검무를 다시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기절하면 안 되는데.’

두통이 두렵기는 하지만 더 망설이고 있을 수도 없다. 그는 이를 질끈 악물고는 신살검을 쥔 손으로 영력을 일으켰다. 그것을 부드럽게 검에 담아내며 신살검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했다.

역시 훈련용 장창 따위와는 달라 단숨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어제 신살검의 날을 갈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집중하자 곧 신살검도 다시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재차 그 검무가 강신혁의 뇌리를 지배했다.

“아······ 아아.”

아무 소리도 없다. 아무런 변화도 없다. 새하얀 세상에서 신살검을 손에 쥔 그림자가 홀로 검무를 추고 있다.

그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메스꺼움이 일었지만 꾹 참아냈다.

“후, 후우······.”

그는 기절할 것만 같은 두통을 이겨내려 이를 악물며,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신살검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이미지를 따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검무를 따라서 추기 시작한 것이다.

“훅, 후욱, 후우우······!”

강신혁으로부터 방출된 영력이 신살검을 가득 채웠다. 신살검이 그에게 반응하여 희미한 진동을 일으키며 빛을 토해냈다.

다만 그의 움직임은 빈말로도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득히 높은 이치를 이해하지 못해 움직임에는 유의미한 뜻이 담기지 못했고, 검 끝은 흐물거렸다.

그런 그때였다.

- 특성, 깨어난 아룡(A+)으로 인해 초월영역의 검술을 보다 쉽게 받아들입니다.

강신혁의 특성, 깨어난 아룡은 모든 종류의 무술을 무척 빠르게 숙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특성이다.

비록 그 수준이 지구의 무술과는 터무니없는 차이가 있다지만, 신살검에 담긴 검무 역시 특성의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끄으으으으윽.”

다만 그 이치를 육신에 새기는 대가는 강신혁의 정신이 부담해야 했다. 본래 지금의 수준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할 무술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너무 무리하면 그의 정신이 무너질 우려가 있었기에, 그는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지 않는 선에서 무술의 이해를 본능적으로 중단했다. 그리고 두통을 떨쳐내려는 듯 검무를 필사적으로 펼쳐갔다.

어느덧 신살검 위로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문양이 새겨졌지만, 검무에 집중하고 있어 그것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

“헉, 허억!”

얼마나 더 그러고 있었을까? 강신혁이 영력의 소모를 감지하고 신살검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버린 순간,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아룡환무(S-) 스킬의 숙련도가 C+랭크로 성장합니다.

성과는 훌륭했다. C랭크였던 아룡환무 스킬의 숙련도가 C+랭크로 성장했으니까!

참고로 아룡환무는 본래 강신혁이 지니고 있던 무술 십팔반무예가 진화한 S-급의 스킬로, 여기서 말하는 S-급은 스킬의 희귀도와 잠재력, C+랭크란 현재 스킬의 숙련도를 이르는 것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움직임을 완전히 멈춘 강신혁은 신살검을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여태껏 특성의 도움으로 무술을 이해할 때 이런 고통을 겪은 적은 없었다.

그만큼 신살검에 담긴 검무가 특출나다는 뜻이리라. 일부나마 무술을 이해했으니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프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 터질 것 같다!

‘이 이상은 무리야.’

다시 그 검무를 받아들이려면 적어도 방금 받아들인 것을 완전히 체득하고 난 후가 아니면 안 된다. 강신혁은 본능적으로 그런 결론을 내렸다.

이 기연을 온전히 수습하는 것만으로 아룡환무를 다시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 회원님, 두통에 괴로우시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거래 게시판에 효과 좋은 두통약이라도 있나요?”

- 바로 숫돌로 검의 날을 가는 것입니다.

“······.”

관리자의 생뚱맞은 메시지에 강신혁은 잠시 가만히 굳어있었으나, 어차피 오늘 이 이상 수련하는 것은 텄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날 갈죠, 뭐.”

- 관리자의 의견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회원님께 10HP 보너스!

그는 방으로 돌아와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신살검의 날을 갈았다. 실로 차분한 기분이 되어 오늘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반성할 수 있었을 뿐더러, 성장한 영력도 한결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힘에 취해 들떠있던 전사는 그렇게 다시 대장장이가 되었다.

전생과 현생이 조화로이 섞이게 될 날은 아직 먼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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