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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자마자 VIP-3화 (3/345)

3화.  Chapter 1. 내 안에 할배 있다. - 2

- 은아 님의 귓속말 : 은아가 할부지랑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돼?

- 은아가 착한 아이로 있으면 할애비가 만나러 가지.

- 은아 님의 귓속말 : 정말? 은아 있지, 엄마랑 아빠보다 할부지가 좋아! 엄마랑 아빠는 맨날 나 괴롭히기만 해. 인형 놀이도 못하게 하구, 만화도 못 보게 해!

- 저런, 그럼 할애비가 가서 혼내줘야겠구나. 그리고 우리 은아랑 인형 놀이도 같이 하고, 만화도 같이 봐야지.

- 은아 님의 귓속말 : 진짜!?

- 그럼, 진짜지.

- 은아 님의 귓속말 : 할부지 너무 좋아! 은아 쭉 착한 아이하고 있을 테니까 빨리 만나러 와야 돼!

머릿속에서 무수한 기억이 요동쳤다. 모두 다른 시간대의 기억이었으나, 장소와 사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강신혁은 멸망한 세상에 홀로 남은 대장장이가 되어 하염없이 쇳덩어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어린 아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금속을 담금질하고 있었다.

- VIP [모루]님의 접속을 환영합니다. 아이디 정보를 모두 로드했지만 격의 차이가 워낙 커 완전 동기화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여태 벌어들인 HP가 동결되며, 동화율이 높아질 때마다 조금씩 해금됩니다.

- VIP등급이지만 동화율이 낮아 회원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로그인 보너스 기능을 제한적으로 활성화합니다. VIP 혜택, 오늘의 로그인 보너스로 500HP 획득! 동화율을 높여 로그인 보너스를 강화하고 마이 룸 기능을 해금하세요!

히어로 유니버스니 뭐니 하는 이상한 메시지를 접해 기절하고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밤하늘에 별이 총총 박히고도 한참은 흐르고 나서야 강신혁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아무래도 기절한 자신을 백인하가 방에 옮겨준 모양이었다. 정말 고마운 녀석이다.

“그, 으아······ 무슨 술 마신 것처럼 머리가 아프냐······.”

머리가 빙빙 돌았다. 신영 합격이 발표되고 수녀님 몰래 고아원 아이들과 이별주를 마신 다음날 아침 같았다. 당최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얼 위해 살아가는지 모르겠는 상태였다.

다만 머릿속에 한 가지 확실하게 남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은아]라는 어린 여자아이에 대한 기억이었다.

아니, 한 가지가 더 있다. 자신은 대장장이였고, 그 아이에게 생일선물을 만들어주었다는 것.

“뭔 전생······ 뭐 그런 건가.”

스스로 말하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단순한 꿈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생생한 기억이었다. 그 기묘한 일체감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기댈 이 누구 한 명 남지 않은 세상에서, 지하에 숨어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던 늙고 초라한 대장장이. 그런 그에게 찾아온 기적······.

‘씁, 그 이상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기억이 조각나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

정신이 없는 와중에 동기화니 VIP니 하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가이아 시스템의 로그 확인 기능을 사용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하며 기능을 활성화한 순간, 그는 더욱 창백해지고 말았다.

- 동기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동화율 0.3%······ 동기화 완료까지 남은 시간 1,301일 17시간 32분 55초 18······.

- 특수능력, 영력을 깨달았습니다.

- 영력의 영향으로 기존의 특성, [여의주를 빼앗긴 이무기](A-)가 [깨어난 아룡(兒龍)](A+)으로 진화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대폭 성장합니다!

- 일반 스킬 [야금술]을 얻었습니다. 동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숙련도는 F로 하락합니다. 스킬을 사용하고 숙련하는 것으로 동기화를 가속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VIP니 모루니, 동기화니 하는 얘기는 아마 히어로 유니버스라는 것과 관계되어 있으리라. 그러니 일단 그냥 넘어간다 치고, 그 뒤로 이어지는 것들은 뭐란 말인가.

특성의 진화? 야금술? 더구나 특수능력!? 특수능력이라니! 특수능력은 마력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지. 침착해, 침착하자 강신혁. 이것 자체가 함정일지도 몰라. 마력을 갈망하던 내가 꾸는 지독한 악몽 혹은 환각일지도 몰라······. 일단 침착하게 확인하자. 그래. 침착. 침착······.”

특성을 각성해 가이아 시스템에 접하게 되는 모든 초인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권한을 얻게 된다.

그래, 그것이 바로 상태창이었다.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을 보듯, 자신의 객관적인 능력을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강신혁이 상태창이라는 말을 읊조리자 곧장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유리창이 나타났다.

[강신혁 - E+랭크 → D랭크]

[특성]

깨어난 아룡(兒龍)(A- → A+) -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대신 모든 종류의 무술을 무척 빠르게 숙련한다. 스스로 익힌 무술의 효과를 크게 증폭하고, 손에 쥔 무기의 성능을 강화한다.

[신체능력]

힘 - E+ → D

민첩 - D → C-

체력 - E → D-

[특수능력]

영력 - F(개방)

[스킬]

십팔반무예(A) → 아룡환무(S-) ? C

야금술 - F

“하······.”

강신혁은 자신의 상태창을 보며 의미를 갖추지 못한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상태창이 맞았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혹시나 스테이터스가 성장하지 않았을까 확인했던 바로 그 상태창. 비록, 그 내용은 극적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지난 5년간 죽도록 노력했음에도 그렇게나 성장시키기 힘들었던 힘과 민첩, 체력이 껑충 뛰어오른 것은 물론이고, E+랭크로 올린 지 얼마 안 된 자신의 등급이 어느덧 D랭크로 성장해있었다. D-랭크를 건너뛰고 바로 D랭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돈 다른 변화에 비하면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정말로 특성이 진화했잖아.’

본래 그의 특성은 여의주를 빼앗긴 이무기, A-랭크의 특성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깨어난 아룡이 되며 단숨에 두 단계 성장한 A+랭크가 된 것이다!

물론 마나를 다루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했지만 자신의 무술의 효과를 크게 증폭하는 것에 더해 무기 자체의 성능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되었으니 터무니없는 변화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마나가 없어도 남부럽지 않은 초인으로 활약할 수 있을 만큼.

“심지어 특성 스킬은 S-급······ 마이너스가 붙긴 했지만 S등급에 발을 걸쳤잖아······?”

여태껏 많은 무기를 다루며 성장시킨 무술 계열 특성 스킬, 십팔반무예가 아룡환무라는 보다 희귀도가 높은 스킬로 변화한 것도 놀라운 변화였다.

희귀도가 높으면 숙련도의 성장한계도 늘어나고, 숙련도가 낮아도 강하다. 특히나 S라는 등급은 특별하다. 랭커, 혹은 랭커 예비군의 전유물이었으니까.

그것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자신의 뺨을 꼬집어보았지만 죽어라 아팠다. 꿈이 아니다. 자신의 힘과 체력이 정말로 성장했다는 사실도 더불어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놀라운 건······.’

[특수능력]

영력 - F(개방)

바로 특수능력이다. 그것도 영력이라는 이름의,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특수능력.

아니, 애초에 지구의 초인들에게 특수능력이란 마력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었다. 마력 외의 특수능력은 알려진 바가 없다. 적어도 자신을 비롯한 일반적인 초인들에게는.

마력은 만물을 강화하는 힘이며 몬스터와 대적하고자 하는 초인들이 필수적으로 다뤄야만 하는 힘. 강신혁이 깡통 취급받았던 것은 그 마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에 마력을 대신하는 스테이터스가 생겨난 것이다!

“침착해야······ 아니 안 돼, 도저히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놀라운 일도 한두 가지여야지, 다양하게 극적인 변화가 단숨에 찾아오니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펑 터질 것만 같았다.

다만 이 모든 일이 히어로 유니버스라는 것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 일의 발단이 무엇이었더라? 그래, 분명 중고 무구점에서 만진 검이······.

“하.”

오른손에 시선을 주니 자신은 여전히 그 검을 쥐고 있었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아주 꽉 쥐고 있는 것이 스스로도 웃겼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간신히 손에 힘이 풀려 검을 놓을 수 있었다.

“이게 뭐라고 그런 일이······.”

- 그것은, 그 검이 전생의 회원님께서 만드신 검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가이아 시스템 특유의 딱딱한 메시지가 아닌, 마치 사람이 말하고 있는 듯 온기가 느껴지는 메시지. 머릿속을 부유하던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강신혁은 이 메시지의 주인을 무어라 불러야 하는지 떠올려냈다.

“관리자······?”

- 정답입니다! 관리자를 금방 떠올려낸 회원님께 보너스로 10HP!

“보너스 후한 건 여전하네······ 아.”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다 말고 두 눈을 크게 뜨며 제 입을 막았다. 제 기억에도 없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짐작했을까, 메시지가 다시 이어졌다.

- 혼란스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은 회원님의 기억입니다. 정확히는, 회원님의 전생의 기억입니다.

“그런 게······ 진짜로 있어요?”

- 지금 겪고 계십니다.

“혹시 이 검을 통해 다른 사람의 기억과 인격이 강제로 나한테 주입되었다거나 하는.”

- 전생의 기억을 로드할 수 있었던 것은 영혼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로드했음에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무엇보다도.

제법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지만 전혀 못 알아먹겠는데 대체 뭐라고 대꾸해야 할 것인가, 강신혁이 곤란해 하던 중 관리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 스스로도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자신이 ‘모루’라는 사실을.

“······.”

강신혁은 헛숨을 들이켰다. 본능의 영역에서, 관리자의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ID 모루. 멸망한 세상에 홀로 숨어 죽는 그 순간까지 쇠를 두드렸던 남자.

비록 그런 단편적인 기억밖에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확실히 관리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가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되었다.

스스로도 신기했지만 모루를 자신이라고 여기는 마음이 너무나 당연하게 일어 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확실히 그러네요.”

- 동기화가 진행되어 동화율이 높아질수록 혼란이 가시게 될 겁니다.

강신혁은 그 말을 듣고 메시지를 다시 살폈다. 동기화가 완료되기까지 앞으로 1,300일이 남았다.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이 변하게 될 것만 같다는 두려움과, 잃어버린 것을 빨리 되찾고 싶다는 초조함이 함께 치솟았다. 실로 기묘한 감정이었다.

강신혁은 그런 양가감정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살짝 틀었다.

“그러면 이······ 영력이라는 건 뭐죠?”

- 전생의 회원님께서 다루던 힘입니다. 물론 같은 영혼을 지닌 지금의 회원님도 다루실 수 있습니다. 단지 히어로 유니버스에 접속하여 전생의 기억을 동기화하게 되며 보다 빨리 그것을 깨닫게 되신 겁니다.

“특성이 진화하고 능력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건?”

- 영력의 영향입니다. 영력은 만물의 근원에 접해 그것을 진화시키는 힘. 각성하고 가장 먼저 회원님의 근원을 진화시킨 것입니다.

······어라, 그건 어째 마력과 비슷한 것 같은데.

- 그렇습니다. 영력은 마력과는 다른, 정확히는 상위 차원에 속하는 힘입니다. 마력이 외부에서 내부로 작용하는 힘이라면, 영력은 내부에서 외부로 작용하는 힘. 우주를 통틀어 극히 제한된 자들만이 사용 가능한, 깨달음을 얻은 자에게만 허락된 힘입니다.

“혹시 그것 때문에 제가 여태까지 마력을 다루지 못했던 건가요?”

- 그건 그냥 특성의 페널티입니다. 마력과 영력을 함께 다루는 이도 있습니다.

여태껏 각성을 했어도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끼고 울컥하려 했던 것이 도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다만 그래도 기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영력. 마력의 상위차원에 속하는 힘. 그것이 뜻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제 더는 강신혁이 깡통이 아니라는 것. 그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강해질 수 있다는 것.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영력······.”

강신혁은 마력을 모르는 자신에게 깃든 새로운 힘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아직 그것을 다루는 방법조차 몰라 그저 감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분명 자신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눈을 뜬 기운이 있었다.

“관리자 님.”

비로소 마음을 정리한 강신혁은 침착한 목소리로 관리자에게 물었다. 묻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았지만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영력을 제 뜻대로 키우고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것은 회원님 스스로 알고 계실 터입니다.

관리자는 즉답했다.

- 회원님은 영력을 다루는 대장장이이셨으니까.

그로써 화제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처음 기억을 떠올렸을 때에 비하면 제법 차분한 마음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좋아요.”

강신혁은 후우, 한숨을 토해내고는 대꾸했다.

비로소 전생의 자신과 마주할 각오를 다진 것이다.

“그럼 어디 한 번 야금술인지 뭔지를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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