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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Chapter 1. 내 안에 할배 있다. - 1

강신혁은 고아였다. 3차 게이트 대역류로 인해 일어난 재앙에서 몬스터에게 부모를 잃고 고아원으로 흘러 들어간 무수한 아이 중 한 명이었다.

몬스터에게 부모를 잃은 아이가 으레 그러하듯 강신혁도 몬스터라는 것들을 저주했다. 제 손으로 찢어죽이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12살의 어린 나이로 능력자로 각성했을 때 그는 그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강신혁 - G랭크]

[특성]

여의주를 빼앗긴 이무기(A-) -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대신 모든 종류의 무술을 빠르고 수월하게 익힐 수 있다. 스스로 익힌 무술의 효과를 강화한다.

[신체능력]

힘 - F

민첩 - F

체력 - F

[특수능력]

없음

[스킬]

십팔반무예(A) - F

그러나 능력자가 되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어른들은 그것을 가이아 시스템이라고 불렀다.)을 처음 본 순간 그는 얼어붙고 말았다. 이유는 바로 그의 특성 때문이었다.

“A-랭크 특성이라니, 등급만 놓고 보면 상위 특성인데. 특성 스킬도 A급이지 않나.”

“모든 종류의 무술을 빠르게 익힌다라······. 무술에 무기술이 포함된다면, 혹시 총기술에도 적용되는 건가? 숙련 속도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니, 그렇지만.”

“페널티가 너무 치명적이지 않나.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초인이라니, 이건······.”

“솜씨 좋은 용병이라면 될 수 있겠지만······ 이래서야 영.”

“고위 능력자가 되기는 글렀군요. 안타까워, 실로 여의주를 빼앗긴 이무기 그 자체야.”

빛 좋은 개살구. 그의 특성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표현이었다.

강신혁도 그것을 이해했다. 몬스터와 맞서 싸우는 능력자들에게 마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도 잘 알았으니까.

마나, 혹은 마력. 이세계와 통하는 게이트와 함께 나타난 신비의 기운. 강한 능력자들은 누구나가 강한 마력을 품고 있었으며, 몬스터도 마력이 많을수록 강해졌다.

특별한 힘을 품은 아티팩트 또한 마나가 있어야만 발동할 수 있었고, 게이트 안에서, 희귀 몬스터에게서 발견되는 마나 스톤은 많은 양의 마나를 품고 있을수록 가격이 높아졌다.

‘게이트가 열린 이후의 세상은 마나가 지배한다.’

그 말이 실로 옳았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마나의 힘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강신혁은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능력자로 각성한 순간 선고받은 것이다.

너는 마나를 다룰 수 없다고.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

그로부터 5년이 흘러 강신혁은 17살이 되었다. 다른 많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그는 굳이 초인양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몸으로는 무수한 제약이 있었지만, 모든 무술을 빠르게 숙련하게 해주는 그의 특성은 그런 치명적인 제약을 짊어지고도 어떻게든 세계최고로 손꼽히는 초인양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다른 말로 하면, 즉 거기까지였다.

“어, 강신혁 지나간다.”

“저 새끼 이번 마력기초 중간시험 낙제라던데.”

“저거 진급은 할 수 있나?”

“다음 종합대련에서 저 새끼 걸리면 좋겠다. 나도 낙제 아슬아슬한데······.”

“병신, 저거 이겨봤자 포인트 얼마 안 오를걸.”

수업이 끝나고 그저 평범하게 복도를 걷고 있기만 해도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신혁은 낮게 혀를 찼다.

마력을 못 다룬다고 해도 저런 애송이들은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소동을 일으켜서 좋을 것이 없었으니 참아야 했다.

‘난 가뜩이나 여기저기 미운털이 박혀있으니까.’

대한민국의 일류초인 양성소, 초인양성학교 신영.

무려 60%에 달하는 유학생 비율을 자랑하는 신영은 초인양성시설 중에선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엘리트 기관으로, 학생부터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그 소속원은 누구나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 세대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그런데 그 신영에 마나조차 다루지 못하는 학생이 다니고 있는 것이다. 국가 공인 능력자인 초인에게 있어 마나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강신혁이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수치라고 여기는 자들도 제법 있었다.

입학하고 당분간은 필기시험과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어떻게든 잘 넘겨왔지만 어떤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혀 쫓겨날지 몰랐다. 어떻게 입학한 곳인데, 쫓겨날 수는 없었다.

‘학비 면제에 기숙사 제공, 훈련시설 제공에 밥값 공짜, 심지어 품위유지비라는 명목으로 두둑하게 용돈까지 주는 곳인데.’

대한민국 최고, 동시에 세계5대 초인양성학교로 손꼽히는 신영에 입학하기 위해 강신혁은 정말 죽어라 노력했다. 고아의 몸으로 만족스런 훈련환경조차 없었지만, 노력했다. 정말 노력했다.

그 덕에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3년간 최고의 환경에서 수련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뒤에서 떠들어대는 놈들과 시비를 붙느라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어떻게든 이 학교에서 빨아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빨아먹는다. 반드시 초인이 된다.’

마나가 없어도 육체는 단련할 수 있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징징대는 것은 한계까지 노력한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

새삼스레 그렇게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데, 돌연 그의 어깨 위에 손바닥이 올라왔다. 그의 기를 다 빨아먹는 듯한 목소리가 뒤이어 날아들었다.

“헤이 시뇩이, 놀러가자!”

“······백인하.”

강신혁은 뒤를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극도로 단련한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빠르게 다가온 소년의 이름은 백인하, 그와 같은 신입생이었다.

강신혁과는 달리 높은 수준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특성 또한 무려 S급에 이르는 괴물 중의 괴물. 유독 잠재력이 뛰어난 괴물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는 신영의 올해 신입생 중에서도 주목도로만 따져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진짜배기 천재였다.

“나랑 놀면 너한테 좋을 거 없다니까.”

“와 존나 쩐다! 방금 그거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대사였어. 야 다시 한 번만 말해봐. 나 녹음할 테니까.”

“이 새끼가······.”

신영의 모든 학생에게 지급되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태의 고성능 휴대 단말기, 통칭 ‘스틱’의 녹음 기능을 켜고 있는 백인하의 모습을 보며 강신혁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와는 같은 기사학과 C클래스였고, 대련 시간에 처음으로 붙은 것이 바로 그였다.

강신혁은 백인하가 마력을 제대로 발현하기 전까지는 제법 선전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특성을 발현하고 나선 바로 나가떨어졌는데, 그 이후로 어째선지 자주 다가오게 된 것이다.

진짜 재능을 엿봤다나 뭐라나, 아무래도 특성만 좋다 뿐이지 눈은 병신인 모양이었다.

다만······ 그가 자신과 친하게 지내주는 것 자체는, 고마운 일이다. 소문난 강자인 그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시비는 덜 걸릴 테고, 학교생활도 한결 수월해질 테니까.

‘냉정하게 이득을 계산하고 있는 내가 싫다 진짜.’

백인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게 퉁명스레 대하고 마는 것은, 아마 그에 대해 품는 이런 죄책감이 무의식중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리라.

“넌 너 좋다고 달라붙는 다른 녀석들 놔두고 왜 자꾸 나랑 놀려고 그러냐?”

“말했잖아, 네 실력에 반했다니까. 캬, 넌 검을 들든 창을 들든 망치를 들든 개쩔잖아.”

“하지만 마나가 없잖아 마나가. 남들이 날 뭐라고 부르는지 너도 알지? 깡통. 소리만 요란한 깡통이라고.”

“그런 건 특성이 성장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게다가 능력만 믿고 설치는 새끼들보다 매일 존나 열심히 하는 녀석한테 더 호감 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 아, 그리고.”

실은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하고 백인하가 강신혁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네 마스크가 좋잖아. 원래 여자 꼬시려면 잘생긴 놈 옆에 붙어있어야 되거든.”

“······.”

강신혁은 그 말에 새삼스레 자신의 얼굴을 쓸어보았다.

확실히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면전에서 이런 말을 듣는 건 오랜만이었다. 신영에 입학한 이래 모두 자신의 특성밖엔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납득했지, 시뇨기? 그럼 이제 놀러가자! 멋지고 화려한 누님들을 꼬셔 함께 광란의 밤거리를 질주하자!”

“······일단 그렇게 이상하게 부르는 건 관둬라.”

이런 유감스러운 성격만 빼면 참 좋은 녀석인데. 강신혁은 한숨을 쉬면서도 순순히 그를 따랐다. 오후엔 수련을 해야 하니 딱 2시간 정도만 어울려주자고 생각하며.

그런데 그가 자신을 끌고 간 곳은 유흥가가 아닌, 초인 혹은 초인양성학교의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초인전용의 무구점, 소모품점, 음식점과 주점이 밀집한 상점가······ 통칭 서울 초인상가였다. 들어가는 데에 초인, 혹은 초인양성학교 신분증이 필요한 진정한 초인 구역.

“꼬시려는 게 대학생이나 사회인 누님이 아니라 초인 누님이었냐?”

“아니 그건 반 농담이었고, 너 오늘 생일이잖아. 생일선물이나 사줄까 해서.”

“······뭐?”

백인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강신혁은 그 말에 살짝 감동하고 말았다.

생일이라니, 여태까지 누가 그의 생일을 챙겨준 적이 있었던가? 지금이 5월 초이니 그와 알게 된지도 두 달밖엔 되지 않았는데······!

“야, 내가 너 원하는 걸로 사줄게. 저기로 갈까?”

“돌았냐, 저건 브랜드잖아. 됐어.”

초인 전용 무구에도 등급이라는 것이 있다. 방금 백인하가 가리킨 상점은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초인 전용 무구 브랜드 [미스틱]이었다.

게이트 너머에서 지극히 드물게 얻어 나올 수 있는 천연물을 제외한 제작품 중에서는 감히 탑 그레이드라 일컬어지는 명품들만 판매하는 곳!

“저기 생각보다 별로 안 비싸. 더구나 네 실력이면 저 정도는 쥐어줘야지.”

“주위에서 괜한 소리만 나와, 때려쳐.”

풍문으로는 듣고 있었다. 재능과 외모, 모든 것을 다 가진 백인하가 실은 집안까지 빵빵하다는 얘기를.

학교에서는 평범하게 같은 밥 먹고 같은 옷 입으며 지내고 있어 모르고 있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단순한 소문이 아닌 모양이었다.

“야 그래도 진짜 부담 안 되는데.”

“내가 부담 된다고 새꺄. 저기로 가, 저기로.”

강신혁은 어리둥절해하는 백인하를 이끌고 근처 골목길 입구에 있는 허름한 상점으로 향했다. 중고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었으니 미스틱보다야 훨씬 쌀 터였다.

“중고!?”

“초인 무구는 중고라도 존나 비싼 거 다 알거든. 저것보다 비싼 건 절대 못 받는다.”

“그래도 크게 될 놈이 작게 쓰면 안 된다 했는데······.”

“나중에 더 비싼 거 줘. 지금은 저거면 돼.”

강신혁은 무슨 재벌가의 후계자 수업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를 지껄이는 백인하를 이끌고 억지로 중고 전문점 안에 들어섰다.

백인하는 끝까지 투덜거렸으나, 너무 비싼 건 갚을 수가 없다는 강신혁의 말에 간신히 납득해주었다.

@@@

그곳에서 온통 칠흑으로 뒤덮인 검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거기 있는 건 개당 150만원.”

카운터에 앉아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점주가 퉁명스레 말했다. 강신혁은 그 말을 듣고 다시 그 검을 바라보았다.

그 칠흑의 검은 다른 병장기들과 불규칙하게 섞여 커다란 통에 담겨 있었는데, 그것은 즉 이 중고 무구점에서도 떨이 처리를 하고 있는 무구라는 뜻이었다.

“하자 많은 것들이니 나중에 뭐라 불평해도 환불 불가요. 학교 이름으로 압박해도 소용없으니까 그리 아쇼.”

“아, 예. 그런 짓은 안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점주의 시선은 강신혁이 입고 있는 교복 자켓 왼쪽 어깨에 새겨진 신영의 엠블럼에 고정되어 있었다.

과거 신영이라는 이름으로 패악질을 했던 선배에게 된통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면 점주가 유독 퉁명스러운 것도 납득이 갔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검에 시선을 집중했다.

‘다시 보니 확실히 잔금이 많구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일까? 검은 이가 몽땅 나가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한 실금까지 가 있었다. 더욱이 가드 부분에는 커다란 구멍까지 나 있는 것이, 원래 장식품이 끼워져 있다가 빠진 것 같았다.

‘확실히 폐품이야. 아무리 잘 관리해도······ 몇 번 써먹지 못할지도 몰라. 녹이 안 슬어있는 건 신기하지만.’

그런데 어째서일까, 이렇게나 이 검에 끌리는 것은.

이 검을 쥐어보고 싶다. 먼지를 닦아내고 검의 날을 갈아주면 지금이라도 번쩍번쩍 예리하게 빛을 발할 것 같았다.

그는 충동적으로 검에 손을 뻗었다. 어김없이 점주가 참견해왔다.

“만지면 사는 거요. 환불불가요.”

“아 진짜 아까부터 시끄럽게 구네. 신혁아, 그거 너 해라. 내가 값 치를 테니까.”

150만원.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라 선물로라도 받기 부담스럽지만, 학교에서 제공되는 품위유지비를 아끼면 또 못 모을 돈도 아니었다. 언젠가 백인하에게 갚아줄 날이 오겠지.

떽떽거리는 점주에게 다가간 백인하가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었다. 새카만 카드를 본 점주는 흠칫하더니 공손한 자세로 카드를 받아들었다.

“A, AS는 되도록 해드리겠습니다요. 그런데 진짜 하자가 있는 물건들이라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데······.”

“시뇩아, 그렇다는데 괜찮냐?”

“괜찮아.”

역시 돈과 권력이 짱이었다. 그 불퉁하던 점주가 저렇게 공손해지다니! 강신혁은 이런 우월감을 느끼게 해준 백인하에게 감사하며 검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강신혁의 전신에 짜릿한 통증의 격류가 내달렸다.

‘큭!?’

곧장 검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 직전 강신혁의 뇌리를 비집고 흘러들어오는 이미지가 있었다.

더 이상 새로운 생명도, 희망도 잉태되지 않는 멸망한 세상에서, 홀로 쇠를 두들기는 남자의 이미지.

‘좁은 공방······ 늙은 남자? 쇠를 두들기고 있구나. 오래, 엄청 오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일 터인데, 그는 어째선지 그 뒷모습에 진한 동정과 공감을 느꼈다. 그 사실에 본인이 더욱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째서, 이 사람이 나의 무엇이기에. 남자의 감정이 이리도 생생하게 전해진단 말인가.

“시뇩? 왜 그래, 역시 하자가 많아?”

“아니, 야 나 잠깐만······.”

갑작스레 밀려드는 이미지에 혼란스러워져 일단 검을 놓고 물러서려는데, 몸은 의지의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다시는 놓지 않을 것처럼 검을 꽉 부여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오래도록 잃었던 보물을 되찾은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 히어로 유니버스의 접속시도를 확인했습니다.

그의 망막에 메시지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능력을 각성한 초인이라면 누구나가 접속할 수 있는 가이아 시스템의 메시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메시지.

강신혁은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을 앞에 두고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다만 그를 더욱 놀라게 만드는 것은, 마음 한구석 어딘가 이것을 그립게 여기는 자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 ID를 확인합니다. 기존의 아이디가 존재합니다. 히어로 유니버스에 ID [모루]로 접속합니다. VIP 회원님의 재접속을 환영합니다!

“히어로 유니버스? 모루······?”

정체모를 메시지가 더 이어졌다. 강신혁이 반문했지만 물론 해설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다른 세상에서 로그인하셨습니다! 다른 세상 로그인 보너스로 10,000HP 획득! 첫 업적입니다, 10,000HP가 추가됩니다!

기분 탓이었을까,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야 할 단순한 문장이 톡톡 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 아이디 정보를 로드합니다. 충격이 있을 수 있으니 대비하세요!

“······뭐라고요? 으아아아아아아악!”

“뭐야, 시뇩!? 신혁아! 야! 신혁아!”

메시지를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뇌를 꼬챙이로 들쑤시는 듯한 충격이 강신혁을 덮쳐왔다.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기록이, 그 세상에 홀로 남아 쇠를 두드리던 남자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감히 단언컨대 그것은 처음 자신의 특성을 각성했을 때보다도 훨씬 끔찍한 고통이었다.

강신혁은 자신의 뇌리에 연속적으로 박히는 날카로운 기억의 단편에 괴로워하면서도 타고난 정신력으로 그것에 저항하고자 했으나, 마지막으로 뇌리에 ‘은아’라는 이름이 떠오른 순간 끝내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원님.

물론, 눈앞에 떠오른 관리자의 메시지는 읽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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