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7화 〉147화 모성 (147/155)



〈 147화 〉147화 모성

내가 슈퍼유니온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난리가 났다.

"난 오빠가 살아있을 줄 알았어요!!"

김잔디가 나에게 포옥 안기고 그 뒤로  아이들이 차례대로 내품에 안겼다.
특히 강지영이 나를 안고 눈물을 한바가지를 쏟기 시작했다.


"지영아. 나 없는 동안 고생했다."

가벼운 키스까지 해주고 그녀를 꼬옥 안아줬다.
감격적인 해후도 잠시.
강지영은 나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훔치고 급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예요! 아영이가 성층권으로 올라가서 핵미사일을 막으려해요"

이어지는 간략한 설명에 대략 멍해졌다.
니체가 방주로 태우기로 했던 미국의 기득권 놈들이 미친짓을 시작한거다.


나랑 슈퍼유니온을 죽이려고 핵미사일을 쐈다고!!??
내가 죽었다고 언론플레이를 했으니 확실한 사살이 필요했는지 동맹국인 한국에 핵미사일을 쏘는 미친짓을 서슴치않고 한 행동에 경의를 표해야겠다.

"프라다. 나랑 같이 올라가자."


"네!!"


이어폰으로 강지영이 강아영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알려줘서 어렵지 않게 미사일의 궤도와 강아영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때마침 로켓추진체에서 분리되어 하강을 시작한 탄도를 향해 팔을 벌리며 날아가는 강아영의 모습.
그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설마 자폭을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강아영!! 그거 그렇게 안으면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러봤지만 우주공간에서 소리가 전달될리는 만무하다.
나는 나를 태우고 있던 프라다에게 귀에 입을 대고 소리를 질렀다.

"프라다. 저 탄두 우주로 날려버려."

"네."

프라다가 손가락 까딱하니 탄두가 우주로 점이 되어 사라졌다.
어떻게  탄두를 붙잡을까? 터지지 않을까 여러 생각에 고민하던 강아영은 우두커니 우주공간에 떠있었다.
머리를 살짝 긁는걸 보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모양이다.


톡톡톡.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니 내 수트를 보고 눈이 커다래지는 강아영.
그녀의 눈물이 구슬이 되어 무중력 공간을 떠다녔다.
환한 미소의 그녀를 안고 프라다와 우리는 무사히 슈퍼유니온 본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왁자지껄해지는 슈퍼유니온 본부.
나의 무사귀환에 다들 축제처럼 되어버렸다.
나는 제일 먼저 미국의 슈퍼유니온에 대한 선전포고를 겨냥하고 너튜브를 업데이트했다.
핵미사일까지 발사한 미국의 기득권들을 내버려둘 수 없다.

"안녕하십니까? 슈퍼유니온의 수장 고스트입니다. 오늘 미국정부가 독단적으로 저희 슈퍼유니온을 향해 핵미사일을 날렸습니다. 미안하지만, 저와 SSS급 초인들은 핵폭발로 죽지 않습니다."

나는 화가나서 말이 빨라졌다는걸 느끼고 독백의 템포를 줄여야했다.

"게다가 애꿎은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 SSS급 히어로들이 우주에 공포스러운 쓰레기를 무단투기를 해야했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보고 눈을 살짝 감았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한번만 봐드리겠습니다. 아무도 피해가 없었으니까. 만약 한번만 더 슈퍼유니온을 향한 핵공격이나 초인들의 공격이 시작된다면... 그 국가는 그날 바로 사라질겁니다. 다들 잘못 알고 계신게 있습니다. 저희 슈퍼유니온에는 SSS급 초인이 3명이 있는게 아니라... 100명이 있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고요? 그럼 한번 시험해보십시요. 대신 의심의 댓가는 반드시 치루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찍히고 있는 상황에서 진화2단계의 갑옷으로 무장을 했다.

"니체... 니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안쓴다. 대신 나와 우리나라를 건들지마라. 내 경고를 어긴다면 나는 너를 지구끝까지 쫓아가서 이나희처럼 재생성을 시켜줄거다. 이게 진화 2단계라는건 너도 알고 있겠지? "

그리고 나는 라크에게 부탁해서 갑옷에 하얀색 빛의 매질을 일부 표출시켰다.


"내 갑옷의  하얀색이 무슨 의미인지 너는 알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나를 막으려고 하지말고 니가 하고 싶은걸 맘대로 해라. 내 나라... 그리고 이곳만 건들지 말고."


이제는 내가 힘이 있으니 니체와 머리 싸움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내가 니체에게 보여준건 빛의 힘으로 나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거였다.
녀석의 히든카드는 나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으니 녀석의 다음 행보는 네뷸라 프로젝트밖에 없다.

사실 이건  의도였다.
니체가 미국을 네뷸라 프로젝트로 멸망시키는걸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일본총리. 내가 생각하고 있는게 맞다면 혼자 뻘짓하지말고 슈퍼유니온으로 와라.  소원은 내가 들어주겠다."

나의 방송은 이렇게 끝났다.
역시 조회수가 10억이 금새 넘어갔다.
전세계는 내 영상으로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일본총리를 향한 수수께끼 같은 방송을 본 강지영이 제일 먼저 물어봤다.

"오빠? 일본총리한테 무슨 이야기를 한거예요??"


"아~ 언니~ 울 남편님은 지금 일본총리가 라크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한거예요~ 일본총리가 라크에게 종속되어있다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올거에요."

유지선이 대신 대답을 해줬는데 강지영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남편님이라니?? 언제 둘이 결혼했어?"

"아! 저~ 남편님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허락 받았어요~~ 언니~"


강아영, 강지영, 유지선 셋이 묘한 신경전이 흘렀다.

"너희들  내 아내니까 서로 싸우지마. 이제 애나 낳고 편하게 살고 싶다."


"네에???"


강지영, 강아영, 유지선 및 주변의 모두가 내 폭탄선언에 깜짝놀랬다.


"이제 임신해제 모드로 들어갈거거든. 내가 사정하는 즉시 너희들은 임신이야 이제."

"어맛!!"

유지선의 볼이 빨개지면서 자신의 양볼에 두손을 대고 강아영과 강지영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나는?? 나도 아내 할래!! 그리고  재생성도 해줘!!"


구미호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이자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는 구미호.
김잔디는 차마 나서지 못하고 멀리서 멀뚱히 서있고, 리리스와 한미선, 프라다는 아예 다른데를 보고 있었다.
나와 정을 쌓고 지내는  아이들은 전부  아내라고 할수 있었다.

"너희들도 이리와. 너희도 전부 내 아내야."


이렇게 환한 미소를 본적이 있었을까?
김잔디와 리리스 한미선, 프라다가 차례대로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달려와서 안겼다.

이나희는 호명하지 않았다.  아이로 만들긴 했지만 아직 억하심정이 남아있었다.

"넌 그냥 내 좆집."


이나희를 향한 선언에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는 그녀.
강지영이 부드럽게 안아주면서 달래주는 모습.
미투가 다시 자연스럽게 안겨있는 모습을 보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또 다른 나의 아내인 한미주를 향해 서둘러 가야했다.
그녀는 지금 비천병원에서 강제로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놓은 상태.
너무 큰 상처였기에 치료를 받는 것보다 지속적인 마취 상태로  식물인간 상태로 뒀다고 했다.
어차피 재생성을 하면 회복이 되니까.
하지만 막상 병상에 도착해서 비참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라크야 기억유지해서 재생성 시켜줘."


이제는 기억을 유지한채 재생성하는 것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한미선을 통해 그녀가 이상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갑자기 어린 쌍둥이로 보이는 아이들을 구하러 자신을 희생시켰다는 이야기.
설마하는 마음이 들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미주는 재생성을 마치고 눈을 뜨자마자 나에게 안겼다.
아무말 없이 나에게 한참을 안겨있는 그녀.
그리고 한미주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나에게 속삭였다.
나는 그녀의 속삭임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조용히 죽고 싶어요. 날 보내줄수 있어요?"

나는 뜻밖의 그녀의 선언에 어깨를 잡고 팔을 쭈욱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미 볼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한 한미주.
나는 그녀를 놓아주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으로 만났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저... 아이들 이름까지 기억이 났어요...  기억이 나는지는 모르겠지만...당신은... 신인가요?? 아니면 악마인가요???"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아니라 김현준이 한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라크가 한 일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을 죽여서 은빛알약을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그녀는 기억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 일까?

"어.. 어떻게 기억을 하는거지??"


나는 라크와 그녀에게 동시에 물어봤다.


- 이레귤러야. 뇌의 기억이 아니라 세포에 새겨진 기억같네. 모성애가 기적을 만들었다고 해야하나? 젠장... 다시 기억을 지워버릴까?


라크가 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를 보내주는게 맞다는 생각과 그 반대의 생각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한명이라도 리세마라를 하는 여자가 많을수록 좋고 나를 즐겁게 해주던 한미주의 부재를 생각하니 그녀의 기억만 지우고 육체만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기억을 지우시겠죠... 하지만...이런식으로 다시 기억이 언젠가는 떠오를거예요...저를... 라크의 저장데이터에서 지워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한미주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눈물을 흘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


"한명의 어머니로... 자식을 잃은 한많은 여자로... 긍휼히 여겨주세요... 저를 제발 다시 살려주지 말아주세요."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미주 그녀는 내가 알고 있는 한 라크의 희생자로 가장 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절대 기억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랬던 그녀가 그 악몽을 떠올렸으니 이건 어쩔 수 없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감사해요... 그리고 정말 사랑했어요...내 사랑... 주인님."


푸욱.
한미주는 자신의 침대 옆에 놓여있던 자신의 검으로 심장을 꿰뚫었다.
고개를 떨구며 죽는 한미주.

나는 라크와 한미주의 시체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녀는 최선의 선택을 한거다.


* * * * * *

근 미래의 어느날.

“데이빗!! 출근 준비 다했으면 애들 좀 어린이집에 데려다줘요!!! 제임스! 마틴!! 니네들 침대에서 먹지 말라고 했지!!! 컴온~~”

아침부터 출근준비를 하려니 영 부산스러운게 아니다.
팬티스타킹을 한손으로 겨우 겨우 입으면서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그리고 있었다.
어제 밤에 데이빗과 와인 한잔을 한다는걸 두병이나 마셔버렸기에 늦잠을 잤었다.

쪼옥.
데이빗이 부산하게 뛰어다니던 쌍둥이를 양손으로 안고 자신의 아내에게 다가와 입술을 맞췄다.


“나 먼저 출근할게~ 오늘도 야근이야??”

“말도 마요. 속아서 한국에  뒤로 아주 피곤 그 자체잖아요.”

“하하. SB그룹 비서실이라고 해놓고 SB엔터테인먼트 비서실이라니. 그래도 월급은 많이 주니 뭐 좋은게 좋은거지!”

“회장님이 여자라서 아주 편해요. 대화도 잘 통하고. 날 아주 신임하신다니깐요?”

그녀는 치마의 옆지퍼를 올리며 화장이 잘 되었는지 거울을 다시 바라봤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 우리 가족이  수 있던거잖아. 미국에 있었어봐... 아우 끔찍해!”

데이빗의 말에 애들이 들을까봐 깜짝놀란 그녀는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댔다.


“같이 못나가? 나 먼저 나간다?”

“나 화장 다하고 서류 몇개  챙겨서 나가야되요. 먼저 가요. 제임스~ 마틴~ 재밌게 놀다가 이따보자?”

그녀는 자신의 쌍둥이아이들에게 뽀뽀를 하고 자신의 남편 데이비드에게 마지막으로 가벼운 키스를 했다.
먼저 나가는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내고 서둘러서 나갈 준비를 마친 그녀는 서재에서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띵동띵동.

바쁜데 누가와서 짜증이난 그녀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누구세요!!”

문을 열자 키가 커다란 잘생긴 사내가 서있었다.
멀쑥한 옷차림. 누가봐도 다시 뒤를 돌아볼 정도의 미남.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사내가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저 옆집에 이사왔습니다. 인사차 들렀어요.”


좀 이상한 남자다. 요즘같은 세상에 이사왔다고 인사를 한다고? 그것도 아침부터?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너무 잘생긴 외모에 호감이 가는걸 느꼈다.
아니... 그녀의 자궁에서 울컥하더니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추태에 얼굴이 괜시리 붉어졌다.


“제가 한국에 정말 오래간만에 돌아왔거든요.”

잘생긴 남자는 주저리주저리 관심없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의 목소리가 감미롭다.

’아.. 지각인데.. 이 남자는 왜 자꾸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거지?’

그런데 그가 자연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왜지... 왜.. 이 그리운 기분은??’

“한미주. 가장 먼저 네가 보고 싶었어.”


집안에 들어온 그가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낯선 남자와의 키스. 그리고 자신의 이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 못하는 그녀는 온몸에 힘이 쫘악 풀리는거 같았다.
너무도 젠틀하고 부드러운 키스였다.

“하아... 이.. 이러면 안되는데....전.. 남편이 있어요.. 아이도 있고...”


“알어...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야..”


조용히 문을 열고 다시 나가는 사내.
한여름밤의 꿈처럼 홀연히 사라진 사내의 체취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방금 있었던 낯선 사내와의 키스가 꿈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관문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립스틱이 살짝 번져있는게 보였다.

’하아.. 그.. 남자... 한번... 안고 싶다...’

한미주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스스로 얼굴을 붉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