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141화 신뢰와 우정
신디가 라크를 안고 20층에 올라오고 나서야 나의 고민은 멈춰졌다.
- 아. 시발 얘 재생성하는거 졸라 빡셌어! 졸라 희안한 DNA구조가 들어있더라고. 헤헤헤.
신디는 덩치가 좀더 커진 라크를 들고 귀엽다는 듯 녀석을 쓰다듬고 있었다.
울룩불룩하면서 기분 좋아하는 라크놈.
“뭐가 그리 좋냐 기분이?”
- 그냥. 니 녀석이 아까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슬퍼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그냥 뒈져버리지. 시발.”
- 안돼! 우리 같이 우주를 정복하기로 했잖아.
“풉!”
유지선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도대체 둘이 무슨 사이예요?”
- 한몸이라고 할까? 후후.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난 이녀석을 믿는다.
이녀석도 나를 믿고 있다.
우리는 친구니까.
"야. 라크. 너 혹시 다른 지구에도 들려서 다른 라크들을 잡아먹고 다녔던게 아닐까?"
- 어? 사실 나도 그런 가설을 생각해본적이 있어.
라크의 솔직한 대답에 유지선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 이동하는 에너지를 줄이고 부딪히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모노리스를 만든것 같긴 하거든.
그런데 그런게 여러개가 있었고, 나랑 완벽하게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게 신기해.
“모노리스가 우주를 이동하기 위한 방법이었어?? 모노리스는 넓적하고 납작한 사각면체잖아요.”
유지선이 나를 바라보며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대표님인지 오피스 남편인지 둘중에 하나 정해서 불러라. 알랑방구 뀔때만 남편찾고.”
내말에 유지선이 얼굴이 붉어지며 몸을 베베꼬기 시작했다.
- 그리고 유독 현생인류의 데이터는 빨리 분석하고 재생성할 수 있어. 보통 재생성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게 엄청 어렵거든. 그건 그만큼 내가 많이 재생성을 했고, 그 재생성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반증이야.
라크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우리의 가설이 맞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내 흔적은 왜 없을까? 최소 나와 연관된 DNA의 흔적이라도 남아있어야 되는거 아냐?"
-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라크가 갑자기 생각에 잠겼는지 꿀럭꿀럭 거리기 시작했다.
- 아!!! 아마 니새끼가 날 버렸나보지. 난 이야기했잖아. 너랑 같이 끝까지 갈거라고. 어 시발. 생각해보니 빡치네? 너 새끼!! 나 버리면 뒤지는거야!!
"어?? 그.. 그럴리가..."
라크는 갑자기 빡쳤는지 강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그 어느날 너와 내가~ 심하게 다툰~ 그 날이후로~
"노래 부르지마 새꺄!"
나는 피식 웃었다.
라크는 신뢰할 수 있는 내 친구다.
지금까지 라크를 계속 의심하는건 나였었고, 라크는 늘 한결같았다.
- 그런데 트리거구조를 분석하다 보니, 이 바이러스 말야. 이미 전세상에 다 퍼져있는거 같아.
“뭐?”
“네??!?”
라크의 소리에 나와 유지선의 귀가 쫑긋해졌다.
- 이거 봄 가을에 콧물나오고 재채기나오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인데 아주 흔하고 전염력도 높아서 인간들이 무시하기 딱 좋은 바이러스야.
환절기에 재채기하고 콧물나오는 일은 주변에 세명중 한명은 존재할 만큼 흔했다.
“다 퍼졌다고 이미? 바이러스가?”
- 내 계산으로는 이미 다 퍼졌어. 아까 이나희가 신디가 밖으로 나오면 인류가 멸망한다는게 헛소리가 아니야.
“젠장...”
- 다행인거는 이런 변종 트리거 구조를 만드는게 쉽지 않다는 거지.
그때였다.
“신디!! 내 딸 신디!!!!”
스위프트 교수가 달려와서 자신의 딸을 끌어안았다.
눈물을 흘리는 교수는 연신 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 야. 저 사람의 클론을 다 죽여야 돼. 그리고 쟤도 죽이는걸 추천해.
라크가 스위프트 교수를 가리켰다.
- 쟤가 그 트리거 구조를 만들었거든. 아니 정확히 저 인간의 클론이 만든거지만.
유지선이 그 말을 듣고 스위프트 교수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의 손에 언제 줏었는지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들려있었다.
“지선아 잠깐만.”
나는 그녀를 말리고 나머지 아이들과 유지선에게 스위프트 교수의 클론을 죽이는걸 부탁했다.
자신의 딸과 눈물로 상봉 중인 아버지를 가차없이 죽이는건 좀 그렇잖냐.
“라크.. 이제 남자도 재생성 할 수 있잖아. 재생성해서 트리거를 못만들게 그 부분의 기억만 지워줘.”
- 그건 가능하지.
스위프트 교수는 내 이야기를 듣고 그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제.. 사랑하는 딸의 기억은 꼭 남겨주십시요. 제발 부탁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다시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나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지금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다만 제 딸아이의 기억은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요...”
나는 스위프트교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걱정말라고 그를 달래야했다.
그리고 신디를 안고 회장실 밖으로 걸어나갔다.
라크의 스위프트 교수의 재생성.
- 처녀를 살릴까?
“야 씨발롬아!! 지금 심각한 타이밍이라고! 농담 타이밍 좆같이 못잡네!”
신디가 깜짝 놀라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 놀라지마. 신디. 그냥 혼잣말이야. 하.하..하하하..”
신디를 달래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회장실에서 재생성된 스위프트 교수가 신디를 향해 달려왔다.
“신디!!”
“아빠!!!”
두 부녀가 부둥켜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
왠지 착한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팔다리가 짤려서 벌레처럼 기어가는 이나희의 모습이 보였다.
이나희를 어떻게 더 괴롭힐지 고민이 든다.
고통의 충격에 반 백치가 되어버린 그녀를 재생성을 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도 리스크다.
그냥 죽일까?
미투와 쓰리섬을 해보고도 싶은데.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냥...재생성 해야겠네. 라크야. 기억은 살려주고 나에 대한 무한 충성심만 주입시켜줘.”
“안돼애애애애애!!!!”
오열하기 시작하는 이나희.
“제발.. 저 재생성안하기로 했잖아요. 뭐든 다할게요... 제발요...”
갑자기 발음이 명확하고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하는 그녀.
와 시발.. 백치인척 하는거 연기였어?
양팔과 양다리를 자를 때도 바보인척 실실거렸었다.
역시 헐리웃에 진출한 대배우다운 연기력이었다.
“그냥 죽는다고 생각해.”
“이렇게 죽으면 천국도 지옥도... 못간다고요... 제발요...”
“응. 아니야.”
눈물과 콧물을 쏟는 그녀가 몸을 꿈틀거리면서 내 발로 다가와 혀로 발을 핥으며 애원한다.
“제...발.. 저를.”
퍽!!!
그녀의 연기력에 속아 남어간 분노로 최후의 일격을 선물해줬다.
내 파워자지로 안면이 함몰되어 죽어가는 그녀.
“꼬르르르르르륵. 꾸르르륵”
입에서 피거품을 흘리며 죽어간다.
“멀리 배웅 못한다. 본 보야지!”
내 마지막 인사를 들고 고개를 떨구며 죽는 이나희.
라크는 기다렸다듯 그녀를 맛난 팝콘마냥 아그작 소리를 내며 씹어먹기 시작했다.
“아오. 우리 남편 악당같어~ 호호호”
유지선이 잘려있던 팔다리를 모아 라크에게 던져주며 싱그럽게 웃었다.
* * * * * *
유지선과 강아영, 프라다와 간만에 수다 타임이었다.
오메가맨의 행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강아영언니가 오메가맨과 비슷한 능력으로 각성했어요. 대박! SSS급이 되었다구요. 그리고 오메가맨이 우주로 도망쳤어요. 제가 순간이동으로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놓쳐버렸지 뭐예요. 젠장! 오메가맨은 아쉽게 놓쳤지만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일 수 있을거예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나는 눈을 멀뚱멀뚱 뜨며 유지선과 강아영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강아영이 오메가맨과 비슷한 능력으로 각성했다는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희소식이었다.
이미 나 또한 충분히 세졌기에 오메가맨과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법랑질과 교근으로 만들어진 진화 2단계의 라크의 모습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같이 멋있기 때문이었다.
딱정벌레 같기도 하고 투구 부분이 꽤 날렵한 디자인에 묵빛 외골격 갑옷.
너무 덩치가 커지기에 전투모드가 아니면 사용할 일은 없을것 같다.
유지선이 다시 보여달라고 해서 멋드러지게 진화 2단계의 모습을 선보여줬다.
“어머 정말 멋있어요!! 강식장갑 같은 느낌이네요!”
“덩치가 커지니까 더 좋다~ 혹시 거기도 커져요??”
강아영과 유지선이 다시 수다스러워졌다.
“거기는 안커져요~”
이나희가 아는 척하면서 나섰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야유를 잔뜩 받는다.
나는 유페미아테크를 정리해야했다.
연구원들의 기억을 되살려서 재생성을 하는건 무리. 재생성도 아깝다.
죄가 없는 그들은 그냥 풀어주기로 했다.
핵심적인 연구는 전부 스위프트박사와 크리스카렌이 도맡았기에 그들만 정리하면 해결이 되었다.
클론 솔져들은 새로운 부대로 재탄생되어 100명 남짓한 위력적인 부대가 탄생했다.
그리고 유지선이 찾은 폭약으로 유페미아테크를 폭파시키는 걸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
SSS급으로 탄생된 아이들이 두명이나 더 생겼다.
질과 데보라.
기본적으로 공중을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그녀들이었다.
천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질과 강력한 소나를 발사하는 데보라.
나는 강아영을 필두로 질과 데보라를 서둘러서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오메가맨이 한국에서 해꼬지를 할 수 있기 때문.
항상 두려워하던 존재가 이제는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같은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녀들 세명에게 오메가맨을 찾게되면 죽이라는 명령도 내려놨다.
나는 미국정부에 재생성 라크를 모두 정리했고, 니체를 막으러 간다고 통보했다.
CIA의 새로운 수장인 행크스가 거듭 감사를 표시했고 카톨릭과의 정치적 연결점을 모두 끊겠다고 약속을 했다.
카톨릭은 사실 피해자였다.
이나희를 통해 알게된 사실.
니체는 카톨릭을 철저히 속이며 그 바운더리에서 자신의 힘을 키운것.
교단까지 새로 만들며 아담의 DNA를 제공하여 초인을 만드는 등, 자신의 목적을 위해 카톨릭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뉴스.
미국의 여성들의 락다운이 해제되고 라크와의 싸움에서 미국이 승리했다며 위대한 미국의 승리라는 국뽕 방송이 아침부터 나왔었다.
내 이야기는 안나온다. 씨발.
하기사 한국에서 온 동양인이 라크의 음모를 부수고 미국을 구해냈다는건 뽀대가 안나니까 그랬겠지.
하지만 아직 니체가 LA에서 마지막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놈들이 웃긴게 유페미아테크를 알고 있을텐데 방치한 이유다.
미국의 기득권 녀석들은 지구가 멸망하기를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니체가 준비한 방주에 타고 싶은 녀석들만 가득했던거다.
아마 미국의 기득권 녀석들에게는 재생성된 미녀들을 잔뜩 조달해서 줬겠지. 그리고 재생성을 빌미로 젊게 만들어준다거나 이런 딜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그녀석들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오바 아니냐고??
시발.
지금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 미사일이 한발 떨어졌다.
토마호크 미사일.
내가 섹스할라고 블랙퀸 프라다와 유지선을 남겨두지 않았다면 리세마라 중인 내 아이들이 증발했을거다.
나야 라크가 진화 2단계 수트로 막아줬으니 멀쩡했다.
CIA의 행크스를 만나고 난 뒤 1시간이 지난 뒤니까 이건 확실하다.
그리고 호텔을 둘러싸고 있는건 소방차들이 아니다.
미국의 SWAT가 완전무장을 하고 등장했다.
그리고 미국을 수호하는 캡틴 USA가 공중에 떠서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슈퍼유니온 소속의 초인이 살아있다면 당장 투항해라. 그리고 고스트 더 크라이스트. 너를 체포하겠다. 살아있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나와라!”
대략 어이 상실.
고개를 빼꼼 빼서 상황을 살펴보니 미국의 초인들이 다 몰려온 모양이다.
어벤져스연합.
각자 화려한 코스튬을 입고 있는 남녀 초인들이 사이좋게 몰려와서 반파된 호텔로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 양키놈들 미친거 아니예요??”
유지선의 앙칼진 목소리에는 형언할수 없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폭발로 마린과 블러린이 크게 다쳐서 다시 재생성을 해야했었기 때문이었다.
네뷸라프로젝트로 니체는 세계의 멸망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망나니같은 어벤져스연합의 초인들은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온거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라크에게 속삭였다.
“진화 2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