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131화 적그리스도
"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이 너무도 싫었죠. 가난이 부끄럽다는건 철이 들고 나서였습니다."
나는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들 처절하게 살고, 다들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17시간을 뼈빠지게 일합니다. 하지만 벌리는 돈이 턱없이 적죠."
조용한 BGM에 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앞을 응시하며 친한 친구에게 대화를 하듯 차분히 읊조렸다.
"두바이에서는 거지도 3시간만 구걸해도 떼돈을 법니다. 그만큼 환경은 중요합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사를 가서 환경을 바꾸는게 불가능합니다. 환경이 좋은곳은 집값이 너무 비싸거든요."
뒷화면에서 아파트와 고급 주택, 강남의 모습이 교차편집되서 보여줬다.
"결국 제 인생을 바꿀 방법은 공부밖에 없었기에 목숨걸고 공부했습니다. 결국 저는 좋은 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고, SB그룹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SB그룹의 시총 금액이 뒤 화면에 보여주며 미국의 굴지의 기업들의 로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면이 보여진다.
"덕분에 저는 배를 불리기 위해 먹는게 아니라 먹는 즐거움... 미각을 위해 먹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 사람이건 먹고 싸고 죽는건 똑같아요.
하지만 돈이 있으면 여유라는게 생기고 아름다움을 찾게됩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때 유혹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제일미녀 강아영의 남편이 되라는 강재도 회장의 유혹이었죠. 사실...이나희와 강아영은 레즈비언 커플이었습니다. 이를 숨기기 위해 저는 트로피 허스번드의 역할을 해야했죠."
뒤에 강아영과 이나희가 카메라로 바고 있는 나를 놀리기위해 서로 키스를 하던 엘레베이터의 장면이 담겨있었다.
“저는 그녀들이 레즈비언이라는 걸 숨기는 용도로 강아영의 남편이 된겁니다.”
결혼식 장면과 각종매체에 나와서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강아영과 내 모습이 뒤에 교차 편집되었다.
"그때였습니다. 김득렬이라는 사내... 아니 카톨릭의 죽음의 교단을 이끄는 니체라는 사내가 제 아내를 재생성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저를 포섭하고 강재도를 죽이자고 유혹했습니다. SB그룹을 저에게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뒤에 화면에는 강아영이 나체로 포르노 티비로 학습을 하는 장면과 멍청하게 이것저것 나에게 어린아이처럼 물어보는 화면이 편집되어 노출되었다.
"이렇게 재생성이 되면 기억을 잃고 새로이 학습을 해야됩니다. 카톨릭은 그 후 인천공항테러를 일으키게 되죠. 희생자였던 아이돌 JEN이 목표가 아니라 같이 있던 김현준... 즉 김득렬의 친아들이 목표였습니다. 그는 카톨릭을 거역하는 라크의 주인이었습니다."
인천공항 폭발 사고의 기사와 영상이 뒤에 흐르고 있었다.
"김득렬... 아니 카톨릭의 니체는 자신의 아들이 라크의 힘을 남용하자 그를 죽여 잠잠하게 만든거 였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카톨릭이 라크를 이용하던 집단이었습니다."
카톨릭과 교황의 미사 장면과 처절한 전쟁장면이 오버랩되었다.
“저는 당시 폭발당시 현장에 있다가 김현준의 라크를 얻게 되었습니다. 폭발로 인해 고장난 라크였죠. 저는 그 라크를 해킹했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라크의 소스코드 일부를 화면에 보여주며 내명령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꿀렁거리며 기어다니는 라크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라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겁니다. 카톨릭은 오히려 라크의 기술로 인류멸망을 앞당기고 있었다는 겁니다!”
각종 초인들의 영상이 화면에 빼곡히 편집되었다.
"그런데 적반하장 격으로 카톨릭이 자칭 위버멘시라는 초인들을 아담의 DNA를 통해 양산하기 시작합니다. 이 기술은 어디에서 나타난걸까요? 그들이 라크를 통제하면서 알게 된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라크는 지금 처럼 통제가 불가능해졌죠. 그래서 초인들을 이용해 라크를 없애려고 하는 겁니다!"
나의 담담한 나레이션에 이어 각종 증거들이 영상에 편집되어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불쌍한 피해자였고, 카톨릭이 지구를 점령하기 위한 플랜을 짜고 있는 악의 축으로 묘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카톨릭이 만들어낸 라크들을 내가 사냥하고 있던 증거들을 영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잘생긴 나의 외모도 사실 한몫하였고, 증거자료가 빼박이다보니 살짝 왜곡된 거짓말도 대중들은 쉽게 믿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100억 조회수를 단기간에 넘어서버렸다.
그리고 기존의 댓글업체를 섭외하여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게 하고 마케팅 프레임을 짜서 카톨릭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짤방을 잔뜩 만들어 뿌리기 시작했다.
교황의 표정중에 인상을 쓰는 표정에 악마의 날개를 달아 지구를 멸망시켜야해 라는 문구를 담은 밈은 가장 인기가 높음 밈(meme)이었다.
그리고 3일만에 모든 여론은 나를 비운의 천재, 카톨릭이라는 악의 축에 대항하는 지구를 지키는 슈퍼유니온의 고스트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두번째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번의 영상의 타겟은 오메가맨이었다.
오메가맨이 카톨릭에서 붙잡아 가두고 있는 슈퍼유니온의 초인들을 풀어달라는 간절한 부탁.
첫번째 영상과 마찬가지로 내가 의자에 앉아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구도에 뒷편에 영상이 플레이되는 방식이었다.
"오메가맨. 당신이 저지른 죄를 동료를 붙잡아서 입막음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친 여동생을 죽인 살인범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오메가맨이 윤미애 경위의 머리를 파괴광선으로 폭발시키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냈다.
물론 해당 장면은 모자이크 버전과 모자이크 없는 버전 두가지를 동시 배포했다.
그리고 에이시드우먼이 울면서 이야기하는 진술.
“오메가맨... 그는 제 체액에서 산성용액이 나온다는걸 알고 저를 그의 장난감으로 만들었어요... 더 짜릿한 섹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오메가맨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대중들이 보기에 오메가맨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위해 슈퍼유니온의 다른 초인들을 가둬버린 셈이었으니까.
늘 정의롭고 여유만만하던 그는 사이코 섹스맨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인터뷰도 거절한 채 칩거에 들어가버렸다.
결국 여론전에서 나는 승리했다.
카톨릭에서 서둘러 나를 적그리스도라고 간주하며 다시 언론플레이를 하기 시작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나의 편이었다.
적그리스도.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적그리스도라고 불리게 될 줄이야.
보통 영화에서 지구를 멸망시키는 어마무시한 존재로 묘사되는 적그리스도인데 카톨릭에서는 나를 적그리스도라고 선포하더니 나에게 현혹되지 말라고 한다.
미국의 락다운은 단기간에 끝날것 같지는 않았고 카톨릭에서 적그리스도라고 불리는 <고스트>의 인기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 팬글럽도 전세계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Ghost The Christ <고스트 더 크라이스트>
아 진짜 이런 팬들은 자제 좀.
시발 진짜 적그리스도 같은 느낌이잖아!!
게다가 그 홈페이지에는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살려달라거나, 재생성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
<라크는 악이지만, 고스트는 선이다.>
<그가 미국의 멸망을 막아줬다. FBI와 CIA, 국회와 대법원까지 카톨릭이 장악할 뻔했다.>
인터넷만 보고 있으면 갑자기 상승한 인기에 나도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호텔을 벗어나지 않고 리세마라를 하고 있었다.
3일에 한번꼴로 SSS급 초능력이 생길 때까지 무한 재생성을 하는거다.
내 아이들 중 SSS급 초인만 많으면 오메가맨 같은 새끼한테 뒤통수도 맞을일 없으니 리세마라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오빠... 나.. 여기까지 날아오는 동안 죽을뻔했어요. 28시간이나 걸렸다고요!”
반가운 얼굴 화이트스톰 강아영이 호텔방에서 나를 반겼다. 오랜 비행으로 잔뜩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나는 반가움에 그녀에게 부드러운 키스를 건내주었다.
내 아이들 중에서도 SSS급 영웅이 나타나길 바랬기 때문에 이동이 가능한 강아영을 이쪽으로 불렀다.
리리스나 다른 아이를 태워서 같이 오길 바랬지만 미국까지 날아오는 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글라이딩을 하는 방식의 비행이었기에 혼자만 겨우 올 수 있을 뿐이었다.
“지영이의 지휘아래 아담의 DNA를 가진 아카데미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훈련을 시작했어요. 구미호도 훈련교관으로 열심히 하고 있구요!”
강아영과 강지영들도 여론전 이후로 무사히 풀려났고, 강지영에게 책임지고 슈퍼유니온에 가입시키는 초인들의 숫자를 늘리도록 했다. 강아영엔터테인먼트(주)의 산하에 있는 아카데미에 가입된 초인들을 훈련시켜 슈퍼유니온의 세력을 키우도록 명령했다.
“저도 강한 능력을 갖게되면 좋죠!! 저도 리세마려인지 그거 해줘요!! 오메가맨 그 새끼는 제가 죽일거예요!”
강아영이 카톨릭과 오메가맨에게 구류되어있는 동안 마음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재생성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을 때 그녀는 오히려 흥분을 하며 재생성을 해달라고 졸라댔다.
강아영같이 내가 아끼는 아이들을 재생성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번 오메가맨 사건이후로 마음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유지선의 양자역학이동 능력과 김보라의 미믹능력, 로위나의 발정능력은 꼭 필요한 능력이라 판단되어 유지하기로 했다.
물론 이미 SSS급으로 탄생된 블랙퀸 프라다는 우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아군으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는데 내 예상을 웃도는 파워로 나를 만족시켜줬다.
몇달이 걸릴지 모르지만 최소 5명의 SSS급을 만들기 전까지는 움직임을 조심해야했다.
지금 리세마라를 하고 있는 여인들은 총 20명이 넘는다.
조쉬가 데리고 있던 아이들 로위나, 시즈, 마린, 블러린, 질, 데보라, 크리스틴을 복제한 크리스, 크리스틴과 클라라와 스튜어디스 캐서린, 그리고 강아영.
그리고 호텔 내에 묵고 있던 조쉬가 만들었던 재생성체들을 모으니 23명을 확보했다.
호텔에 묵은지 한달째가 되던날.
아직까지 프라다 이후로 SSS급 초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3일에 걸쳐 반나절이상은 계속 재생성만 하고 있던 라크가 나에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 나 지금 졸라 힘든거 알어? 재생성 기계가 된 느낌이라고!!
“내가 고급 와인 잔뜩 공수했잖아. 너 지금 졸라리 멋있는거 알지? 쫌만 힘을 내줘!!”
- 멋있는건 아는데 말야. 문제가 생겼어.
“어? 무슨 문제??”
- 기억을 포함한채 재생성하는게 꽤 무리가 크거든
“음... 그러면 강아영만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기억을 포기해!”
- 야이 씨발롬아 진작 그렇게 말해주던가!!!
라크 녀석이 쌍욕을 던지는걸 보니 꽤 화가 난 모양이다.
- 아무래도 다른 라크를 융합해야 될 것 같어. 지금 이상태로 계속 재생성을 했다간 매질의 소모량이 자가생성량에 비해 택도 없이 부족하거든.
그렇지 않아도 라크의 크기가 조금 줄어들었다는걸 느낄 정도였다. 녀석의 매질은 암세포의 자가증식 기능을 갖고 있어서 바로 회복이 될 줄 알았는데 기억을 유지한채 재생성하는건 상당한 무리였던 모양이다.
“음... 그러면 어떻게 해야되지??”
- 라크 사냥하러 가자고. 조쉬같은 놈이 더 있다고 했잖아.
라크가 라크를 사냥가자고 하는 상황에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재생성체들을 추적해서 그 주인들을 잡는건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그럼 리세마라 좀더 할 수 있게 재생성체들 많이 확보할까?”
- 맘대로 하시던가. 그냥 나를 붕어빵기계로 개조를 하지 그래??
이 새끼 개그가 많이 늘었다.
라크의 주인을 사냥하는건 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그리고 유페미아테크를 조사하려던 플랜도 남아있으니 겸사겸사.
이나희를 추적하고 니체를 추적해서 생성계 라크의 주인은 나 이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만들고 싶다.
아. 그리고 쓸데없이 바이러스니 핵공격이니 이런걸로 갑자기 인류를 멸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도 한 몫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프라다를 데리고 나갔다.
프라다의 능력은 금속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녀가 호텔에 전시되어있던 철제갑옷들과 금속을 이용해서 손가락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니 멋스러운 갑옷이 완성되었다.
그걸 착용하고 얼굴까지 금속으로 만든 헬멧으로 커버하니 꽤 멋진 모습이다.
키도 늘씬하게 크고 굴곡을 만들지 않은 갑옷스타일의 코스튬이라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사실 나 혼자도 왠간하면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혹여 오메가맨이라도 빡쳐서 날 잡으러 온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그녀를 데리고 가야했다.
“지선아. 아영아. 길면 3일내로 돌아올테니까 멋진 초능력 각성해놔!”
나는 그녀들에게 윙크를 하고 프라다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이제 워싱턴에 있는 라크의 주인들을 사냥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