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98화 빼앗긴 라크
"대표님 큰일났어요...지금 바로 양재동으로 빨리 와주세요..."
구미호와 강지영 강아영과 포섬을 하고 있는데 유지선의 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 귀두는 강지영의 목젖을 꿰뚫고 있었다.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허리를 움직이면서 짜증을 냈다. 지금 막 싸기 직전이었단 말이다.
"무슨일인데??"
"기.. 기태와 재민이가 살해당했어요"
"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에 나는 다시 물어봤지만 유지선의 이야기는 질 나쁜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정리하고 강아영과 강지영을 대동해서 양재동 강주혜의 집으로 향했다.
양재동에 도착하니 강주혜의 집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던 재생성체 여군 클론들이 하나도 안보인다.
클론 여군.
유지선의 지휘아래 재생성된 그녀들은 유지선이 자랑하는 자칭 비장의 무기였었다.
기태와 재민이의 취향에 맞춰져서 기태가 재생성한 여군들. 유지선과 비슷하게 생긴것 같으면서도 쌍커플없이 만들어진 그녀들은 고도의 전투력을 가진 군인들로 계속 학습되어서 훌륭한 전력으로 탈바꿈 되고 있었다.
특히 양재동 안가에 배치한 4명의 클론들은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시발.”
문을 열고 보인 장면은 핏조각과 뼈조각이 흩어져있는 알아보기 힘든 사체조각들.
재민이의 머리가 굴러다니지 않았다면 알아보기 힘들었을거다.
왠간한 시체를 봐도 기분나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형이라고 따르던 녀석의 죽음을 보니 욕지기가 올라오려고 했다.
그리고 기태는 2층에서 죽어있었다.
특이하게 기태는 심장에 두발 이마에 한발의 총알이 박혀있었다.
모잠비크 드릴.
전형적인 전문가의 처형방식이다.
"무슨일이야? 어떤일이 있었던거지??"
"저도.. 밤늦게 들어왔는데 가드들도 하나도 없고 이렇게 되어있었어요..."
"강주혜는?"
"기태와 재민이와 같이 있었는데 사라진것 같아요."
유지선은 우리가 도착했는데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묻는 질문에 겨우 대답하고 있을 뿐이었다.
재민이의 끔찍한 죽음과 눈도 못감고 죽어있는 머리통을 보고 무슨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역시나 그녀석의 몸에 남아있어야할 라크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설마.. 그거 아니야? 초인암살용 폭탄 이번에 개발한거?"
천재 유지선이 개발한 삽입형 폭탄.
주로 초인들의 몸안에 통신용 장비라고 뻥을 쳐서 시술 하려던 폭탄이다.
초인들은 재생성으로 컨트롤이 안되니 안전장치는 마련해야되기 때문.
유지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직..비천병원 연구실에서 실험중이었는데... 어떻게 이걸..."
젠장... 비천병원도 털린건가?
"라크를 둘다 탈취당했어요... 카톨릭은 아닌것 같네요."
강지영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차피 여군의 재생성이 어느정도 끝나는 상황에서 기태의 라크는 뺏으려고 했었다.
라크만 빼서 내 라크와 융합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면 죽이지 않고 편하게 뺏어올 수 있었는데...
카톨릭이던, 다른 라크의 주인이건 내 지휘 아래에 있던 라크를 뺐겼다.
황시영 검사의 이야기를 듣고 내일 낮에 라크를 수거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정말 공교롭다.
재민이의 강화형 라크인 라임이도 수거하기 전에 지구를 어떤식으로 멸망하고 싶어하는지 라임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었는데 수포로 돌아갔다.
재민이의 라크는 라임이라고 이름까지 붙여주고 애정하던 녀석이었다.
황시영 검사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곧바로 기태와 재민이를 불러서 라크를 회수했어야 했었다.
"일단...비천병원으로 가보자."
이곳을 가드하던 여군 클론들이 안보이는게 수상하고 실험중이던 폭탄이 사용된 정황이 있다보니 비천병원도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강아영에게 이곳의 정리를 맡기고 비천병원으로 향했다.
* * * *
다행히도 비천병원은 별다른 공격을 받은것 같지는 않았다.
6층 훈련소에는 여전히 클론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고 유지선이 들어오자 그녀들은 유지선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클론들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봐.”
유지선이 한참을 클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상시대로 교육활동을 하고 있었대요.”
"교육활동 중에 특이한 일이 있었던 케이스가 있니? 재민이나 기태에게 들었던 내용이 있는지 잘생각해봐. 조그만 실마리라도 우린 찾아야해."
"그.. 글쎄요..."
"혹시 이상한 징후 같은거나 평소같지 않던 점이 하나도 없었어?"
지선이는 골똘히 생각하려고 했지만 모두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으니 더욱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했다.
기태와 재민이가 죽은게 자신의 탓 같았는지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유지선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훈련하던 클론 하나가 유지선에게 다가와서 괜찮냐고 위로를 하는게 아닌가?
유지선은 귀찮아서 그녀를 밀어냈다.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군인으로만 훈련하던 클론들이 유지선의 눈물을 보고 위로하러 온 상황.
이건 상황판단이 너무 뛰어난거다.
"지선아 얘네들 감정훈련도 시켰어??"
"아뇨?? 감정훈련을 시키면 자살을 못하기 때문에 안시켰는데요. 어머!?? 이건??"
자신을 위로하러 온 클론을 바라보며 유지선은 충격에 빠졌다.
내 이야기가 뭐를 뜻하는지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무기로만 훈련시켰던 클론들에게 누군가가 감정훈련을 시킨거다.
"얘들한테 감정이 생겼어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그걸 파악할 정도면 민감도가 상당히 높은데요?"
유지선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이건 방법이 없다.
유지선을 위로하러 온 클론을 향해 물었다.
"너한테 감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 누구냐?"
머뭇거리며 당황하는 클론.
아 씨발. 해킹당했네.
나는 감정이 풍부해진 클론을 바로 그 자리에서 재생성했다. 기억을 유지시키되 나에게 완벽히 충성하는 재생성체로.
재생성해서 기억을 유지시켜서 묻는게 더 확실하다.
라크가 그녀를 포획하고 까드득 거리며 뼈를 씹는 모습에 좌중에 클론들은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공포의 감정은 저절로 배우는거라지만 그녀들의 반응은 확실히 민감도가 높다.
아무래도 그녀들 모두는 누군가에 의해 감정훈련을 받은게 분명했다.
기억을 살려야했기에 시간이 좀더 걸리는 상황.
이윽고 라크가 흐물거리면서 내려오고 재생성된 클론이 나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들을 제외하고 이곳에 온 사람이 있었나?"
"네 섹스교관 0호가 있었습니다."
"0호?? 섹스교관???"
유지선이 오히려 깜짝놀라서 재생성된 클론을 부여잡았다.
"네 교관님은 저희에게 섹스테크닉을 가르쳐주면서 사랑을 알게 해줬습니다. 저희는 교관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교관님을 존경했습니다."
어??
뭐지??
나는 기가막혀서 유지선과 눈을 마주쳤다.
감정을 일부러 살리지 않았던 교육방식의 헛점이 발견된거다.
섹스훈련은 요인암살용 훈련이었는데, 누군가가 섹스교관을 가장해서 그녀들을 조교한 모양이다.
"그 교관님의 명령이라면 주인이 아니더라도 들을 의향이 있는건가?"
"네.. 저희를 사랑해주시고 저희도 사랑하기때문에 마스터의 명령 다음으로 그의 명령을 들을 의지가 있습니다."
나는 재생성체의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단한번도 없었다.
"라크야. 이런일이 가능하냐? 재생성체가 자유의지로 마음대로 한다는게?"
- 학습에 따라 달라지지. 물론 마스터에 대한 충성도와 명령은 유지되지만 학습에 따라 그녀들의 자유의지는 분명히 존재해. 그게 사랑이 되었던 존경이 되었던 누군가에 대해 종속감이 생긴다면 그 종속감에 의해 자기 스스로 판단하겠지.
"젠장.. 내가 처음 강지영을 섹스로 종속시켰던것 처럼말이군."
섹스교관이었으니 몸을 섞으면서 종속감을 더하고 애정을 쏟으며 재생성체들과 교감을 했던 모양이다.
나는 재생성한 클론 말고 다른 클론을 불러서 물어봤다.
“넌 0호를 사랑하냐?”
“네... 전 0호 교관님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숨을 길게 쉬고 라크에게 명령을 내렸다.
0호 교관이라고 불린 외부인이 클론들을 해킹한게 확실했다.
"이곳에 있는 클론들을 다시 전부 재생성해줘."
나는 그녀들 모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불량품은 오히려 독이된다.
재생성같이 중요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는것 자체가 나의 실책이다.
나는 병원 CCTV를 강지영과 유지선에게 확인을 시켰고 오래지 않아 수상한 용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었으나 환자 목록에는 없는 사내.
처음에는 황시영 검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시영 검사와 닮은 녀석이었다.
나는 혹시나 싶어 그 녀석의 사진을 곧바로 황시영 검사에게 보냈다.
<이 사진의 주인공, 혹시 황검사도 아는 사람인가요?>
곧바로 오는 답장.
<네 제 친동생입니다. 거긴 어디인데 환자복장인거죠?>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황시영 검사의 동생이 사고를 좀 크게 친것 같아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왜 그녀석이 병원에 입언해 있는 사진이 찍혀있는거죠? 제대하자 마자 우리집에 머물다가 떠나간거 같은데 저도 연락이 안되고 있어요. 이 개새끼가 아무래도... 아닙니다.
방금 개새끼라는 표현에 그의 감정이 과격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 집에서도 사고를 친건가요?"
- 이녀석이 녹화 카메라를 다 지운게 좀 수상해서요. 아닙니다.
여기에서 나는 판단을 해야했다.
황시영 검사는 아군으로 데려가야할 사람이다.
하지만 라크를 탈취한 녀석은 용서할 수 없다. 죽여서라도 라크를 다시 뺏아와야한다.
나는 황시영 검사와 동생 사이를 나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런 말씀 미안하지만, 아마 황시영 검사의 아내분을 겁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찍힌 이 장면은 병원에서 라크의 재생성체로 판단되는 여자를 강간하고 도망가는 장면을 찍은겁니다."
- ...
"이름이 뭐죠 동생분의?"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 황시영 검사.
- 황주영입니다.. 하나뿐인 동생인데... 이게 무슨일인거죠?
"그가 바로 라크의 주인이기 때문이겠죠."
- 네????
"황시영 검사의 동생은 라크의 주인입니다. 그래서 아마 황시영 검사의 아내분도 마음대로 조작하고 가지고 놀았을겁니다. 단정지어 이야기해서 미안합니다."
라크의 주인에 대한 격렬한 반감이 있던 황시영 검사의 트라우마를 대놓고 건들였다.
- 까드드득.
황시영검사의 이가 갈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동생분에게 전화가 오면 절대로 혼자 만나지 마십시요. 저희를 불러주세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하.. 하지만....
친동생이라서 라크의 주인이기는 해도 죽이는 부분에 대해 반감이 있을 수 있다.
"황시영 검사님이 알려주신 것 처럼, 라크의 주인은 라크에게 잠식이 됩니다. 동생분은 더이상 동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걸 명심해주세요"
- 고스트... 제발 부탁합니다. 제 동생을 구해주실 수 없나요?
"동생에게 연락이 오거나 만나게 되면 꼭 알려주십시요. 저희도 방법을 강구해보겠습니다. 절대로 그가 라크의 주인이라는걸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보이면 안됩니다. 아셨죠?"
- 알겠습니다...
황시영 검사는 귀국하자마자 피곤한 사건에 휘말린 상황. 하지만 나는 기분이 더 좆같다.
어디 시퍼런 놈이 감히 내 라크를 훔쳐 갔다고??
갓 제대한 복학생 나부랭이 녀석이 감히!
그래도 형을 닮아 똑똑한지 서울대보다 공부잘한다는 케이스트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일단 나도 그녀석을 찾으러 직접 뛰어야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는 그녀석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면 된다.
나는 조국일보의 백현국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내가 AD-100의 기자회견으로 조금은 곤란해질 수도 있어던 그에게 당근을 넘겨줄 차례다.
언론이라는건 사람들을 호도하고 맹신하게 만든다.
'뉴스가 거짓말 하겠어?' 라는 맹신으로 스스로의 판단이 흐려지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형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제가 사고를 쳐서 곤란해지시지 않았나 걱정되서 전화했습니다."
- 하하. 역시 SB그룹의 브레인이야. 뭐 내가 한방먹은게 아니라 위에서 한방먹은거지. 나는 그냥 시키는대로 할뿐이라니까. 너무 나에게 감정갖지 말게나. 하하하.
"에이 무슨 감정은요. 형님. 제가 문자로 이번 대한은행 테러에 대한 테러범의 신상을 보내드릴게요. 범인인 증거와 함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조국일보 단독 보도로 재미 보시라고 보내드립니다."
- 어어?? 동생! 이거 정말 확실한거야??
"네 절 믿으셔도 됩니다. 형님. 저희 초인연합에서 현상금 10억을 걸었다고 같이 보도해주십시요. 형님."
이제 판은 깔았다.
황주영 너 이새끼 도망쳐봐라.
이 세계의 진정한 힘은 아직 언론과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