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0화 〉90화 AD-100 (90/155)



〈 90화 〉90화 AD-100

“이제 정신을 차리는건가? 이봐 1121호”

제임스의 목소리에 황시영 검사는 가까스로 눈을 뜰 수 있었다.
입술은 잔뜩 말라있고 두통 때문에 시야가 뿌옇다.

“살아있었군. 다행이야. 이거 마셔. 목좀 축여야될것 같아. ”

제임스가 가져다준 물은 황시영 검사의 매말라있는 온몸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같다.


“며..몇일이나 지났나요?”

“5일이야. 5일.”

엄청난 고열에 정신을 잃었던 황시영 검사는 자신이 죽을뻔 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강제로 주입된 아담의 DNA가 어떤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걱정한 것처럼 죽지는 않고 생존을 한 상태인거다.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주변을 둘러봤다.
구석에 있던 노인이 보이지 않았다.

“노턴은 안보이네요?”

대답을 하지 않는 제임스의 모습으로 미뤄봤을 때 노턴은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했다.


“김득렬..  개새끼...”

분노에 휩싸이는 황시영 검사.

그때였다. 마치 황시영 검사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철문이 열리며 두건을 느려뜨린 사람이 들어왔다.

“황시영 검사님.”

여자목소리에 완연한 한국말.
황시영은 그녀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후드에 가려진 그림자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누구.. 누구십니까? 전 지금 이곳에 강제 감금 중입니다.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해주실 수 있나요?”


“황시영 검사님. 진정하시구요. 저는 강재도 회장님의 명령으로 찾아왔습니다.“

까드득.


김득렬과 강재도가 한몸이라는걸 알고 있는 황시영 검사는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황시영 검사님이 이곳에 계신건 강재도 회장님의 의지가 아닙니다. 몇가지 부탁을 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황시영 검사는 침묵을 지켰다.


“강재도 회장님의 배려로 윤미애 경위는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
황시영 검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유페미아테크를 더 조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대신 김득렬을 상대하는건 도와드리죠.”

“그게.. 그게 무슨??”


“말그대로 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시면 SB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가십시요. 강재도 회장님이 만든 초인연합이 검사님을 기다릴겁니다. 그쪽에 합류하시면 김득렬을 상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릴겁니다.”


황시영 검사는 영문을 알  없었다.
강재도와 김득렬은 분명히 한몸이었는데, 왜 강재도가 갑자기 김득렬을 상대하는 그림이 된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초인연합이라니?

“지금 황시영 검사님은 아담의 DNA가 잘 고착화가 되어 일주일 이내에 초인의 능력이 발휘될 겁니다. 부디 몸 조심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봐요. 강재도와 김득렬은 한몸 아닌가요? 왜 날 도와주는거죠?”

그녀의 어깨가 살짝 흔들리는걸 봐서는 소리없이 웃고 있는 듯 싶었다.

“그건 황시영 검사님이 천천히 조사해주세요. 참고로 저희 회장님은 악당이 아니랍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뒤의 가드에게 수신호를 내렸다.
가드는 황시영 검사에게 다가가 검은색 두건을 씌웠다. 일전에 잡혀왔을 때 썼던 그 두건.
황시영 검사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몇 주를 이곳에서 보냈을까?
날짜 감각이 전혀 없게 지낸  같다.

김득렬, 아니 니체와 처음 만났을 때 그가 해준 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혔다.
라크라는 존재...
김득렬도 자신을 소개할 때 지구의 멸망을 막는 사도처럼 말했었다.

미친새끼...

그렇다고 그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는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강재도의 수하로 보이는 여인이 와서 강재도는 김득렬과 같은 패가 아니라는 늬앙스로 한발을 빼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김득렬과 싸워주기를 바라는 모양새.
마치 대기업 회사에 다닐 때 정치싸움을 벌이는 임원들 사이에 끼어있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황시영 검사는 김득렬에 대한 분노를 삼키며 자신의 발만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가야 했다.

* * * * * *

SB그룹 본사에 있던 한미주에게 연락이 왔었다.
강재도 회장의 긴급한 메일을 확인해 달라는 전화.
메일을 열어보니 진아영과장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강재도 회장의 명령이니 꼭 지켜달라는 내용.

명령?

지금껏 강재도 회장이 직접 나에게 메일을 보낼 때도  이런 식의 워딩은 지양했었다.
마치 이 메일 내용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끝장이다 이런 느낌이 들 정도의 강한 워딩이다.

첨부된 프로필의 인원을 초인연합의 일원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내용이 써있고 첨부된 파일에는 프로필이 들어있었다.

나는 콧웃음을 치며 프로필 파일을 열었다.


??
황시영 검사가 왜 여기서 나와?
능력은 미 발현이지만 곧 초인의 능력이 발현될 것처럼 써있었다.


그리고 그와 면담하면서 그에게 어떤 능력이 발현되더라도 S급에 상당하는 자격을 부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현직 검사가 겸업이 가능했던가?
겸직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검찰의 특수직으로 파견 처리로 가능할 것 같기는 했다.
이런 디테일한건 나에게 일임을 한거다.
그게 편법이건 불법이건.
아무래도 검찰총장의 뒷배가 있는걸 강재도에게 알려줬더니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는  같다.

황시영 검사는 미국에서 행방불명이  상태였는데 설마 세뇌라도 되서 돌아온건가?
강재도가 황시영 검사와 나의 사이를 알아버린건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황시영 검사는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고 나 대신 김득렬을 상대하기 위한 패였는데 이상하게 일이 꼬여버린것 같다.

유지선을 불러  상황에대해 공유를 해줬더니 재미있는 가설을 이야기해준다.


"혹시 강재도와 김득렬이 갈라진게 아닐까요? 둘이 연계되어있는 증거는 나오지만 전세계 시총 13위의 SB그룹을 가지고 있는 강재도가 김득렬의 허수아비 일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김득렬을 조종하는게 그가 강재도가 아닐까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김득렬에게  원한이 있는 황시영 검사가 유페미아테크에서 무사히 풀려나온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둘중 하나다.
그들의 편으로 세뇌가 되었거나, 아니면 강재도와 김득렬이 서로 싸우던가!

"일단 그가 이쪽으로 오게되면 알려줘. 나는 한동안 SB그룹 본사로 출근할테니까."


"네~ 대표님!"


투자회사 설립건이 마무리가 안되어 전략기획실의 업무를 같이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아직 김성은 차장에게 업무인수 인계도 해주지 못했었다.

해야할 일들과 생각해야할 일들이 워낙 많다니보니 번아웃이 날것 같다.
그냥 어디론가 가서 일주일정도 편하게 쉬다고 오고 싶은 생각뿐.

"대표님 어디가세요?"


구미호가 내 팔짱을  끼며 내 어깨에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개량한복을 예쁘게 디자인한 미니한복 복장으로 코스튬을 만들어줬더니 상당히 맘에 들어했었다.
길쭉한 다리의 라인과 허리의 라인을 살리는 그녀의 코스튬을 슈퍼유니온 홈페이지에 먼저 소개를 했더니 네티즌 사이에서도 인기가 장난 아니었다.


홈페이지에 인기도를 투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현재 오메가맨이 압도적인 1위, 그 다음이 강지영의 파이어폭스, 그리고 3위가 러버걸이었는데 이번 구미호의 코스튬 발표로 순위가 갑자기 바뀔 정도였다.


"어 나 SB그룹 본사에 업무차 다녀오려고."

"저 40층에 같이 지내면 안되요? 잘때는 내려갈게요"

어?
구미호가 저번 섹스 이후로 나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고 있는것 같다.
좋은 현상이긴 했다.
이러다가 샐리와 친하게 지내는 거 아니야?
갑자기 떠오르는 애완견 샐리. 동물끼리 둘이 뒹구는 모습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그래. 편하게 들어와서 지내. 강지영, 강아영, 김잔디랑 친하게 지내고. 잔디는 일반인이니까 좀더 조심해줘."

"네~~ 알았어요!!"
나는 구미호의 치마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한쪽 엉덩이를 부드럽게 꾸욱 쥐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잘익은 과일이었는지 물이 살짝 손에 묻었다.
혀를 낼름 거리며 음란한 미소를 짓는 구미호는  곁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게 표정에 보인다.

"미호는 집에 가서 쉬고 있어. 그리고 유지선 너는 따라와. 같이 본사로 가자. "


"네에~~!"

앞으로 몇일 동안은 본사로 출근해야되는 상황이다.
마음같아서는 전략기획실 인원들을 다 SB엔터테인먼트로 데려가고 싶은데 상무부터 시작해서 전무까지 모두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


전기자동차를 타고 본사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유지선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나에게 긴장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했다.


“대표님. 자동운전으로 돌리시고  뉴스 좀 보실래요?”

<충격! 초인이 되는 약이 유통되고 있다>


조국일보의 르뽀형식의 동영상 인터뷰기사인데, 미국에서 시작한 각종 초인들이 약물로 탄생된다는 루머를 취재하다가  실체를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AD-100이라는 투명한 알약을 기자가 직접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알약이 바로 그 AD-100이라는 약인데요. 이 약을 먹고 나면 빠르면 3일에서 10일 사이에 랜덤한 초능력이 발현된다고 합니다. 슈퍼유니온의 멤버중 한명도 미국에서 이 약을 먹고 초인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SB엔터테인먼트의 해명이 필요합니다.>


“아니 씨발 왜 우리가 해명해야되는건데!!!”


“에이시드우먼 김보라요. 최가인이랑 미국에서 약을 먹고 왔다는게 아무래도 저거 같네요.”


“나머지 애들도 혹시 저 약 먹은 애들 있는지 한번 알아봐봐.”


“네. 대표님.”

표정관리가 안되고 있었다.
지금 김득렬, 강재도 이 미친 새끼들이 아담의 DNA를 이용한 알약을 만들어서 풀고 있는것 같다.
아니.. 카톨릭에서 풀고 있는건가!
아무래도 아담의 DNA를 가진 초인이 많아질수록 라크와 상대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라는 계산인걸까?


뉴스의 댓글부터 난리가 났다.
10억에 약하나 구하겠다는 장난식 댓글 부터 슈퍼유니온이 약쟁이들이라는 비난의 글도 보인다.

홈페이지에 초인들의 인기도도 갑자기 하향곡선을 찍은 듯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발. 내일부터 오메가맨의 피규어가 발매될 예정이라고!!
팬사인회도 준비되어있는데 이건 비상이다.
기껏 진행했던 대한은행 테러해결과 마포대교 구출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오메가맨은 그냥 뽕쟁이랜다.
벌써부터 인터넷에 짤방으로 오메가맨의 사진이 마약쟁이 소굴안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합성되어 돌기 시작했다.


그렇지않아도 멘탈 약한 오메가맨이 저 합성사진을 볼까 걱정이되었다.


“안되겠다. 다시 본부로 돌아간다. 모든 초인들을 다 소집해. 비상회의다.”

“네 대표님.”

유지선도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 * * * * *


S급 이상의 초인들은 PIAS타워에 거주지를 마련해줬기 때문에 가장 먼저 소집이 되었다.
이윽고 A급으로 있는 스파이더우먼과 파워버프걸, 에이시드우먼이 속속들이 도착을 했다.


“대표님! 저 뉴스 봤어요. 혹시 우리들 중에도 약을 먹어서 초인이 된 사람들이 있을까요?”


재민이가 급 흥분을 하며 떠들기 시작하자 좌중이 웅성웅성해지기 시작했다.
오메가맨도 나에게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천천히 걸어온다.


나는 잠시 그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이들을 소집한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잠시 주목해주세요.”

좌중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우리 슈퍼유니온이 단순히 약쟁이로 불리게된 현 상황은 제가 해결할겁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여러분들의 초능력의 기원은 동일합니다. 바로 아담의 DNA죠.”


물론 리리스의 DNA로 초인이  내 아이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여러분이 AD-100으로 초인이 된건지 아니면 수술을 받고 초인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여러분은 모두 미국 유페미아테크에서 시술을 받은겁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벙쩌하는 표정이다.

“기자들이 혹시 캐묻는다면 그렇게 말하세요. 나머지는 전부 제가 커버하겠습니다.”


“저.. 알약을 먹고 초인이된건데.. 거짓말을 해야되는건가요?”


에이시드우먼, 김보라가 얼빵한 표정으로 되물어본다.
못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눈썹이 짙어서 조금은 순박하게 보이는 외모. 하지만 몸매는 정말 훌륭하다.

“네. 저는 거짓말을 하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네..네..”

“대표님.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오메가맨이 역시 예상대로 이유를 물어봤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약쟁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언론을 이용해 공격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역공하려고 하는겁니다.”


“누가 우리를 언론을 이용해서 공격한다는 거죠?”

“적이라고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으니 적으로 간주해야겠죠. 저희같은 사기업이 초인들을 거느리고 이를 컨트롤하는걸 싫어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담의 DNA를 약으로 만들어 전세계에 퍼트리는 집단이죠.”


나는 좌중에 있는 초인들을 한명씩 눈을 마주치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웠다.

“그들은 바로 카톨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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