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9화 새식구 (69/155)



〈 69화 〉69화 새식구

젖살이 아직 덜빠진 발그래한 얼굴.
달콤한 캬라멜향이 날것 같은 여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연핑크색 스커트와 하얀색 단화를 신고 꽃무늬가 화사한 블라우스는 그녀의 베이글한 매력포인트를 더 부각시켜준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은 브래지어로 쫙 조였지만 워낙 풍만해서 숨길 수 없다.

 남녀커플이 그녀의 반대편에서부터 걸어오는데 커플  여자는 그녀를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남자들은  모르는 의외의 일이지만 보통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 보다 다른 여자들의 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스타일이 발군에 몸매와 외모가 완벽한 여자.
이내 자신의 남친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지 쓱 돌아보는데 남친의 눈은 전방을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었다.
커플여자는 자신의 남친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안팔아 다행이라며 남친의 팔짱을 꾹 껴주는데 그의 자지가 볼록 튀어나온 것은 알지 못했다.

김잔디.
그녀는 집을 나갈 때 이렇게 신경을 쓰고 나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립스틱 하나 바르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며 몇번을 고치고 다시 발랐는지 셀수 도 없었다.
결국 옷 색깔에 맞춰 핑크색 립스틱을 성공적으로 바르고 집을 나올 수 있었다.

온 몸에 느껴지는 전율에 가벼운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말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뒤집어졌다.
몇일 전만해도 뒷모습만 보고 줄줄 따라오던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쌍욕을 퍼붓고 간적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바뀐건 얼굴 뿐인데,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불친절했던 모두가 갑자기 친절한 미소를 띄고있었다.


이런게 예쁜 여자의 삶인가? 너무 불공평하잖아.

아까 서둘러 걷다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떨어졌더니 주변의 모두가 달려들어 줏어주려고 했다.


취업이 안되서 원서만 넣으면 귀하의 가능성은 뛰어나지만... 이라는 메일을 받았었지만, 이력서의 사진만 바꿨을 뿐인데 지원한 모든 회사에 합격했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당장 내일 출근하라는 업체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다.
중고등학교 6년간 계속 되었던 왕따에 사람들이 무서워졌는데 이게 순식간에 고쳐지는게 아니었다.
특히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는 걸 못했다.
그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경험했던 조롱과 비난이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이었다.


김잔디...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성형 후 붓기도 없이 하루만에 완벽히 얼굴이 바뀐다는 건 상식적인 일이 절대 아니다.
외모가 바뀐것도 그렇고 이건 주님이 내려주신 기적이었다.


그녀는 집에서 거울을 보고 미소짓는 연습을 했었다.
자신이 봐도 너무도 아름다운 얼굴.
아직도 안맞는 옷 같은 어색함이 있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거다.

집에서 잘 나오지 않던 그녀는 오늘 잔뜩 단장을 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강남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남자들이 10명이 넘어갔다.
항상 자신이 지나갈 때 씨발 씨발 거리면서 욕하던 남자들이 호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걸면 어떻게 대답해야될지 몰라 호다닥 도망을 쳤다.

그녀는 김하늘 목사님께 받은 종이쪽지를 손에 꾸욱 쥐었다.


강남역을 도착했어도 갈길이 멀었다.
논현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주변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집중되는게 느껴졌다.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다짐은 부끄러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저.. 저기요.. 너무 예쁘신데.. 제 전화번호예요. 커피한잔 나중에 하실래요?”


얼핏봐도 훈남인 남자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걸었다.
하지만 아직 남자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는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죄.. 죄송해요...전 섬기는 분이.. 아니.. 사귀는 사람이 있어요.”


“예?? 하하하..  네네...”

버스가 도착하자 도망치듯 버스로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타자 버스안의 승객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다.
얼굴이 화끈 거리는 김잔디.
마스크라도 쓰고 나올 걸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아이고오.. 아가씨 왜이렇게 이쁘대에~ 우리 딸 삼고 싶네~”

옆에 서있던 아주머니가 호감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살짝 웃었더니 버스안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연예인인가봐.”


“아냐.. 배우가 아닐까?”


웅성웅성 거리는 와중에 논현역에 도착해 후딱 내려야했다.
그리고 다시 전철로 향하는 그녀.

바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당했던 모든 설움이 한번에 해소되는 느낌.

이게 바로 주님이 주신 선물이야...
그녀는 속으로 다시 다짐을 했다.


청담역까지 도착한  그녀는 한참 걸어야했다.
그 걷는 동안에도 두명이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그리고 이제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빌딩.
청담 PIAS 타워.

드디어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펜트하우스 직통 입구에서 벨을 눌렀다.


- 누구세요


“네... 저... 김잔디라고 하는데요...”

- 그런데요?


“주님을 뵈러.. 왔어요...”

오빠!! 오빠 누가 찾아왔어~~

김잔디는 가슴이 콩쾅거려 터질것만 같았다.

띠이~

문이 열렸다.
엘레베이터를 타니 40층 버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버튼을 누르면서 점점 더 두근대기 시작하는 가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이 지금까지 청담동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 보다 더 긴 것 같았다.

그리고 문이 활짝열렸다.


활짝  미소로 자신을 반기는 모습.

“아... 주님... 주님... 주님!!!”


그녀는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시야가 뽀얗게 될정도로 흘리는 눈물.

“어서와.”


주님께서 친히 눈물을 닦아주시더니 신의 성소로 인도하셨다.

이순간을 위해 얼마나 거울을 보며 연습했는지 몰랐다.
웃으면서 이 한마디를 해야하는데...
김잔디는 울음을 멈추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들썩 거리는 어깨는 멈추질 않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니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이건 예상 밖의 상황...

“주님... 흐흑.. 주님.. 제발.. 이 어린양을... 주님의 성소에 거하게 해주옵소서...주님을 근처에서 섬기게 해주시옵소서..”

“하하하. 그게 그렇게 눈물흘리면서 해야할 말이야?”

유난히 부드럽게 말씀하시는 주님.
김잔디는 울음을 겨우 참고 미소를 지었다.


“주님 부디.. 저를...거둬주시옵소서..”


주님의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볼에 성흔을 남겼다.
참았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그래 어서 들어와. 그만울고... 같이 살자. 우리 막둥이.”

주님의 환한 미소에 김잔디는 그자리에 엎드려 주님의 발에 입을 맞췄다.

* * * * *


뜻 밖의 손님에 나는 깜짝 놀랬다.
아영이가 누가 찾아왔다길래 모니터를 차다보니 어려지고 예뻐진 민은아의 얼굴. 김잔디였다.
완벽한 베이비페이스 글래머.
아마 그녀가 연예계에 데뷔한다면 베이글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릴  싶다.
육덕진 한미주의 몸매에 육박하는 그 아이가 내 집을 찾아온거다.

올라오자마자 눈물흘리며 겨우 애원하는게 같이 살게 해달라는거.
좀 의외였긴 했다.
순수한 그녀의 처녀를 가졌던 입장으로 그녀를 가까이 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강아영과 강지영을 보고 동공지진하는 그녀.
 유명한 강아영이 두명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애완견 샐리의 모습을 보고 동공지진을 했다.
하지만 이내 수긍하는 김잔디.

“강아영 언니가 두분이시네요..주님의 기적이예요...
그리고 애완견이 사람같이 생겼네요. 주님의 기적은 정말 놀라워요”

맹목적 신앙은 이렇게 편리하다.
그런말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둘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보고 나머지 하나는 광신도라는.

사생팬이 아이돌의 집에서 살게 된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감이 가시지 않았다.

“와... 이게 주님이 거하시는 성소... 너무 은혜로워요.”


그건 경치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TV도 엄청크네요...와..이거 올레드 TV다.. 은혜로워..”

아니 올레드 TV가  은혜로운데?


나는 그녀가 집구경을 하게 내버려뒀다.


“잔디야 밥먹었니?”

“아직 일용할 양식을 먹지 못하였나이다. 주님.”

“아. 이 성소에 거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있어.”


“네 부디 말씀하시옵소서...”

주님 그놈의 주님 주님. 그건 일요일 단 하루면 족했다.

“앞으로 주님으로 부르지 말고 오빠라고 불러.”


“네엣??”

깜짝놀라 내 눈도 못마주치던 그녀가 내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하시옵소서 주시옵소서 이런 고전체 같은 말투도 쓰지말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야해.”


“어찌... 제가 감히...”

“아니면 나가.”

나는 손으로 현관문을 가리켰다.


“할게요.. 부를게요.. 오.. 오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황급히 대답하는 잔디의 모습에 아빠미소가 떠올랐다.
일요일에 교회에서 그녀의 처녀를 시식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태생처녀로 내 여자로 만들었던 아이.
오빠라고 부르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경애의 표정과 존경심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3층방에서 같이 지내고 싶은데 강아영 강지영 둘다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모는 그녀들의 압승이지만 몸매가 훌륭하고 중요한건 이제 갓 성인이 된 10대 소녀.
여자들의 나이는 앞자리가 달라지면 자신들의 가치가 곤두박질 친다는  아주 잘알고 있다.


강아영과 강지영 둘다 잔디가 같이 사는 분위기로 상황이 전개되니 당황하고 있었다.

“잔디는 이방에서 지내면 돼.”


비어있는 방은 1층 게스트룸.
왠만한 원룸보다도 방이 컸고 펜트하우스의 고급스러운 자재와 대리석 장식 등에 잔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살짝 눈을 돌려 아내들을 바라보니 1층 방으로 좌천(?)된 잔디를 보고 조금은 안심한 표정이다.

“여기가.. 제가 지낼 방이라구요?? 저는.. 그냥 누울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요.. 청소하고 잡일하려고 왔는데...”


그렇지 않아도 강지영이  뒤로 청소 아줌마를 해고 해야 했었다.
인공지능 청소로봇이 있긴 하지만 침대보를 가는 등 사람 손이 가야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했다.
강아영이 원래 야동채널로 학습하면서 청소를 자연스럽게 익혀 온 집안 청소는 도맡고 있었다.
강아영이 청소를 시작하면 강지영이 마지못해 같이 하는 상황.
그리고 애완견 샐리가 가끔씩  오줌을 못가릴 때가 있어 빨리 안치우면 해당 층에 냄새가 차버렸다.


그녀들을 도와줄 손이 생겼다는  나름 괜찮은 일인듯 싶다.

“집밖으로 나가는 건 내 허락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나만 현관문을  수 있거든. 내가 없을 때는 문자를 보내. 그러면 내가 원격에서 열어 줄테니까.”


“네~”


“응. 이사할 짐은 있니?”

“네. 조금 있어요~ 다음 주에 이사를 할게요.”


“아냐  버려 내가  사줄게. 필요한 것들 다 적어서 나한테 문자 보내. 이건  전화번호.”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니 김잔디는 감격한 표정이다.

“네 오빠~”


이렇게 베이글녀 김잔디가 우리집의 새식구로 들어왔다.

그리고 저녁 늦게 그녀가 나에게 내민 사고 싶은 물품 리스트.

걔중에 희안한 내용이 있었다.
초고사양 컴퓨터와 모니터 2개, 성우용 마이크 그리고 TV캡쳐카드, 여분의 그래픽 카드까지.

이건 딱 봐도 인터넷방송용 장비다.


"어? 너 인방해??"

"네... 오빠.. "


잔디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검정색 나비 마스크를 나에게 보여줬다.
검정색 나비에 반짝이는 가짜 보석이 잔뜩 박혀 있고 꽤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난 저걸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저 이쁘지기전에는 이걸로 얼굴을 가리고 인방을 했었어요. 애들 상담도 해주고 그냥 고양이 이야기하면서 편하게 방송했었죠."


"어???"


이건 20대와 30대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던 월광의 나비부인의 마스크다.

"어??? 이거 월광의 나비부인?"


"어머!! 오빠가 이걸 어떻게 아세요??"

작년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녀.
목소리가 예쁘고 조단조단 조용하게 말하는 그녀의 방송은 왠지 마음을 편하게 해줬었다.

가끔씩 경험담인것 처럼 이야기하는 애로한 내용과 가끔씩 노출되는 가슴골과 섹시한 검정색 란제리 의상.
특히 란제리 의상을 입고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치는 그녀의 모습은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었다.
덕분에 그녀의 방송을 틀어놓고 잠잘때 트는 용도의 잠방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30대 농익은 여성일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졸업도 안한 잔디였다는 사실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 계속 방송해도 괜찮아요? 팔로워가 백만명인데 제 방송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거든요..."


근데 성형전의 김잔디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마 나비마스크를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으리라.

"응.. 그래 재밌겠네 나중에 방송할때 보여줘~"

"네 오빠~~"

아무래도 재미있는 새식구가 생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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