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65화 애완견
피투성이가 된 정은정을 집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아까 발로 걷어찬 이후 코가 반쯤 주저앉아 코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불쌍해보이지도 않고 더 괴롭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피가 많이 나요..치료해 줄까요?”
강아영의 이야기에 번거롭게 하지말라며 그녀들을 3층으로 올려보냈다.
두근두근두근.
지금 코에서 연신 피를 흘리고 있는 정은정을 바라보며 가학적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정은정의 머리를 싸커킥으로 작렬하면서 내 안에서 뭔가가 무너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악당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꼭 착해야되는건가?
나에게는 힘이 있는데??
민은아를 재생성을 하고 난 뒤, 아쉬운 점이 성형할 때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김잔디도 민은아의 젊은 얼굴에 코에 점을 박는 정도였다.
만약 라크에게 데이터가 더 늘어난다면 좀더 많은 베리에이션이 가능했다.
두근두근두근.
재생성은 죽이는게 아니다.
그냥 새로 태어나는거다.
기억이 리셋되는거지 죽이는게 아니다.
신인류로 업그레이드 하는거다.
어차피 라크의 주인인 내가 나중에 해야할일이지 않는가?
이건 라크의 학습을 위한거다.
라크가 강해지면 내가 더 강해질테니까.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나는 기절해 있는 정은정의 재생성을 라크에게 명령했다.
“라크야 재생성해줘. 18살나이에 처녀로 돌리고”
내 손목에서 흘러내린 라크는 슬라임으로 변해 천천히 기절한 그녀를 향해 꾸물거리며 이동한다.
푸슈슈슈읏!!
순식간에 사체분시가 되며 시체조각으로 바뀌는 그녀.
흡수를 빨리 하기 위한다는 거지만 눈쌀이 살짝 찌푸러지긴 했다.
그래도 몇번 보다보니 사람이 토막나서 죽는 모습을 보는게 그렇게 보기 어렵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꾸물럭꾸물럭.
- 외모는 좀 더 이쁘게 조합을 해볼까? 지금 데이터가 민은아와 이 여자의 데이터가 있어서 모핑을 통해 더 괜찮은 아웃풋을 만들 수 있는데
정은정의 외모도 못생긴 외모는 아니었지만 그 싸가지없던 기억이 자꾸 떠오를것 같아 조금 변형을 하는게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물럭 꾸물럭.
“그래? 한번 해봐. 아참. 그리고 두뇌를 일부러 퇴화시킬 수 있어?”
- 가능하지. 제약을 주면 되니까.
“똑똑한 진돗개 정도 수준으로 퇴화시켜줘. 그리고 4발로 기어다니게 해줘.”
- 라져!
라크가 순식간에 사람 키처럼 솟아오르더니 주륵 미끌어져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재생성된 정은정.
B컵정도인데 워낙 폭유에 둘려싸여있다보니 슬랜더로 보일 정도.
그리고 얼굴은 묘하게 민은아와 정은정이 모핑되어진 모습.
연예인 누구를 닮은거 같은데?
하여튼 어려져서 그런지 더 이뻐지긴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재생성이 완료되자마자 털푸덕 엎드렸다.
도기스타일로 엎드린 그녀가 나를 올려다 본다.
“네 이름은 샐리. 이제부터 우리집 애완견이다.”
나는 정은정... 아니 샐리를 우리집 애완견으로 기르기로 결심했다.
* * * *
“샐리! 안돼!!”
강아영과 강지영이 샐리를 열심히 학습시키고 있었다.
애완견이라고 하니 얘네들도 신나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있었다.
“오빠 고마워요~ 나도 애완견 한번 키워보고 싶었어요~”
강아영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너무도 행복해했다.
정은정, 아니 샐리도 행복한 미소가 입에 걸려있었다.
강지영은 조금 못마땅한 듯 싶지만 훈련시키는건 제일 열심이다.
“빵!!”
“오~~ 잘했어 잘했어~”
개목줄을 한 샐리가 배를 하늘로 향하며 뒤집어졌다.
다시 일어나서 허리를 양쪽으로 흔드는데 꼬리가 흔들거렸다.
인터넷에서 파는 개꼬리털이 달린 애널마개를 박아넣으니 영락없는 개꼬리다.
인터넷에는 없는게 없었다.
개가 덩치가 크다보니 똥을 싸면 양이 너무 많았다.
개사료를 먹이다보니 똥냄새가 개똥냄새같이 난다.
사람 똥의 역한 냄새가 아니라 다행이다.
강지영은 그래도 똥냄새가 싫다며 좌변기에서 똥을 싸게 하는 훈련에 매진해 있었다.
샐리가 오면서 집안이 더욱 밝아진것 같아 왠지 뿌듯해졌다.
다음에는 고양이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을 하려고 보니 주차장이 다 비어있다는걸 늦게 깨달았다.
젠장.
어제 회사에 주차된 신차에 어떤 놈이 긁어놔서 센터에 맡겼고, 포르쉐는 이틀 전 센터에 맡긴게 아직 안왔다.
또 전철을 타게 생겼다.
늦잠을 자서 조금 늦게 나왔다보니 이전처럼 많이 붐비지는 않은게 다행이랄까?
나는 흔들리는 전철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사람들이 밀면 밀리는대로 몸을 자연스럽게 맡기고 있었다.
“어머~ 얘 너 그거 들었니? 홍보팀 최은영씨 있잖아. 걔가 갑자기 성형이 풀려버렸대 글쎄..”
“뭐?? 성형이 풀렸다고?”
“걔 이번 여름휴가 끝나고 엄청이뻐져서 왔었잖아. 코도하고 눈도하고 턱까지 깎아서 완전 환골탈태했었는데~”
“맞어. 2주 전부터 엄청 이뻐졌더라고. 그래서??”
“어젠가 그젠가 출근했는데말야~ 쌍커풀도 다 풀려있고, 코도 주먹코에 주걱턱까지 복구가 되서 출근했대 글쎄~”
“어머머~ 신기하네? 나는 정반대의 일이 있었는데??”
“뭔데??”
“내가 사는 원룸촌 앞에 김마담이라고 노처녀 마귀할멈이 성형수술을 했는데? 하루만에 완벽하게 고쳐져서 나타났대!? 수술을 해도 한달정도 기다려야 얼굴이 잡히는데~ 이건 너무 이상하더라구?”
“어머 참 별일이야~~”
나는 어떤 여자 두명이 나누는 수다에 귀를 기울였다.
상식선상에서 이해가 되지않는 두명의 수다 내용.
나는 그런데 그 대화가 진실이라면 오직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라크...
아니면 김득렬일 가능성이 있다.
나는 분명히 확인을 해봐야할 내용이라는 판단이 섰다.
나는 김성은 차장에게 전화를 해서 오전 외부 미팅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그녀들을 미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의 홍보팀 최은영이라는 사람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방배역>
나는 의심받지 않게 그녀의 뒤를 밟았고, 그녀가 다니는 회사가 송영무역이라는 중견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곧바로 홍보팀의 위치를 물어 그쪽 사무실을 무작정 들어갔다.
그리고 홍보팀에 있는 직원을 붙잡고 명함을 건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SB그룹 전략기획실장 ■ ■ ■ 입니다. 송영무역의 홍보팀 최은영씨를 뵈러 왔는데요”
“무슨일이시죠?”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찾아왔다고 하니 상대방도 궁금한 모양이었다.
“별일은 아니구요. 송영무역 홍보팀에서 제작했던 영상물 등이 있다면 검토해보고 같이 협업을 하면 좋을것 같아서요.”
“아? 네... 저희는 그렇게 잘 만들지는 못하는데.. 그럼 저기 회의실로 가셔서 제가 안내드리겠습니다.”
“아. 저는 꼭 최은영씨를 통해서 진행을 하고 싶은데요 가능할까요?”
“최은영씨 금일 출근 안하셨는데요.”
“그럼 연락처라도 주시면 제가 연락하고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매출이 생길거를 기대한 홍보팀 담당자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최은영씨의 핸드폰 번호를 넘겨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와 전화를 걸었다.
010-XXXX-XXXX
뚜르르르.
신호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최은영씨 되시죠?”
“네 그런데요?”
“네. 여기는 강남경찰서 형사과 박재규라고 합니다. 범죄와 관련되어 최은영씨에 대해 몇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나는 이제 아무래도 이런 뻔뻔한 전화에 능숙해진 것 같다.
그녀는 잠깐 놀랬는지 2초간 말이 없다가 말을 다시 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나는 이 통화를 통해 최대한 많은 실마리를 얻어내야했다.
“외모가 갑자기 바뀌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무슨 린치를 당하셨나요?”
“아.. 미치겠네.. 바뀌긴 뭐가 바뀌어요? 난 그대로인데!! 이제 경찰까지 나서는건가요? 회사 사람들도 이상한 소리를 해대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2주정도의 최근 기억이 없으신건가요? 요즘 비슷한 사건이 많아서 여쭤보는겁니다.”
그런데 그녀는 이상하게도 한동안 대답을 안하는게 아닌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네...”
“기억이 안나시나요?”
“네.. 정말 이상하네요... 2주간의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사고도 없었는데...”
빙고! 찾았다!
분명히 최은영이라는 이 여자는 재생성된게 분명했다.
그것도 악의적인 의도로 그녀의 외모를 원래대로 되돌리기까지 한... 누군가의 장난임이 분명했다.
김득렬이 이런 장난을 칠리는 없다.
“혹시 가장 최근에 최은영씨가 누구를 괴롭히신적이 있으신가요? 아니. 바꿔서 여쭤보죠. 최은영씨가 싫어하는 사람이 회사에 있습니까?”
“그건 왜요??”
“수사에 중요한 부분이라 그렇습니다.”
“우리 회사에 변태녀석이 하나 있긴해요. 그사람만 보면 치가 떨리죠. 유정혁이라고.”
“네 감사합니다. 다시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라크를 불렀다.
“라크. 너 다른 라크와 싸우게 되면 이길 수 있어?”
- 당연. 나처럼 재생 프로토콜을 겪었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충분히 제압이 가능해.
“오케이.”
나는 다시 송영무역으로 가서 홍보팀의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시 이곳에 유정혁이라는 분 계시죠?”
“아.. 그분은 금일 퇴사하셨는데요?”
“아. 그렇군요. 실례가 안된다면 그분과 통화가 가능할까요?”
“아 네.”
역시 건내 받은 전화번호.
개인정보로 민감할텐데 송영무역의 홍보팀 담당자는 SB그룹 전략기획실장과 같이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쉽게 개인정보를 건내줬다.
퇴사했다는 유정혁이라는 인물이 또 다른 라크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뚜르르르르.
- 아! 고스트. 전화주셨군요. 저도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말씀드렸던 현은지씨요.
현은지라면 한미주에게 빌딩과 강남프레스티지 로얄싸롱을 넘겼던 여자.
김득렬의 여자다.
“네? 현은지씨가요?”
- 그녀가 자살을 했습니다. 아마 김득렬이 꼬리를 밟히는게 두려워 자살을 시킨 것 같습니다. 현재 경찰과 협조해서 그녀의 집을 수색 중인데 추가 정보가 나오는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한발 늦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아. 이건 내 실수다. 좀더 빨리 움직여서 현은지를 확보했어야 되는데 김득렬이 이렇게 빨리 꼬리를 자를지 몰랐었다.
- 그리고 이 조사를 마치고 저는 미국으로 갈 예정입니다. 김득렬과 강재도와 연관이 있는 회사를 하나 찾았습니다.
어?? 혹시??
강재도가 투자업체로 선정한 <주식회사 여의제약> <유페미아테크 inc.>가 떠올랐다.
“혹시 그 회사 유페미아테크가 아닌가요?”
-역시!! 고스트답군요. 맞습니다. 김득렬의 차명계좌를 발견해서 추적하다가 찾아냈습니다. 저는 이쪽을 조사하면서 그 녀석의 돈줄을 하나씩 잘라서 스스로 기어나오게 할 생각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진전이다.
황시영 검사는 꽤 유능한 인재임이 확실했다.
-그래서 말인데, 김승연 아나운서에 대한 조사를 대신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금껏 확보한 정보는 말씀주신 메일로 보내놓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제가 그녀를 이어서 조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부탁좀 드리죠. 전화번호와 이름인데 이 사람의 거주주소를 파악해야합니다.”
나는 유정혁의 이름과 그의 이름을 알려줬다.
- 네 바로 확인하고 문자로 넣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네. 고스트도 조심하세요!
뚜욱.
전화를 끊고 다시 김성은 차장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업무를 하기에는 글러버린 것 같다.
“아. 김차장. 나 오늘 외근하다가 바로 퇴근할 것 같으니까 중요 메일들만 체크해서 보내줘.”
-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황시영 검사에게서 문자가 날라왔다.
[파주시 교하읍 인제리 XX-X]
파주??
김득렬과 김현준이 사는 곳이 아닌가?
지도를 보니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긴 했지만 뭔가 구린내가 진동했다.
차가 없다는게 이렇게 불편한건가?
나는 택시를 불러서 파주로 가야했다.
아침 출근길이야 막혀서 지각하니까 어쩔수 없이 전철을 탔지만서도 도저히 전철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