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58화 전도 (58/155)



〈 58화 〉58화 전도

어느 토요일 밤 홍대.


젊음이 넘치는 거리에 거나하게 취한 녀석은 어깨춤을 덩실 추면서 지나간다.
반바지에 철지난 힙쌕을 차고 있는 외국인이 구석에서 오바이트를 하고 있고 한켠에는 싸움박질을 한참 하다가 말리는 사람이 없어 서로 씨익씨익 대며 쬐려보고 있는 고삐리도 보였다.

“야이 씨발년아. 김잔디 니가 뭔데 여길 끼어?”
 봐도 갓 졸업해서 떡튀순 냄새를 풍길  같은 애들이 짙은 화장을 하고 자신보다 커다란 여자애를 괴롭히고 있었다.

“개좆같이 생긴 메기년이  씨발.  꼴아보고 있어 이게 디질라고.”


신발을 벗어 앞에 서있는 긴머리 여자애의 뺨을 툭툭 때리는  무리의 여자애들.

키가 한 170정도 되었을까? 같은 무리의 여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애는 무척 순하게 생겼다.
이마는 좁고 콧볼이 넓은 코에 입은 메기처럼 튀어나와있어 예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소녀.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그녀의 몸매는 예술이었다.
쭉쭉 길게 빠진 팔과 다리와 마른 몸매에 어울리지 않은 커다란 가슴.


멀리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업계 고등학교 같은 반의 졸업모임이었다.
졸업한 아이들 몇명만 모이는 모임이었는데, 반 전체 모임이라고 속여 왕따를 하던 여자애를 불러내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태희는 자신이 전도를 할 아이가 저 아이라는  깨달았다.
매주 토요일은 전도를 위해 홍대나 강남을 돌아다녔다.
상처받은 영혼. 걔중에 전도를 할 가치가 있는 아이를 찾는게 일이었다.
김잔디라고 불리는 여자아이의 육체는 환상 그 자체였으니까.


“어머 잔디야 여기 왠일이니!”

남태희는 자신이 끼어들어야 할 타이밍에 맞춰 그녀들의 무리에 들어갔다.
갑자기 늘씬하고 예쁜 언니가 김잔디를 아는  하자 왕따를 하던 아이들은 뭔가 찔렸는지 다들 우르르 다른 곳으로 몰려갔다.


“괜찮니?”

김잔디는 갑자기 자기를 아는 척하며 도움을 준 언니를 바라봤다.
너무도 예쁜 외모에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은 연예인급의 언니가 자신을 바라보며 걱정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 김잔디는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언니가 뭐 마실거좀  줄게 같이 가자.”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주며 근처의 커피숍으로 얼결에 같이 들어왔다.

“난 남태희라고해. SB그룹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지.”
명함을 조용히 김잔디에게 내밀었다.


“우와~~”

SB그룹이라니까 김잔디의 얼굴에 남태희를 다시 보는 눈빛이었다.
아마 그냥 맘착하고 예쁜 나가요 언니정도로 봤을 수 도 있었다.

“나도 이전에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겠더라고. 고생이 많다. 잔디야.”

다시 고개를  숙이는 김잔디.

“나도 잔디 너처럼 얼굴은 그리 예쁘지 않았었어.”

공감을 위해 전도 대상에게 선의의 거짓말 정도는 괜찮다.
남태희는 타고난 외모였다.

남태희의 공감을 주는 언어에 관심을 갖는 잔디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예쁜 애들이랑 친해지고 싶지않니? 저런 이상한 애들 말구~ 네 또래 친구들도 많거든... 그리고 본인이 잘하는거 있으면 연예계 데뷔도 도와주는 곳이야.”

<생명의 성소교회>


받은 명함을 보고 깜짝 놀라는 김잔디.

“에이.. 이거 사이비잖아요.“


“응 사이비야. 올때마다 헌금을 10만원씩 주고 5주 연속오면 100만원을 주는 사이비.”

“네?”


“그냥 일요일에 할일 없으면 와서 알바라고 생각하고 들러. 언니도 있으니까 언니가 뭐하는덴지 설명해줄게. 일단 잔디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


“에이~ 이거 사기잖아요. 언니도 SB그룹 아니죠?”

남태희는 늘 있던 케이스라 씨익 웃으면서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언니 SB그룹 맞어. 평일날 놀러와 점심사줄게. 1층에서 비서실 남태희 연락 달라고 하면 내가 내려갈거야.”

호기심 가득한 김잔디는 오히려 남태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자존감을 키워주는데요?”


“음. 일단 노래 잘하는 아이들은 노래를 알려주고~ 춤을  추는 아이들에게는 교회 언니들이 춤을 알려줘. YSP출신 연예인들도 있으니까 실전 도움은 확실하겠지?”


“진짜요~??”

확 밝아지는 김잔디.
하지만 이내 다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같이 못생긴 애들은 취직도 안되고 힘든데 제가 무슨 연예인 꿈을 꿔보겠어요...”


“매달 교회에서 성형수술도 무료로 시켜줘. 물론 선발되야 되겠지만.”

김잔디는 남태희를 만난것 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일이 너무 꿈과 같았다.

“성경공부 이런거 강제로 시키는  없고 그냥 같이 노래하면서 춤추고 따라서 즐기기만 하면 돼. 관심있으면 알바라고 생각하고 한번 와봐. 내가 기다릴게. 

“네 언니 고마워요. 파주라니 조금 멀긴하지만.
내일 들릴게요. 저 모른척하면 안돼요!”


“당연하지~~ 올때  명함 가져와야돼 없으면 못들어와.“

* * * * *

드디어 교회라는 곳에 내가 처음 가게 되었다.
교회에 갈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강아영과 강지영 중에 같이 갈 사람을 가위바위보를 시켰다.
아쉽게 강아영이 지는 바람에 심퉁이 나있어 치킨 한마리를 시켜줬더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나는 강지영과 같이 손을 잡고 도착한 교회 앞에서 입을 떡 벌려야했다.

<신축예배 참예쁜 교회>
커다란 플랭카드가 떡하니 걸려있다.

생각보다 크잖아!

최소 1천명은 충분히 들어갈  있는 교회였다.
기존의 교회에 명패만 바꿨더니 기존의 교인들이 헷갈려서 왔다가 입구에서 거절 당했다.
입구 밴 먹고 쌍욕을 늘어놓는 노인네도 몇 보인다.
100% 회원제 교회.


나랑 지영이도 입구에서  먹을 뻔했다.
리리스가 명함을 보여주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를 깜빡했다.

가만 보니까 남자는 나만 있는 것 같다.
여대에 홀로 들어온 남자 교환학생 같은 느낌?


입구에서 부터 교인들이 전부 나만 쳐다본다.
기백명의 여자들의 시선이 쏠리니 왠지 부끄러워지는 느낌이다.

“어머 남자가 들어왔어..”


“잘생겼다 고놈~ 실하게 생겼네~”


수근수근 대는 여자들.

내가 니네 주님이다 썅년들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참아야했다.

얼굴을 면사로 가린 리리스가 달려온다.
나는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모든 시선이 쏠려있으니 행동거지도 조심해진다.
고개를 숙이며 나를 배알하는 그녀.

“주님 오셨습니까. 제가 뫼시겠습니다.”

“리리스 너 초능력 같은거 있냐 혹시?”

생뚱맞은 질문이지만 강재도의 서재에서 봤던 정보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남은 한명의 DNA가 인간의 DNA가 아니라고 하니 묘하게 찝찝하긴 했다.


“전혀 없습니다. 주님.”

나에 대한 충성심과 신앙이 높다보니 한동안 문제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문제 되면 다시 재생성하면 그만이다.
대신 그녀를 구성하고 있던 6명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잠시 강아영 세명에 한미주 한미선 두명이 나를 단체로 강간하는 상상을 해봤다.
소름이 살짝 돋았다.


리리스는 나와 지영이를 VIP실로 안내했다.
투명한 유리인데 밖에서는 거울로 보인다고 했다.


특수제작으로 되어 있어 앞의 교인석이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
목사가 설교를 하는 커다란 강단 뒤쪽에 있다.


보통 교회와는 다르게 걸그룹 노래를 개사한 가요가 녹음되어 울려퍼지고 있다.
어? 저거 걸리면 저작권료 벌금 맞을텐데...
그래도 다들 아는 노래가 나오니 흥겨운 표정이다.
어떤 애들은 그 걸그룹의 춤을 노래에 맞춰서 추고 있다.


전부 즐거운 표정이다. 여고나 여대생들의 MT에 초대 받아서 구경 나온 기분.

“양재동으로 이사온 뒤 오늘이 첫번째 신축예배이옵니다. 주중에 전도를 성공적으로 많이해서 신도가 배 이상 늘었습니다.”

리리스의 설명을 듣고 보니 신도가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


VIP실 문이 열리며 김하늘이 머리를 조아리고 나타났다.

“주님 오셨습니까.”

“어 그래. 니  주님은 따로 연락온거 없지?”
내가 불안한 포인트는 이거 하나 뿐이다. 김득렬이 그녀를 찾는 것.

“네.. 없습니다.”

“연락오면 나한테 잊지말고 이야기 해야된다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확실한건 확실한거다.
김하늘을 재생성하기에는 목사로  사람도 없고 교회 비지니스를 접어야 될지도 모른다.

“너 리리스한테 목사 인수인계  해놔. 만약을 대비해서.”

“네 주님~ 그런데 다름이 아니오라 여쭤볼게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형수술을 저희가 원하는 신도를 해주고 있는데, 주님께서 다스리시는 사도님께서 이를 대행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응? 얘 라크가 성형수술을 대행한다고?


“네 주님.”


“야! 라크 너 성형수술이 가능해?”


- 음 안해봤지만 이론상은 가능할 것 같네. 보관하고 있는 DNA를 이용하면 XX염색체인 인간의 경우 부분적인 변경을 할 수 있어.

“음. 여자는 성형이 된다고 하는데?”

김하늘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 그런데 고통을 참기 어려울 거야. 뼈를 깎고 살을 붙이는 수준이 될거라서.


“고통을 참기 어려울거라는데? 뼈를 깎고 살을 붙이는 수준이라.”

“네 이미 해봐서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곳에 준비된 침대가 바로 시술대이옵니다. 마취제와 여러 약품들이 준비되어있사옵니다. ”

VIP룸을 들어올때 다 새거인데 사용감이 있어보이는 의료용 침대가 있길래 뭔가 했었다.


와. 시발 사이비종교에 불법시술까지.


“예배가 끝나고 금일 시술 받을 아이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인데 신앙심이 투철한 아이입니다.”

“어.. 뭐 나야 잘모르겠지만 라크가 알아서 잘 하겠지 뭐.”

나도 안해봤다니깐! 뭐 실패하면 재생성하면 그만이니까.

“야  일부러 재생성할라고 하는거지?”


리리스와 김하늘, 강지영 셋은 스턴이 되었다.
이들은 라크의 목소리는 안들리니  목소리만 듣는거다.


“아 니네한테 한 이야기 아니야. 하하. 라크한테 한소리야. 하늘이  가서 일봐.”

“네 주님.“

예배시간이 시작되기 10분전.
몸에 촥 달라붙는 섹시한 옷을 입은 여자애 9명이 앞에 쫘르륵 섰다.
그리고 신명나게 댄스타임.
야한 춤은 아닌데 복장이 스판재질이니 몸매가 다 보여서 꽤 야시시한 느낌을 준다.
얼굴도 꽤 훌륭하다. 은근히 꼴릿한 율동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게 다 날 위한 춤이다.


좌중은 걸그룹 노래를 개사한 찬송가를 잘도 따라부르고 있다.


“오 주님! 한분밖에 안계시는 주님! 나의 성부 나의 성령 나의 신랑! 나의 주님!”


아니 성부, 성자, 성령이 왜 성부, 성령, 신랑이 되는거냐.
어감은 입에 촥촥 감기긴 했다.

하튼 사이비에 놀아나는 애들 보면 이해가 안갔는데 막상 앞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저들이 갈구하는 희망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자들의 눈빛이 다 매섭다. 이들은  야시시한 춤사위에 진짜 은혜를 받고 있는거다.

김하늘이 옆문에서 등장하자 박수치는 소리가 사방을 메우기 시작했다.
입에 손가락으로 동그란 고리를 만들어서 휘파람을 부는 여자애도 있다.


느낌이 정확히 이거다.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심사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심사위원이 등장할 때의 느낌.

김하늘은 사제복 같은 옷을 입고 바로 앞의 강단 앞에 섰다.
그런데 이년 자세히 보니 뒷모습이 다 비친다.
일부러 이렇게 입은건가? 주님한테 똥꼬 보여주려고?


“사랑하는 우리 참예쁜 교회의 성도들이여. 주께서 친히 임하시어 우리를 양재의 새로운 거처로 인도하시었나이다.”


“아멘!!”


사방팔방 아멘 삼창.


“축도를 드리면서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뒤에 계신 주님 오늘 신축예배를 맞이하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사 세례를 내려주시옵고 건강한 마음, 건강한 몸을 갖게되길 간절히 원하나이다. 성부와 성령과 신랑의 이름으로 축원하나이다. 아멘.”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한 연주에 신자들이  입으로 웅얼웅얼 거리면서 기도를 하고 있다.


와 이거 완전 교회 컨셉이네.

그 다음은 살짝 졸았다. 솔직히.
김하늘의 설교내용은 신축으로 이사왔으니  열심히 전도하자는 내용.
그리고 걸그룹 노래를 찬송가로 합창하며 예배는 피날레.


다들 은혜를 잔뜩 받고 돌아가는 느낌이다.
리리스도 나처럼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이녀석도 처음 보는 예배였을 테니까.

“리리스 나랑 있을 때는 면사 벗지?”

그녀가 면사를 벗자 강지영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분...어..어머니랑 닮았어요... 아주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리리스를 보니 강재도의 책상속에 있던 사진속의 여자와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둘이 친하게 지내.”

“네 주님..”

그 때였다. 남태희와 김하늘이 어떤 여자를 데리고 VIP룸 안으로 들어왔다.

남태희의 눈이 나를 보고 휘둥그래졌다.

“실장님? 실장님이 왜 여기...”

눈치 빠른 남태희는 순간적으로 상황 판단을 완료했다.

“오.. 주님.. 지금껏 제가 몰라뵜던 점 용서해주시옵소서...”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넙죽 엎드리는 남태희.
그녀의 신앙이 참되고도 복되도다!

그리고 그 옆에 뻘쭘하게 서있던 못생긴 여자애의 눈물이 터져 흘러나왔다.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아이돌을 바라보는 사생팬의 눈빛 그대로다.

“오..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제가 주님을 영접하다니...어머.. 어떻게해~~”

눈물을 흘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못생긴 그녀.
말그대로 안달복달.
근데  너무  생긴거 아니야?
짧은 치마에 쭉뻗은 다리와 가슴의 볼륨은 장난 아니지만 얼굴만 봐도 꼬무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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