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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52화 아담과 리리스 (52/155)



〈 52화 〉52화 아담과 리리스

한미주는 민은아의 모습을 보고 여전히 눈물을 거두지 않았다.
그녀도 알고 있는거다. 이 민은아는 자신의 친구 민은아가 아니라는 것을.

“한미주. 넌 나를 위태롭게 했어.”


나는 분노의 일갈을 그녀에게 날렸다.
이내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와 실수를 알아챈 그녀는 내게 무릎을 꿇었다.

“주님..죄송해요.. 너무 감정적이 되서 제가 스스로를 컨트롤 하지 못했어요...”

“벌로 휴가를 내고 일주일동안 민은아를 학습시켜. 그녀를 원래의  친구로 학습시키던 말던 그건 상관안해. 하지만 강재도가 오면 그에게 은빛알약을 먹이는 훈련까지 마쳐라.”

나에게 큰 벌을 받을걸 두려워하며 벌벌 떨던 그녀는 고개를 조아리며 연신 대답만 할 뿐이었다.

나는 한미주에게 남아있던 한개의 은빛알약을 다시 돌려줬다.
원래 가지고 있던건 라크가 회수해서 계속 분석 중이다.

한미주는 일어나서 민은아의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주님.  아이에게는 세례를 안내리시나요?”


강지영이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타이밍 좋게도 물어본다.


“한미주. 그녀의 처녀성을 잘 유지시키고 내가 일주일뒤 그녀에게 세례를 내릴  내가 즐거울 수 있게 학습을 시켜놔.”


처음 강아영이 재생성되서 왔을 때 학습시키면서 박는 재미가 있긴 했지만 그건 강아영이라서 정복감에 즐거웠던거지 섹스 테크닉으로 즐거웠던 적은 없었다. 당시에 처녀이면서 테크닉이 좋은 여자를 상상했던 적이있었다.
남은건 한미주의 몫이다. 얼만큼 민은아를 최고의 섹스돌로 학습을 시켜놓을지 궁금했다.

한미주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했다.
“제가.. 반드시 주님이 만족할  있는 민은아로 학습시켜놓겠습니다.”

나는 한미주에게 일을 시켜놓고 강지영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
이곳에서 해야 할 다른일이 있기 때문이다.

“강재도의 방이 어디있지?”


“저를 따라오세요~”


꽤 커다란 저택이기에 계단을 하나 내려가 2층에 있는 커다란 방으로 향했다.
레드샌달우드로 만들어진 커다란 책상이 놓여있는 서재와 침실이 같이 붙어있는 방.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히 박혀있어 지적인 허세를 잔뜩 부리고 있었다.
강재도의 그림.
우리 집에 그려져있는 강아영의 그림과 세트인 것처럼 중세시대 왕의 복장을 입고있는 강재도의 모습이다. 아마 이것도 현대화가 김장수 씨의 작품이겠지.

“앨범이나 일기같은 거 또는 메모를 찾아야한다. 너도 같이 찾아.”

강지영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는 그의 서재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의 책상위 A5용지 정도의 크기의 메모첩이 눈에 띄었다.
급하게 찢은  스프링에 종이 조각이 일부가 붙어있다. 뭔가를 급히 받아쓰고 찢어 간 듯한 모양이다.
펜으로 썼기에  메모첩 뒷장에 눌려있는 자국이 보였다.
마침 연필도 있기에 나는 연필을 옆으로 눕혀 펜으로 눌린자국의 요철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칠했다.


그리고 들어나는 그가 쓴 문장.

[라크, 아담까지 등장 시발. 미국 워싱턴 포토맥 오클린 12st 1-2]

정체불명의 주소와 강재도가 라크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다는게 드러났다.
시발이라는 글자가 유독 더 깊게 눌러 써있다.
아마 3일간의 휴가로 이곳에 머물러 있다가 목숨의 위험을 느끼고 급하게 미국으로 출국한게 느껴졌다.

그런데 눈에 띄는 아담이라는 단어.
’아담까지’ 라고 쓴걸 보면 라크와 비슷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야. 라크. 아담이 뭐야?”

- 성경에서 창조주가 만든 최초의 인간이지.

“아니. 니가 알고 있는 다른 정보는 없어?”


데이터가 날라간 뒤로 추가로 학습한 정보 이외에는 없어. 근데 저기 찬장에 와인좀 먹고 오면 안될까?


강재도의 와인랙에 고급와인이 잔뜩 눈에 띄었다.
라크는 우리집 와인을 나보다 더 많이 쳐먹는다.
암세포로 무한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량은 필요없고 단순히 사람이 와인을 먹듯 맛으로 먹는거다.
이전에 내가 저녀석을 구해줄 때 와인과 기름을 흡수해서 내부의 매질을 공격하던 빛공격의 진동수를 줄이는 역할을  이후, 저 녀석은 와인의 맛을 알아버린 것 같다.


“그래 다 먹어치워도 돼. 내꺼 아니니까.”

활이 쏘아나가듯 신나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강재도가 아담이나 라크에 대한 정보를 남겼을까 궁금해서 그의 서재를 더 뒤지기 시작했다.
희안한건 강재도가 성경공부를 많이 한 듯 싶다.
기독교 서적부터 시작해서 각종 신화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이고, 아서클라크의 SF소설도 보였다.
<유년기의 끝> 이라는 소설.
인류 종말을 다룬 소설이라 나도 이전에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1953년에 출판된 고전SF 소설인데 요즘 나오는 SF영화의 효시가 되는 엄청난 소설이었다.

나는 그 책을 꺼내 훑어봤다.
챕터만 봐도 이전에 봤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지구에 나타난 오버로드라는 외계인이 지구인들을 개량한 뒤 개량된 인류만 데리고 가고 나머지 지구인들은 원자폭탄으로 자폭한다는 내용.

나는 와인랙에 찹쌀떡 처럼 달라 붙어 있는 라크를 바라보며 묘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라크는 인류를 개량해서 재생성하는 인공지능 생명체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내 예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강재도의 서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애니메이션 DVD.
바로 그건 <신세계 에반게리온>이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덕후는 아닌건 확실하다. 저건 참고를 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자료임이 확실했다.
<유년의 끝>이라는 소설과도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지구의 종말과 인류 개량.


나도 그 만화의 광팬이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인류보완계획.. 그리고 써드임팩트로 지구의 멸망. 초호기를 통해 신이되려는 자..

에반게리온의 시작은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했다.
성경에 창세기 1장에는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다고 써있는데 창세기 2장에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다시 또 여자 이브를 만들어 줬다.


1장에 나온 그 정체불명의 여자는 성경에 등록은 안되었지만 릴리트, 또는 릴리스라고 불리며 최초의 여자라는 수식어가 붙었었다.
자기를 버리고 이브랑 결혼한 아담을 증오하는 그의 전여친이라고 해야할까?
디아블로4에서 피를 제물로 피의 망토를 두르고 나타나는 악마로도 유명한 릴리트가 바로  릴리스다.


나는 심장의 박동이 더 커지기 시작함을 느꼈다.
아담은 잘 모르겠지만...
난 릴리스를 알고 있는것 같다.
설마??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리리스라고 이름을 붙인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아영을 더 예쁘게 개량한 김현준이 만들려고 했던 성녀. 마지막으로 이나희를  넣으려다가 결국 미완으로 만들어졌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라크가 가져왔던 DNA까지 들어있다.
라크의 마스터가 되기  부터 느꼈지만 난 뭔가 엄청난 일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다.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덜컥덜컥! 덜컥덜컥!


나는 흥분한 상태로 강재도의 잠겨있는 서랍을 거칠게 당겼다.
잠겨있는 서랍. 이안에 또 무슨 비밀이 들어있을까?
라크가 나를 업그레이드 해준 덕에 힘이 보통사람 보다는 많이 세졌다.

손의 힘으로 강제로 서랍을 부쉈다.

그 안에서 나온건 사진 한장과 봉인된 종이봉투였다.
사진에는 웃고 있는 강재도와  옆에 침울한 표정의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강아영을 닮은 여자. 아니 그녀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런 여자를 마약을 먹이고 강제로 임신시켰다는 건가?


“강지영 일루 와봐.”


나는 사진을 보여주자 그녀의 눈이 글썽해지기 시작했다.
“사진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런 곳에 있었네요.. 우리 엄마 사진이에요. 이쁘죠? 저 그 사진 주면 안되요?”


나는 사진을 그녀에게 주며 그 사진 뒤에 써져있는 손글씨를 확인했다.

<가질수 없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강재도가 남긴 글씨.
이새끼 변태짓만 하면서 순정파인 척 하고 있네.

강지영에게 사진을 주고 나는 밀봉이 되어있는 봉투를 뜯었다.

치이익!


 안에 들어있는 편지.
아니.. 그건 강재도의 자필 유언장이었다.
자신의 지문도장과 인감도장까지 찍힌걸로 봐서는 이번에 미국을 떠나기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마련해 둔 것 같다.

주된 내용은 딸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써있는  녀석의 재산 목록들.
다 내꺼가 될꺼니 나는 유심히 그 항목들을 집중해서 봤다.


아 시발...


나는 눈을 잠시 부비고 다시 종이를 쳐다봐야했다.
미정소프트의 주식 30%


뭐???
눈을 다시 씻고 바라봐도 미정소프트의 지분 30%가 강재도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김미정...
설마 너도 어떤 연관이 있는거야?

나는 머리가 아파져서 강재도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일단 이건 내가 챙겨갈거다.
어차피 강재도 그녀석이 돌아오면 다시 유언장을 쓰게 할거니까.

나는 한미주를 그곳에 두고 강지영과 같이 집으로 향했다.
집사에게는 전화로 월급은 그대로 나갈테니 한동안 출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해뒀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최대한 아는 사람들이 적을수록 좋다.

이제 강재도의 별장은 내가 쓸거니까.

* * * * *

황시영 검사는 요즘 잠을 잘 못 이루고 있었다.
아내는 오늘 아침.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렇게 원하던 아침식사를 준비해줬다.
된장찌게와 두부무침. 물론 맛은 별로 없었다. 요리라곤 해본적이 없던 그녀였기에.
황시영검사는 밥을 먹으면서 손은 떨려오고 호흡은 가빠졌지만 아내에게 눈치채게  수는 없었다.
그녀가 지금 최면에 당해 자신에게 잘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깊은 곳에서는 그럼 어떠냐는 자기 정당화를 했다.
이렇게 예쁜 아내가 자기를 위해 밥을 지어주고, 온몸으로 봉사를 해준다.
모든 남자라면 꿈을 꾸는 와이프의 모습.

그는 밤새 아내 몰래 카메라를 집안 곳곳 설치를 했었다. 언젠가는 김득렬이 오든 다른 녀석이 오든 아내를 찾으러 집으로 오는 녀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에 미리 준비를 해야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여보~ 오늘도 일찍 들어오지??”

“음. 다녀올게요. 여보.”

그녀가 입술을 불쑥 내민다.
황시영 검사는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부드럽게 맞추고는 집을 나섰다.


아내를 두고 출근을 하는게 솔직히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친한 남충재 경위에게 하루만 지켜봐달라고 부탁을 해놨다.

“형님. 걱정마세요. 제가 형수님 계속 감시하고 있겠습니다!”

“잡스러운 집안일에 신경쓰게 해서 면목없다. 다음에 내가 크게 한턱 쏠께.”

“잡스럽다뇨. 언놈이 형수님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는지  살펴보고 있을테니 걱정마세요!”


황시영 검사는 남충재 경위가 믿음직스러웠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기도 했고 덩치도 산만해서 왠만한 녀석들을 제압하는건 식은 죽 먹기니까.


특임대 사무실로 도착해서 오전회의를 시작하려는데 윤미애 경위가 조금 늦게 출근했고 최과장은 여전히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죄송해요 조금 늦었어요~”

“무슨일 있어?”

“아니요 조금 늦잠 자서요.”

눈이 뻘건걸 보니 윤미애 경위도 잠을 잘 못잔 것 처럼 보였다.

“최과장은 전화 안받어? 강과장 어제 깉이 일했잖아. 무슨일 있었어?”

“아뇨 어제 CCTV 같이 보느라 같이 늦게 퇴근했거든요. 아마 자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최과장 성격이 날밤을 새고 보느라 지금도 곯아 떨어져 있을것 같았다.
최과장과 같이 오래 일한 건 강과장과 황시영 검사 본인이였으니까.
특히 강과장은 여자였지만 최과장과 호흡이 잘맞아 최과장이 툭하면 그녀가 최고의 파트너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자. 일단 강과장이랑 최과장이 같은 건을 조사했으니 강과장이 대신 브리핑해주고.. 오전 회의 시작하지. 각자 조사한것들 공유  해줘.”


“예 강아영씨 집 앞에 있는 CCTV를 최과장이랑 같이 봤는데. 아무 의심할 건덕지가 없더군요.”


강과장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강아영에게 걸었던 황시영 검사는 실망이 더 커질  밖에 없었다.


“저는 최면에 관한 범죄를 찾았는데요. 실제로 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은행원이 최면술사에게 건내주는 사고가 있었어요. 그리고 잡다한 최면사고들이 있었는데 이것 만큼 임팩트 있는 사건은 없었네요.”


윤미애 경위는 피곤한  짧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때였다
황시영 검사의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울리는 것은.


“네 황시영입니다.”


“네.”

“네??!!! 뭐라구요?? 위치가?”

황시영 검사는 전화를 끊더니 미친 듯 밖으로 뛰어나갔다.

“검사님??”


“다들 따라와 최과장이 살해당했다.”


좌중의 모두는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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