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6화 〉46화 김현준의 집 (46/155)



〈 46화 〉46화 김현준의 집

김현준의 집.
꽤 막다른 곳에 집한채만 덜렁 있는 것도 이상했는데
유리창은 파손 되어있고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역력했다.

“문 손잡이 지문 조심해.”

최과장이 깜짝 놀라며 장갑을 끼고 문을 열었다.
다들 손에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이곳은 또 다른 범죄현장이다.
긴장감이 짙게 드리운 조용한 공간을 찢는 벨소리.

띠리리링~띠리리리리~

황시영 검사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윤혁준 검사장님>


이내 인상이 구겨지는 황시영 검사.
자신이 가장 꺼리는 상관이 전화를 했다.

- 황검사. 아니 왜 지금 피해자 집을 조사하나?


자신들이 김현준의 집에  것을 검사장이 알고 있었다. 누가 알려준거지?


“네?  검사장님. 안녕하십니까?”


- 아니. 내가 인천공항 폭파 테러를 조사하랬지. 왜 피해자집을 들 쑤시고 다니냐고.

“수상한 부분이 있어 조사차 들렀습니다.“


- 하워드 그린이 폭탄제조법 만들고 있는 증거도 나왔고 JEN이 사탄의 사주를 받았다는 자필 문서도 나왔잖은가? 왜 자네는 거길 들쑤시는 겐가?


“검사장님. 이해가 되지 않는 증거가 나와서 보강 차원에 나온겁니다. 절차에 의한거구요. JEN이 타겟이아니고 김현준이 타겟이었습니다. 그리고 하워드 그린의 폭탄제조법과 관련된 증거는 조작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 하아.. 답답하네 이사람. 절차야 중요하지. 그런데 말야. 지금 이건 국가 초유의 사태라고.
누가 죽건 누가 타겟이건 간에 지금 테러범이 그 자리에서 자폭하는   국민이 봤는데  범인을 캐서 배후를 빨리 찾아야지.


“그게 아니고..”


황시영 검사는 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직접 자신에게 이런 전화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하워드 그린의 집에서 찾은 어설픈 폭탄제조법 도면은 실제로 만들기에도 허접한 도면이었다.
그리고 그의 폭발은 사제폭탄으로 야기된 폭발이 절대 아니었다.


그의 시체를 부검했을 때도 폭약성분의 흔적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의아해 했었다.
미국에서만 5년 넘게 폭탄테러에 대한 조사를 한 경력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확실한 상황이다.


- 자네 자꾸 그렇게 똥볼을 차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자네를 믿고 밀어줄  있겠나.


검사장의 협박.
특임 검사로 임명받고 특임수사를 맡을 특임대까지 조직했는데 아무래도 위에서는 사건을 빨리 종결짓고 싶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죄송합니다. 검사장님.”


- 알았으면 얼른 철수하고 복귀하게. 기자들에게 쓸데없는 소리 흘리지 말고.

“네..”


전화를 끊고 황시영 검사는 특임검사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보통 특임검사는 외압에 자유롭게 만들어진 임시직급이고 특임대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베테랑들을 모아 수사하는 수사대이다.
 특임검사직을 임명한 것도 지금 전화를 한 윤혁준 검사장이었다.

“도대체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이길래 증거 조작에 외압이랍니까? 검사장님을 통해 다이렉트로 내려오다니. 참...”

눈치빠른 최과장이 전화 내용을 눈치채고는 황시영 검사에게 툭 내뱉었다.


“뭐 범인도 나왔겠다.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하는거죠. 검사님 힘내세요!”

윤경위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황시영 검사를 응원했다.
윤미애 경위. 특임대에서 강과장과 더불어 여성재원으로 현장 분석능력이 뛰어나 강남경찰서에서 지원 받은 재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상당히 세련된 외모의 소유자였다.


최과장은 가만히 멈춰 서있는 황시영 검사를 바라봤다.
그의 양볼에 이를 악다무는 근육의 움직임이 보였다.
분노를 잘 표출 하지 않던 황시영 검사의 새로운 모습에 살짝 긴장이 될 정도.

이내 그는 바닥에 떨어진 각종 옷가지와 종이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 황시영 검사는 수색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역시! 철혈의 황제! 황검사님!”


최과장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는 황시영 검사를 응원했다.

윤미애 경위도 양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세웠다.
특임대원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냥 덮기에는 이번 공항테러는 너무 미심 쩍은 일이 많았으니까.

황시영 검사는 그의 예리한 눈빛을 발했다.
아버지와 아들 두명만 살고 있기에 너무 많은 옷들과 가재도구가 있다.
한동안 여러명이 같이 살고 있었던 곳이다.

“최과장, 윤경위. 유리잔에서 지문을 채취해줘. 설겆이통 안에 있는거. ”

“와. 황검사님 언제 보셨대요? 유리잔에 립스틱 자국이 남아있어요. 여기 여자가 있었나본대요?”

유리잔 모서리에 루즈 자국이 있었다. 이건 분명히 여자의 흔적이다.

서랍안에도 여성의 속옷 들도 있고, 변태적인 취향인 남성의 로망을 만족시키는 코스프레 옷도 보였다.


“어머. 여기 탐폰 껍데기도 있어요.“
윤미애 경위가 쓰레기통을 뒤엎자  안에서 나온 내용물들은 여러 종류의 탐폰과 생리대 포장지였다.


“어머..이거 한 두명이 아니예요. 여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생리대 브랜드가 각각 다르거든요.”


황시영 검사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의 촉은 틀린 적이 없었다.
여기는 뭔가 수상했다.
그는 이곳의 흔적들을 최대한 수집했다.

생명의 성소 교회.
담임목사 김득렬 - 6개월전 사망신고


파일을 다시 보며 김현준과 연관된 모든 것을 뇌에 집어넣었다.

“최과장. 김득렬의 사망신고서를 한번 조사해줘. 어떻게 왜 죽었는지.”


“네!”


“이제 교회로 한번 가보자고.”

황시영 검사는 근처에 있는 생명의 성소 교회를 찾았다.
하지만 교회는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박힌채 폐쇄해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담임 목사가 사망한 뒤 폐쇄를 한모양이다.

“윤경위. 생명의 성소교회에 다니던 성도들도 한번 수소문해줘.”

“네!”


아예 소득이 없는 수사는 아니었다.
김현준의 집은 충분히 수상했고 누군가 그의 집을 뒤진 범죄의 흔적까지 보였다.


그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파주에서 운전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멀었다.
김현준의 집에서 강남에 위치한 자신의 집까지 도착하는데 2시간이 걸렸다.
출퇴근 시간이라면  많이 걸릴 것이다.
외진 곳에 홀로 아버지와 살고 있던 김현준이 파주에서 왕복 4시간 넘게 매일 같이 강남으로 출퇴근을 했다는게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조끼 사내.
귀신같이 사라져서 그의 동선은 파악할 수 없었다.


일명 고스트.


JEN의 팬클럽을 수소문해보니 영화배우처럼 엄청나게 잘생긴 사내라는 정보까지 얻을  있었다.
좀더 조사 하다보면 알게 되겠지.

띠리리링~띠리리리리~

최과장이었다.
황시영 검사는 핸드프리로 통화를 시도했다.


“네 여보세요.”


- 검사님. 김득렬이요. 좀 수상한데요. 사망신고서가 있어서 해당 검안서와 사망진단서를 내린 의사를 알아봤는데요. 가짜 정보입니다. 그런 의사가 없어요.

“사망신고서가 가짜라고?”

- 네. 아무래도 많이 수상합니다.

“알았어. 고마워.”

황시영 검사는 실마리를 찾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멀쩡한 목사로 있던 사람이 사문서위조를 하면서 까지 죽은 척을 했을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띠띠띠 띠띠띠.

황시영검사는 조용히 집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

철컥.


간만에 집에 들어왔는데 반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내는 역시나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조용히 TV를 보고 있었다.
시큼한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다.


우우우웅우웅~

후드를 켜고 냄새를 빼내는데 부엌 이곳 저곳에 계란껍질이니 과일껍데기가 잔뜩이다.
설겆이통은 이미 꽉 들어차 초파리들이 웽웽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닥에는 먼지와 머리카락이 잔뜩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틀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역시 집은 개판이다.

“별일 없었어?”


황시영은 최대한 부드럽게 아내에게 말을 걸었지만 아내는 묵묵부답.


“도장이나 찍어줘요.”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시위 중이었다.

이혼서류.
오손도손 저녁을 먹던 그들만의 식탁위에 이미 도장하나가 찍혀있는 서류가 올라가 있었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황시영은 자신보다 12살 어린 아내에게 최선을 다했었다.
미스 서울 진 출신에 아름다운 그녀를 신부로 얻고 얼마나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까.
딱 2년의 행복.
유산을 3번이나 하고 우울증에 걸렸던 그녀는 미소를 잃었다.


그리고 시작된 잦은 부부싸움.
황시영은 단지 아침밥 한공기를 그녀에게 얻어 먹고 싶었을 뿐이고, 아내는 일주일에 한번밖에 집에 안들어오는 남편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섹스리스는 이미 6개월이 넘어갔다.
그리고 두달 전부터 변호사 상담을 받더니 이혼을 줄기차게 요구해온다.
특히나 말한마디 안걸고 남처럼 냉담하게 구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물도 흘리고 무릎도 꿇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혼은 꿈도 꿀  없었다.


“우리 막둥이가 검사가 되더니 미스코리아를 부인으로 얻구~ 떡두꺼비 같은 손주 데리구 와야재~”
덩실덩실 춤을 추던 어머니.


지금 몸이 많이 안좋으셔서 이혼 사실을 알게된다면 충격으로 쓰러지실게 분명했다.


칼로 찢었는지 반쯤 찢어진 거실에 걸린 웨딩사진.
사진 속에서의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이제 동화 속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거울 속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샤프하고 단정한 머리스타일. 누가봐도 날카롭다는 인상을 주는 모습.
하지만   속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황시영 검사는 더 복잡한 머리를 붙잡고 화장실로 들어가 눈물을 억지로 삼켜야했다.



* * * * * *



츄르르릅 츄릅 츄르르릅

적막한 방안에서 들리는 축축하고 에로한 소리.
풍만한 유방을 자랑하는 여자가 무릎을 꿇고 누군가의 자지를 열심히 빨고 있었다.
날카로운 턱선과 이지적인 외모.
무엇보다도 그녀의 얼굴은 9시 뉴스에서 보던 김승연 아나운서의 얼굴이었다.

벌려진 다리사이에서는 애액이 쥬륵 떨어지며 밑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고 연신 허리를 흔들며 자지를 빠는 것만으로 쾌락에 빠져있는  처럼 보인다.

“하아... 하아... 주인님.. 하아...”

그녀의 봉사에 아랑곳하지 않는 사내는 누군가와 통화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누가 그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통화를 하다가 분노한 그 사내의 외침에 김승연 아나운서의 눈이 겁에 질려갔다.

...


“아냐. 미안해 화내서.. 그건 고마워...그래. 그래 알아.”

- ...


“뉴스 봤잖아. 오리지날은 카톨릭의 손을 빌려서 없앴어...어 확실해... 확실하다니까!!“

- ...


“어.. 너를 노리는 놈이 누군지는 나도 모르지.  아니라고!!! 내가  널 죽여? 오리지날이 남긴 유산이거나 다른 라크일거야. 여자만 조심하면 돼.“

- ...


“그 공항에서 총쏜놈?? 맞어.. 그놈이 새로운 라크와 연관이 있어.”


...


“아냐아냐. 특임대에 그거 조사하려고 이미 박아놨지. 총쏜놈이  그랬는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조사하는게 중요해.”


...

“나도 슬프지. 그래도 껍데기는 내 아들놈이니까. 그래 알어... 나도 조심해서 사용하고 있어 과다 학습은 지구의 종말이니까.”

- ...

“그때 교회도 텐프로 사업도  뺐겼다니까. 물론 김하늘이랑 현은지가 있긴하지. 근데 괜히 근처에 갔다가 자폭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라고.”

- ...


“오리지날이 죽었어도 그놈의 유산이 날 죽이려고 덫을 이중 삼중으로 해놨을텐데 괜히 욕심내서 대사를 그르칠 이유는 없어. 그때 안죽은건 진짜 신이 도운거야.”

- ...

“우리가 10년전에 만들어 놓은  루트를 다시 살리고 있어. 응. 맞어. 그거. 아참. 아담은 찾았어?”


- ...


“젠장... 우리가 무너지면 지구는 멸망이야. 나는 교단의 도움을 받으면서 다른 라크들을 찾아 없앨테니 너는 아담을 꼭 찾어.”

- ...

툭.


전화를 끊은 사내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거는 사내.

“아. 박민식의원님. 오랜만입니다. 저 여의제약의 김득렬이올시다. 간만에 부탁좀 드릴게 있어서...”

츄르르릅 츄릅~ 슈릅!

고요한 방안에는 김승연 아나운서의 추잡스러운 소리가 커져갔다.
그리고 김득렬이라고 스스로 밝힌 사내의 발 아래에는 검은색의 점액질 물체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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