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45화 황시영 특임검사 (45/155)



〈 45화 〉45화 황시영 특임검사

타이 마사지로 한시간이라는 시간이 순삭 되었지만 몸이 개운해지니 생각도 더 맑아지는  같다.
역시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생각이 나오는거다.

요즘 덕분에 계속 지각이다. 1시간이나 늦어버렸다.
어차피 1시간 더 일하면 상관없지만 늘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나만의 철칙이 있었는데 그게 좀 무너진 느낌이다.

사무실에 늦게 출근하니 부하직원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늦게 들어가는지라 눈치 못차리게 몰래 들어가는데 이녀석들은 목청껏 인사를 한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결제건은 김성은 차장에게 넘겨버리고 나는 급한 메일 위주로만 체크를 했다.

한미주 비서실장의 이름으로 각 부서의 장에게 날라온 메일.

<회장님 스케쥴 변경 건>


내용은 아까 한미주에게 들은 건 그대로였다.
안식년이라니. 너구리 같은 놈.
뭔가 자신에게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피한다는 느낌을 지울  없다.
하기사 만약 라크라는 존재를 알고있다면, 주변의 어떤 여자도 믿을 수 없게 된다.


SB그룹을 후딱 차지해 버리고 부업으로 강남 프레스티지 로얄싸롱이나 관리하며 인맥을 쌓아올려 정치계로 진출 하려고 했던 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SB그룹을 먹기 위해서는 한동안 직장인 생활을 병행해야될 듯 싶다.

운 좋은 새끼.
강재도는 목에 가시가 되어 미국으로 도망친거다.


어느새 점심시간. 다들 식사하러 나가고 나는 30분정도 늦게 일어났다.
유지선이랑 같이 참치횟집에서 오붓하게 몸의 대화를 나누며 먹으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찾아왔다며 혼자 나가버렸다.


“죄송해요...실장님...갑자기 찾아오셔서..”

뭐. 지금껏 늘 혼자 먹는건 일상이었으니까.
그런데 뒷주머니가 허전하다.
 에르메스 반지갑이 안보였다.

아무래도 비밀의 방에 떨군것 같다.
점심은 뭐를 먹을까...
나는 식사시간으로 비어있는 비서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천천히 열자 뜨거운 열기가 그 안에서 불고 있었다.
춘풍.

“하으으응~~ 하앙~~ 좋아... 하앗?”


남녀는 침대위에 이미 하나로 얽혀있고 내가 들어왔는지도 모른채 열심히 몸을 섞고 있었다.


침대위에 앉아서 방아를 찧고 있는 남서희의 얼굴. 그리고 밑에서 그녀의 방아찧기 공격에 당하고 있는 사내. 옆모습은 영락없는 김규현 대리다.


“하으응응~~ 하아... 하아.. 하아..”

남서희가 아침부터 마사지를 하다가  자지를 보더니 발정이 났던 모양이다. 하기사 한미주가 너무 맛나게 빨긴 했었다.
남서희... 요~ 발칙한 녀석.
김규현 대리를 꼬셔서 이곳으로 부르다니.

이 장면을 유지선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건  무슨 변태적인 생각인가.
이 녀석들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침대 옆에 내 에르메스 반지갑이 떨어져 있다.
나는 성큼성큼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아하아~~ 좋아요..하아.. 더세게... 대리님... 더... 더...더!!!”

양팔을 몸 뒤로 지탱한 채 규현대리 위에 올라타 앉아있던 남서희의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젖혀진 고개가 자리를 되찾을때 남서희와  눈이 마주쳤다.

“하앗!!!”

나에게 혀를 낼름거리며 도발하는 그녀.
오히려  신음소리를 크게 내는게 아닌가?
마치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어 라는 원망이 담겨있는 것 같다.
오히려 더 거칠게 흔들리는 그녀의 유방.


점점 그녀쪽으로 다가가자 그녀의 몸에 열락과 묘한 흥분이 더 풍겨져 나온다.

찔꺽찔꺽찔걱~

갑자기 애액이 폭발했는지 규현대리의 자지와 연결된 이음새에서 습도 높은 소리가 커진다.


“잠깐 바쁜데 미안한데. 지갑좀 챙겨갈께??”


김규현대리의 고개가 확 돌아갔다.
현란하게 위로 허리를 튕기며 움직이던 율동이 음악이 끊기듯 차갑게 얼어버렸다. 당황한 그의 표정에 세상을  잃은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시... 실장님....”


“내 지갑이 여기에 있어서 찾으러온거야. 미안~ 방해하려는게 아니니까 어여 일봐.”


나는 쿨하게 이야기하고 되돌아 나섰다.

김규현 대리는 왠지 나에게 변명을 하려 했지만 남서희는 그를 보지로 붙잡고 놔주지 않는 모양새다.

갑자기 유지선이 떠오른다.
불쌍한 녀석. 근데 둘이 헤어진게 맞는걸까?
유지선은 성형을 하지 않은 예쁜얼굴이다. 키가 좀 작긴 하지만 귀엽고 발랄한 그녀가 내 눈에는 남서희보다 훨씬 이쁜데...
김규현대리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아니 키 큰 여자에 로망이 있다면 이해는 할 수 있다. 남서희와 남태희 자매는 다리도  뻗었고 키가 170 가까이 되니까.

뭔가 기분이 살짝 허전하다.
앞으로 유지선이 임신할 내 새끼를 대신 키워줄 아빠를 잃게 되어 서운한  일지도 모르겠다.
하.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다니 나도  악당이 되어 가는가?

* * * *

날렵한 눈매에 짙은 눈썹. 2:8가르마를 했지만 촌스럽게 보이지 않는 샤프한 인상을 주는 사내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테러의 타겟은 김현준이야.”

황시영 검사.
서부지방검찰청의 에이스인 그는 공항 CCTV를 계속 돌려보면서 의아스러운 점을 떨칠 수 없었다.
국가초유의 사태, 인천공항 테러에 대한 특임검사로 발령받은 황시영 검사는 대 테러와 관련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었다.
특임대를 구성해 지금 테러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검사님 말씀이 맞네요!! 지금 JEN 멤버들이 폭발을 향해서 동시에 뛰어가는 모습이요. 최수진이 지금 김현준의 몸을 막았어요.”

최과장이 그의 옆에서 영상을 멈추고 TV모니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하워드 그린이 폭발을 하기 직전 김현준의 앞을 다급히 막아선건 JEN의 멤버 최수진과 김지수였다.
마치 폭발에서 김현준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
덕분에 그녀들의 시체는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수가 매니저를 대신해서 죽는다는게 말이되요? 지금 테러의 타겟이 김현준이였다고요.”

최과장의 목소리가 살짝 흥분했다.

황시영 검사가 조용히 다른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좌중의 시선은 그 쪽을 향했다.
폭발이 일어난 뒤 다른 각도에서 찍힌 화면.
그곳에서는 김현준이 충격을 받았지만 몸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JEN이 대신 폭발에 희생되었지만 이때 까지 김현준은 여전히 살아있었어요.”

최과장의 목소리에는 월척을 잡았다는 표정에 상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상에서 김성진 경장의 연발사격으로 추정되는 불빛과 함께 팔 한쪽이 날아갔다.

“팔이 날라갔고.. 머리도  부상인데... 계속 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니...”

황시영검사는 당장 죽어도 안 이상한 시체가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폭발물이 없는 폭발이며, 바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체가 걸어가는 장면까지.


“최과장. 지금 김현준이 향하는 곳을 폭발  시간의 화면으로 띄워봐봐.”

동영상 플레이어의 시간을 조정하여 폭발전 시점으로 돌리자 김현준이 가려고 했던 방향에는 한명의 사내가 서있었다.
키는 187에서 190사이 정도의 큰키에 날렵한 몸매를 가진 사내다.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갈색의 긴머리. 모자는 고급져보이는데 조끼가 무척 촌스럽다.
그리고 양손에는 JEN의 응원도구인 하얀색 풍선 두개를 들고 있었다.
황시영검사는 딱 봐도 그의 갈색머리가 가발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JEN의 팬인가본대요?”

“강과장은  사진 가지고 그  왔던 팬클럽 애들에게 하나씩 확인해서 같은 팬클럽인지 확인해줘.”


황시영 검사는 조끼에 집중을 했다. 모자는 상당히 세련된 모자인데 조끼는 패션을 신경 쓴게 아니다.

보통 공항에 가는 사람들은 노인네들이 교회에 갈 때 새옷을 입고 가는 것처럼 더 옷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온다고 하면 더 신경쓰고 차려입고 가기 마련.
의심을 품고 다시 바라보니 수상한게 한둘이 아니었다. 머리도 가발이고, 팬도 아닌데 응원풍선을 들고 있다. 조끼에는 뭐가 들었는지 볼록 튀어 나와있다.

“CCTV로  사내의 동선을 파악해봐. 공항에 언제 왔는지, 언제 공항을 나갔는지.”


황시영 검사는 아무래도  조끼가 의심스러웠다. 혹시  녀석의 조끼에도 폭탄이 있던게 아닐까?
하워드그린과 한패가 아닐까?
폭발이 일어난 뒤로는 연기가 자욱해서 화면에 찍힌 내용이 거의 없다.

주말 내내 하워드그린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테러와 관련된 연결고리가 너무 깨끗했었다.
폭발물 제작과 관련된 증거가 너무 애매했다.
그래서 다시 원점부터 조사를 시작한거다.

“이 사람 상당히 수상한데요? 카메라가 있는 쪽으로는 절대 얼굴을 비추지 않아요.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듯한데요?”

황시영 검사는 손을 들어 플레이되는 영상을 멈추게 했다.
멀리서 찍은 카메라지만 검은 모자의 사내가 공항경찰의 뒤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잠깐만. 지금 저 화장실에 들어가는거 김성진 경장 맞지?”


“화면이 멀어서 확인은 안되지만 같이 있던 동료에게 물어보면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폭발로 5명이 사망자가 있었지만, 김현준의 사인은 폭발도 폭발이지만 최종 사인은 머리를 날려버린 K1기관단총의 사격이었다.
그리고 그 총을 갈긴거라 판단되는 김성진 경장의 사인은 더 미스테리였다.
자신의 입에 총구를 물고 자살을  정황이 있었다.
이 부분은 검찰총장님의 명령으로 덮으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언론에는 폭발로 7명이 사망한걸로 보도가 됬지만 우리들은 김현준과 김성진 경장은 총기사고로 죽은 걸 확실히 알고 있다.


“왜... 김현준이 테러의 타겟이었을까요? JEN도 아니고...”


황시영 검사는 곰곰히 생각했다.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항상 그가 되뇌이는 표현. 대부분의 수사관들은 결과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과에 맞춰서 증거를 찾게 된다.
사실 수사를 가장 쉽고 단순하게 만드는게 바로 이 부분이다.
조작된 증거를 만드는 수사관도 생길 정도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하워드그린과 같이 명망있고 착한 사람이 갑자기 테러범이 될리가 없다.
하워드 그린을 조사하면 조사할 수록 그 사람의 선행에 감동을 받을 지경이었으니까.
일찌감치 한국에 귀화해서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검소하게 살던 그는 주변 마을 사람들이 다 칭송하는 성인에 가까웠다.


결과를 수사하면 수사할 수록 이 테러사건은 미궁에 빠져들어갔다.
이제는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할 때다.
그리고 황시영은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타겟이 JEN이 아니고 김현준이 타겟이라는  확실했다.
황시영 검사는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끼며 마른세수를 했다.
자신이 김현준을 완벽히 죽인다면 어떻게 죽일까?
마른세수를 하다가 번뜩 떠지는 그의 눈.


만약... 하워드그린과 김성진 경장은 같은 편이라면?

하워드그린이 1차 플랜이었고, 김성진 경장이 2차 플랜인거다.
그렇다면... 저 조끼의 사내는 3차 플랜이다!!

황시영 검사는 속으로 정리를 마쳤다.

“이 영상자료 USB에 담고 윤경위와 최과장은 나와 같이 김현준의 집으로 가보자. 주소는 파악해놨지?”

“네! 파주라서 조금 멀지만 지금 다녀오기  좋네요.”


“강과장은 남아서 저 조끼 입은 사내의 동선을 파악하고 어디로 갔는지 끝까지 추적해줘. 결과는 나오는대로 전화를 주고.”

“네. 검사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최과장님 운전 조심해요. 저번처럼 사고치지말고.”


강과장이 씨익 웃으며 이야기하자 최과장이 너털 웃음을 지었다.

“참 누가 할소리를. 저번 우리 검사님과 범인쫓을 때 강과장이 부슨 차량 손해액이 얼마였는데! 무슨 여자가 나보다 더 괴팍하게 운전해!”

“방금 그거 젠더감수성 건드리는 이야기인거 알죠?”

“아 미안 하하하하”

딴딴한 체격에 인상이 무서워 도깨비라고 불리는 최과장이었지만 항상 그는 강과장 앞에서는 고양이앞의 쥐 같이 되어버렸다.

“어서 가자고.”

황시영검사와 특임대의 나머지들이 김현준의 집을 수사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홀로 남은 강과장은 한참을 모니터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를 찾은 듯 번뜩이는 그녀의 눈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초조한 듯 주변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앞 모니터에는 지도 찾기에서 찾은 김현준의 집주소가 찍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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