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3화 새로운 마스터 (33/155)



〈 33화 〉33화 새로운 마스터

나는 사고현장을 빨리 빠져 나와야했다.
공항은 아직도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이제서야 구급차들이 하나 둘씩 오고 있었다.


나는 몸에 두자루의 총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곳에서 오래 있어봤자 문제만 될뿐이다. 근처 화장실에서 폭발로 뒤집어 쓴 먼지를 깨끗이 씻어냈다.


정체가 뭔지 감도 안잡히는 이 검은색 젤리 괴물녀석은  몸에 라텍스 수트마냥 변신해서 찰싹 붙어있는데 따로 벗을 수 없게 밀착되어 있었다.
마치 몸 위에 한겹의 새로운 피부조직이 되어 붙어있는 느낌이다.
이전에 봤던 사람이 죽은 뒤, 다른 차원으로 전송되어 외계인이랑 싸우는 만화책이 있었는데 그 만화에나오는 주인공들이 입는 라텍스 복장과 매우 흡사했다.
특촬물 히어로의 느낌인가?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폭발 사고와 대규모 인명사고라서 다들 아수라장이다.
다행히도 근처에서 손님을 내리는 택시가 있었다.
나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내 애마가 주차되어있는 야외주차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애마를 타고 집으로 가는 내내 두근거림은 계속되었다.
이녀석은 일전에 CCTV를 통해서 봤던 - 강아영을 잡아먹었던  검은색 괴물이 맞다.
내가 마스터가 되었다는 건 분명히 이녀석은 내 명령을 듣는다는 의미일거다.
그녀석이 나한테 했던 이야기로 미뤄보면 일종의 컴퓨터나 인공지능 같다는 느낌.
안전모드니 복구니 이런 단어는 생명체가 사용하는 단어는 확실히 아니다.

마스터(Master) 일명 어드민.
시스템의 마스터는 그 시스템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내가 설마 이 검은색 괴물을 조종할  있는 권한을 얻은걸까?
아무래도 그게 맞을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강아영의 자궁에 첫 정액을 쏟아부었던 것 보다 더 큰 쾌감이 내 꼬리뼈부터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틀어보니 방금 발생한 폭발사고로 난리가 났다.
기자로 보이는 목소리에 싸이렌 소리가 섞여 현장감이 담겨있고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발생한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해서 현장을 파악중인데요. JEN의 멤버 모두가 현장에서 사망한걸로 보입니다. 이 폭팔테러범은 용인제일성당 파란눈의 신부로 익히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는 하워드 그린씨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테러를 막기위해 인천공항 대테러기동대 김성진 경장도 순직을 했습니다. 테러범을 잡기 위해 무력제압을 시도했으나 폭발은 막지 못한걸로 보입니다. 이 폭발사고로 본지의 깁갑용기자도 중상을 입었는데요, 현장에서 폭발사고를 그대로 담은 영상을 확보해서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네 이철진기자. 생동감있는 현장 상황 감사합니다. 지금 인천공항폭탄테러로 인해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중상으로 인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폭발사고 직전 범인이 외친 소리가 녹음이 되었습니다.
라틴어라고 하는데요. 라틴어 전문 김문수기자를 잠시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십니까 김문수기자입니다.


-범인이 마지막 외친 문구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네. 범인이 외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레퀴엠 에테르남 도나 에이스 도미네 인데요. 카톨릭의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진혼미사에 쓰이는 기도문으로 보입니다. 해석을 하자면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입니다.


- 그렇다면 범인은 카톨릭의 기도를 올리면서 자살테러를 했다는 건데요. 이슬람 급진 테러범을 떠올리게 하는 범죄입니다. 이게 종교적인 이유가 있을까요?

-네. 경찰에서 현재 조사중입니다만, 카톨릭에서는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사고 이후 교황 마틴 4세가 SNS에 같은 문구를 올렸다가 삭제 한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같은 문구라면 테러범이 외친 문구를 교황 마틴4세가 그대로 올렸다는 말씀인가요?

- 네 맞습니다.

카톨릭에서 어떻게 이 부분을 바라보고 있는지 공식 발표가 나기전까지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JBS 긴급특보 아나운서 한혜령이었습니다. 자세한 뉴스는 12시 자정뉴스에서 이어서 방송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BS.


라디오를 끄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본 장면은 카톨릭신부가 스스로 엄청난 빛을 내면서 스스로 폭발한 장면이었다.
마치 히어로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능력자를 보는 느낌이었고 분명히 폭탄이 아니었다.
그런데 뉴스나 언론에서는 폭탄테러로 몰아가고 있는 늬앙스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이 부분을 확인해줄 사람이 있다.

뚜르르르르.

-어이 동생! 잘들어갔어 그때?

“네 형님! 별일없으시죠? 월요일 업무시작하면 별탈없이 펀드 추가 구성 진행할 예정입니다. 형님 궁금해하실까봐 연락드렸어요. 조국일보가 아닌 형님이름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허허허. 챙겨줘서 고마워.


“그런데 좀 이상한게 있어서요 형님. 인천공항폭발사고요. 폭탄이 아니라고 하던데...”

-어? 동생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거 높으신데서 내려온거라 나도  못해.


“아.. 역시 형님은 알고 계셨군요. 혹시나 해서 특종이 될까봐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에헤이~ 기자들끼리는  친해서 서로 기사 돌려먹는데 뭐.  하여튼 신경써줘서 고맙고오! 다음에 나랑 저녁이나 먹자고~

“네 형님!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고 역시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조직적으로 지금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
근데 왜 카톨릭에서 김현준을 노린거지? 공교롭게 내가 노리고 있는 것과 동일한 시기에?

미스테리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이지만, 그 카톨릭 신부의 공격에 이 검은색 괴물은 큰 부상을 입은 듯 했다.
나에게 옮겨져 왔을 때는 이전에 봤을 때 보다 확연히 작아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기름과 와인에 이끌려서 나를 찾아온게 아닐까 싶었다.
공항에 카놀라유, 올리브유와 와인을 몸에 잔뜩 두르고 있는건 나밖에 없었을 테니까.
지금 다시 살펴보니 어느새 조끼 안에 보관하고 있던 와인들과 기름이 모두 없어져 있었다.
지금 잠들어 있는 이녀석이 다 먹어치운거다.


마지막에 김현준이 나에게 외친 한마디.
“나는 억울해... 아..아버지 왜 날...”

내가  녀석의 아버지일리는 없고 뭔가 죽는게 억울함을 어필했었다.

아버지라면 생명의 성소교회 목사 김득렬을 말하는  같은데...
뭔가 상당히 찜찜한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래도 무슨일이 정확히 발생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가 검은 괴물의 주인이 된  확실했다.
나는 셔츠안에 이 검은색 가죽옷으로 바뀐 검은색 괴물을 손으로 만져봤다.
영락없는 라텍스 옷의 느낌.


집에 도착해서도 이 두근거림을 멈추게   없었다.

“거기 누구야!!! 씨발!!! 나 안풀어줄거야!!”
강아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2층 감금실방에서 새어나왔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건 말건 나는 컴퓨터방으로 들어갔다.

인터넷 검색
domine>
아까 죽은 신부가 외쳤던 말.
이미 네티즌들이 해당 검색어로 많이 검색을 했다.
죽은 하워드 그린이라는 외국인 신부는 책도 출판했던 꽤 명망있는 신부라고 했다.

그리고 나오는 결과는 모차르트의 입당성가.

eis, domine  eis.="" et="" luceat="" lux="" perpetua="">
레퀴엠 에테르남 도나 에이스 도미네
앳 럭스 퍼패추아 루셰아 에이스

구글 번역으로 돌려보니 다음과 같은 뜻이었다.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그리고 영원한 빛이 그들에게 비추도록 하소서>
나는 그 문장 뒤의 영원한 빛이라는 문구에 소름이 끼쳤다.
하워드 그린이 어떤식으로 빛의 폭발을 만들어내면서 자폭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원한 빛이라는게 이 녀석의 약점인 듯 싶다.

그리고 나는 2층의 커다란 TV를 틀어 뉴스를 계속 시청했다.
3층에서 쉬고있던 강아영이 내려와 소파 옆에 앉아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옷을 벗겨주는  그녀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니까.
사그락 거리며 옷을 벗기던 그녀.


내 옷 안쪽에 입혀져 있는 검은색 라텍스같은 옷을 보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가 기억났다는 듯 두려움이 느껴졌다.


“이거 알아? 이 옷?”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는거 같아요.. 무서워요...”


아무래도 그녀를 재생성했던 과정에서 이 괴물녀석에 대한 공포가 새겨져 있는건가?
아직도 검은 괴물녀석은 잠들어 있는 모양이다.


“응. 무서워하지마.”

“네...”

오돌오돌 떨고 있는 그녀를 안고 나는 뉴스를 시청했다.
마음대로 벗을 수도 없고 지퍼도 달려있지 않은 가죽옷이라 자지가 꼴려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금 화장실을 가고 싶지 않은게 다행이랄까?
아쉬워함과 두려움이 같이 공존하는 강아영과 정말 너무도 간만에 건전하게 사이좋게 앉아 TV시청을 할 수 있었다.

음. 이런 건전한 생활도 나쁘지 않은걸?

라디오로 들었던 내용과 크게 달라지는 내용은 없었지만 왜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테러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거기에 테러리스트를 대상으로 맞서 싸운 김성진 경장의 사망소식과 그에 대한 추도의 내용이 추가로 나왔다.


인천공항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총 7명.
폭발이 있을때 그 중앙에 있던 매니저를 구하기 위해 JEN의 모든 멤버가 폭발하는 쪽으로 뛰어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리고 이번 테러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는 내용이 계속 나왔다.

-아 지금 교황청에서 공식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해당 테러는 카톨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교황 마틴 4세가 SNS로 했던 발언은 해킹으로 인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현재 교황청에서는 마틴 4세의 SNS를 해킹한 해킹범을 잡기위해 노력중이며, 이번 사고로 각 국가의 신부들과 사제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는 발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최기덕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카톨릭이 김현준을 노린 테러가 맞다.
설마 카톨릭이 김현준과 이 괴물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건가?


다른 방송으로 채널을 돌려도 똑같은 인천공항 테러에 대한 뉴스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걸그룹 JEN이 얼마나 힘들게 교통사고를 이겨냈는지, 기억상실증을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슬픈 사연이 구슬픈 BGM에 깔려 계속 나왔다.


 잠깐만.
김현준의 집에 설치한 도청장치가 생각났다.
지금 그녀석 집에 있는 그녀들은 무슨 상황일까?
나는 강아영을 다시 3층으로 올리고 컴퓨터실에 들어갔다.


녹음되어 있었기에 3배속으로 중요한 대사만 골라 들었다.
역시 저녁 10시 이후에는 울음바다인 듯 싶었다.
주님이 절대 죽었을리 없다는 이야기부터 현실 부정이 대부분의 대화의 주제였다.


- 일단 우리는 기다려보고 내일 저녁 강남 프레스티지 로얄싸롱으로 출근해서 한사장님과 상의해보자.


- 그런데 언니 우리가 다시 JEN이 되면 안되요? 우리도 JEN이잖아...


- 안돼. 예전 이름 사용하면 안된다고 하셨잖아.

음? 대화를 대충 들어보니 최초로 재생성된 JEN은 여전히 김현준의 집에 살고 있었나보다.
결국 쓸모가 없어져서 외모가 변경되어 텐프로로 팔려가는 신세.
한사장이 한미주일 가능성이 높으니 내일 출근해서 김현준의 유산을 하나씩 챙겨야겠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를 내는 여자가 이상한 대화를 꺼냈다.

- 교회지하의 성녀님은 어떻게 하죠? 주님이 이나희를 못데리고 오신것 같은데.


- 일단 놔두자고. 전도사님이 알아서 하실거야.


성녀? 이나희? 미투의 이나희? 이번 김현준의 목표가 이나희를 데리고 오는 거였었나?

그때였다.


라크의 복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습메모리 95% 분실, 저장 데이터 99% 분실, 안전모드 실행완료, 폭발 위험에 대비한 학습 완료, 마스터 사망에 대한 대비책 학습완료.
향후 등록된 마스터 사망 시 마스터를 복구   있습니다. 마스터의 DNA와 현재의 기억을 기반으로 백업을 진행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백업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지속적인 백업을 진행하며 마스터 사망시의 기억으로 되살리시겠습니까?
지속적인 백업시에는 라크의 저장데이터의 10%를 영구적으로 사용합니다.

잠깐만. 시벌 뭔 소리야 이게.


“뭐??”

- 다시 말씀드립니다. 라크는 등록된 마스터를 잃었기에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금 등록된 마스터의 정보를 강제로 저장합니다. 현재의 기준으로 마스터의 정보를 저장하시겠습니까? 매초 단위로 모든 정보를 저장하시겠습니까?
향후 마스터 사망시 리제너레이션, 리스토어, 재생성, 복구, 재생, 부활...
쉽게 말씀드려 마스터는 사망시 부활 할 수 있습니다.
부활할  지금 시간인 202X년 8월10일 00:45분의 기억으로 부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죽기 직전의 기억으로 부활하시겠습니까?

아 시벌.
지금 이 황당한 소리는 나를 저장했다가 죽으면 다시 부활 시켜주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설마...나 죽지 않는 몸이 된거야?

“아무래도 죽기 직전의 기억으로 부활하는게 낫겠지?”

- 네. 향후 사망 직전에는 강제로 세이브 하기 때문에 뇌에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잠시 마스터의 기본 정보를 스캔 후 저장하겠습니다.
약 30분간 순간적인 정보차단이 있을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aeternam dona eis, domine >
aeternam 
dona eis, dom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