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32화 레퀴엠 (32/155)



〈 32화 〉32화 레퀴엠

김성진 경장은 눈앞의 사내를 바라봤다.
약간은 갈색빛이 도는 긴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지만 이렇게 잘생긴 사내는 본적이 없다.
천천히 자신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는 그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렸다.
그 사내의 설명은 귀에 쏙쏙 박혀왔다.
맞다. 이건 작전 브리핑이다.
김성진 경장은 지금껏 화장실안에서 작전 브리핑을 받는건 처음이었다.


아!! 맞어...
이 사내는 이전에도 나에게 명령을 하달하던 내 상급고참이었다.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바보같네. 이놈의 건망증.


그리고 놀랍게도 9시 30분 편 비행기로 인천국제공항에 테러범이 도착한다는 기밀정보.
기존에 미국대통령에게 테러를 하려 했던 테러범이 입국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해당 내용은 더욱 신빙성이 높았다.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건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건내줬다.

상급고참이 나에게 건내준 사진을 열심히 외웠다.
20대 초중반의 짧은머리의 사내. 약간은 얇은 입술이 얍삽하다고 느껴지는 인상이다.
이렇게 젊은 남자녀석이 테러범일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할 것같다.
게다가 JEN의 매니저라고?

상급고참은 비밀 미션을 자신에게 전달하고 사진을 챙긴 뒤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김성진 경장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조국을 지키는 사명을 상급자에게 몰래 전달 받았다.
007영화처럼 생각지도 않던 장소에서 자신만 알수 있게 내려진 급작스러운 명령.
그만큼 이 미션은 은밀하고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출국장에 오는 그를 죽이지 못하면 조국이 테러범에게 넘어간다.

김성진 경장은 그 뒤 순찰을 돌면서 자신이 어디를 순찰을 도는지 모를 정도로 잔뜩 긴장했다.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은 이전 훈련소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인  같다.

지금 시간은 9시 25분.
이제 슬슬 출국장으로 가야할 때다.


“김경장님 아까부터 잔뜩 긴장하셨지 말입니다?”


“어? 아니야. 괜찮아. 긴장은~“

작전시간 1분전.
K-1 기관단총의 탄창을 탈착하여 씰링지를 떼어냈다.
이건 실전이다. 만용이에게도 알려야되나?
아니다.
이녀석은 마음이 약해 전투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전을 망칠 우려가 있다.

김성진 경장은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같았다.
출국장 자동문이 열리며 한두명씩 나오기 시작하는 사람들.
앞에 기자들과 팬클럽들도 JEN의 귀국을 기다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JEN의 멤버 한명이 나오는게 보였다.
김성진 경장이 평소에 좋아하던 최수진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배희선이 캐리어를 밀고 미소를 지으며 나온다.
김성진 경장은 자신의 거치한 K-1기관총을 양손으로 꾸욱 잡았다.

“만용아. 너는 잠시 12번 게이트쪽 순찰을 돌고와.  여기 잠시 있을테니.”


“넵. 김경장님 힘들어보이십니다. 좀 쉬고 계십시요.”


만용이를 보내고 김성진 경장은 타겟이 시야에 보이는걸 기다렸다.
섣부르게 공격하는건 무척 위험하다.
훈련 받은대로 민간인의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가장 좋은건 테러범에게 붙어서 총구를 천장쪽으로 향해 발사하는거다.
그래야 테러범의 몸을 꿰뚫고 나오는 유탄에 희생되는 민간인이 적어진다.

그리고 타겟의 모습이 시야에 보인다.
스나이퍼용 총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촤라라락. 촤라라라라락. 촤라라락!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눈이 부셔오지만 김성진 경장은 눈을 부릅뜨고 테러범을 죽일  있는 기회를 찾았다
지금은 JEN 멤버들이 타겟의 근처에 너무 근접해있다.

그때였다.
사제복장의 미국인 신부가 테러범과 접촉을 하는 모습.
갑자기 나타난 금발머리의 사제에 놀랐는지 JEN과 테러범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테러범에게 뭔가를 건내기 위해 나타난건가?
설마 폭탄??

김성진 경장은 긴장감에 솜털이 곤두설 지경이었다.
그리고 미국인 사제의 몸에서 빛이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위험한 기운.
신부의 검은색 사제복을 제외한 얼굴 팔 다리, 모든 부분에서 빛이 나오는 현상.

“레퀴엠 에테르남 도나 에이스 도미네!”
사제복장의 사내가 울부짖는 목소리.

깜짝 놀란 대중들은 이 괴현상에 JEN 대신 그 카톨릭 사제를 향해 시야를 돌렸다.

뭔가 이상해!!
저건 자폭폭탄이다!

본능적인 움직임.
김성진 경장은 옆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던 어린 아기를 안고 뒤로 한바탕 굴렀다.

콰아아아앙!!!!!!


섬광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아기는 놀라서 울고 있지만 김성진 경장의 방탄조끼로 피해를 막아줘서 멀쩡했다. 다행이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방에 핏자국인 참상.
김성진경장은 그 와중에도 테러리스트가 여전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혔다.
역시 악의  다운 면모.

K-1기관총을 연사로 그녀석을 향해 갈겼다.
조국을 지켜야한다.
지금 폭탄의 폭발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머리 반쪽이 날라가고 팔이 날라가는데도 좀비처럼 죽지 않는 그녀석은 어디론가 비틀거리며 계속 걸어간다.

탕!!

탕!!!!

김성진 경장은 그녀석의 뒤를 쫓아 조준간 단발로 조정하고 머리와 심장을 연달아 맞췄다.

그리고 쓰러지는 테러리스트.
이정도면 죽은게 확실하다.

탕!! 탕!!!


확인사살을 위해 그 시체 위에 다시 총알 두발을 더 박아줬다.

드디어 조국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
그리고 김성진 경장은  비밀 미션의 마지막은 자신의 31살 인생을 바쳐야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테러리스트를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조국이 위험해진다.

김성진 경장은 K1 기관총의 뜨거운 총구를 입에 물었다. 비장감이 물씬 느껴진다.

“대한민국. 만세!”


탕!!!!



* * * *

나는 초조하게 9시 30분이 되기를 기다렸다.
삼삼오오 사람들이 출국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JEN의 팬클럽.
플랭카드도 들고 있고 스마트폰에 글자를 크게 써놓고 JEN의 노래를 합창하며 부르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껴서 그녀들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색 풍선 두개를 얻어 흔들고 있었다.

이제 김준현이 죽는것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된다.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건 이전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를 제외하고는 본적은 없었다.

9시 30분.
내가 명령을 내려놓은 경찰도 근처에서 대기 중이다.
같이 있는 동료경찰보다 짬이 높은지 다른 동료는 멀리 보내고는 혼자 출국장 입구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KJ-1091편은 10분전 도착했다.
이제 곧 하나둘 짐을 찾아서 나올거다.
출국장의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는게 보였다.
기자들도 몇명 눈에 띈다.
출국장에서 비싸 보이는 사진기를 들고 촬영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사진에 찍히지 않기 위해 뒤로 살짝 물러났다. 사진기자가 팬들쪽으로 카메라의 방향을 돌렸기 때문.

그리고 JEN의 최수진이 먼저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촤락! 촤라락 촤라라락!!”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에 더 방긋 웃는 그녀.
그리고 JEN의 멤버 최수진, 배희선, 김지수가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뒤에서 캐리어를 밀고 있는 김현준.
저녀석은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저 건방진 눈빛은 정말 맘에 안든다.

내가 명령을 내린 경찰이 천천히 김현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에서 온 사자같이.
저녀석이 부디 잘해줘야 할텐데.
이제  김현준은 총알구멍이 나면서 죽어 쓰러지겠지.

그때였다.

카톨릭 신부복장을 하고 있던 금발머리의 외국인이 김현준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온몸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현준도 깜짝 놀란 모습.
신부의 검은색 사제복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빛이 나오는 현상.

“레퀴엠 에테르남 도나 에이스 도미네!”

모두의 시선이 익숙하지 않은 발음을 하는 그 사제에게 쏠렸다.
어떻게 사람의 몸에서 저렇게 빛이 나올 수 있는거지?

콰아아아아앙!!!!!

귀를 찢는듯한 굉음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건  사제의 몸이 새하얗게 부풀어오르는 장면이었다.


자폭???

피가 사방팔방 터져있고 폭발 근처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부상을 입고 있었다.
카메라를 피해서 좀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면 나도 저 꼴이 되었을게 확실했다.

-삐이

귀가 멍멍했다.

투다다다다다다다!!!!

K1의 연사 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다.
군대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그 소리.
공항의 실내에서 터지는 폭탄에 이미 모든 창은 다 깨져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연기가 자욱해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때 누군가가 내앞으로 비틀거리면서 다가왔다.


“나는... 억울해....아..아버지... 왜... 날... 

피칠갑이 된 사내.
얼굴은 절반이 날아가 있어서 흉측한 모습에 오른팔도 사라져 피범벅이었다.


아오. 씨발!
생각보다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니 욕지기가 나온다.

“아버지..아버지가...왜....”


그리고 다시 총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했다.

탕!!!!

휘청이는 피칠갑 사내.


탕!!!


결국 한대를 더 맞고 피칠갑사내는 그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이 상태면 누구도 살릴 수 없는 사망각이다.

그리고 죽은 듯 쓰러진 사내를 확인 사살하려는 듯 총소리와 동시에 시체가 들썩인다.

탕!!! 탕!!!

나는 총소리에 혼이 빠져있다가 이제야 앞을 겨우 볼  있었다.

그 경찰.
내가 명령을 내렸던 경찰이 K1기관총을 조준간 단발로 내 밑의 시체를 겨누고 있다.

그렇다면 내앞에 피칠갑을 하고 쓰러진 이 녀석은??
김현준!!?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그 경찰은 그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만족감이 드는 미소. 모든걸 다 해냈다는 허탈한 미소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입을 열고 총구를 쑤셔박는다.

탕!!!!!!

이내 지푸라기 인형처럼 쓰러지는 경찰.
내 명령을 모두 이뤘기에 자살한거다.


나는 김현준의 시체를 발밑에 두고 소름이 돋았다.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 녀석이 드디어 죽은거다.
그런데 죽기전에 자신이 억울하고 아버지가 어쩌구 하면서 마지막 말을 남긴건 뭐지?
그리고  카톨릭 사제복을 입은 신부가 먼저 이녀석을 공격한걸까?

그때였다.

파학!!


김현준의 시체 안쪽에서 무언가 검은색 그림자가 에일리언의 영화의 한장면 처럼 나에게 옮겨 붙는 듯한 느낌.
김현준의 몸에서 작은 검은색 슬라임같은게 튀어 나와  조끼 안쪽으로 파고드는게 아닌가!
너무 빠른 속도에 몸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물컹하고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슬라임은 조끼 안쪽을 뒤지는 듯 싶더니 내가 챙겨온 와인의 뚜껑을 따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 같았다.
이윽고 그 옆에 있던 카놀라유를 한병 뚝딱 마시는 그 정체불명의 괴물.

나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할  없었다.
검은색 슬라임이 내 몸에 옮겨 타는 순간 공포로 머릿속이 하얘졌기 때문이다.
 검은 괴물은 나를 노리고 온게 아니라 내 몸에 두르고 있는 와인과 기름을 노리고 온거다.


요한계시록 6장 6절이 떠올랐다.
oleum et vinum ne laeseris 네가 기름과 포도주를 해치지 않는 것을 보아라.>

설마...이 검은 괴물을 죽이기 위해 가져온 와인과 기름이 알고보니 이 괴물의 식량이었던건가!!
기름과 포도주를 해치지 않는다는 뜻이 자신이 먹는 먹이였다는 의미였다니!

그리고 내 머리속에 울리는 기괴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 라크. 새로운 마스터를 탐색. 키 186, 몸무게 76, 신체나이 25. 조건 만족. 조건 만족.
마스터 등록을 위해 DNA 탐색을 허가 하시겠습니까?

나는 머릿속에 울리는 이 기계음처럼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검은색 괴물이라는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마스터 등록을 위해 DNA 탐색을 허가 하시겠습니까? 허가되지 않을 시 주변의 다른 개체를 새로운 마스터로 탐색합니다.


마스터 등록?
마스터라면 내가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뭔가 찝찝하지만 안할 이유가 없다.


“마스터 등록을 허가한다.”


내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안쪽으로 들어와 파고드는 괴물의 차가운 감촉.
차가운 젤리 같은게 맨살에 닿으니 소름이  돋았다.

- DNA탐색 시작. 새로운 마스터로 등록합니다.

그리고 그 젤리같은 괴물은 내 피부위를 덮는 막같은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게 느껴졌다.
얇은 가죽스킨이 내 피부위에 한겹 덧 대어지는 느낌.


마스터로 등록 완료되었습니다. 라크. 충격이 심해 안전모드로 복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석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제야 긴장이 풀려서 몸을 움직일  있었다.

여전히 내 앞에는 김현준의 시체가 놓여있었고, 매캐한 연기가 자욱해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살려달라는 아우성.
마치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다가 지옥도의 참상으로 되돌아  것 같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oleum et vinum ne laeseris 네가 기름과 포도주를 해치지 않는 것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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