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26화 만수 은행
내가 아마 유지선의 숨겨진 무언가를 일깨운 모양.
일전에 김규현 대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착각을 했었던 회의실 섹스가 그녀에게 새로운 감각과 스릴을 선사했나보다.
잔뜩 사람들이 탄 엘레베이터 안에서 자신의 보지를 만져달라고 애원하는 그녀.
그녀의 왼손은 이미 내 고간을 장악하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는 계속 안닫히고 정원초과의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아.. 늦게 타신 분 다음거 타고 올라갑시다!”
참다 못한 누군가가 조용히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출발이 늦어지자 그녀의 손이 더 대담해졌다.
내 지퍼를 열라고 하는거다.
그녀는 지금 이곳에서 삽입을 원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20cm정도의 키 차이다.
선채로 자연스럽게 삽입이 가능한 건 힐을 신은 한미주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
나는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키 차이로 안돼.”
이제야 엘레베이터의 문이 닫히며 엘베안은 고요해졌다.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서는 어떤 속삭이는 소리도 전부 들릴거다.
나는 업무 이야기를 하는 척 조용하게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따 회의할 때 진행하죠.”
“네 실장님.”
내 말뜻을 이해하고 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유지선.
대신 나는 그녀의 보지를 만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실크처럼 부드럽게 미끄덩거리는 귀여운 소음순의 움직임.
나를 위해 면도를 시작한 뒤로 계속 그녀의 음부는 털이 하나도 없이 깨끗하게 관리가 되고 있었다.
나는 손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의 시야를 인식해서 어깨가 흔들리지 않게 손가락만 깔짝대며 움직이는 고난도 무브먼트.
쩔꺽 거리는 소리가 귀를 귀울이면 들릴 정도였다.
“흐흡!! 쿨럭.. 쿨럭..”
눈이 커다래지며 자신의 입을 막는 그녀.
신음이 터질것 같아서 작게 기침을 하는 척 했다.
질안을 점거한 내 손을 빼려고 시도하는 그녀의 소극적인 반항.
먼저 해달라고 해서 넣었더니 또 왜 빼라고 하는 건지.
[12층]
문이 열리며 6명정도가 내리자 어쩔수 없이 그녀의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야했다.
그녀와 나는 사람 한명을 사이로 둘 정도로 떨어졌지만, 그녀의 보지와 내 손가락은 여전히 은빛액체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내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그녀의 애액.
나는 혹시 누가 봤을까봐 눈치를 봤지만 엘베에 탄 사람들의 모든 시선은 엘레베이터 상단의 조그만 화면에서 방송되는 뉴스에 집중되어 있었다.
“미합중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CIA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미국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언함과 동시에...”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의 애액을 주머니안의 천으로 대충 닦았다.
그리고 크로스 가방으로 발기한 자지의 윤곽을 숨기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17층]
나는 그녀의 뒤로 딱 붙어서 내렸다.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애액이 빛을 받아 반짝거렸기 때문이다.
미니스커트에 가까운 플리츠 스커트를 입고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의 다리를 쳐다보는건 모든 남자의 본능이다.
하지만 그 다리에 추잡한 국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가방까지 총동원해서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가리며 내려야했다.
그녀도 그걸 느꼈는지 후다닥 여자화장실로 뛰어갔다.
참.. 별걸로 다 신경쓰게 만드는데?
이따가 좀 혼을 내줘야겠다.
오늘도 역시 비서실을 먼저 들렀다.
그런데 오늘 따라 비서실에 손님들이 여럿 보인다.
북적대는 이곳은 영 낯설었다.
태희씨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커피를 내려달라고 부탁하기가 애매한 상황.
나는 커피메이커 앞에서 어떤 걸 눌러야 될지 잠시 멈칫 해야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이전에는 몰라뵜었네요. 호호. 아메리카노 드시죠?”
누군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나 대신 버튼을 눌러줬다.
드르르르르드르르르
커피가 갈리며 풍기는 커피의 원두 향과 샤넬 넘버의 향수가 섞여 코를 찌른다.
진아영과장이었다.
얼핏 보면 와이프와 닮은 것 같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입을 열면 어딘지 얼굴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여자다.
“실장님인지 못알아보고 제가 인사를 안드렸었네요. 죄송해요.“
한미주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이 여자는 약간 미친년이라고 했다.
키우던 고양이를 살던 아파트 현관에서 하이힐로 밟아 죽이는 바람에 뉴스에도 나왔었다고 했다.
“아. 별말씀을요.”
“그럼 담에 뵈요.”
그녀는 나를 건방지게 아래 위로 훑어보더니 씨익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뭐지??
담에 왜 너를 보냐?
나는 커피를 챙겨서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아 실장님 오셨어요? 방금전 실장님을 찾는 손님이 와 계시던데요.”
박훈철 과장이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며 알려줬다.
회의실에서 기다리는 사내.
아까 전 1층에서 한미선에게 껄떡대던 그 사내였다.
나는 의아스런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만수은행 강남지점장 박후열입니다.”
나는 이제야 그의 모습이 기억났다.
“아!! 방만길 은행장님과 미팅때 뵈었었죠.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찾아뵈려고 했었는데요.”
“연락도 없이 먼저 찾아오게 된 점 사과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이번 펀드 건때문에 먼저 찾아뵜습니다.“
한참을 별 관심도 없는 만수은행 내부사정을 이야기하던 박후열 지점장.
결론은 이번 SB그룹의 신규투자회사의 펀드의 지분율 때문에 찾아온 거다.
“그때 협의하고 도장까지 찍었었는데요... 은행장님이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신겁니까?”
“마음이 바뀌신게 아니고... 그... 추가로 투자하기로 한 일본의 마크로뱅크의 지분율이 갑자기 높아져서...”
영감탱이가 펀드규모가 커지니 욕심이 난 모양이다.
“오늘 저녁에 은행장님께서 미팅을 하자고 하십니다. 혹시 실장님 참석 가능하실까요?”
지점장의 급작스러운 방문의 요체는 이거다.
은행장이 직접 전화로 오라고 하기 껄끄러우니 강남지점장을 내게 방문해서 읍소를 하는 읍소전략.
오늘 꼭 방문해달라는 방만길 은행장의 요청인거다.
“아.. 미팅약속이 있는데...”
유지선과 회의를 빙자한 섹스미팅이 오늘 출근길에 갑자기 생겼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실장님!”
90도로 인사를 하며 사정하는 박후열 지점장.
나는 알겠다고 달래며 그를 돌려보냈다.
방만길 은행장은 귀가 아주 얇고, 색을 밝히는 멍청이다.
아마 어디에서 니가 손해보는 거다 라고 부추키는 대상이 있었을 거다.
색을 밝히는 방만길 은행장은 다루기 쉬운 대상이다. 일전에도 고급요정에서 접대를 하며 유리한 협상을 했었다.
이번에는 텐프로 애들의 힘을 빌리면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요정보다 더 젊고 예쁜 애들로 아예 혼을 빠지게 만드는 방법.
[뚜르르르르]
- 어머. 주인님~~~ 직접 오셔서 커피나 하시며 말씀 주시지~ 전화를 주셨어요~
“그 때 이야기했던 투잡하는 애들 요즘 어디업소로 나가지?”
-강남 프레스티지 로얄싸롱이요.
“알았다. 애들 거기서 사용하는 예명 불러봐”
한미주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를 얻어냈다.
텐프로 애들은 쉽사리 몸을 안대준다.
하지만,투잡을 미끼로 적당히 돈을 더 쥐어주면 충분히 몸접대까지 가능할거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다른 업무들을 정리하며 복잡해진 머리를 식혔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내일 모레의 일이다.
지금 상황에서 김현준의 가장 중요한 스텝은 토요일에 강아영의 기억이 돌아오게 하는거다. 그래야 나머지가 톱니바퀴 돌아가듯 돌아간다.
솔직히 나는 지금의 강아영을 잃고 싶지 않다.
내가 이걸 막는다면?
나는 김현준에게 노출 될 거고, 그는 나를 적으로 간주할 공산이 컸다.
하지만 이를 내버려 둔다면 강아영에게 또 개취급 당하던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강재도는 죽게 될거고, 나 또한 결국 살해당할거다.
변수가 예측되지 않는 일을 진행하는 걸 도박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측되지 않는 변수를 대비하는 걸 기업에서는 리스크관리라고 한다.
나는 이미 리스크관리를 시작했다.
솔직히, 인간이기에 두려움도 있었다.
이 모든걸 버리고 강아영과 도망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재산의 현금화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5천만원만 인출해도 국세청에서 추적한다.
현재 수중에 있는 몇억만 들고 도망자 신세로 사는 건 말도 안된다.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나는 김현준을 죽이는 걸 선택했다.
토요일에 그를 죽이기 위한 모든 준비도 마쳤다.
그리고 만약에 대비한 B플랜과 C플랜도 세워놨다.
오늘 만수은행 방만길 은행장을 만나는 것도 모든 일이 어그러질 때 그 다음을 노리기 위한 대비책이었다.
간만에 접대인데 오늘 따라 술을 많이 마시기가 싫어진다.
마침 내 앞을 김규현대리가 지나갔다.
“김규현 대리. 오늘 5시에 나랑 같이 외근 준비해. 만수은행 간다.”
“네! 실장님!”
그때였다.
김성은 차장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유지선씨. 한글 아직 잘 몰라요? 보고서에 왜이리 맞춤법이 틀려요?”
“죄송합니다..”
“차장님, 지선씨는 미국사람이라서 한국말이 좀 서툽니다.”
“김규현대리. 지금 내가 당신에게 물어본거야?”
김성은 차장은 관련없는 김규현대리가 감싸는 바람에 더 화가 난 모양이다.
“비슷한도 아니고 비스탄이 뭐야! 뭐가 탔어? 한국에서 한국회사에서 일하는데 아직까지 이런걸 지적받아야돼?”
“죄..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그게 맞는건 줄 알았어요...”
“김성은 차장. 잠시만.”
나는 조용히 김차장을 불렀다.
유지선을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김성은 차장의 상황으로 봤을 때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실수를 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호출을 하자 김성은 차장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내 앞에 섰다.
자신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차장. 근데 왜 개발담당인 유지선씨가 왜 문서작업을 하는거지?”
“아.. 실장님. 지선씨가 아나운서 까페나 보면서 놀고 있길래 업무를 부탁했습니다.”
“아나운서 까페??”
“회사를 그만두고 MC가 되려고 하는거 같더라구요. 뭐 저정도 외모면 욕심이 나긴 하겠죠.”
설마 MC까페를 이야기하는건가?
까페 대문 디자인이 야한 그림이 없어서 얼핏 보기에는 멀쩡한 까페처럼 보이긴 했다.
나도 가끔 보고 있는데. 쩝.
“아니 글쎄, 유지선씨가 보고서에 비스탄이라고 써서 무슨 뜻인가 한참 고민했지 뭡니까.”
“잘하는걸 시키지 그랬어. 김차장도 잘 알잖아. 여자애들 대놓고 쪽주면 피곤해진다고. 조용히 불러서 혼내지 그랬어.”
“죄송합니다. 제가 좀 실수를 했네요.”
그러더니 눈을 두리번거리는 김성은 차장.
“저번에 실장님께서 지선씨를 크게 혼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지선씨를 팀에서 내보내고 싶어하실거라 생각하고...실장님에 대한 충섬심으로...”
아 씨. 어디까지 퍼진거야?
김규현 대리 입이 엄청 싼 모양이다.
“생각해주는건 고마운데, 팀에 필요한 인원이니까 자네는 그냥 잘 대해줘.”
“네 죄송합니다 실장님. 부디 용서 해주십시요.”
“아냐 괜찮아 괜찮아. 고마워. 가서 이제 일봐.”
“넵!”
내 표정이 부드러운걸 확인한 김성은 차장도 낯빛이 밝아졌다.
김성은 차장의 과잉충성은 늘 부담스럽긴 하다. 원래 같은 차장으로 있던 내가 갑자기 로얄패밀리가 되면서 내 눈치를 심하게 보며 나에게 아첨도 자주 하는 양반이다.
그런데, 유지선씨가 MC까페를 본다고?
나는 갑자기 생각난게 있어서 MC까페에 접속을 했다.
[양자역해의 쪽지]
[쪽지 받기: 아영간강]
[안녕하세 아영간강님. 소설쓰시는데 너무 몰입하신것 같ㄴ요. 사실로 착각하실 정도로 집중하시다니 존경스럽읍니다. ㅎㅎ
저도 비스탄 소설을 쓰고 있는데요.
DNA재구성에 대한 아이디어거든요.]
어?
우연인가?
“유지선씨는 제2회의실로 회의자료 가지고 준비하고. 노트북 들고와.”
“네!!”
김성은 차장에게 한참 갈굼당해서 침울해 있던 유지선의 얼굴이 유달리 환해졌다.
“저도 회의실로 가나요??”
생뚱맞는 김규현 대리의 질문.
유지선이랑 쓰리섬 하자고?
“아니. 만수은행껀이 아니고 유지선씨와 따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건이야.”
“아 넵!!”
나는 궁금함을 안고 천천히 제2회의실로 향했다.
사무실쪽으로 창문이 없고, 야외 창문만 있는 회의실이라 냄새만 해결하면 오피스와이프를 사랑해주기에 아주 적당한 공간이다.
제2회의실로 들어가니 유지선은 열심히 바깥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었다.
“실장님. 잠시만요 준비 좀 하겠습니다.”
“응. 그래...”
나는 천천히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