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919화 (91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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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건물 밖으로 나오자 밖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능력자들이 힘을 합쳐 만든 장벽은 몽땅 무너지고, 텐트들과 빨래들에 불이 붙어서 화재가 일어난데다 사람들은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뿐, 그 누구도 사태를 수습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정신들 차리라 외쳤겠지만, 그리핀은 하늘을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를 올려다보느라 넋이 빠져 있었다.

“어…어떻게…….”

그는 지하드 때문에 넋이 나간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지하드와 함께 떠 있는 칼리 제국 우주선들의 존재 때문이다.

숫자는 소형함 3개에 불과하지만, 우주에서 보여준 힘을 지상에서 절반 만큼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생존자 집단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야말로 콧바람으로도 가능하리라.

그 어떤 대책을 세워도 답이 없는 상황.

그렇기에 그리핀은 넋을 잃으며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못하였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쪽은 베스였다.

그녀는 좀비들의 습격을 막을 수 있는 장벽만 파괴되는 여파로 텐트들에 불이 옮겨 붙은 것이지, 지하드의 포격이 중심지를 피해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숨에 죽일 생각이 아니야.’

만약,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었다면 자신들은 이미 폭염에 휩쌓여 시커먼 숯이 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그녀의 예상대로 지하드에서 말벌들처럼 우르르 튀어나오는 무인 병기들이 퇴로를 차단하였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도, 그렇다고 사지나 마찬가지인 안에 있을 수도 없어 불안해 어쩔 수 없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무인 병기들이 포위망 포진을 끝내자, 몇몇 무인 병기들은 공터로 이동하여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공간을 만들게 하였고, 병기들이 만든 공간에서 삼태극의 간부들이 텔레포트 시스템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스팟- 스팟- 스팟-

이실리아와 아키를 선두로, 젊은 노예들이 그 뒤를 이으며 차례차례 텔레포트를 하였고, 남궁 신과 아수라를 대동한 도윤까지 모든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지막으로 이실리아와 아키의 앞으로 삼태극의 수장, 치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치우의 모습에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때지 못하였다.

그의 모습이 너무나 공포스러워서?

이제 삼태극의 수장까지 등장했으니 자신들은 모두 다 죽게 된다고 생각해서?

아니다.

“으으읍! 우읍! 웁웁!”

그들이 그런 표정이 된 이유는 치우의 몸에 사슬로 묶인 채로, 자지에 삽입되어있는 붉은 피부의 여성, 여제를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치우는 여제와 사슬로 연결된 개 목걸이를 착용하여 그녀의 상체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게 고정하였고, 그녀의 다리를 위로 올리면서 치우의 어깨에다 사슬로 묶어 고정시키면서 보지 구멍과 발기한 후타나리 자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고, 진우는 그 상태에서 그녀의 항문에다 자지를 삽입하고 있었다.

게다가 볼 개그에 입이 막혀있는 여제는 자신을 바라보는 지구인들의 모습에 읍읍 거리며 뭐라 말하였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가뿐히 무시해주면서 앞으로 나섰다.

“으읍! 읍!”

진우가 걸을때마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항문이 찔리고, 발기한 자지가 좌우로 흔들리는 여제의 음란한 모습이 더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 반가운 얼굴들이 몇몇 있구만. 내가 누군지 다들 알고 있을 테니 자기 소개는 생략하지.”

그리핀쪽을 힐끗 쳐다보다가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향해 입을 연 진우는 살기라곤 조금도 없는, 마치 편한 장소에 놀러 온 것 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설명을 하였다.

“자,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그것도 이만한 대군을 이끌고?”

“…….”

당연히 그걸 알 수 있을리 없잖은가.

“응? 다들 왜 이렇게 굳어 있어? 아메리칸 스타일로 인사를 했는데 반응이 영 신통찮네?”

다짜고짜 포격부터 날린 것이 무슨 아메리칸 스타일 인사냐!

모든 이들의 목구멍에서 이러한 외침이 올라왔다가 간신히 삼켰다.

여기서 그런 말을 했다가 목이 잘려나갈 걱정을 해야 하니까.

“하여간 미국 새끼들은 인사를 하면 받아주질 않아.”

진우는 살짝 심기 불편해진 표정으로 혼자서 뭐라 투덜거렸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범죄자가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며 포격부터 날린것에 분노를 느낀 베스가 그를 향해 입을 열게 만들었다.

“죽일 테면 그냥 죽여, 이 개 같은 새끼야!  이딴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지 말란 말이다!!”

미국이 망하고, 펜타곤이 무너지면서 가까스로 살아남게 되었지만 삼태극이 존재하는 한, 자신들의 힘으로 미국을 다시 부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있던 그녀는 자신들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치우를 향해 죽기전의 발악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죽일려면 진작에 포격을 쏟아부었지. 지하드가 일제 사격을 가하면 항공모함을 포함한 해군 부대쯤은 간단하게 말소할 수 있거든? 그 화력을 여기다 쏟아 부으면 너희들은 자신들이 공격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잿더미가 되었을거다.”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말을 내뱉는 진우의 모습에, 생존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겨눠진 지하드의 포문과, 포위망을 만들고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잇는 무인 병기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죽이면 재미가 없단 말씀이지. 그래서 나는 너희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한 줄기의 희망을 느끼게 되었다.

어차피 이대로 죽을 바엔 차라리 그 미약한 희망이라도 잡는 것이 더 현실적이니까.

하지만, 그리핀과 베스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삼태극이 어떤 집단인지, 그리고 그 집단의 수장인 진우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 희망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임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포로로 잡은 녀석이 있는데, 그 포로와 여기 있는 전부가 싸워서 이긴다면 너희들의 승리다. 물론,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포로는 아~주 강력해. 평소 같았으면 너희들이 모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진우는 자신의 계획을 모두 다 밝혔고, 자신이 붙잡은 포로가 아주 강한 인물임을 처음부터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방적인 승부가 되어버리니 재미가 없어지지. 그래서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약점을 만들어줬어. 그 약점을 공략해서 죽이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너희들의 승리로 인정해주마. 너희들이 다시 재건하게 도와주진 않겠지만, 최소한 좀비에게 습격 당할 걱정과 우리가 너희들을 공격하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웅성웅성-

사람들은 아주 강력한 능력의 소유자지만, 눈에 보이는 약점을 만들었다는 진우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약간의 희망을 품은채로.

일부러 자신들이 싸워야 하는 이의 전력을 숨김없이 ‘평소 같았으면 모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 임을 알려주었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약점까지 드러냈다고 한다.

만약, 포로가 가진 힘을 알려주지 않았거나 약해 보이도록 포장했다면 믿을 수 없었겠지만, 그 포로의 강함을 솔직하게 얘기해주면서 오히려 잘만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분위기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나는 잔인하지만 내기만큼은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부터 30분의 시간을 주겠다. 그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모두 다 준비하고,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 무기가 없어용~ 너무 갑작스러워용~ 라는 불만을 통해 내가 불공평한 사람이 되는 건 참을 수 없거든. 자, 지금부터 시작.”

그렇게 말한 진우가 자신의 간부들과 함께 뒤쪽으로 이동하고, 무인 병기들은 미리 가져온 거대한 말뚝을 땅에다 박아 넣으며 사람들이 도망갈 수 없게끔 간이 경기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빠…빨리 움직여!”

“무기! 무기를 줘!”

생존자들은 비 전투원들도 싸우기 위해 무기를 달라 소리치게 되었고, 평소 같았으면 그들이 무기를 소지하는 것을 막았을 이들도 창고를 털어서 무기를 배분하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악을 쓰는 그들의 모습엔 그리핀이 들어갈 장소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와 무기를 주는 이들을 꾸짖으면 내분이 일어날 정도의 광기어린 열기를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리핀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걸 하겠어.”

베스는 그리핀을 향해 그렇게 말하며 처음으로 총이나 무기를 가지게 된 비 전투원들에게 무기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고, 아이들은 미리 건물 안 쪽으로 모아두었다.

어린 아이들이 싸워봤자 그다지 큰 도움도 안 되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결의를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30분의 시간동안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 동안 무인 병기들은 말뚝을 박아 간이 경기장을 만들어두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말뚝을 부수거나 피하면서 도망치는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순찰을 돌고 있는 무인 병기들이 있었기에, 도망친다 해도 순식간에 고기 덩어리가 되리라.

“빌어먹을…빌어먹을……!”

그리핀은 살아남기 위해 무장을 하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을 여유롭게 구경하면서 자신의 몸에다 묶어놓은 여제를 괴롭히고 있는 진우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펜타곤의 기지를 끈질기게 공격하고, 아무리 도망치고 도망쳐도 좀비들을 유도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게 만든데다, 결국 펜타곤 본부까지 빼앗겨 예언자 그레이스가 좀비들에 의해 물어 뜯겨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리핀은 이빨을 꽉 깨물었다.

펜타곤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외진 곳이라 해도 공격을 퍼붓던 삼태극이 무방비하게 있는 수백, 수천 단위의 생존자 집단을 발견하지 못한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이제서야 찾아왔을까?

‘숫자가 많아야…학살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정답이다.

그리핀은 삼태극의 의도대로 생존자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자신이 완벽하게 완수하게 되었음을 깨닫고선 분노 어린 눈빛으로 진우를, 그리고 그 뒤에서 생존 본능이 폭발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던 백금발의 여성, 페리샤를 노려보았다.

페리샤도 그리핀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씩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하였다.

이번에도 자신이 이겼다는 승자의 표정으로.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또 이번에도 나를 뛰어넘었다 생각하고 있겠지! 웃기지 마!”

그리핀은 아무도 듣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동떨어져 페리샤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네 년을 단지 운이 좋은거다! 치트 같은 운 때문에 나를 이긴 거라고! 내가 네 입장이었으면 나도 지구를 수십번은 더 멸망시킬 수 있었어! 너는 네 실력이 아니라 삼태극이라는 집단의 힘으로 이긴 거야!”

그는 페리샤의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치트의 존재와 마찬가지인 치우의 힘에 빌붙어서 승리를 날로 먹은 존재라며 매도하였다.

하지만, 페리샤는 그의 입 모양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그리고선 목소리를 내지 않은 과장된 입모양을 통해 그리핀을 향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렇게 잘났으면 진작에 하셨어야지.-

“크으으윽!!”

그리핀은 자신을 비꼬는 페리샤를 향해 미친듯이 분노를 토해내려 하였지만, 그 전에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 30분 지났다!”

어느새 3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이다.

생존자들은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여러 무기를 들었고, 이능력자들은 언제든지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갖추었다.

‘어떤 존재가 나올지 모르지만 내가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움직임을 늦춰보겠어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이능력자들이 집중 공격을 퍼붓도록 하세요.’

베스는 자신의 계획을 이능력자들과 전투를 지휘할 이들에게 알려주었고, 그녀는 어떤 존재가 튀어나오든지 곧바로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할 준비 자세에 들어갔다.

“그럼 시작하겠다! 5! 4! 3!”

그는 5부터 숫자를 세기 시작하였고, 다들 언제든지 달려들 기세를 내뿜었다.

“2! 1! 등장!!”

스팟-

등장이라는 말과 동시에 생존자들이 노려보고 있는 공터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흡…어……?”

베스는 누구인지 알아볼 시간에 먼저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하려 하였지만, 사람 몸통만한 크기의 하얀 날개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정신력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

털썩-

“뭐…야……! 저건…뭐냐고……!”

“씨발! 씨발씨발씨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절규하며 주저앉아 버렸고, 다른 이들도 절망어린 표정으로 눈 앞의 현실을 믿지 못하였다.

“하아…하아악……!”

앞으로 상체를 살짝 내민 구부정한 자세.

실핏줄이 도드라진 녹색의 눈동자.

언제나 순백을 자랑하던 하얀 날개.

귀두 끝에 손가락을 걸 수 있는 동그란 분홍색 원이 튀어나와 있는 거대한 남성기.

타액이 줄줄 흘러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헉헉 거리기 바쁜 녹색 보브컷의 여성.

“이벨! 어째서! 어째서어어어!”

베스는 흉측해진 절친의 모습에 절망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크 엔젤이라 불리우며 수많은 명예와 명성을 가지고 있던 이벨 키에라.

미국의 영웅이었던 그녀는 생존자들을 몰살시킬 타천사가 되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작품 후기 ============================

펜타곤은 다음편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 ㅇㅇ

생각보다 좀 길어졌지만 그래도 펜타곤의 최후인데 어느정도 내용은 있어야 하지 않겠음?

최종보스 물리치고 나서 그냥 끝내는 소설들을 극혐하다보니 뒷내용에 힘을 주게 되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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