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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쯧. 얕았나.’
주먹에서 타고 손목에서 느껴져야 하는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여제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틀어 타격을 다소 흘린 것이 분명하다.
후우웅--!!
그 증거로 여제는 날개를 크게 펄럭이면서 자욱하게 휘날리는 흙먼지들을 좌우로 퍼트리면서 건재함을 과시하였다.
아니, 완전하게 건재한 것은 아니었다.
진우에게 얻어맞은 얼굴쪽에는 피부가 탄듯한 검은 딱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여제는 엄지 손가락으로 피부를 긁으면서 검은 딱지를 때내자, 입쪽에 구멍이 뚫리면서 그 사이로 새하얀 이빨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다시 재생되었지만.
정통으로 얻어 맞았다면 아예 얼굴 한 쪽이 뜯겨져 나갈 정도의 파괴력이다.
“기이하군. 전에 봤을 땐 이정도 수준이 아니였는데?”
얼굴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고통이지만, 전에 상대 했을때완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진우의 모습에 여제의 표정에서 당혹감이 묻어나왔다.
우지직!!
하지만, 여제와 대화할 생각이 별로 없는 진우는 땅을 박차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고, 그가 발을 구른 장소는 마른 가뭄의 논밭처럼 쩍 갈라졌다.
“크하아앗!!”
파치지직!!
예전에 펜타곤의 리더 중 한명인 리먼이 사용하던, 고대 로마 격투가들이 사용할법한 격투용 장갑을 착용한 진우의 주먹질에 강렬한 스파크가 튀어나왔다.
그가 사용하던 것을 진우가 노획하여 격투전으로 사용하였고, 이 유물의 힘 덕분에 여제의 얼굴에서 검은 딱지가 앉게 된 것이다.
순간적인 고전압으로 살을 태워버리는 공격을 얼굴로 받아들인 여제였지만, 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든 진우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콰앙!!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 주먹끼리 부딪히자, 그 충격파로 주변의 먼지 구름이 좌우로 날려보냈다.
“그래, 나름대로의 한 수가 있었다 이거군?”
진우의 주먹과 일부러 맞부딪힌 여제는 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 진우를 향해 칭찬하듯이 입을 열었다.
“큭큭큭! 감히 내게 그딴 눈으로 내려본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아직도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나? 속이 좁은 사내군.”
“그래, 때린 새끼는 쉽게 잊는다 뭐 그건가? 그렇다면 오늘은 내가 때린 새끼가 되어주마!”
슈팍-!
“!?”
순간, 진우의 뒤쪽에 위치한 허공에서 갑자기 한 자루의 비도가 날아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물건이 쏘아져 나오는 비도의 모습에 여제는 주먹을 때면서 뒤쪽으로 움직여 회피 운동을 하였지만, 진우는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크하아아!!”
짐승의 포효성과 같은 목소리를 울부짖은 진우는 그런 여제를 향해 돌격하였지만,
“흡!”
여제가 땅을 힘있게 밟아내자, 그녀를 중심으로 진도 9.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쩌적 갈라지가 울퉁불퉁하게 치솟아 올라왔다.
“큭!”
땅이 이레귤러적으로 움직이면서 몸이 휘청거려 기습 돌격에 실패한 진우는 신음성을 흘리며 움직임이 주춤거렸고, 여제는 여유롭게 자세를 잡으며 피식 웃어 보였다.
“사물 텔레포트와 염동력을 가진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기습 작전이지. 지금까지 숨겨왔던 능력인가?”
진우의 기습 공격은 다른 이들이었다면 무조건 100%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우주에서 수많은 이능력을 몸소 겪은 여제에겐 많이 겪다 못해 질리기까지 한 수법에 불과했다.
“훗. 역시나 이 정도론 안 된다 이건가.”
기습 작전이 실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여전히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 알아?”
“무엇이 말인가?”
기습에 실패하더니 갑자기 말문을 여는 진우의 모습에, 여제는 할 것이 있으면 모두 다 해보라는 듯이 여유로운 자세로 받아주었다.
“원래 대다수의 소설, 만화, 애니에선 마지막 전투를 취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보여주거든?”
그렇게 말한 진우는, 신이 이실리아에게 주었지만 자신의 승률을 올리기 위해 오게 된 아공간 마법진에 의지를 불어넣으며, 아공간에서 여러 개의 종이 뭉치를 꺼내들었다.
"보여주지. 나의 모든것을."
찌익! 찌이익!
후웅- 쩌엉!
그리고선 그 종이 뭉치들을 마구잡이로 찢어내자, 진우의 몸에서 온갖 이펙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뽕-
거기다 손가락 길이 수준의 길쭉한 유리병의 뚜껑을 따면서, 안에 들어간 주황, 빨강, 초록색 등등, 형형색색한 약물들을 모두 마시면서 유리병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보조 마법이 깃들어진 남궁 신의 수제 마법 스크롤, 그리고 사용자의 힘, 건강, 민첩성 등등, 격렬한 접근전에 필요한 능력들을 도핑시켜주는 물약까지 모두 먹어치운 것이다.
뒤이어 아공간을 개방하여, 도끼, 철퇴, 창, 화살, 검, 단검 등등, 온갖 종류의 무기들을 3분의 1 수준만 꺼내보였다.
거기에는 아키가 애지중지 사용하던 닌자도까지 섞여 있었다.
“자, 이게 나와 삼태극, 그리고 모두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이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제는 ‘모두가 쌓아 올린’ 부분에서 진우의 기세가 바뀌었음을 직감하였다.
방금 전에는 자신을 향한 분노와 평소와 같은 비열하며 가벼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의 그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펼친…부모와도 같은 기세를 펼치고 있었다.
반드시 적을 쓰러뜨려 자신의 것을 지키겠다는 흉폭한 수호의 의지.
그것이 진우의 몸에서 느껴지고 있다.
“재밌군. 너 같은 남자에게서 이런 기세를 느낄 줄…….”
후웅-!
“!?”
순간, 여제는 진우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였다.
텔레포트?
아니다. 이건 순수한 스피드다.
그 증거로 소닉붐 현상으로 땅이 갈라지는 것이 진우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콰직!!
“크헉!?”
정면으로 달려들다 옆으로 선회하여 여제의 얼굴 옆면에다 주먹이 꽂아 넣는 진우의 일격.
그 일격을 맞은 여제의 몸은 엄청난 기세로 날아가며 수백m 이상의 거리를 만들어냈고, 가까스로 두 다리를 땅에 박아 멈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우의 일격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여 100여 m를 더 밀려나갔다.
“으오오오!!”
콰콰콰콰콰----!!
기합성을 지르며 여제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드는 진우의 뒤로 소닉붐 현상으로 인해 안 그래도 쪼개져 있던 땅이 더더욱 부서져나간다.
짜릿하다 못해 얼굴의 표피가 날아가는 고통을 느낀 여제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정면으로 달려드는 진우를 향해 돌진하며 주먹을 날렸다.
콰아앙!!
우직! 우지직!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자, 그 충격파로 땅이 갈라진다.
“끅!”
여제는 자신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먹을 회전시켰어?’
진우는 여제와 주먹이 닿기 전에 신체 변형의 능력을 이용해 주먹을 회전시켰고, 탄환처럼 회전하며 충돌한 주먹은 보다 더 강한 충격력을 가하며 여제의 팔을 뒤로 튕기게 만들었다.
여제는 진우와 걸맞는 신체 변형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유전자 단위로 변형시켜 어떤 환경에서든 싸울 수 있게 만드는 것만 연습해왔지, 공격용으로 훈련을 하지 않았다.
적이 멀리 있으면 날아가는 쪽이 더 빠르고, 굳이 신체 변형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적들은 픽픽 죽어나가니, 그녀의 신체 변형 능력을 이용한 공격 능력은 최하나 마찬가지.
너무나 강하기에, 너무나 빠르기에, 날개로 인해 어떤 곳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기에 생겨난 간극.
그 간극이,
“으아아아아!!”
쾅쾅쾅쾅쾅!!
지금 같은 우세를 만들어냈다.
상체를 좌우로 흔들면서 주먹을 휘둘러 여제의 안면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진우의 모습은, 너무나 빨라서 하체는 하나, 상체는 여러 명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으윽!”
하지만, 여제 또한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콰득!!
그녀는 얻어맞는 와중에도 무릎을 휘둘러 진우의 허리를 가격하였고, 여제를 쓰러뜨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던 그는 그 공격에 허리가 옆으로 휘었다.
“끄득!”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신음성을 삼킨 진우였지만, 허리를 공격당한 충격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것은 확실한 사실.
입안이 터진듯이 붉은 피를 흘리고 있던 여제는 움직임이 둔해진 진우를 향해 추가타를 날리기 위해 돌진하였으나,
슈슈슉!
진우의 뒤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유물 무기 몇 개가 여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아공간의 유물들은 어디의 영웅왕마냥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막고자 4~5개 정도의 유물 무기를 던진 것이지만, 그녀를 막으려면 보다 3배는 더 많은 무기를 꺼내야만 하였다.
타타탁!
여제는 순간적으로 팔이 십 수개로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의 속도로 유물 무기들을 손등으로 쳐내면서 지근거리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하였다.
투콰아앙!!
그녀는 그대로 진우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고, 배에서, 아니,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소리와 함께 진우는 피를 토해내며 총알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콰콰콰콰----
여제는 그런 진우를 향해 쫓아갔고, 그가 달려나간 길은 흙이 솟구치고 발자국이 깊게 파여나갔다.
“큭!”
입가에 피를 흘리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진우는 아공간에서 비수 하나를 쥐어 여제의 미간을 향해 내던졌다.
머리를 공격한다는 것은 성공만 하면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지만, 그만큼 목표가 작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기에 쉽게 성공할 수 없는 부위다.
여제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꺽으면서 비도를 간단하게 회피하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진우는 용광검을 소환하며 크게 내려 찍을 자세를 취하였다.
순간, 여제는 뭔가 기이한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봐도 저 자세는 추격타를 가하려는 적에게 공격하기 위한 자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치 무방비가 된 적을 공격하기 위한 자세.
게다가 허공에서 날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도를 잡아서 던진 것도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어떤 수가 있다 한들 일단 주먹을 꽂아넣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휘두르던 순간,
스팟-
텔레포트 특유의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진우가 있던 자리에는 한 자루의 비도가 있었다.
그것도 아까 방금전에 던진 비도가.
진우가 던진 비도는 암살자가 사용하던 유물 무기의 특수 효과로, 무기와 자신의 위치를 바꾼 것이다.
즉, 진우의 현재 위치는,
‘뒤!’
여제의 바로 뒤.
“뒈져어어!!”
진우는 거친 기합성을 내지르며 미리 준비된 자세에서 용광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즈즉!!
제대로 손맛이 느껴지는 일격.
하지만, 진우의 표정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이 씨발!”
여제의 두 날개가 X자로 교차하면서 진우의 공격을 받아낸 것이다.
2개의 날개는 절반씩 잘려져 나갔지만, 그래도 몸이 베인 것보단 나았다.
후웅!
여제는 날개의 고통을 무시하며 몸을 크게 돌려 진우를 공격하였고, 진우는 재빨리 뒤쪽으로 몸을 피하였다.
회심의 일격을 실패한 진우는 분노 어린 표정으로 여제를 향해 쏘아붙였다.
“이 개같은 쌍년이……! 네 년, 날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
여제는 지상에서 사는 인간을 위해 날개를 봉인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거기다가 날개를 사용한다면 자신의 패배로 여기겠다는 말도 함께.
“하…하하…후하하하하하!!”
하지만, 여제는 날개에서 느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읏!?’
그것도 진우가 놀랄 정도로 광기어린 웃음을.
“이거야! 이거라고! 내가 찾아왔던 모든 것! 드디어! 드디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져!”
대체 몇 십, 몇 백년 만일까.
자신과 이렇게 서로 주먹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호적수.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의 위기를 느끼게 만든 적수.
처음엔 남궁 신이 가장 근접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정면대결을 붙으면 필패한다고 여겨 유능제강의 원리로 반격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에 비해, 진우는 정면에서 주먹을 치고 받으며 자신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아니, 자신보다 아주 약간이나마 좀 더 빠르고 강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지구의 유물 무기를 통해 순간적인 기지를 보여주며 여제에게 ‘죽는다’ 라는 위기감을 안겨주었다.
“흐읍!”
쫘악!
여제는 뭔가 결심하였는지 자신의 날개죽지를 붙잡아 힘껏 잡아 당겼고, 그녀의 힘에 의해 날개는 단숨에 뽑혀져 나왔다.
“이걸로 너와 나는 완벽하게 동등해졌다! 계속 해보자고! 이 심장이 식기 전에!!”
날개를 사용하면 패배라는 룰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싸우자며 울부짖는 여제의 모습에, 진우는 진지하게 딴지를 걸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에게 목숨을 한번 구함을 받았으니, 그걸로 퉁치자고 말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좋아, 어차피 나도 네 년을 때려 눕혀야 분이 풀릴 것 같거든. 날개를 사용했다고 패배라는 결과는 처음부터 미적지근하다 생각했어.”
“하하하하핫! 사과하마! 그대의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한 것을! 그대야말로 진정한 나의 호적수다!”
만약 이 자리에서 진우를 죽인다면?
그렇게 된다면 남궁 신이 분노에 미쳐 자신을 죽이고자 달려들겠지.
전투가 끝나도 격렬한 혈전을 거듭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흥분으로 다가온 여제는, 이미 재생이 다 됐지만 입 안에 고여있던 피를 퉤 뱉으며 앞으로 돌진하였다.
============================ 작품 후기 ============================
너무 짧으면 최종 보스라는 위엄이 없고, 너무 길면 지루하니 그 적정선을 잘 찾아야겠는데...
뭐 어차피 댁들이 기대하는 것은 ㅅ스! 겠지만 나름대로 스토리를 즐겨 보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니 밸런스를 맞춰줘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