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84화 (884/923)

0884 / 0923 ----------------------------------------------

12장

그로부터 며칠 후, 핵무기 해체 전문팀이 중국 땅에 도착하였다.

그 동안 지하드 창고에 있던 자재를 통해 최대한 수리를 하여 최소한의 자기 방어가 가능하게 된 삼태극에선 창귀와 두억시니, 그리고 부상을 회복한 몇몇 노예들과 함께 그들을 맞이하였고, 중국에 있는 모든 핵무기의 수량과 위치를 알려주었다.

양쪽 모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여 군대에 가까운 경호팀을 이끌고 왔지만, 다행히도 서로 먼저 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생각보다 삼태극에서 협조적인데?”

핵무기 해체를 위해 파견된 기술자들은 핵미사일 발사 기지에서 해체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 명이 삼태극이 정말 핵무기를 해체하는걸 허락하리라 예상치 못하였기에 ‘협조적’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협조적은 개뿔. 지금 미국이랑 여러 유럽 국가의 수장들 모가지 따이기 일보 직전이란 거 몰라?”

10등급 이능력을 가진 복제인간들은 페리샤의 명령을 받아 방위력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각 국의 수장들을 포로로 붙잡았고, 화장실부터 잠자리까지 따라가며 언제든지 목을 따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처음엔 꺼리칙하고 불편하였지만, 복제 인간들은 모두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없는 인형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서 대부분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국가의 수장이 하루종일 삼태극에 의해 목숨이 위협받고 있기에 대외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도 정치가들이나 대기업 임원들 사이에선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며, 실제로도 그들이 인질로서 붙잡힌 사실이 크게 알려졌기에 일반시민들도 조금만 생각하면 다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정부에 소속된 기술자들인 그들은 당연히 위쪽의 분위기를 통해 대충 눈치를 챘지만, 그래도 ‘일단은’ 대외비 수준의 비밀이기에 굳이 사람 많은 곳에서 꺼내진 않았다.

“숫자가 이렇게 많고 다른 나라에선 중국의 핵무기가 몇 개인지 정확하게 모르잖아. 그나마 대충 수백개 정도라고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러니까 최소 몇십개 정돈 어디다가 숨겨둔 게 분명해.”

삼태극에서 자신들이 사용할 핵무기를 어디다가 숨겨뒀다고 확신한 기술자는, 해체 작업을 마무리 지으면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분열 장치를 회수하며 핵미사일 하나를 껍데기만 남기는데 성공하였다.

“해체 완료.”

이쪽 기술팀의 팀장이 경호를 위해 붙여진 경호팀을 향해 핵미사일 해체를 완료했음을 알리자, 경호팀에 호위아래 분열 장치를 저온 박스에다 회수하며 기술자들이 이끌고 온 수송용 트럭에 묶어두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향해 2기의 창귀가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해체 작업을 완료했음을 마스지드에게 신호를 보내 알리면서 부스터를 사용해 어디론가 날아갔다.

명백하게 자신들을 감시하던 창귀들의 모습에 경호팀과 기술자들 모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일은 작게는 적대국의 위험 요소를, 크게는 지구의 위험을 처리하는 일이였기에 감정에 따르기 보단 자신들에게만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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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치료 캡슐의 힘 덕분에 의식을 되찾게 된 매그너스는, 지하드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기본적으로 가치관이 정의로운 그의 성격상, 삼태극 소속이 되어버린 현실이 불편할 수 밖에.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주고, 꿈도 이루지 못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진우가 울부짖으며 도와달라 소리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이고 말았다.

아론은 남궁 신이 ‘은혜를 갚는다’ 라면서 무공과 호흡법이라는 것을 전수해주겠다며 어디론가 함께 갔고, 다른 이들은 모두 각자만의 임무가 있는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뉴욕에서 탄탄한 회사를 만들었던 매그너스는, 자신의 부지런함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다.

거기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고뇌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그의 표정이 복잡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지잉-

그 때, 삼태극의 증표라며 옷의 가슴 쪽에다가 달아준 신호기에서 홀로그램이 매그너스의 눈 높이에 맞게 튀어나왔다.

삼태극의 일원에겐 매우 익숙한 일이지만, 이런 홀로그램 기술에 적응되지 않은 매그너스는 깜짝 놀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격 자세를 취할뻔 하였다.

-여, 매그너스.-

거기에선 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좋다. 나도 너와 대화를 하고 싶었으니까.”

-바람 좀 씌게 밖으로 나와. 위치는 이쪽이다.-

진우가 무언가를 찍는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진우의 홀로그램 옆으로 지하드 내부의 지도와 가야 할 방향이 화살표로 선을 이었다.

마치 게임의 미니맵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를 따라가자, 지하드 1층으로 향하여 출구로 나오게 되었다.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사람이 앉기 적당한 크기의 바위에 걸터앉아, 지하드를 향해 등을 보이고 있는 진우의 뒷모습이였다.

진우는 매그너스의 기척을 느끼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맥주캔을 보지 않고 던졌지만, 맥주캔은 정확하게 매그너스를 향해 날아왔다.

그것을 낚아챈 매그너스는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과 함께 뚜껑을 따며 진우의 옆으로 다가왔다.

“…….”

“…….”

두 남자는 맥주를 몇 모금 마시면서 입을 다물었고, 그렇게 시간이 몇 분 정도 흐르게 되었다.

“정식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두지. 너희들이 도와준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으니까.”

먼저 입을 연 것은 진우였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네 성격으로 우리를 도와줄 거라곤 생각치 못했어.”

“나도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엄청 후회중이다. 지금도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나 싶을 정도로.”

“후후. 하긴, 네 성격상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

“?”

왠지 평소의 활발하다 못해 지랄 같았던 성격이 보이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뭔가 이지적인 진우의 모습을 본 매그너스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뭔가 느낌이 다른데?’

다른 회사와 거래를 위해 찾아갔을 때, 당시의 거래처는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대규모 정리 해고를 막 시작했을 때였다.

그리고, 그 정리 해고에 들어간 이들과 비슷한 분위기,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긴듯한 분위기를 진우가 표출하고 있었다.

“어쨌든 도움을 받았으니 은혜는 갚아야지. 네가 원하는 게 뭐든지 좋으니까 말해봐. 세계 정복을 하지 말라느니, 내 목숨을 달라느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원은 빼고 다 들어주지.”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같은 가벼운 대사였지만, 매그너스는 왠지 모르게 진우의 목소리와 표정 너머에서 고요하게 피어 오르고 있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글쎄, 갑자기 그런 말을 하라고 해도 당황스럽군.”

일단 여기선 상대방의 의도를 알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

그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기에 이런 말을 하는건지,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일부러 의뭉스럽게 대답한 매그너스.

그런 그의 모습에, 진우는 맥주를 몇 모금 더 마시고선 몸을 일으켰다.

“아직 생각한 것이 없다면 되도록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거야. 너무 늦으면 네가 빌 수 있는 소원이 없어질 테니까.”

“뭐?”

캔을 아무렇게나 내던진 진우는 지하드로 돌아가면서 매그너스에게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쓰레기 같은 잔해밖에 남지 않으면 빌 수 있는 소원도 적어지겠지.”

“!!”

너무 늦으면 빌 수 있는 소원이 없어진다.

쓰레기 같은 잔해밖에 남지 않는다.

매그너스는 자신을 지나칠 때 진우가 보여준 눈빛과 지금의 대사 때문에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아났다.

“잠깐!”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여기서 잡지 못한다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생각한 매그너스는 진우의 어깨를 잡으며 발걸음을 막았다.

“무슨 생각인거지? 세계 정복이 목표 아니였나?”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린 진우의 모습을 확인한 매그너스는, 그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잡던 손을 떨쳐내고 말았다.

너무나 짙으며 어두운 살기를 느낀 몸의 본능이 빨리 떨어지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그랬지. 그런데 ‘소중한 것’ 을 잃고 보니까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고. 나도 솔직히 몰랐어. 내가 설마 아버지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분노를 느낄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

자조섞인 미소를 지어보인 진우는 지하드로 향하며 다시 자신의 제안을 강조하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를 구해준 소원은 되도록 빨리 말하는 게 좋을거야. 너무 늦지 말라고.”

그렇게 말한 그는 지하드 안으로 향하였고, 혼자 남게 된 매그너스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이마를 손등으로 훔쳤다.

‘땀?’

자신에게 향한 살기가 아니였지만, 방금 전에 진우가 보여준 살기를 느낀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매그너스는 평소와 달리 매우 무거운 진우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이번 전쟁으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가벼움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장난으로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파괴하던 괴물이 진심으로 움직이고자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지구가 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소원만이 그의 행위를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였지만, 진우는 말도 안 되는 소원은 들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하였기에 그의 입장에서 허용 가능한 범위를 알아내는 것이 최우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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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핵무기 해체팀이 모여서 중국 땅을 돌아다니며 핵무기를 해체하는데 시간을 소모시킨 페리샤는, 일부러 그들을 이리저리 뺑뺑이 돌리면서 최대한 시간을 버는데 주력하였다.

야생 괴수를 이따금씩 보낸다던가, 서로 같은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던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등, ‘치졸하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열한 수를 썼지만, 그녀에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분 1초라도 더 벌어야 삼태극의 전력이 되어줄 무인 병기를 하나라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리샤는 공중전에 능한 창귀와 화력전에 반드시 필요한 골출귀들을 우선 생산하면서 숫자를 늘려나갔고, 일부러 연합군의 이능력자에게 숫자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미리 따로 빼낸 혈강시 키메라들을 불러모아 지상전 병력을 강화시켰다.

진우의 노예들은 그 시간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였고, 자신의 방에서 하염없이 울던 아키가 눈에 독기를 품으며 훈련장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하였다.

남궁 신은 여제와 싸우면서 겪었던 경험을 소화하는 한편, 아론에게 무황의 내공심법과 무공을 가르치는데 주력하였다.

무황의 무공을 알려주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남궁 신의 가르침을 받으며 무공이라는 힘을 겪게 된 아론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스펀지 마냥 흡수하면서 더더욱 강렬한 열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굳이 정의의 길을 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고, 신에게 진우로부터 한가지 명령이 더 있었다.

그것은 10개의 생명석을 하나로 응축시키는 작업.

자신의 수련과 아론의 훈련, 생명석의 응축 작업을 해나가던 신은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에 생명석 작업을 끝마쳤다.

“이게 그 생명석이군.”

다른 생명석과 달리, 강인함이 느껴지는 빛을 발하는 10개 응축분 생명석.

외부와 격리된 대련장에서 편하게 앉아있던 진우는 일반적인 생명석보다 크고 빛이 강한 그것을 잡으며, 신기하다는 듯이 생명석을 이리저리 확인하였다.

“형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굳이 10개가 아니라 2~3개 정도만 섭취하셔도…….”

“신.”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을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있던 신이 진우에게 충언을 하려 하였지만, 진우는 그런 그의 말을 도중에 막았다.

“나도 이게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제와 싸우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도박이 필요한거야.”

“여제는 제가 잡겠습니다. 마법의 힘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미리 준비를 갖춘다면…….”

“신.”

이번에도 진우는 신의 말을 도중에 가로막았다.

“그 년은 나를 보면서 비웃었다. ‘겨우 이정도 밖에 안 되는 녀석 이였나?’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노골적인 비웃음이였어. 게다가 하루만에 내 여자들을 잃고, 자존심을 잃고, 내 아이까지 잃었다. 너는 나를 어디까지 추락시킬 생각이지?”

“…죄송합니다…….”

진우의 추궁에 신이 할 수 있는 말은 사과밖에 없었다.

후지미네와 플래티나의 죽음은 충격적 이였지만, 전쟁이 계속되면 누군가는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진우는 복수를 다짐하며 충격을 어느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제가 보여준 노골적인 비웃음은 그의 자존심을 찢어발겼고, 그랜드 아크에 의해 잃어버린 아이는 그도 모르고 있던 아버지로서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주군 대신에 제가 다 싸워드릴께요!’ 라고 말하는 것은 진우의 자존심을 진흙탕에다 내팽개쳐 짓밟는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남궁 신에게도 양보할 수 있는 한도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제가 형님의 몸 속을 한차례 관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생명석의 기운을 내 몸 전체에 고루 퍼트리겠다는 의도군.”

차원이동 전에 판타지 소설과 무협 소설을 많이 읽어본 진우는 신의 의도를 눈치챘고, 이정돈 양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의 허락을 받게 된 신은 그의 등에 손을 올리며 조심스래 손바닥을 통해 내공을 퍼트려나갔고, 진우의 혈도와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어제 거의 다 쓰다가 약속 시간이 있어서 나갔는데 결국 예상대로 엄청 늦게 돌아와버렸당....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마무리 짓고 올림. 뭐 이상한거 있으면 리플로 알려주셈. 점심 시간때 고칠텡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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