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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콰앙!
“후하하하핫! 재밌구나! 재밌어!”
예상치 못한 일격으로 피를 보면서 건물 잔해에 깔렸던 여제는, 조금도 기죽지 않은 웃음과 함께 파편을 날려버리고선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내 차례…….”
휘릭-!
대충 남궁 신의 공격력을 확인한 그녀는 이번엔 자신이 공격하려 하였지만,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가 발목을 붙잡았다.
“끄어어어어---!”
“키헤에엑!”
“음?”
방금 지옥에서 기어올라 왔다고 해도 믿을 몰골의 인간들이 여제의 몸을 그림자로 이루어진 검은 늪으로 끌고 갔다.
그와 동시에 보법을 밟으며 빠르게 돌진한 신은 쌍용검을 크게 휘두르며 여제의 목덜미를 직접적으로 노렸다.
당연히 그대로 가만히 맞아줄 생각이 없었던 여제는 상체를 살짝 옆으로 꺽으며 남궁 신의 손목을 내리치기 위해 손날을 세워 휘둘렀다.
쉬릭-
순간, 여제의 목을 노리던 신의 검격이 갑작스럽게 궤도가 바뀌면서 옆구리를 베어내려 하였다.
여제는 다시 한번 허리쪽을 방어하고자 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남궁 신의 상체가 2개로 나뉘어지면서 허리를 가르는 남궁 신과 어깨부터 대각선으로 베어내는 남궁 신이 나타났다.
쉭쉭쉭쉭!!
거기서 만족하지 않은 남궁 신은 허리, 왼쪽 어깨를 노리는 대각선, 오른쪽 어깨, 명치를 노리는 분신들을 만들면서 네 방향으로 짓이겨왔다.
대부분 이런 공격은 잔상을 이용한 속임수다.
인위적으로 잔상을 일으키는 이능력, 혹은 잔상을 남길 정도의 속도를 반복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현혹하여 회심의 일격을 먹이는 게 일반적.
‘눈속임이 아냐.’
하지만, 신의 잔상들은 하나같이 진짜로 바람을 가르며 짓이겨 온다. 가짜에게서 절대 나올 수 없는 현상.
여제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은 괴물들의 손을 뿌리치며 앞으로 내딛으며 잔상들이 휘두르는 검을 손바닥으로 쳐냈다.
후웅-
여제가 남궁 신의 검날을 쳐내자, 마치 처음부터 잔상 이였던 것 마냥 연기처럼 휘날리면서 사라졌지만, 직접 검날을 쳐낸 여제는 모두 물리력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제는 발목을 잡아 당기는 괴물들의 모습에 당황할 법도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무시하면서 정면에서 날아오는 남궁 신의 검격을 모두 가볍게 쳐냈지만, 명치를 찔러내던 남궁 신을 쳐내자 눈이 살짝 희둥그래졌다.
본체라 생각한, 유일하게 몸이 정상적인 남궁 신의 모습이 바람에 휘날려 연기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투확!
흩어지던 남궁 신의 아랫배 쪽에서 자세를 낮춘 진짜 남궁 신이 모습을 드러내며 안쪽으로 깊숙히 파고들었고, 여제의 복부에다 손바닥을 강타하였다.
“타핫!”
퍼엉!
기합성과 함께 기를 내지르자, 여제의 복부쪽에서 북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녀의 뒤쪽에 잔해들이 거친 기의 파도로 휘날려나갔다.
“쿨럭.”
침투경浸透勁.
외공의 극한에 다다른 이는 검강조차 몸으로 막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상대방의 몸속에 기를 넣어 폭발시키는 방식이 있다.
아무리 강인해도 내장까지 단련할 수 없는 법이기에, 여제 또한 작게 피를 토하며 기침을 토해냈다.
데미지를 입은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강자였다면 내장을 가격하는 기의 충돌에 배를 쥐어 싸며 괴로워해야 정상이지만, 여제는 피를 토하고 상체를 숙인 것 외에는 표정의 변화조차 거의 없었다.
마치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어째서 표정이……?’
신은 그랜드 아크나 진우여도 내장이 터져나갈 정도의 위력을 쏟아 부었는데도, 표정이 놀랍도록 평온한 여제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솔직히 그는 이 한방으로 끝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제는 신의 눈빛에서 당황함을 엿보았는지, 정면으로 돌진하며 빠르게 안면으로 잽 형식의 펀치를 날렸다.
까창!
“!!”
미리 펼쳐둔 실드 마법이 깨지면서, 그 후폭풍으로 거센 바람이 신의 안면을 불어 닥치며 머리칼이 이리저리 휘날린다.
그래도 실드 마법이 여제의 첫 공격을 막아준 덕분에, 태세를 전환할 시간을 벌었…….
투콱!!
“크윽!!”
순간, 신은 본능적으로 살기를 느끼며 옆구리를 팔로 막으면서 아슬아슬하게 팔과 여제의 다리가 부딪혔다.
후우웅! 쿵! 쾅! 콰앙!!
그 충격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신은 그대로 폐허가 된 건물들을 박살내며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고, 세 번째 건물을 관통하며 튕겨져 나오면서 쌍용검을 바닥에 박으며 속도를 감속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쒜엑-!
신보다 먼저 뒤쪽으로 이동한 여제가 팔꿈치로 그의 어깨쪽을 내리찍은 순간,
스팟-
장거리 이동을 하는 텔레포트와 달리, 짧은 거리만 이동할 수 있기에 그만큼 빨리 시전할 수 있는 블링크 마법을 시전한 신은 여제의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쌍용검을 휘둘렀다.
쒜엑-
하지만, 쌍용검은 여제의 몸에 박히지 않고 관통해버렸다.
‘잔상?!’
흐릿해진 여제의 몸이 사라지자, 남궁 신은 자신의 눈을 속인 여제의 속도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블링크를 시전하였다.
원래라면 여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지만, 자신의 눈과 감각을 속였다는 것은 그 자리가 사지死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17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옥상으로 몸을 옮긴 신은 아래쪽을 보면서 여제의 모습을 확인하려 하였…….
우지직!!
순간, 남궁 신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어…떻게……?”
그는 자신의 뒤쪽을 점하고 옆구리를 가격하여 갈비뼈의 일부분이 부러뜨린 여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반격을 가하거나, 회피하거나, 방어를 해야 한다거나, 어떻게든 후속타를 대비해야 하건만, 신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대가 여의 뒤쪽으로 이동하였을 때, 그 독특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 그래서 다시 한번 사용하길래 그 기운이 향하는 곳에 먼저 도착해 있었던 것뿐이니라.”
즉, 블링크의 마력을 느껴서, 그 마력이 향하는 곳을 먼저 도착하였다는 뜻.
물론, 판타지 세계에서 기사들이나 마법사들도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마나를 겨우 몇 차례 겪으면서 그 기운을 이해하고, 눈 깜빡 할 사이에 이동하는 블링크 마법의 속도를 따라잡았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였다.
‘이런 괴물 같은…….’
여제는 판타지 세계에서도 최강의 존재로 군림하던 드래곤조차 웃으면서 맨손으로 찢어발길 수 있는, 상식에서 벗어난 괴물이였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하다고 포기할 수 없다.
“블…레이…징…….”
“음?”
여제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신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스토옴!!”
화아아악!!
“!?”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여 가만히 있었던 여제는, 신의 발빝에서 거대한 화염이 날카로운 형태로 치솟아 오르자, 거기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깜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크읏……!”
팔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고통을 느낀 여제는 신음성을 흘리면서 뒤로 물러섰고, 그녀의 팔에는 화상 특유의 일그러진 피부가 자리잡았다.
‘화상을 입었다?’
신은 자신의 마법으로 타격을 입은 여제의 모습과 표정에서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가 아님을 직감하였다.
‘마법!’
그렇다. 여제의 약점은 마법.
종족 특성인 건지, 아니면 외계인들 자체가 마법 저항력이 약한 건지 모르겠지만, 판타지 세계에서도 강인함과 터프함으로 유명한 거인족들도 마법 저항력이 약했던 것을 보면 단순히 육체의 강인함이 마법 저항과 이어지지 않는 듯 싶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침투경으로 내장이 폭발하는 충격을 가해도 꼼짝도 않던 여제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고통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자신이 어째서 여제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예언의 영웅인 건지 깨닫게 된 신은, 마법을 보호용, 무공을 공격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반대로 전환하였다.
‘일단 매직 미사일로 견제한다!’
여제는 마법에 대해 잘 모른다.
그렇기에 마법의 강약을 조절하여, 약한 마법 가운데 강한 마법을 섞어 공격하거나, 강한 마법인척 하며 약한 마법을 사용하여 속여나가는 전술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쉭쉭쉭---
굳이 입 밖으로 영창하지 않아도 되는 저서클의 마법인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낸 신은 여제를 향해 쏘아보냈다.
마력으로 강화하여 기존의 매직 미사일보다 몇 배 빠른 스피드로 쏘아져 나갔지만, 여제의 동체시력을 뛰어넘는 스피드는 불가능했다.
여제는 신이 사용한 마법에 꺼림칙함을 느끼면서도, 신에게 거리를 벌려주면 안 된다고 판단하였는지 앞으로 빠르게 다가오며 상체를 복서처럼 흔들었다.
“파이어 월.”
하지만, 신 또한 그 상황을 예견하였기에, 매직 미사일을 시전하면서 조용히 영창하고 있던 파이어 월 마법을 사용하였고, 붉은색과 하얀색의 중간쯤에 속한 화염의 벽이 솟구쳐 나왔다.
투화악!
“!!”
하지만, 여제는 살가죽을 녹일것만 같은 불의 장벽을 우회하지 않고 정면으로 뚫으며 남궁 신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여제가 우회하여 공격할 때를 대비하고 있던 신은, 몸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며 살점 여기저기가 일그러진 채로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하였다.
우주의 황제라는 자리에 속한자가 뭐 이렇게 무식하냐는 욕을 속으로 내뱉으면서.
보법을 밟으며 현란하게 몸을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거리를 벌린 신은, 좁은 옥상에선 마음대로 싸울 수 없다고 판단하며 아무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다.
‘플라이 마법으로 공중에서 폭격을 할까?’
추락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제는 지구인이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이유로 날개를 봉인했다. 하지만, 내가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날개의 봉인을 풀 수 있어.’
날개가 달려있는 종족이라는 것은 공중전이 특기라는 뜻.
마법이나 기계의 힘을 사용해야만 공중전이 가능한 인간의 경험치론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종족과 하늘에서 승부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적에게 홈 그라운드를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득과 불이익의 편차가 너무나 크다.
쿠웅!
지상에 착지한 신은 곧바로 보법을 사용해 전력으로 거리를 벌렸고, 0.2초의 차이로 그가 있던 자리로 여제가 주먹을 내리꽂으며 착지하였다.
“시이이인!!”
여제는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와 함께, 살기 넘치는 목소리로 신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들었다.
신은 그런 여제의 공격을 전력으로 피하면서 계속 마법을 갈기며 철저하게 원거리 전을 펼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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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쿠콰쾅!
“이길 수 있어…이길 수 있다고……!”
이벨은 폭음과 함께 여제의 몸에 상처가 늘어날 때마다 주먹을 쥐면서 승리감에 고취되어갔다.
‘이 독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만약, 반격의 기회가 이 독을 여제에게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그 때는 여기 있는 전원이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이 불가능한 여제의 힘에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 위기 속에서 단 한번의 기회만 허용된다고 생각하면 위가 쓰릴 지경.
참고로 이벨이 가진 독은 그리핀이 만약을 대비하여 연구, 보관하겠다며 그녀가 사용할 분량만을 두고 회수해두었다.
하지만, 승리의 확신을 하고 있는 이벨과 달리, 진우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아냐…….”
“진우씨?”
“이건…뭔가가 아니야……. 뭐라 표현은 안되지만…이대로 흘러가게 되면 안 돼……!”
진우는 아키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자신의 몸 속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그러면서도 불쾌한 기시감에 횡설수설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나도 뭔가…익숙해…….’
뭐라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뭣하지만, 자신도 예전에 비슷한 무언가를 느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키와 진우는 이 불쾌한 기시감의 정체가 뭔지 알아내고자 노력하였지만, 그 노력이 성과를 만들기 전에 남궁 신의 활약이 먼저였다.
“와아아아!!”
이벨의 환호성과 함께, 여제의 몸에 두꺼운 고드름 같은 얼음 송곳들이 박혀 들어가는 장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치열한 혈투를 벌이다가 기회를 가지게 된 신이 여제에게 치명상을 입히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람 주먹만한 얼음 송곳이 몸 전체에 빼곡하게 박히면서 관통된 모습을 보자, 이벨은 여제가 죽거나 그에 준하는 치명상을 입은 거라 확신하였다.
하지만, 진우와 아키에겐 불쾌한 기시감이 극한까지 치닫아, 구역질이 목 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랜드 아크는 그런 진우를 향해 다가왔다.
“흐하하핫! 됐어! 됐다고! 이제 여제도 끝났다!”
“아니, 잠…….”
쨍그랑!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려던 찰나, 진우는 자신의 안면에 딱딱한 뭔가가 부딪혀 깨지고, 축축한 액체의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어……?”
진우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멍한 표정으로 그랜드 아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침울한 표정의 그랜드 아크가 무언가를 내던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진우.”
“너……!”
퍼억!!
진우가 뭐라 외치려 하였지만, 그랜드 아크의 주먹이 진우의 안면을 후려치는 것이 먼저였다.
============================ 작품 후기 ============================
어제 진짜 심하게 체해가지고 도저히 글을 못 쓰겠더군요;;
특히 이번 편은 매우 중요한 스토리 부분 이였기에, 막돼먹은 컨디션으로 썼다간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 푹 쉬고 오늘 글을 올립니다.
진짜 왠만하면 아프다고 찡찡거리지 않는데 어제 체한건 진짜 지옥같았어요. 그 고통을 1주일 동안 겪으라면 차라리 그 전에 자살하고 싶은 기분이였음.
그래서 어제 혹시나 싶어 공지를 썼는데 몇 분이나 봤을지는 잘 몰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