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63화 (863/923)

0863 / 0923 ----------------------------------------------

12장

우르르르-

건물들을 박살내며 날아가다 멈춘 여제는, 목을 좌우로 가볍게 까닥거리며 어깨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냈다.

진우 일행은 모르겠지만, 우주에서 수많은 강자들과 싸워온 여제는 상대방의 강함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몇 단계로 나누는데, 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능력을 사용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

그 때, 다른 이들이 공격하고 있을 동안 조용히 힘을 축적시켜둔 쿠베리아트의 레이저 포가 방금 몸을 일으킨 여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대체 어떤 신체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에서 레이저가 튀어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칼리 제국의 전함조차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의 레이저는 여제의 몸을 휩쓸려던 순간, 여제가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며 손을 크게 뻗었다.

파츠츠츠측!!

위에 설명했듯이 전함조차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의 레이저 포를 한 손으로 간단히 막아낸 그녀는, 손바닥을 가볍게 털면서 손바닥에서 피어 올라오는 연기를 털어냈다.

“호오. 이건 처음 보는 능력인데?”

쿠베리아트의 공격을 막아낸 이후,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푸른색을 띈 구체들을 발견한 여제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

그 때, 여제의 그림자가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등을 향해 검은 가시가 튀어나왔다.

‘이건?”

지금껏 수많은 이능력자들을 상대해왔기에 이능력의 기운이라면 눈 감고도 어떤 종류인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나, 이 힘은 어떠한 이능력의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여제의 얼굴에 미미한 균열이 일어났지만, 딱 그 정도였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보자면 화살 수준밖에 안 되는 속도로 날아오는 공격. 그런 느릿한 공격을 맞아주는 것 자체가 이능력자에게 있어선 굴욕이나 마찬가지다.

여제는 몸을 최소화하게 움직이며 자세를 옮겼고, 그와 동시에 푸른 구체들이 사방에서 탄환처럼 쏘아졌다.

사람의 몸으로 피할 수 없게끔 사방에서 몰아쳐오는 푸른 구체들.

여제는 여유로운 자세로 손등으로 푸른 구체들을 후려치면서 날려보냈다.

퍼펑! 퍼퍼펑!

그녀의 손이 휘둘러질 때마다 푸른 구체는 펑펑 터져나갔다.

애초에 이 푸른 구체는 직접 몸으로 때려 박아서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폭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것이였다.

찌릿- 찌릿-

‘음?’

순간, 여제의 표정에서 가장 큰 균열이 일어났다.

그래봤자 눈썹이 살짝 올라간 정도였지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칼리 제국의 외계인들에겐 지진으로 치자면 진도 9.0에 달하는 충격을 가져다 주리라.

어쨌든, 여제는 푸른 구체들을 모두 때려잡은 후에 느껴지는 고통에 손등을 보았고, 거기에는 살점이 약간 뜯어지며 붉은 살점이 드러나 있었다.

상처는 시간이 초고속으로 재생되는 것처럼 회복되었지만, 여제는 기나긴 세월동안 자신의 몸에 상처를 주는 존재를 보지 못하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이거다. 내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거야!’

여제가 원하는 것은 땅따먹기나 권력 따위가 아니다.

스릴.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상대와의 결투에서 느껴지는 스릴을 원하는 것이다.

그 스릴만 얻을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 정도로 그녀는 강적과의 싸움이라는 스릴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데, 은하 구석의 작은 행성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가 나타났다.

여제는 자신도 황제, 권력자, 위정자가 아닌 싸움꾼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벨을 향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죽어!!”

이벨은 자신의 고향별과 부모님의 원수인 여제를 향해 날개를 오무리며 주먹 형태로 만들었고, 그 위로 수은 같은 것이 뒤덮혀졌다.

형태가 없어 어떤 형태의 무기로 변신이 가능한 바루나스트라가 그녀의 날개의 단단함을 보강해준 것이다.

콰앙!!

바루나스트라로 더더욱 단단해진 이벨의 날개가 가진 파괴력은 단순하게 계산하자면 진우나 그랜드 아크의 힘보다 좀 더 강하다.

“아윽!”

하지만, 이벨은 날개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성과 함께 주르륵 밀려나갔다.

‘어째서!?’

방금전에 진우와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쳤는데, 왜 자신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단 말인가?

하지만, 한차례 밀렸다고 깨갱거리며 물러설 거라면 애초에 이 자리에 올 자격도 없었다.

화르르륵!

이벨은 파괴신 시바가 사용했다는 삼지창, 트리슈라에 정신력을 불어넣으며 마그마 같은 고열의 화염을 토해냈고, 여제는 그 화염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뜨거움에 재빨리 몸을 뒤쪽으로 회피하였다.

‘이거다!’

이벨은 물리적이면서도 물리적인 법칙을 비튼 힘, 유물의 힘이라면 여제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더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크하아앗!”

“크오오오!”

그 때, 쿠베리아트와 그랜드 아크가 달려들며 양 쪽에서 여제의 몸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중국과 일본에서 약탈한 무기 중, 덩치에 걸맞는 거대한 도끼를 가지게 된 쿠베리아트와 그랜드 아크의 분쇄기가 양쪽에서 그녀를 짓이겨졌지만, 여제의 몸은 순간적으로 가속되어 두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빠각! 우득!

“커헉!”

“우윽!”

잠시동안 그녀를 시야에서 놓친 대가는 너무나 컸다.

그랜드 아크는 복부를, 쿠베리아트는 옆구리를 가격당하면서 나동그라진 것이다.

퍼억!!

“케흑!?”

뒤이어 여제의 몸이 나타났을 땐, 이벨의 복부를 무릎으로 걷어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11등급의 신체 강화자 3명의 눈을 속이며 일방적으로 공격한 여제의 속도는 그야말로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였다.

“으…아아아아아!!”

이벨은 복부에서 올라오는 고통을 비명에 가까운 기합성을 토해내며 견뎌냈고, 여제를 향해 트리슈라를 휘둘렀다.

스칵!

고통을 근성으로 견뎌낸 그녀의 일격은 여제의 얼굴을 가볍게 스쳐지나갔고, 트리슈라가 가진 유물의 힘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에서 실핏줄이 그어졌다.

“흡!”

“뒈져!”

“크오오!”

“흐아압!!”

이벨이 만든 틈에 남궁 신과 진우가 검을 휘두르며 공격해왔고, 충격을 이겨낸 그랜드 아크와 쿠베리아트도 반대쪽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하였다.

“캬오!”

“키르르!”

거기에 위쪽에서 플래티나와 리엘루스가 거대한 앞다리를 휘두르며 덮쳐왔고, 아키가 닌자도를 내리 꽂는 자세를 취하며 두 괴수의 빈틈 사이로 텔레포트 하였다.

그야말로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도 없는 상황.

“스으으-“

하지만, 여제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고,

“후우우-“

숨을 내쉬면서 다시 눈을 떴다.

빈틈이 없이 모든 공간을 통해 공격해오는 적들의 모습을 한차례 훑어본 그녀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며 몸을 움직였다.

가장 먼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랜드 아크의 분쇄기를 밟으면서 그의 안면을 향해 무릎을 꽂아 넣었고, 뒤이어 바로 옆에 있던 쿠베리아트의 관자놀이를 발등으로 후려쳤다.

뒤이어 이벨의 복부쪽으로 파고들어 팔꿈치로 명치 부분을 가격, 남궁 신의 어깨를 걷어차고, 진우의 안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 후, 무릎을 굽히며 높이뛰기 자세를 취한 그녀는 점프하여 자신의 머리 위를 덮치려는 플래티나의 앞다리를 걷어차면서 위로 올라가, 닌자도를 든 아키의 옆구리를 발끝으로 가격, 리엘루스의 안면을 걷어차고 플래티나의 머리 위를 발꿈치로 내리찍었다.

퍼퍼퍼퍼퍼퍼퍽!!

“크헉!”

“아악!”

“꺅!”

“키에엑!”

“캬악!”

“커윽!”

0.01초도 지나지 않은 찰나의 순간에 여제의 공격에 당해버린 그들은 각자 비명을 지르며 동시다발적으로 쓰러졌다.

만약, 일반인이 본다면 여제는 가만히 있는데 왜 지들끼리 나동그라지냐며 의아할법한 모습이였지만, 그녀를 공격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인식 범위를 아득하게 넘어선 속도로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였다고.

탁.

여제는 자신의 발꿈치 내리찍기로 얼굴이 땅에 반쯤 박힌 플래티나의 머리 위로 가뿐하게 착지하였고, 고통스러워 하는 지구의 전사들을 한차례 둘러보았다.

그녀가 평범한 악당이였다면 낄낄거리면서 이것밖에 되지 않냐며 비웃었겠지만,

“후후후. 간만에 모든 힘을 사용하니 기분이 개운하구나. 너희들은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 여에게 포위 공격을 한 이들은 많았지만, 너희들처럼 위기감을 주어 본신의 힘을 사용하게 만든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여제는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지구의 전사들을 칭찬해주었다.

“큿…괴…괴물…….”

이벨은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부여잡으며, 여제가 우주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를 내뱉었다.

-----------

“이…이럴수가…….”

“저건…….”

“괴물이잖아…….”

한편, 졸지에 구경꾼이 되어버린 이능력자들은, 칼리 제국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을 통해 진우 일행과 여제의 싸움을 모두 눈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빈틈이 없는 포위 공격을 아득하게 강한 신체 강화의 힘과 속도로 가뿐하게 반격한 여제의 모습에, 이능력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안색이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진우의 말이 맞았다.

만약, 자신들이 저기에 있었다면, 엑스트라 마냥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게 전부였으리라.

너무나 굴욕적이지만,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악당들과 정의의 수호자였던 이벨이 힘을 합쳐도 여제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은 그들의 전의를 빼앗았다.

하지만, 미국쪽의 이능력자들과 영국의 라운드 나이츠는 다른 이능력자들과 달리 당황한 기색이 거의 없었다.

‘아직. 아직이다.’

패배했다고 생각하기엔 이르다.

실력의 차이는 명백하지만, 아직 이쪽의 비밀 무기가 건재한 상황이니까.

‘기회를 노리시오, 이벨. 그렇게 한다면…….’

아서는 속으로 이벨을 응원하면서, 화면 구석에 있는 그랜드 아크와 진우의 모습을 번갈아 보았다.

‘지구의 골치거리도 함께 처리할 수 있으니까.’

제발 이벨이 신중하게 비밀 무기를 사용하기를 빈 아서.

그를 포함한 라운드 나이츠의 기사들은 전원 검의 손잡이를 쥐며 언제든지 유물의 힘을 사용할 준비를 갖추었다.

============================ 작품 후기 ============================

내가 오버워치에 맛 들렸으니 계속 할거라 생각했겠지? 쟌넨! 오버워치도 좋지만 글 쓰는 게 우선이라능!

참고로 여제의 능력은 신체 강화 능력만 있는 게 아님.

하지만 미리 말하면 스포가 되니까 그 부분은 계속 진행하면서 하나하나씩 보여주는 형식으로 갈 예정임.

PS : 오늘은 좀 짧습니다 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