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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굳이 삼태극이 점령한 베이징으로 올 필요가 있겠냐 싶겠지만, 지구의 병기론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칼리 제국의 영역권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고, 따로따로 움직였다가 각개격파라도 당한다면 정예 이능력자들만 잃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다들 삼태극의 전함, 지하드에 탑승하여 다같이 한꺼번에 이동하고자 베이징으로 모이는 것이다.
물론, 삼태극을 믿을 순 없지만, 그렇기에 펜타곤이 앞장서서 베이징에 도착하여 다른 이들의 불안감을 덜어주었다.
"여기가 베이징이라고……?"
"완전 폐허잖아……."
전용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한 펜타곤에 소속된 13명의 이능력자들은, 완전 쑥대밭이 되어 사람이 살 곳이 안되는 베이징의 모습에 씁쓸함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힘만 믿고 안하무인격 행동을 여러번 하였지만, 그래도 2천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는 베이징이 이렇게까지 초토화되어 있으니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이 풍경에 뭔가 가슴속에서 욱하는게 올라올 수 밖에 없으니까.
베이징 공항을 중심으로 주변을 청소해, 지하드와 다른 국가의 비행선이 착륙할 수 있게끔 미리 준비한 삼태극의 지하드는 언제든지 들어오라는 듯이 입구와 올라가는 계단이 개방되어 있었다.
"허. 이 새끼들 듣던 것보다 더 오만한데?"
주변에는 인도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기가 차서 삼태극의 오만함을 욕한 이능력자의 말대로, 들어올테면 들어오고 싫으면 말라는 무언의 체스쳐.
"들어가죠."
직위나 명성, 힘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이벨이 펜타곤 이능력자들의 리더로서 안으로 들어가자는 명령을 내렸고, 그녀의 명령에 다른 이들이 불안해하였다.
"예? 삼태극의 전함 안으로 들어가자고요?"
"어차피 들어가긴 들어가야는 하지만……."
솔직히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삼태극이나 칼리 제국이나 거의 오십보 백보 수준이다.
자기들끼리 지하드 안으로 들어갔다가 함정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냐는 무언의 압박이 이벨에게 쏟아졌다.
"치우는 잔인하고, 비열하고, 더럽고, 치졸하고,"
이벨은 치우에 대해 온갖 악평을 다 늘어놓았고, 지금까지 그녀가 누구를 이렇게까지 욕하는 것은 생전 처음 본 다른 이능력자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표정이 살짝 멍해졌다.
"…이렇게 개같은 새…악당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킵니다. 저도 처음엔 여러분들과 같은 생각이였으니 이해는 하지만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더이상 설득할 건덕지도 없기에 스스로 지하드를 향해 들어섰고, 다른 이능력자들은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다같이 힘이라도 더하게끔 이벨의 뒤를 따라가야만 하였다.
계단위로 올라가서 지하드의 입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이 본 것은 밝은 빛을 발하고 있는 전등들과,
'삼태극은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안에서 마음껏 여독을 푸세요~ ^오^'
라는 표지를 든 무인형 병기였다.
그리고 그 표지 아래쪽에는 화살표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화장실, 오락실, 목욕탕, 휴게실, 뷔페 등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
"……."
"……."
"……."
다들 그 모습에 할말을 잃은 표정이였고, 이벨도 살짝 당황하다가 한 숨을 폭 내쉬었다.
이 치우라는 인간은 다 알았다고 생각하면 꼭 이런식으로 엿을 먹인다고 한탄하면서.
"이거…함정인가요?"
한 여성이 불안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다른 이들도 그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감을 못잡고 있었다.
이벨은 말로 아무리 설명해봤자 모를테니 묵묵히 직진을 하였다.
그 곳은 휴게실 방향으로, 다른 이능력자들은 이벨의 뒤를 따라가며 언제 올지 모를 기습을 대비하였다.
그렇게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자, 이벨을 제외한 펜타곤 소속의 이능력자들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푹신한 소파, 다양한 채널을 볼 수 있는 벽걸이형 TV, 안마기 등등, 백여명의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어서와. 지하드는 처음이지?"
거기에는 기묘한 표정과 자세를 취한 치우가 소파에 앉아 펜타곤의 일행을 환영해 주었고,
후웅!!
일반인까지 모두 다 알고 있는것은 아니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알게 된 치우의 맨얼굴을 확인한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모두 경계 태세를 최대화 하였다.
치우와 삼태극이 가진 악명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지만, 이벨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진우와 마주보는 소파에 앉았다.
"다들 쉬도록 하세요."
"예? 하지만……."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치우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적을 찢어죽이는 것을 선호하지, 함정이나 독같은 치졸한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큭큭큭. 맞는 말이야. 특히 싱싱하고 팔딱뛰는 혈기왕성한 놈들을 찢고 으깨고 짓밟는 그 재미는 최고지. 함정이나 독으로 약해진 놈들은 비실비실해서 영 찢어발기는 맛이 없거든. 그러니 걱정들 말고 편히들 앉아 쉬라고."
그리고선 진우는 소파에 앉은 사람이 잡기 쉬운 높이를 가진 탁자위의 다과에 손을 뻗어, 아무거나 하나 움켜쥐어 입안에 털어넣었다.
"……."
"……."
하지만,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여전히 경계하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을때, 두 명의 백인 남성이 소파로 향하여 털썩 앉아보였다.
"여~ 두 사람 모두 간만이네?"
진우는 그 두 사람을 모두 아는체 하였지만, 백인 남성들은 진우를 향해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과 분위기를 내비쳤다.
진우와 안면이 있는 그들은 매그너스와 아론이였다.
원래라면 정예의 이능력자들 사이에 낄만한 능력이 안됐지만, 기이하게도 윗선에서의 명령으로 두 사람은 다른 이들과 함께하여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듣자하니 여제와 싸우기 위해 각 국의 정예 이능력자들만 모이는 자리라고 했어. 그런데 왜 이런 자리에 우리를 보낸거지?'
매그너스와 아론은 이 궁금증을 알아보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는 제한적이고 다른 이들의 시선도 있어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우는 그들에게 호의적인 눈빛을 보낸 후, 가볍게 박수를 쳐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일단 사람이 다 모일때까지 자유 시간이니 각자 마음대로 즐기도록.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면 각 방마다 어디가 어딘지 알려주는 표지를 든 무인 병기가 있으니 그 녀석을 참조하고. 아, 그리고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순간, 지금까지 가볍게 실실거리던 진우의 눈에 살기가 일어났다.
표정은 미소인데, 눈은 웃고있지 않은 위화감과 살기를 느낀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뒈지고 싶으면 언제든지 마음껏 날뛰어도 좋아. 아니, 꼭 날뛰어 줬으면 싶어. 그래야 본보기라는 이름으로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할 수 있으니까."
양아치같은 말투와 달리,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살기와 기세는 더더욱 강렬해졌다.
정신력이 다소 심약한 어린 이능력자들은 그의 살기와 기세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당장 뛰어나가 공격하는 초짜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경고는 이걸로 끝. 다른 국가의 인원들이 모두 모이면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할테니 그리들 알고 있어."
그렇게 펜타곤의 일행을 맞이한 진우는 가벼운 분위기와 함께, 무인 병기가 들고 있는 표지에는 없는 자동문을 열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진우가 사라지자, 다들 어떤 함정 같은게 발동되지 않을까 싶어 경계하였지만, 아무런 일이 없자 다들 하나둘씩 쭈뼛쭈뼛 거리기 시작했다.
적진 한가운대나 마찬가지인 곳에서 쉬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그냥 일어서서 주변을 경계하자니 정신력의 소모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벨이 한차례 더 쉬라고 지시를 내린 이후에서야 펜타곤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소파에 앉기 시작하였고, 아무런 함정도, 사건도 일어나지 않자 그제서야 조금씩 긴장이 풀리며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
"후하아……. 저게 치우구나……."
"직접 본 건 처음이지만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였어."
"세계를 상대로 싸우니까 저정도 관록은 당연한건가?"
13명…아니, 이벨과 매그너스, 아론을 제외한 10명의 이능력자들은 모두 치우를 직접 본 것이 처음인지, 치우가 방금전에 보여준 살기와 기세를 솔직하게 감탄하였다.
10명의 이능력자들.
이들은 모두 원래라면 칼리 제국과의 싸움에서 각성하거나 발전하면서 큰 역할을 맡게되는 '예언의 세대' 의 이능력자들이다.
예언의 세대를 대부분 모은 펜타곤이였지만, 본래 예언의 세대 이능력자들은 큰 충격을 받거나 칼리 제국의 위협에 각성, 혹은 발전하는 이들이 많았다.
칼리 제국의 위협으로 발전한 이들은 다행히도 대다수가 예언에서 확인했었던 만큼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충격을 받아 이능력으로 각성하는 이들은 절반 이상이 각성조차 못하고 있었다.
인위적인 위협으로는 쉬이 이능력을 각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펜타곤 내부에서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생명의 위기를 느끼게 만들고자 여러 방법을 연구중이였다.
어쨌든, 예언의 세대들 중에서 가장 출중한 능력을 가진 10명을 엄선하였고, 그들은 모두 치우를 처음 볼 수 밖에 없기에 치우와의 대면에서 크게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참고로, 다른 펜타곤의 리더들은 각자 그리핀의 지시를 받고 뭔가를 준비중이였기에, 예언의 세대 이능력자들이 대신하여 오게 되었다.
지잉-
그 때, 진우가 나갔던 문이 다시 열리면서 강인해 보이는 동양인 남성이 집사같은 양복과 하얀 장갑을 통해 정갈한 멋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벨이였다.
"남궁 신……."
"훗. 이제는 애송이들 보모가 되었군."
신은 이벨을 향해 피식 웃어보였고, '애송이들' 이라는 소리에 다른 이능력자들이 발끈하였다.
"아마 너희들은 니가 뭔데 우리를 애송이라 뭐라 생각하겠지."
그는 이능력자들이 뭐라 말하기 전에 선수를 쳤고, 조용히, 그리고 힘있게 기세를 퍼트렸다.
"큭!?"
"으윽!!"
그와 동시에 10명의 이능력자들은 신음성을 흘리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방금전에 진우가 보여준 기세보다 몇배는 더 강한 기세와 살기를 느낀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움직임이 경직되어버렸다.
쉬익-!!
그 때, 조용히 앉아있던 아론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남궁 신의 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신은 그의 주먹을 보지도 않으며 피하였지만 기세를 퍼트리지 못하게 만드는데 만족하였다.
"간만이군, 아론."
"그쪽도."
아론은 남궁 신의 인사를 받았고,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다가 신이 먼저 피식 웃으며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환영 인사는 이쯤으로 해두지."
그렇게 말한 신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옷의 주름을 잡아 펴더니 고개와 상체를 살짝 숙였다.
"여러분들의 편의를 위해 오늘 하루동안 이곳을 통괄하게 된 남궁 신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제게 여쭤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소개한 그는, 마지막에 진우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어떤 시비든 받아드릴테니 삶의 의지가 없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시비를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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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국의 정예 이능력자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훤히 열려진 지하드의 입구를 확인하고선, 들어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응? 그런데 저 전용기는 펜타곤의 것인데?"
"펜타곤이 먼저 왔는데 왜 안보이지?"
"저 안에 들어간건가?"
맨 몸으로 온 그들은 물도, 식량도 전용기에 비축되어 있는 분량밖에 없는데 밖에서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지하드 안으로 들어왔고,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이 겪었던 황당함을 똑같이 겪게 되었다.
'삼태극은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안에서 마음껏 여독을 푸세요~ ^오^'
이런 말이 써져있는 표지를 확인한 그들은, 휴게실 방향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것을 확인하고선 조심스래 휴게실로 향하였고,
"이벨이다. 펜타곤의 이능력자들이 모두 여기 있어."
"이벨이 있어? 그럼 이건 함정이 아니란건가?"
펜타곤의 이능력자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이벨의 얼굴을 확인하자, 다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진우가 어떤 인간인지 자신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현실적인 경험담을 얘기해봤자 믿어주지 않을것이 분명하기에 우물쭈물하고 있을때, 집사복의 남궁 신이 웃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삼태극의 간부, 남궁 신입니다. 저의 주군이신 치우님께서 여러분들을 위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으니 푹 쉬시기 바랍니다."
"헛소리! 이건 함정일게 뻔하잖아!"
"맞아!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거냐!!"
뒤늦게 온 이능력자들은 남궁 신을 향해 적대감을 보였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은 내공의 힘을 사용하면서 그들을 압박하였다.
"큭!?"
"컥!!"
그들은 내공의 힘까지 더해진 압박감에 괴로워 하면서도 어떻게든 저항하려 하였지만, 그와 동시에 신의 살기가 더해지면서 그들의 저항을 뿌리 뽑았다.
"제가 마음만 먹는다면 함정이고 뭐고 당신들을 죽이는데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닥치고, 쉬어."
쉬라고 협박한 신은, 방금전의 살기어린 표정에서 다시 한번 여유로운 미소와 절제된 동작을 보여주었다.
"이런, 땀을 많이 흘리시는 체질인가 보군요. 대형 목욕탕이 있으니 거기서 땀을 씻으시면 되겠습니다."
신의 협박을 정면으로 받은 이능력자들은 헉헉 거리면서 식은땀을 마구잡이로 흘렸고, 그의 살기에 죽는다는 공포감을 느낀 그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역할은 외부인들을 위해 만든 공간의 관리지만, 그 이전에 이능력자들이 이리저리 날뛰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관리가 없다면 이들은 삼태극의 호의를 함정으로 곡해하여 문제를 일으킬 요지가 많았기에, 신이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면서 그들에게 조용히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인 것이다.
신의 이러한 행동 덕분에 이능력자들은 다소 풀이 죽었어도 난동을 부리지 않게 되었고, 뒤이어 찾아오는 이들은 먼저 도착한 이들이 쉬고 있는 모습에 의심이 다소 풀리면서 얘기가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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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트를 건들여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평범하게 감기에 걸려 죽은 시체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