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57화 (85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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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만약,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일반적인 성격과 가치관을 지닌 인물 이였다면 엄청 경계하면서 ‘무슨 목적이냐?’ 혹은 ‘지하드의 방어를 이리도 간단히 뚫다니!’ 라며 놀랐겠지만,

“여, 간만.”

진우는 손을 살짝 흔들면서 갑자기 튀어나온 여제를 향해 친한 친구마냥 인사하였다.

물론, 진우라 해도 예상도 못한 일이 튀어나오면 당황할 수 밖에 없지만, 그는 이미 예전부터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심심하지? 얼굴에 그냥 ‘나 심심해 미칠 것 같아’ 라고 써져 있구만.”

-쿡쿡쿡. 맞다. 무료하여 얼굴이나 보고자 회선을 연결한 것이다. 그대는 여의 생각을 잘 아는구나.-

“당연하지. 우리 같은 강자들은 적을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따분할 수 밖에 없거든. 어차피 내가 이길게 뻔하다 생각하니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아서 더더욱 심심할 수 밖에.”

-하하하핫! 그대는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여제는 대화하면 대화할수록 마음에 쏙 드는 진우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과 같은 생각과 마인드를 가진 그의 모습은 어찌 보자면 동족혐오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지만,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던 여제에겐 같은 고민을 털어 넣을 수 있는 동지를 만난 기쁨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제국 기함의 외계인들은 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여제가 이토록 호적수를 칭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그런 존재가 여제의 분노를 일으키면 그 후폭풍이 얼마나 강력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눈만 마주쳤다고 신경질을 부리며 머리를 터트리면서, 분 단위로 시체가 치워질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가?-

여제는 살짝 뾰루퉁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는데, 마치 약속시간에 바람맞은 여자친구 같은 말투였다.

“마음 같아선 당장 찾아가고야 싶지. 그런데 이 지구 전체가 나에게 있어서 적이나 마찬가지란 말씀이야? 너와 싸워 이겼는데 뒤치기 맞으면 아무리 나라 해도 껄끄러울 수 밖에 없거든.”

이 때, 진우와 여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제국 기함의 승무원들은 황당함과 어이없음의 폭풍에 이성이 송두리째 뽑힐 뻔 하였다.

여제와 싸워 이기는데 모든 것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그 뒷처리까지 생각한다고?

그들의 눈으로 보자면 아직 복권 당첨일도 되지 않았건만 1등 복권의 금액만큼 물건들을 주문하는 것과 똑같았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김칫국을 양동이째로 마시는 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국가의 정예들과 함께 움직일 거야. 뭐, 어차피 내가 너를 상대할 테니 녀석들은 그냥 구경꾼 겸, 다른 녀석들이 뒤치기 못하게 만들 인질이니까 그렇게 알아둬.”

진우는 다른 국가의 정예들과 협력하여 여제를 쓰러뜨린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구의 견문이 짧아 너 외의 강자가 또 있는지 모르겠구나. 뭐, 분명 이 행성의 최강자는 그쪽이 분명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상대하기 껄끄러운 호적수 같은 건 있지 않겠는가?-

여제는 진우가 혼자의 힘으로 자신을 이길 수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절대적인 법칙이며, 우주의 진리와도 같은 진실.

그렇기에 그녀는 진우에게 다른 지구의 강자들을 확인하여, 그들과 함께 자신을 공격하게끔 유도할 계획을 세웠다.

“확실히 몇몇 있긴 하지. 당장 가장 가까운 사람만 해도 내 아내인 아키가 있거든.”

삼태극 내에는 암묵적인 전투력 랭킹이 정해져 있었는데, 1위는 당연히 진우고, 2위는 그런 진우와 맞먹는 강자인 쿠베리아트, 3위는 아키다.

쿠베리아트야 원래 우주에서도 알아주던 전투 종족의 여왕이니 그렇다 쳐도, 아키가 가장 껄끄러운 이유는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그 능력을 극한까지 갈아뒀기 때문이다.

거기다 생명석을 복용하여 모든 능력이 업그레이드 된 지금의 아키는 진심으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인다는 가정하에서 진우도 쉽게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 친구 녀석인 그랜드 아크. 아마 너도 그 녀석하고 대화하면 꽤 잘 맞을거야. 내가 봤을땐 우리 셋은 같은 과의 인간들이거든.”

-호오. 이 지구에 그대와 같은 인간이 또 있다니 마음에 드는구나. 여를 만나러 올 때 소개를 해주도록 하여라.-

친구의 친구를 소개하는듯한 분위기.

여제쪽의 승무원들은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짓는데 반해, 페리샤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진우의 곁을 보좌하고 있었다.

왜냐면 언제나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 성격을 가진 동족을 만나보지 못한 여제와 달리, 진우는 그랜드 아크라는 동족과 지금 같은 대화를 몇번이나 했기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나와 적대하는 조직인 펜타곤의 한 명인 이벨 키에라. 얘는 너도 잘 알지?”

-잘 알고 있다마다. 내가 멸망시킨 시라누 인들은 그 아이를 종족 역사상 최강의 전사가 될 자질을 품고 있다하여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흠. 그 자질이 과연 언제쯤 개화될지 나도 궁금해지네. 어쨌든 네가 나 죽이라고 보낸 쿠베리아트도 있어. 엄~~청 저항하길래 내가 교화 작업좀 해서 내 노예로 만들었지.”

-그대, 그랜드 아크, 이벨, 아키, 쿠베리아트. 후후후, 정말 기대가 되는군. 네가 인정한 강자들과 싸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도록 기대하마.-

그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위한 날이 빨리 오기를 애타게 기원하던 여제는, 싸늘함이 감도는 미소를 기습적으로 지어보였다.

-그런데 한 명이 빠지지 않았나?-

“엉? 누구?”

-후후후. 시치미 때기는. 여의 함대를 박살낸 ‘그’ 말이다.-

“쳇.”

진우는 고의적으로 남궁 신의 정보를 누락하려 하였지만, 남궁 신이 쏘아보낸 메테오를 박살내면서 그의 존재를 인식한 여제는 진우 다음으로 그에게 가장 강한 호기심과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놓고 그렇게 말하니 숨겨도 의미가 없겠구만.”

이미 남궁 신에 대해 눈치챈 여제에게 굳이 숨길 이유가 사라진 그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이쪽의…아니, 지구가 너를 상대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다. 기대해도 좋아.”

-호오. 그거 기대 되는구나.-

두 남녀는 서로를 향해 미약한 살기를 내비치며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교환하였다.

여제가 자신이 패배할 일 따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진우 또한 자신이라면 여제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는 눈을 조금도 돌리지 않았다.

그렇게 양쪽의 눈싸움이 시작되려던 찰나,

“주인님, 도중에 끼어서 죄송하지만 방금 전의 의논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이런, 눈치 없게 그대의 시간을 잡고 있었나? 할말은 전부 다 했으니 여는 이만 실례하겠다. 후에 보도록 하지.-

여제는 자기 할말만 다 하고선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었다.

이것을 보면 그녀 또한 진우과의 성향을 띄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여제의 얼굴이 사라지자, 진우는 페리샤에게 뭐라 말하려 하였으나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분위기의 흐름상 두 분의 눈싸움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았기에,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에 사전에 차단하였습니다.”

“큭큭큭. 역시 페리샤 답다고 밖에 할말이 없구만.”

진우는 솔직하게 말하고 사과하는 페리샤의 행동이 싫지 않았기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선 갑자기 튀어나온 여제 때문에 잠시 멈췄던 얘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여제를 상대하기 위한 실력과 임기응변을 가진 능력자.

진우와 페리샤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노예들의 능력을 검토하였고, 운석을 직접 나서서 파괴한 행동을 통해 신체 강화자라 판단하며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이들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후방을 책임질 이들과 리더, 서브 리더를 계산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펜타곤과 연결된 라인에서 펜타곤의 대리인이 통신 요청 신호를 보내왔다는 소식에, 진우와 페리샤의 입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러시아가 당한 상황에서 펜타곤의 통신이 들어왔다.

칼리 제국의 외계인들이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락이 온다면 어떤 내용일지 뻔히 짐작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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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칼리 제국을 상대하기 위한 연합 특수 부대의 창설을 크게 홍보하였다.

물론, 실패할 때의 후폭풍을 계산 못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은 칼리 제국에 대한 문제로 불안감이 극도로 팽창하였고,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지닌 러시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소식에 그 불안감이 한계치까지 솟구친 상황이였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두려움이 강할 때, 인간은 사회적 활동을 멈추고 식량, 필수품의 가치가 급등하며, 법과 질서보다 개인의 힘이 우선시되는 세기말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치안이 나쁜 국가는 아예 갱, 마피아들이 군벌화하여 지역을 통제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 같은 문제를 조금이라도 타파하고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다들 입을 맞추어 홍보를 한 것이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국가고 뭐고 다 끝장이다.

만약, 실패한다손 쳐도 다가오는 종말이 앞당겨진 것에 불과하다.

거기다, 극약처방까지 함께 곁들였다.

어떻게 보자면 독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효과만큼은 절대적인 극약처방.

역대 지구의 모든 학살자들이 학살한 인구의 숫자를 합쳐도 발 끝에 미치지 못하는 지구 역사상 최악의 악이자 학살자, 삼태극의 치우가 연합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 소리에 경악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삼태극이라니?

지금까지 그들이 한 행위로 지구의 경제가 무너질 뻔 하였는데 어떻게 그런 잔악무도한 집단을 연합에 넣는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연합의 구성에 성토하였지만, 시간이 다소 지나니 다른 의견도 생겨났다.

분명 삼태극은 그 잔인함과 악명이 높지만, 그 악명 너머에는 미국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그런 삼태극의 힘이 합쳐진다면 좀 불안하긴 해도 성공률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삼태극의 악명에 겁을 먹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 악명만큼의 강함을 보유하고 있기에 약간이나마 안심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거기다 어차피 지구에게 도움도 안 되는 존재들끼리 서로 싸우겠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성도 없잖은가?

이러한 극약처방은 생각보다 잘 먹혀, 삼태극이라면 최소한 칼리 제국에게 나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며 조금씩이긴 해도 사회적인 활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우습게도 지구의 악마가 구세주가 되었지만, 그래도 개새끼인 것은 분명한 사실.

단지 그 개새끼가 ‘우리’ 개새끼로 변한 것뿐이다.

몇몇은 정의와 대의를 위해 삼태극을 완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대다수는 좀 불편하긴 해도 ‘그냥 너희들끼리 싸우다 죽어라’ 라는 심정으로 삼태극과 칼리 제국의 대립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쪽이 훨씬 더 이득 이였으니까.

그렇게 하루의 시간이 흐르자, 회의를 하면서 모아둔 각 국의 정예들이 한 곳으로 집결하기 시작하였다.

목적지는 삼태극이 표시해준 지역, 지금은 초토화되어 살아있는 것이라곤 벌레와 날짐승밖에 없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였다.

============================ 작품 후기 ============================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무리 짓고 올림.

요즘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좀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 라는 것이 원래 꼬일땐 쉽게 풀리지 않는 법인데, 어떻게든 풀어보고자 노력은 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 때문에 심적으로 좀 힘듭니다.

거기다 사람이 갑자기 빠져서 그 부분을 채우느라 야근 횟수도 늘어났구요.

가끔 돈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산골 깊숙한 곳에 혼자 들어가서 글이나 쓰고 싶습니다.

거기다 열도 살짝 나는게 감기 기운이 슬그머니 올라오는게 참…나쁜 일이 몰려올 땐 한꺼번에 오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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