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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죄송합니다…ㅎ…주군.-
"쯧. 됐어, 신경쓰지 마. 솔직히 방금건 나로서도 예상치 못했으니까."
신이 호흡을 정리했을땐 칼리 제국의 함대는 이미 지구 방향으로 향하며 사정거리 밖으로 빠져나갔다.
물론, 다시 한번 메테오를 날려서 지구 방향으로 날리면 되겠지만, 그랬다간 본의 아니게 공룡을 멸종시킨 빙하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고, 무엇보다 방금전의 메테오를 주먹으로 처리한 날개달린 여성이 다시 한번 튀어나오면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지하드 또한 신에게 모든 동력을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는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수고했다. 가서 쉬고 있어."
-예……. 그럼…….-
신 또한 방금전의 모습이 충격이였는지, 아니면 과도하게 마력을 사용해서 그 여파로 힘이 빠진건지 몰라도, 대답하는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페리샤, 동력 상태는."
"현재 32% 남아있으며, 다시 에너지를 재생산중이지만 2~3일 정도는 있어야 모든 기능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이동은?"
"이동과 기본적인 방어는 가능합니다."
"그럼 다행이군. 약속은 약속이니 이행해야지. 이지스 전함으로 가서 소화와 구출 작업을 시작하도록."
진우는 약간 맥빠진 목소리로 페리샤에게 명령을 하였고, 페리샤는 마스지드에게 다시 명령을 하며 이지스 전함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칼리 제국을 쫓아가지 않아도 되는건가?"
하지만, 펜타곤이 죽든말든 상관없는 그랜드 아크는 이벨의 매서운 눈초리를 무시하며 칼리 제국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깍아먹자고 제안하였다.
남궁 신 덕분에 많은 수의 함선들을 격추하였지만, 적의 기함을 포함한 십여대의 전투선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대라도 더 많은 적함을 부수고 싶은게 그랜드 아크의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쪽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아. 방금 말했듯이 이동과 기본적인 방어만 가능한 상태고, 무엇보다 우리들 또한 재정비가 필요해."
"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그랜드 아크는 삼태극이 얼마나 많은 힘을 소모하였는지 체감할 수 있었고, 칼리 제국의 전투력을 확인하였기에 지금의 상황에서 지하드 혼자 쫓아가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였다.
"확실히 그건 괴물이였어. 대체 그 년은 정체가 뭐지?"
그랜드 아크는 화제를 바꿔, 우주 밖으로 나온 날개달린 여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당연하게도 그녀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진우는 그나마 가장 많은 우주 상식을 가진 쿠베리아트를 향해 통신을 연결하였다.
"어이, 쿠베리아트."
-뭐지, 주인님?-
다른 노예들과 달리 존대말이 입에 붙지 않은 쿠베리아트는 반말로 대답하였으나, 저 모습으로 존대말을 하는것 자체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진우는 딱히 추궁하지 않았다.
"혹시 이 년이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그리고선 지하드의 시스템을 연결하여, 초거대 운석을 파괴한 날개달린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거리가 너무 멀고, 엄청 빠른 속도로 움직였기에 얼굴까지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몸매와 튀어나온 가슴을 보건데 여성임은 분명했다.
그나마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검은색 날개가 전부였다.
-여제!-
"여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확신할 수 있어. 이 우주에 검은 날개와 운석을 파괴할 수 있는 괴력을 가진 년은 여제, 그 년밖에 없으니까.-
"!!"
"!!"
여제.
그제서야 아까부터 자신의 뇌가 근질거리는 이유를 알게 된 진우는, 이것이 여제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자 홀로 중얼거렸다.
"지구인과 달리 우주에서 활동이 가능한건가……."
"좀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지구인보다 더 오래 버티는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페리샤는 사무적으로 대답하였다.
솔직히 여제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든 없든간에 지금은 그 부분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드는 불타오르고 있는 이지스 전함을 향해 이동하였고, 수리 드론들을 출동시켜 만약을 대비해 만든 소화기로 소화 작업에 나섰다.
거대한 전함인지라 소화 작업도 그만큼 시간이 걸렸고, 어느정도 화제가 진압되자 이지스에서 통신이 연결되었다.
거기에는 직접 화제를 진압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는지, 안그래도 검은 피부의 그리핀은 여기저기에 검댕이가 묻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움에 감사합니다.-
"일단은 비공식이긴 해도 동맹은 동맹인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스스로 인질을 자청한 누군가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지만 않았는데 굳이 척을 질 필요 없잖아, 안 그래?"
뒷말은 다소 뜬금없이 튀어나왔지만,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리핀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졌다.
"그건 그렇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겠어? 문외한인 내가 봐도 대기권에 돌입하다 싹다 불타 죽을것 같은 모습인데."
-…….-
진우의 말이 맞다.
수리용 자재가 있지만, 폭발된 부위가 너무 광범위하여 모두 다 커버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중요 시스템까지 고장나버려, 공기 생성 장치의 효율도 반 이하까지 떨어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 폭발에 휩쓸려 그 숫자가 줄어들어, 당장 수리해야 할 것들은 수백이 넘는데 기술자들은 하루종일 꼬박해도 수십개밖에 수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였다.
"뭐, 원래라면 너희들을 여기에다 두고 가는게 이쪽한테도 여러모로 편하지만, 이 몸은 신뢰와 진실의 상징이라는게 너희들에게 행운이였어. 간절히 요청한다면 동맹으로서 지하드에 탑승을 허락해줄 건덕지는 충분하거든."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용한, 너무나 저열스러운 우월감으로 미소짓고 있는 진우.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노골적이였고, 나아가 그의 제안에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존심 때문에 그의 구원을 뿌리친다면 자신들은 우주에서 고사되어 죽어나가리라.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빠져나갈 수 없는 공간속에서 천천히 죽는 최악의 죽음.
그리핀은 자신의 자존심 하나 때문에 칼리 제국과의 전투를 위해 자원하고 수많은 훈련을 받은 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수많은 목숨들을…구해주십시오…….-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리핀은 진우같은 쓰레기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주먹을 꽉 쥐며 손톱이 살을 파고 들고 있었다.
"오케이~ 접수 완료. 칼리 제국 놈들이 지구로 향했으니 빨리 빨리 움직이자고."
-큿…….-
그리핀은 자신의 계획이 처음부터 완전히 엇나갔음을 깨닫았다.
회심의 무기라 생각한 이지스 전함은 칼리 제국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삼태극만이 대활약하여 목숨을 구원받는 꼴이 되고 말았다.
'칼리 제국과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솔직히 레이저 주포를 날리면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그의 충격은 더더욱 컸다.
'저만한 기술력과 위력을 가진 칼리 제국의 함선들이 지구로 향했다면…우리가 스스로 자멸할 정도의 핵공격을 퍼붓지 않는 이상 격퇴가 불가능하다……!'
그리핀은 하루빨리 무슨 수를 쓰기 위해 지상과 연락을 취하려 하였지만, 장거리용 통신에 필요한 부품이 망가지면서 단거리 통신만이 가능한 상황이였다.
결국, 그리핀은 자신의 무지로 인한 책임이라 생각하며 자책하였고, 뒷수습과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자존심을 내팽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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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함선들이 지구로 내려왔다!
평소같았으면 외계인의 존재 같은건 국가 기밀에 속하여 철저히 비밀로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미 선전포고를 한 존재들이 마치 자신들을 봐달라는듯이 대놓고 사람이 많은 도시 위에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순식간에 SNS 스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칼리 제국의 함대는 도시를 폭격하여 쑥대밭으로 만든 후, 인근 군부대까지 처리하면서 자신들만의 영토를 만들어냈다.
원래라면 정보 통제를 통해 궤도 밖에 있던 외계인들이 지구에 내려왔다는 사실을 감춰야 되겠지만, 다른 도시에서도 보일 정도의 함선들이 도시를 폭격하는 모습이 다른 도시와 마을에도 퍼져나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되었다.
거기다,
-안녕하신가, 지구인들.-
자신들만의 영토를 만든 칼리 제국에서 붉은 피부와 검은 날개, 황금빛의 고양이 눈동자를 한 여성이 전 세계의 모든 화면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같았으면 너희들에게 여余를 향한 저항은 재미없었다고 투덜거렸겠지만, 다행히도 지구인…아니, 치우의 저항은 너무나 흥미롭고 흥분되더구나.-
그녀는 '치우' 라는 부분에서 미소를 지어보였고, 뒤이어 좀 더 흥분하는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여와 달리 우주에서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오래동안 생존이 불가능한 생물이기에,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 지구인이 활동할 수 있는 지구에서 그와의 결투를 벌이고자 하노라.-
그렇다.
그녀가 지구로 향한것은 제국의 함대가 파괴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우주에서 오랫동안 생존할 수 없는 지구인인 치우를 위해 내려온 것이다.
-지금부터 칼리 제국의 이름으로 이 행성을 여와 치우의 대결장으로 임명하노라. 이는 여가 직접 내리는 황명이며, 나아가 제국의 명령이기도 하다. 만약 거기에 불응한다면,-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청천벽력같은 소릴 내뱉었다.
-지구 표면 전체를 파괴하고, 지구의 핵에다 반물질탄 어뢰를 발사해주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경고하노라. 지금부터 이 지구는 여와 치우의 승부를 위한 대결장으로 임명하였음을, 이에 불응한다면 파멸만이 존재할지어다.-
남의 행성에 무단으로 침범하여 대결장으로 사용하겠다는 발언은 너무나 억지스러웠지만, 여제는 자신의 명령이야말로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권력자였다.
애초에 지금 살아있는 함선들만 해도 지구를 점령하는데 차고도 넘친다.
-그리고 치우.-
그렇게 전 세계를 향해 일방적인 통보를 가한 여제는 타겟을 바꿔 진우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까지 수많은 행성과 전사들을 정복하였지만, 이만큼이나 여를 오싹거리게 만드는 이는 처음이였다. 그대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왔으니 여를 실망시키지 말지어다.-
그녀는 방금전까지의 위엄있는, 그러면서도 작위적인 미소가 아닌 진짜로 흥분한 색기어린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는 그대를 호적수로 인정하겠다. 그대의 목을 취해, 제국에서도 여의 호적수로 찬양받는 위대한 전사로서 그 이름을 올리게 해주겠노라.-
호적수로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무료함을 날려줄 수 있는 최고의 적이라는 찬사나 마찬가지다.
-그럼 이 곳에서 그대를 기다리겠노라. 충분한 재정비 후에 여를 찾아오면 신하들이 알아서 길을 비켜줄 것이다. 아, 참고로 그대를 제외한 이들이 공격하면 자동으로 반격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대라는 최고의 성찬이 존재하는데 다른 잡졸들이 입맛만 버리게 하는 것은 참을수가 없기 때문이니라.-
거기까지 말한 여제는 꾸밈없는 미소와 함께 마무리를 지었다.
-후에 보자꾸나, 치우. 여의 호적수여.-
============================ 작품 후기 ============================
오늘은 좀 짧슴다.
아 그리고 삭제분은 구글 드라이브로 옮겨서 앞으로 다운 받으실때도 거기서 받으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바이두로 삭제분을 올렸는데, 바이두는 짜증나게 유통기한이 하루라서 계속 갱신해야 하는지라 은근히 신경이 쓰였거든요.
이제 거의 막바지에 왔으니 후딱후딱 완결까지 가도록 하지요.
앞으로 900화까지 58편 남았...
...
......
아 씨발 ㅅㅅ씬 쓰면 존나 오래 걸리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900편은 무리야 ㅡㅡ
900편 좆까라 그래!
뭐? 그럼 약속은 어떻게 되는거냐고?
남자의 약속 따윈 성욕보다 못한 법이다! 성욕이 최거야! 그깟 약속이 ㅅㅅ씬보다 더 중요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