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25화 (825/923)

0825 / 0923 ----------------------------------------------

12장

으적으적으적으적-

밥상을 깔아두고 전자렌지로 돌려 뜨겁게 한 몇가지 반찬들과 김치를 으적으적 씹어대는 진우.

몇시간동안 플레이 하였는지 경고하는 메세지창을 통해, 자신이 슬슬 밥먹어야 할 때가 됐음을 확인하면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중이였다.

'독의 효과는 내 몸으로 입증하였으니, 이제 남은건 칼리 제국과의 전쟁 뿐이구만.'

10분동안 독의 효과가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행과 함께 지하드로 돌아간 진우는 독의 효과를 노예들에게 모두 설명한 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짧게 토론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이제 엔딩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진우는 후딱 엔딩을 보고, 여제와 이벨까지 조교한 해피 라이프를 완성한 이후를 세이브하여 두고두고 즐길 예정이다.

그는 모든것을 다 완수하고 자신이 원하는 암컷들을 모두 조교한 세이브 파일들을 자신이 구매한 게임별로 존재하며, 판타지를 즐기고 싶을때는 판타지 게임을, 무협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무협 게임의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며 다양한 시츄를 즐기고 있었다.

놀랍게도 수십여가지의 게임 세이브 내용을 모두 외우고 있었는데, 특히 여성들의 성격, 특징, 좋아하는 체위, 조교하게 된 계기와 복종하면서 달라진 성격들 등등을 모두 꿰차고 있었다.

아마 이 머리로 공부하라고 하면 평범한 수준밖에 되지 않겠지만, 변태적이고 성적인 것들에 한해서만큼은 그 모든것을 기억할 정도로 두뇌가 활성화되는게 바로 진우라는 인간이였다.

어쨌든, 먹을만큼 다 먹은 진우는 남은 반찬들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쓴 식기들은 싱크대에 밀어 넣으며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오후 4시 조금 넘은 시각.

"아, 그러고보니 오늘 운석이 떨어진다 했던가?"

얼마전에 동생과의 대화에서 오늘 이 근방에 운석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생각난 진우는, 여기는 고층이니 운석이 떨어지면 작게나마 보이지 않을까 싶어 빨래 건조대가 있는 베란다로 향하였다.

어제 한 빨래가 모두 말랐는지 베란다쪽에 온 김에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까지 맡아본 진우는 이제 개어 놓기로 결정하였지만, 그 전에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는게 우선이였다.

와글와글와글-

창문 아래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거리는 소리가 작게 울려퍼져왔고, 도로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쉴새없이 오가는 중이다.

언제나 한결같고 똑같은 풍경.

"하아. 확 다 박살났으면 좋겠다."

그는 지루했다.

이 모든 것들이.

차라리 게임이나 영화처럼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언제 목숨이 사라질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도 좋다.

핵폭탄이 떨어져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세계가 되어도 좋다.

하루하루가 삶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면 괴물들이 인간들을 학살하는 세계가 와도 좋다.

그 결과가 결국 자신의 죽음이라는 결말로 맺어져도 상관없다.

그는 죽는것도 두렵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것은 이 따분한 세계에 적응하여 모든것을 포기한 자기 자신이였기에, 죽어도 좋으니 하루만이라도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어 치열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그 대가로 내 가족을 바치라 해도…….'

순간, 그의 머리속에 떠오르지 말아야 할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런 생각이 들정도로 진우는 이 세계를 따분하게 여기고 있었다.

웅성웅성웅성--!!

그 때,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진짜 오네?"

딴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던 진우는, 웅성거림이 커지자 정신을 차리자마자 점을 가까스로 벗어난 크기의 검갈색 운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커지는걸 보아하니 추락 지점이 이쪽과 가까운 모양.

'어? 그렇다면?'

이 근처는 주택가다.

즉, 건물 사이의 빈 공간은 어느정도 있지만, 아파트 단지, 주택, 그리고 상점 등등이 줄줄이 늘여져 있는 주택가.

'잘만하면 재밌는거 보겠는데?'

진우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운석이 건물과 도로를 파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흥분감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밑에도 운석의 궤도가 이쪽을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란이 일어났다.

'미리 옷 입어둬야지.'

집 안에서는 팬티, 혹은 아예 나체 생활이라는 자연인스런 모습을 하고 있기에, 운석이 아파트 건너편으로 넘어갈때를 대비하여 옷을 입어두기로 하였다.

아파트 문을 열면 곧바로 아파트를 지나친 운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씨발! 옷 어딨어! 옷!"

하지만, 대다수의 옷을 빨래했기에, 옷을 찾느라 헛된 시간을 낭비한 진우는 서랍의 옷을 마구잡이로 꺼내면서 구석에 짱박아둔 츄리닝복을 찾아 재빨리 후다닥 입었다.

그렇게 츄리닝을 입은 진우는 다시 기대감어린 눈빛과 함께 베란다로 향하였고, 동시에 그의 머리가 정지될뻔한 충격적인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가깝다.

농담이 아니라 5초간 전력으로 달리기 하면 닿을 정도의 거리.

그런데도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운석의 열기가 느껴지고, 시야는 운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운석의 궤도는 진우가 살고 있는 층수를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옷을 찾느라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운석의 궤도가 자신에게 날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테지만, 최근에 빨래하여 옷을 찾아야만 했기에 헛된 시간을 보낸 것이 문제였다.

'피해.'

'어디로?'

'도망가.'

'문 밖?'

'점프?'

'달려.'

'죽는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온갖 단어들.

그는 영화에 나올법한 캐릭터들마냥 비명만 꽥꽥 지르는 바보같은 행위 대신, 재빨리 베란다에서 튕겨져 나가듯이 달려나갔다.

운석의 크기는 자신의 방 전체를…아니, 윗층과 아랫층, 그리고 옆집마저 뒤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방 구석으로 도망가는 것은 자살 행위.

'밖으로.'

'늦어.'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되면 복도로 나오게 되는데, 여기는 가장 끝 쪽에 위치한 방이였기에 일단 달릴려면 무조건 오른쪽 방향으로 가야만 하였다.

문제는 방금전에 말했듯이 운석의 크기가 진우의 방을 뒤덮을 정도의 크기라는 것이다.

최소 25m를 1초 안에 뛰어야만 범위에서 간신히 벗어날까 말까다.

이대로 밖에 나가봤자 운석에 맞아 피떡이 되거나, 운석에 의해 부서진 복도로 인해 추락사 하리라.

그 때, 진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가상현실용 캡슐이였다.

버그로 인한 보상으로 받은 최고급 캡슐.

저 캡슐을 만든 회사에서는 외부의 충격에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실제로 실험용 인형을 의자 부분에 있는 벨트를 끼우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실험까지 하였다.

당연히 안에 있던 실험용 인형의 몸 여기저기가 괴상하게 뒤틀렸지만, 전문가는 부상을 입어도 이정도라면 죽지 않는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신빙성을 높여주었다.

그 말을 100% 믿는건 아니지만, 1초 안에 25m를 뛰는 인체의 기적을 경험하느냐, 아니면 부상을 당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미약하게나마 있는 장소를 택하느냐 라는 선택지가 진우에게 주어졌기에, 그는 인체의 신비보단 과학의 안전성을 택하기로 결정하였다.

"끄으으으!!"

이빨을 꽉 깨물며 온 몸에 힘을 준 진우는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닫아둔 캡슐의 문을 거의 뜯어내려는 듯이 거칠게 잡아 올렸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내리 찍듯이 문을 닫았다.

'젠장!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 누구든지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첫빠따인건 너무하잖아!!'

하필이면 자신쪽을 향해 다이렉트로 날아오는 운석을 원망한 진우는 두 눈을 꽉 감으며 충돌에 대비하였고,

콰아아앙!!

뇌까지 뒤흔들리는 거대한 충돌음을 끝으로 의식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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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아~ 우리 유진 짜응~"

장난기 많아보이고 다소 마른 외모의 젊은 남성은 검은색 비닐 봉투를 들면서, 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보며 한 껏 덕심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손 진우의 동생, 지훈은 엄마표 갈비찜과 김치, 나물 반찬을 넣은 반찬통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비닐 봉투가 무거운지, 폰을 잡고 있는 손과 비닐 봉투가 들어간 손을 바꾸면서 형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향하였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특명을 받아, 밥은 잘하지만 반찬은 지지리도 못하는 못난 형 새끼에게 반찬을 전달해야 하는 사명을 띄고 있었다.

"우…운석이 떨어진다!!"

"응?"

그렇게 형이 사는 아파트에서 5분거리 정도 남았을 무렵, 사람들이 하늘을 보며 '운석이 떨어진다' 라는 소리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지…진짜 떨어져……!?"

자신도 인터넷 기사에서 운석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긴 하였지만, 정말 자신의 두 눈으로 운석이 떨어지는것을 목격하리라곤 상상도 못하였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지훈은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자리를 피하여 운석이 날아오는 방향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떨어지고자 하였다.

"어…어어……!?"

하지만, 그 운석이 날아가는 방향은 형이 살고 있는 아파트였기에, 경악성 어린 비명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콰아아앙!!

운석은 정확하게 진우가 살고 있는 층수와 위치를 관통하였다.

우드드드-

그 모습에 지훈은 자신이 들고 있는 반찬통이 들어간 비닐 봉지를 떨어뜨렸고, 그 충격으로 반찬통의 일부가 열리면서 달콤한 갈비찜의 국물이 땅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

자신이 제발 잘 못 본거라 생각하며 맨 꼭대기 층수부터 차례차례 세기 시작한 지훈은, 몇번이나 반복해도 형이 살고 있는 곳에 운석이 관통하였다는 사실만을 알게 되었다.

운석이 관통하여 소멸하듯이 사라져버린 형의 집.

"형…혀어어어어엉!!"

지훈은 형의 죽음에 비명같은 목소리를 내지르며 절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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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허어억!!"

비명을 내지르면서 벌떡 일어선 진우.

"허억…허억…허억……!"

그는 자신이 운석에 덥쳐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왜 자신이 푹신한 곳에 누워 있는건지, 이 어딘가 익숙한 풍경은 대체 뭔지 몰라 혼란스러운 눈빛이 역력하였다.

"으응……? 주인님……? 왜 그러세요오……?"

"우웅……."

"!!"

그 때, 양 옆에서 너무나 익숙한 얼굴과 몸매의 여성들이 눈을 비비적 거리며 졸린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노아……. 셀리……?"

그것은 하루를 끝내면서 차례가 돌고 돌아 자신의 밤 봉사, 아침 봉사를 맡기 위해 함께 자고 있는 노아와 셀리였다.

'어떻게?!'

이건 환영인가? 꿈? 사후 세계?

"왜 그러세요? 땀이 왜 이렇게나 많이……."

"차가운 물이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노아와 셀리는 땀을 이렇게나 많이 흘리는 진우의 모습을 본적이 없었기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나가 있어."

"예?"

"둘 다 나가 있으라고."

"주…주인님……?"

"젠장! 나가 있으라고 했잖아!"

그녀들의 행동이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다.

안그래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스러운데, 자신의 혼란을 부추키는 존재가 양 옆에서 말을 걸어오니 머리가 터질것처럼 복잡했기 때문이다.

진우의 목소리에서는 분노보다 절박함이 더 강했다.

그렇기에 두 여성은 서로 눈짓을 하면서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하게 되었다.

"주인님이 왜 저러시는거지?"

"혹시 이능력을 무력화 시킨다는 그 독의 부작용이 아닐까?"

"그렇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잖아?"

"마스지드에게 미리 얘기해두자."

"그래, 그게 좋겠어."

두 여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진우의 안전을 걱정하였고, 그런 그녀들의 목소리는 진우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내가 알고 있는 노아와 셀리야. 행동, 생각, 전부 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일단 천천히 차례차례 생각해보자.'

운석이 날아온다는 생각에, 아파트 건너편으로 넘어갈때를 대비하여 옷을 찾아 입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대충 츄리닝을 입고 나왔을땐 운석이 자신의 집으로 빠르게 날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란다에서 문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더해, 25m를 1초 안에 뛰는 기적과 높은 곳에서 추락해도 부서지지 않는 캡슐 안으로 들어가는 것 중에서 캡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의식을 차려보니 자신이 평소 즐기던 게임속의 세계.

'나는 안으로 들어가기만 했을뿐, 게임 자체의 실행은 하지 않았어. 그런데 나는 왜 이 게임속에 들어와 있는거지?'

잠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진우는, 자신이 게임속에 들어왔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불러왔다.

평소 같았으면 상태창이 주르륵 나열되어야 정상이겠지만,

'…나타나지 않아…….'

상태창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로그 아웃.'

이번엔 게임 밖으로 나가는 명령을 사용하였으나, 이번에도 감감 무소식이였다.

어떻게든 게임 명령어를 하나라도 부르고자 노력하였으나, 그의 명령에 나타나는 창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하하하……."

이건 꿈이거나, 자신이 만들어낸 사후세계, 그것도 아니라면 판타지, 무협을 넘나드는 단골 소재중 하나인…….

'차원…이동이라고……?'

차원 이동 현상.

"하…씨이발……. 그 놈의 차원 이동 고만좀 할 수 없겠냐 라면서 클리셰를 존나 비웃었는데…내가 그 꼴을 당하니 우습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 신작 무협 소설이 현대에서 무림 세계로 차원이동한 주인공의 스토리였기에, 또 차원이동이냐며 비웃던 며칠전의 자신이 지금의 꼴을 보면 할말을 잃었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낚였구나아아아아!!

기대감을 품고 ㅅㅅ씬! ㅅㅅ씬을 내놔라! 라면서 달려들다가 시무룩하고 있을 독자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조쿠나!

그동안 작가가 스스로 스포를 했던것은 이 한 방을 낚기 위함이였다!!

그래도 이 스토리 이후에 찐한 ㅅㅅ씬 나오는건 맞음.

달라진점은 지금까진 그냥 쾌락만 중요시한 ㅅㅅ였다면, 앞으로는 좀 더 마음을 나누는(?) ㅅㅅ가 나온다는거?

원래는 여제와 한차례 싸운 이후에 이동을 시킬까 고민했는데, 제가 느꼈을땐 지금 이 시기가 분위기 전환점으로 좋을것 같아 좀 더 앞당겼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가벼운 분위기가 앞으로 좀 더 진중하게 변하게 됩니다.

PS : 어제 밤에 거의 다 썼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기로 결정. 대신에 아침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마무리 짓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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