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24화 (824/923)

0824 / 0923 ----------------------------------------------

12장

이벨은 그녀를 보고싶어하는 이들과의 해후를 위해 잠시 떠나기로 하였고, 신은 그런 그녀를 감시하고자 따라갔다.

셋만 남게 된 진우 일행은 매그너스를 찾아가고자 따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당연히 펜타곤에서 진우 일행에게 안내원을 붙여주려 하였지만,

"아, 괜찮아. 나는 생판 모르는 곳에서 해매는걸 좋아하거든. 지리를 익혀가는 재미가 있달까?"

라는 대답으로 안내원을 거부하면서 매그너스가 있는 대략적인 위치만을 확인하고선 자기 갈 길을 나아갔다.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당연히 안 되지. 빨리 미행을 붙이고 CCTV 감시반한테도 경고해."

자기 마음에 안들면 일단 칼질부터 나가는 인간 쓰레기다.

싫다는데 계속해서 옆에 끼워넣으려고 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일단 미행을 붙이고 감시 카메라를 담당하는 이들에게도 경고하는게 지금으로선 최선이였다.

그렇게 이 폐공장은 준 전시 체제로 경계하기 시작하였고, 삼태극 일행의 돌발 행동을 막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기 시작하였다.

------------

매그너스는 자신이 왜 이 폐공장에 불려나왔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치우의 스파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매그너스 본인에겐 말도 안되는 헛소리이지만, 제 3자로선 확신을 할 수 없으니 이런식으로 만나게 만들어 두 사람의 반응을 지켜볼 예정이리라.

어쨌든, 정말로 치우가 진우임을 확인한 매그너스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있었는데, 자신을 찾아온 진우의 설명으로 더더욱 혼란스러워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너는 일반인인 주제에 어떻게든 힘을 얻으려 발버둥 치던 내 모습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었단 소리군?"

"왐마~ 이게 뭔 헛소리여? 나는 니 의지가 마음에 들어서 도와준거랑께?"

"흥. 그 말을 순순히 믿는쪽이 병신이라 생각되지 않나?"

예전의 진우였다면 자신을 칭찬해주는데 쑥스러워 했겠지만, 지금은 그의 대사 하나하나가 전부 자신을 기만하고 속이는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그래? 그러면 내가 널 도와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을까?"

"……."

"너를 위해 만들어준 장비들은 나로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게 아니야. 그런데도 나는 왜 그런 것들을 네게 무상으로 넘겼을까?"

"……."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다손 치더라도, 자신은 결국 일반인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 장비들 덕분에 목숨을 몇번이나 구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자신을 위해 많은것을 도와준 괴팍한 과학자였던 진우, 그리고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으며 즐거워하는 치우.

한 쪽은 은혜와 우정을, 다른 한 쪽은 증오와 경멸감이 느껴진다.

문제는 그 감정들이 하나로 섞이면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만 묻지."

"뭔데."

"왜…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쉽게 지구를 파멸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굳이 이런 복잡한 수단을 사용하는거지?"

매그너스는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리고 수많은 군사, 경제 전문가들이 의아함을 나타내는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지금까지 삼태극이 보여준 수많은 기상천외한 생물 병기와 기술력은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우는 너무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공격을 한다.

물론, 한 두번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습 공격에 의의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게 계속 된다면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테고.

"재미있으니까."

"뭣……?"

"세상에는 말이지, 자신이 강자라고 착각하는 놈들이 즐비해. 일본 제국의 재건이라며 욱일승천이라는 조직까지 만든 일본, 중화사상으로 다른 민족들을 깔보는 중국, 그리고 세계의 경찰이라는 헛된 자긍심을 가진 미국. 과연 이 셋을 선택한게 우연이라 생각되나?"

대체 진우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감을 못잡은 매그너스의 표정.

하지만, 그렇기에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 진우는 낄낄 거리면서 말을 덧붙였다.

"내가 세계를 향해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그것이야."

"나는…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조금도 이해가 안 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

"아직도 모르겠어? 이것은 나의 의무란 말이야. 내가 태어난 존재의의라고."

매그너스는 계속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가 안가는 진우의 대사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해는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어떤 혐오감을 느낀 것이다.

"자신이 강자라고 생각하여 콧대를 높이는 것들. 그것들에게 자기 주제를 알게 만들기 위해서 학살을, 전쟁을 일으켜왔다는 뜻이야. 이렇게 말하면 이해가 되겠지?"

"……."

매그너스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그러니까…….

"네가…세계 정복을 하는것도…학살극을 펼친것도…모두……."

"그래. 자신이 강자라고 생각하는 것들에게 절망을 주기 위함이지. 진정한 강자인 이 몸이 강자라고 착각하는 자들에게 내리는 단죄. 그것이 내가 벌인 전쟁의 이유다."

"……."

또다시 할말을 잃은 매그너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전보다 더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네 말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생화학 병기를 뿌리는 방식으로 충분히 지구를 망가뜨릴 수 있지. 하지만, 내 목적은 아까도 말했듯이 지구를 망가뜨리는게 아니라 스스로 강자라고 생각하는 자들을 단죄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전쟁이라는 형태로, 힘 대 힘으로 놈들의 영토, 군대를 모조리 박살을 내야 놈들이 스스로 약자임을 알게 될테니까."

"하…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들은 대체 왜 학살하는거지?"

"뭐? 너 바보냐? 당연히 그 시민놈들도 자신들이 강한 국가의 강한 시민들이라 착각하고 있으니까지. 거기다가 어차피 내가 지배할것도 아닌데 적의 경제와 생산력은 떨어뜨려줘야 당연한거 아냐?"

전혀 당연하지 않다.

그런식으로 따지자면 애초에 제네바 조약도 의미가 사라지고, 전쟁이 일어나면 일단 적의 생산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학살을 자행하면서 엄청난 숫자의 민간인 피해가 일어날 것이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면 민간인의 피해가 군대의 피해보다 더 높거나 맞먹을때가 많지만, 일부러 적의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것은 중세 시대에서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 만행이였다.

부웅!!

매그너스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내질러 진우의 머리를 공격하고자 하였고, 정신을 차렸을땐 자신의 손목이 아키에게 붙잡힌 직후였다.

하지만, 자신이 극도로 분노하여 잠시 이성을 잃었다는 것을 곧바로 인지한 매그너스는 진우를 향해 살기를 머금은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네 놈은…네 놈은 인간이 아니야! 겨우 그딴 이유 때문에 십억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다고!?"

"십억은 아니지. 한 이십억쯤 되지 않을까?"

진우는 자신의 눈 앞에 매그너스의 주먹이 아키의 손에 붙잡혀서 부들부들 거리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있었지만,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은채로 어깨를 으쓱이며 더더욱 그를 도발하였다.

"왜 그렇게 열을 내? 세계 인구는 60억을 넘어서 70억이 되었어. 그런데 겨우 20억좀 사라졌다고 지구가 멸망할 일도 없잖아?"

"인간은! 사람은 숫자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가족' 을 제외한 전부를 숫자로 판단할 수 있지."

삼태극의 일원이 아니면 인간 따윈 숫자로 판단하겠다는 극도의 이기주의.

어쨌든, 그는 할말은 다 했다는 듯이 아키에게 그의 손을 놔달라는 체스쳐를 보였다.

"큿!"

자신을 조용히 적대하는 아키에 의해 힘으로 뒤쪽으로 밀려난 매그너스는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들것처럼 자세를 잡았지만, 그 전에 진우가 그에게 USB를 던져주었다.

"이건 또 뭐지?"

이번엔 무슨 속임수냐 라는 힐난의 의미가 강한 물음에, 진우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웰터 로스차일드의 처형 동영상."

"!?"

"그의 생사에 관심을 두는 인간들이 꽤 많아보여서 주는 선물이다. 나는 분명히 너에게 줬으니까 어디서 부셔먹지 말고 펜타곤에게 줘."

그렇게 말한 진우는 자신의 근처로 온 아키와, 자신의 곁에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염동 방패를 깔아둔 이실리아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친구."

그를 죽일 기세로 공격하고, 욕설까지 내뱉었지만 여전히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는 진우.

그 친구라는 단어에 예전에 그를 향해 느꼈던 우정과 치우를 향한 혐오감이 뒤섞이면서 매그너스는 다시 한번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날 속였다고 비웃었으면…날 이용했다고 모욕을 했으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을텐데…….'

으득!

매그너스는 입술을 깨물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아니, 녀석은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악이다. 녀석이 내게 우정이니 친구니 뭐니 해봤자, 결국 인류의,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놈은 반드시 죽여야만 해.'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진우를 향한 살의를 키워나가는 매그너스.

"스읍- 후우……."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쉬면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진정시키려던 찰나, 또다른 꼴보기 싫은 인간과 마주하게 되었다.

"여기 있었군요."

"…젠장. 오늘 내 사인은 급격한 혈압 상승에 의한 뇌졸증이 분명할거야."

"예?"

"아니, 그냥 혼잣말이다."

이벨 키에라.

한 때…아니, 지금도 그녀를 싫어하고 있는 매그너스는 툴툴거리면서 반말로 대꾸하였다.

"그런데 무슨 볼일이지? 이제는 부하가 된 나를 비꼬려고 오셨나? 아니면 잡일이라도 시키려고?"

천하의 치우 앞에서도 살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욕설을 퍼부었던 매그너스가 겨우 펜타곤의 리더에게 겁먹을 이유는 없었기에, 그의 말투는 치려면 쳐라 라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아뇨. 저는…그 때 일을 사과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사과?"

그녀의 대사에 매그너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용서해주지 않아도 되요. 그냥 자기만족이라 생각할지도 몰라요. 하지만…그래도 저는 당신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요."

"……."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도 같이 하고 싶고요."

"응?"

자신이 이벨에게 한 것은 한풀이가 섞인 욕이 대부분이였다.

그런데 그런 욕을 먹고서도 고맙다니?

"당신이 아니였다면 저는 제 경솔한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지 몰랐을테니까요."

"애초에 펜타곤의 리더면서 그것을 생각치 못하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맞아요. 애초에 저는 경험도, 생각도 그리 깊지 못했어요. 오직 칼리 제국을 상대할때를 대비한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였죠."

그녀의 말대로다.

물론, 당시엔 10등급 이능력자가 극소수였으니 그 힘과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벨이 가진 가치도 충분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경험과 깊게 생각하는 버릇이 없었다.

"당신 덕분에 제가 가진 힘의 가치, 그리고 위치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기에 고마움과 죄송함을 함께 가질 수 밖에요."

"흥. 이제와서 입바른 소리로 사과해봤자 내가 받아줄거라 생각하나?"

하지만, 매그너스가 가진 이벨을 향한 혐오감은 몇마디 말로 식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저도 알고 있어요. 저도 계속해서 제 진심을 알아주실때까지 사과하고 싶지만…아쉽게도 저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하겠네요."

"?"

계속하고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단호한 성격을 간접적으로 비꼬는 것일까? 아니면…….

'설마……?!'

뇌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잔혹한 진실.

하지만, 그 진실을 입 밖으로 내뱉기 전에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던 남궁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께서 복귀하고자 하신다. 가지."

"…그럼."

이벨은 남궁 신과 함께 진우가 갔던 방향으로 사라졌고, 홀로 남게 된 매그너스는 그녀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면서 입술을 다시 한번 꽉 깨물었다.

이번엔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흐를 정도로 강하게.

'젠장! 젠장! 젠장!!'

무력하다.

너무나 무력하다.

대국적인 문제들이 휙휙 움직이는데도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무력하게 이리저리 흐름에 따라 흘러갈 뿐이다.

그것이 평범한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강한 자들이 움직일때마다, 그 흐름을 거스르기보단 순응하여 자신의 살길을 찾아가는 일반인들.

하지만, 매그너스는 절대로 흐름에 모든것을 맡긴채로 떠다니는 것은 싫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

매그너스는 그동안 잃고 있었던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번 재정립하게 되었고, 일단 자신이 가진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내는게 우선이라 생각하며 그동안 평범하게 받아왔던 훈련을 열성적으로 임하기로 결정하였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에 여러분들이 기다리던 ㅅㅅ씬!

그것도 임신 확정편!

앞으로 전투씬만 허벌나게 나올테니 막판에 찐하고 길게 ㅅㅅ씬 찍고 넘어가겠슴다.

아, 물론 여기서 말한 '막판' 과 여제와 이벨의 조교씬은 상관없으니 오해 ㄴㄴ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