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800화 (800/923)

0800 / 0923 ----------------------------------------------

12장

"이것이 UN 회의의 결과란 말이군."

웰터 로스차일드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으로 UN 회의를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았고, 삼태극이 칼리 제국 격퇴에 손을 빌려주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이하군. '그' 삼태극이 협조를 하겠다고?"

로스차일드 내의 싱크탱크들은 치우가 가진 성격이 워낙 지랄맞아서 미국이나 펜타곤과 협조를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주장하였다.

그런데 설마 펜타곤과 삼태극의 공동 작전이 성립되다니?

"쯧. 요즘따라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최강의 무기가 될 줄 알았던 살라딘의 유전자로 만든 복제 인간들은 수수께끼의 병마로 동시다발적으로 앓다가 간신히 회복되었다.

대체 무슨 약점인건지 몰라도, 여기저기 흩어진 복제 인간들을 동시에 폐렴같은 병을 앓았다는 불안감은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생체 나노슈츠를 얻기 위해 성공적으로 기습에 성공하였고, 다소 완강한 저항을 받게 되었지만 거기까진 예상 범위 내였다.

하지만, 두 가지의 예상치 못한 악재가 실패로 이어져버렸다.

첫번째는 매그너스가 가진 광선총에 10등급 염동력자가 즉사한 것.

두번째는 이벨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 한 것.

이 두가지 악재중 하나만 없었더라면 진작에 매그너스를 죽이고 나노슈츠를 빼앗는데 성공하였을 것이다.

복제 인간들을 향한 불신과 중요한 임무의 실패만 해도 짜증나는데, 거기다가 펜타곤과 삼태극이 손을 잡아 임시적으로나마 협력 체계를 갖추었고, 전 세계의 이목이 펜타곤과 삼태극에 집중되었다.

안그래도 나노슈츠 탈환에 실패하여 펜타곤의 끈질긴 추적을 뿌리치느라 꽤 고생했는데,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또다시 일을 벌였다간 성공해도, 실패해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내실을 다진다. 복제 인간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고, 나중에 기회가 왔을때 펜타곤이 연구하는 생체 나노슈츠의 연구물을 빼앗으면 돼."

지금은 당장 움직일 상황이 아닌데다, 입이 무거운 이들이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소모되었다.

나름 한가닥 하는 이능력자들은 돈의 힘으로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고, 돈의 힘으로 마련된 최신식 설비와 높은 급료로 그들의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을 위해 더러운 짓을 마다않는 이들은 백억이든 천억이든, 그 이상의 돈을 쏟아부어도 쉽게 만들 수 없다.

오로지 로스차일드 가문을 위해서 싸울 수 있으며, 백인 이외의 인종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차별주의자적인 성격까지 같이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한 조건을 갖춘 이들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웰터는 일단 내실을 다지면서 소모된 그들의 숫자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키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리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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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 폐하, 지구로 내려보낸 첩자들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온 몸이 울퉁불퉁한 해산물같은 외향의 외계인이 위압감이 풍기는 호화스런 의자에 앉아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구를 그렇게 무시하더니 왜 첩자까지 보내 정보를 모으냐 싶겠지만, 여제가 첩자를 보낸 이유는 전략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 아니다.

"말하거라."

여전히 무료한 표정의 여제가 조용히 허락하자, 해산물 같이 생긴 외계인은 첩자들의 보고를 소리내어 읽었다.

칼리 제국의 기술력은 지구보다 훨씬 뛰어나기에 홀로그램 영상같은 것을 띄워서 손쉽게 읽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주 약간이나마 무료함을 잊기 위해 이렇게 소리내어 읽도록 명령하고 있었다.

"예. 지구의 모든 부족들이 모여서 제국에게 반격할 방안을 찾고자 회의를 하였다 하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구나. 아직까진 투쟁심을 잃지 않았어."

여제는 진심으로 안도감 어린 목소리로 지구인들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미소를 살짝 지어보였다.

간만에 흥미를 느낀 상대를 만나 먼 우주의 변방까지 왔는데, 겨우 이 정도에 포기하면 그 실망감은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졌을테니까.

"하지만, 워낙 방비가 단단해서 회의의 내용까진 알 수 없었다 합니다."

"후후, 그쪽은 아무래도 상관없지. 어떤 계획이든 알고 겪는것보다 모르고 겪는게 더 즐거운 법이니."

일반적인 폭군이라면 첩자들의 무능력함을 추궁하면서 책임자와 첩자들을 바꾸거나 죽이라고 소리칠법 하지만, 여제는 오히려 모르기에 느낄 수 있는 놀라움을 즐거움의 한 종류로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구인들은 피해를 복구하던 중이더냐?"

"예. 지상의 전력은 예상보다 강한지 노예들이 생각보다 많은 피해를 주지 못하였습니다. 지구인들은 폐허가 된 건물을 치우고 희생자들을 추리며 나름 정리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그거 다행이구나. 절망중에 병력을 보내면 다들 자포자기가 되어버려 재미가 없으니까."

이쯤되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구를 공격하는 주제에 지구인들의 상태를 물어보고, 그들이 절망하지 않음을 안도하는 모습.

그렇다.

그녀의 머리속에는 애초에 '전쟁' 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소꿉장난을 하는 중이다.

언제든지 손가락 하나로 죽일 수 있는 벌레들과 함께 하는 소꿉장난.

"그들이 무슨 계획을 쓰는지 몰라도, 독을 품고 달려들게 만들어줘야 하겠지."

그리고, 그 벌레들이 자신을 물어뜯고자 이빨을 세우는 모습을 확인한 여제는, 그 이빨에 독까지 품게끔 툭툭 건들일 계획을 생각하였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로만 2급 전사들을 보내라. 그리고 민간인들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잔인하게 죽이도록. 그들이 칼리 제국에 더더욱 분노를 품고 악에 받혀 달려들게끔."

"예, 그럼 바로 보내겠……."

"아니, 지구가 4~5번 정도 회전한 이후에 보내도록 하여라. 슬슬 회복되려고 하는데 또 공격 받으면 지구인들도 분노해서 악을 쓰고 달려들게 아니냐."

"여제님의 지시대로 이행하겠나이다."

외계인은 여제의 명령에 허리를 숙이며 어디론가 향하였고, 홀로 남게 된 여제는 자신을 향해 도발한 지구인의 얼굴을 되새기며 미약한 미소를 드러냈다.

"어디에 있느냐. 설마 겁에 질려서 어딘가에 숨어있는건 아니겠지?"

만약, 겁에 질려서 숨어있는 거라면 정말로. 아주아주 정말로 큰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왠만해선 감정의 높낮이가 쉽게 변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정말로 분노하게 된다면 평범한 죽음 따윈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 정도로 잔인한 폭군이 된다.

물론,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소모시킬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지구의 입장으로선 폭군이지만, 수 억, 수 조 이상의 숫자를 가진 우주 규모로 따지자면 여제는 의외로 전투광인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지도자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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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회의가 끝난지 3일째가 되던 날.

삼태극은 UN 참가 국가들이 모은 물자들과 함께, 인질 역할을 맡게 된 이벨을 얻기 위해, 우주에서 내려다 볼 수 없게끔 위장막을 넓게 쳐둔 장소를 향해 지하드의 텔레포트 시스템을 이용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텔레포트하며 모습을 드러낸 지하드는 포문을 모두 개방하면서 당장 공격이라도 할듯한 모습을 보였고,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UN 소속의 요원들도 총구를 겨누면서 초긴장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렇게 서로가 공격하지 못하게 경계를 하면서 약속한 물자가 지하드를 향해 이동되었고, 마지막으로 이벨이 탑승할 차례가 되었다.

"이벨……."

"베스, 잘 지내야 해."

"…꼭 돌아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볼께."

그녀를 마중나온 베스는 이벨의 몸을 껴안으면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고, 이벨은 동료들의 마중을 뒤로 하며 지하드에 탑승하였다.

"제길……. 빌어먹을 개새끼들……."

이벨을 마중나온 펜타곤의 리더 중 한 명, 리먼은 이빨을 빠드득 갈면서 사지로 걸어가는 이벨의 뒷모습에 분노를 삼켜내고 있었다.

"참게."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위험해 보였는지, 스캇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진정하라고 입을 열었다.

"나도…알고는 있어……. 알고는 있는데…제기랄……!"

이벨은 단순한 인질이 아니다.

최후의 순간, 지하드의 내부에서 난동을 피우며 텔레포트 시스템을 박살내거나, 텔레포트를 할 수 없게끔 만들어 이지스의 주포에 지하드와 함께 산화해야만 하는 숭고한 희생자다.

하지만, 동료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올라탔는데 어찌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거기다가 인질이 된 그녀가 치우에게 어떤 고초를 당할지 모른다.

그녀가 겪게 될 고초만 생각하면 계획이고 자시고간에 당장 지하드 안으로 뛰어가서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고 날뛰어 텔레포트 시스템을 파괴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이벨은 그런 동료들의 걱정어린 마음을 잘 아는지, 마음이 약해지지 않게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드의 전함 안으로 들어갔다.

"화물을 모두 실었습니다."

"좋아. 받을건 다 받았으니 우리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미션 실행일에 연락하라고."

치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페리샤와 함께 지하드 안으로 들어갔고, 그들 모두를 태운 지하드는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론가 텔레포트를 한 것이다.

"으아아아아!!"

펜타곤의 리더중에서 가장 열혈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리먼은 그 모습에 비명같은 소리를 내질렀고, 이벨의 희생을 알고 있는 몇몇 상위층 장교들은 이미 사라진 지하드 방향을 향해 진심어린 경례를 통해 이벨의 숭고한 희생을 찬양하였다.

그리고, 지하드 안으로 들어가면서 텔레포트를 통해 어디론가 이동되었음을 느낀 이벨은 자신보다 앞장 선 치우와 페리샤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의 뒤에는 레이저 소총을 든 창귀가 뒤따라오며 이벨의 돌발 행동을 몸으로 막아낼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제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치우?"

"내 본명은 손 진우다. 딱딱하게 치우라고 부르지 말고 친근하게 내 본명을 불러달라고."

앞으로 걸어나가던 진우는 자신의 본명을 알려주면서 그렇게 부르라 하였고, 이벨은 그에게 굽히는듯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부르지. 어쨌든 다시 한번 묻겠다, 진우. 나를 어떻게 할 셈이지?"

"일단 따라와봐. 그럼 알게 될테니까."

씨익-

이제는 얼굴이 알려질대로 알려졌기에, 가면을 쓰지 않은 오픈 페이스인 진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벨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사악해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미 각오는 했다.'

이벨은 이미 각오를 했기에 깊은 숨을 내쉬면서, 어떤 일을 겪어도 절대 마음이 꺽이지 않게끔 단단히 마음을 다졌다.

그렇게 조용히 진우와 페리샤의 뒤를 따라간 이벨은, 약간 어둠 컴컴한 길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갔다.

'점점 어두워지는데?'

어째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이 이벨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지잉-

그 때, 진우와 페리샤는 문을 여는 스위치를 열고선,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녀에게 길을 터주었다.

"자, 안으로 들어가."

하지만, 그녀는 그의 명령에 곧바로 따를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연 문에는 완전히 새까만 어둠속이였으니 말이다.

바보라고 해도 함정이라고 밖에 생각이 드는 어둠컴컴한 공간.

진우와 페리샤는 의미모를 미소를 지어보이며 빨리 안으로 들어가라는 듯이 턱짓을 하였다.

'…그래, 일단은 네 뜻때로 가주마. 어떤 함정이든, 고난이든 모두 다 극복할테니까!'

뚜벅 뚜벅-

이벨은 어둠밖에 없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비해두면서 마음의 준비를 갖춘 그 순간!

펑! 퍼퍼퍼펑!!

"환영합니다~~!"

갑자기 불이 켜지면서 폭죽 소리가 울려퍼졌고, '지하드의 첫번째 손님을 환영합니다~' 현수막과 호화스런 파티 음식들과 함께 삼태극의 간부들이 활짝 웃는 낯으로 이벨을 환영해주었다.

"…에?"

예상치 못한 그 모습에, 이벨은 자신도 모르게 넋 빠진 표정으로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전에도 말했듯이 이벨은 여제랑 같이 조교함. 감옥 전함 기대하신분들은 깝 ㄲㄲㄲ

그리고 저는 고오오오급 시계를 안합니다. 아니, 블리자드 게임은 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대 안해요

왜냐고요? 걔네들은 나 게임 못하게 막으니까 ㅡㅡ

내가 x같아서라도 블리자드 게임은 죽어도 안할거임! 그러니까 내 소설에서 고급 시계 발언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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