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796화 (79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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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작은 해프닝들이 있었지만, 의외로 삼태극의 움직임은 매우 조용하였다.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존재인 삼태극.

거기다가 성격이 잔악무도하고 지랄맞기로 소문난 치우라면 별 트집을 다 잡아가며 난동을 피울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경계 상태를 취하고 있던 이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치우가 배정받은 방은 최신예 감시 도구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는데, 그 도구들로부터 영상과 소리를 출력받아 감시하고 있던 감시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우씨, 아앙~-

=앙~=

-어때요, 맛있어요?-

=이실리아가 먹여주는데 당연히 맛이 없을리가 있겠어? 솔직히 과일을 깍아도 네 손으로 깍으면 더 달고 맛있거든.=

-후후훗, 그렇게 봐주시니 영광이네요.-

소파에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무릎을 베면서 편하게 누워있는 남자는, 무릎 베게를 해준 여성이 건내주는 과일을 새끼 새 마냥 입을 벌리며 받아먹기에 바빴다.

"…뭐야 이거."

누군가가 화면에서 나오는 삼태극 일행의 모습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삼태극의 분위기는 매우 엄격진지근엄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잔악무도한 집단인 삼태극.

그 삼태극의 인물들이라면 당연히 살기를 풀풀 풍기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낼거라 예상했건만,

-꺅!-

=으응~ 역시 이 곳의 냄새가 제일 좋아.=

-아이참, 진우씨도 정말 짓궂으시다니깐.-

마치 개구쟁이 아이처럼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그의 수발을 들어주기 위해 곁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키의 가슴골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아키는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모든것을 다 받아주는 모성애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뭐냐고, 이 3류 멜로 시트콤은."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렸지만,

"……."

"……."

"……."

그의 투덜거림에 경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목격한 것은 살벌함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달달함만이 가득찬 핑크빛 공간이였기 때문이다.

너무 달달해서 맵고 짠게 지금 당장 먹고 싶을 정도의 달달함.

"이 인간들, 정말로 삼태극이 맞습니까?"

"…맞다."

치우의 얼굴은 펜타곤측에서 공개해줌으로서 확인이 되었는데, 그 얼굴과 지금 화면에서 나오는 그의 얼굴은 완벽하게 똑같았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강대한 2개의 국가를 끝장낸데다 미국조차 초긴장 상태에 빠지게 만들어 선제 공격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그 삼태극이…….

-주인님, 포도 드릴께요.-

=아~=

여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새끼 새 마냥 받아먹기 바쁜 저 인간이 그 조직의 수장이라니.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제일 필요없는 임무를 맡은게 아닐까요?"

누군가가 인지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말하자, 영상을 확인하던 이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십수개의 화면에서 아주 약간의 이상함이라도 캐치하기 위해 배치된 그들은, 겨우 이딴걸 보기 위해 차출되었는가 라는 자괴감에 휩쌓인 것이다.

"삼태극 녀석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신들이 배정받은 방에 감시 카메라들이 있다고 예상해뒀겠지. 지금 녀석들은 저런식으로 우리를 방심시키면서, 은연중에 감각을 활성화하여 감시 카메라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수작임이 분명하다."

이들 중에서 가장 계급이 높은 이가 방심하지 말라며 경고를 하였고, 그 말투에는 방심하지 말라는 따끔한 꾸중이 섞여 있었다.

다행히 그의 꾸중은 먹혀들어서, 이 3류 멜로 시트콤을 계속 봐야 하는건가, 라며 괴로워하던 이들의 눈빛이 다시 한번 살아나게 되었다.

워낙 평소 듣고 있던 악명과 지금의 갭이 너무 컸기에 당황한것 뿐, 그들도 일단은 프로들이니까.

=아, 진짜 심심하네. 뭐 할거 없…으악!?=

꿍!

그 때, 치우가 몸을 일으키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무릎이 탁자 모서리에 찧여버렸다.

=끄아악! 나죽네! 끄악! 으악! 갓데밋!=

-꺄아! 진우씨!-

=으우으윽……! 빠…빨리 호 해줘……! 아파 뒤질것 같아……!=

-호오~ 호오~ 아픈거 다 날아가라~-

한국에 내 손이 약손이 있다면, 일본에는 아픈거 다 날아가라 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심리적인 부분을 이용한 민간 요법인건데, 안도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면서 고통을 완화시키는, 가난한 시대의 산물인 셈이다.

아키는 진우의 무릎에 바람을 불어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루만져주었고, 그 덕분인지 진우는 고통에서 벗어난 표정이 되었다.

=하아~ 살았다. 역시 아키가 만져주면 왠만한건 다 낫는다니깐. 이것도 이능력의 일종 아냐?=

-정말, 걱정 많이 했잖아요.-

-주인님이 아프지 않게 탁자라던가 책상 모서리들을 다 뭉퉁하게 깍아놓을께요!-

"……."

"……."

"……."

"……."

저게 치우라니.

저딴게 치우라니.

저딴게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대악당이라니.

이 영상은 편집하지 않고 통째로 상층부에다 올려줘야 하는데, 그 생각만 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째서 부끄러움은 자신들의 몫이란 말인가.

감시자들은 영상에서 눈을 때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침통함을 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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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경계하면서 시간은 흘러, 대다수의 중핵들이 모이면서 회의장이 하나둘씩 차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평소때와 같은 웅성거림은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어이, 아저씨."

"네…네?"

"진짜 진지하게 궁금해서 묻는건데, 머리 중앙이 뻥 뚫리면 보기 싫지 않아? 그런 헤이하치 머리가 취향이면 또 모르겠는데, 차라리 깔끔하게 밀어버리는게 보기에도 좋고, 관리에도 좋잖아. 안그래?"

"하…하하…그…그렇군요……."

한 젊은 동양인 청년의 존재감 때문이다.

그는 아무한테나 다가가서 친한척 말을 걸었고, 그가 움직일때마다 사람들은 움찔움찔 거리면서 공포에 떨어댔다.

마치 양때속에 들어간 늑대, 범생이들밖에 없는 반으로 쳐들어간 학교짱의 모습이 떠오르는 장면이였다.

한쪽은 주름살과 거친 살결이 느껴지는 중년, 다른 한쪽은 젊은 남성.

나이차가 뚜렷한데도 중년 남성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억지 웃음을 지어 젊은 남성의 비위를 맞췄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은 UN 내에서도 거의 발언권이 없는 이름없는 약소국의 수장이였고, 눈 앞의 남자는 자신의 나라가 일반 시민들까지 전원 무장해도 하루안에 박살낼 수 있는 삼태극의 수장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치우에게 쫀 것은 아니였다.

"주접은 그만떨고 네 자리로 돌아가라, 치우."

누군가가 치우를 향해 경고를 하였고, 모두의 시선이 경고를 한 사람의 방향으로 돌려졌다.

짧은 스포츠 형태로 깍은 머리와, 다른 대통령들과 다르게 몸이 다부졌고 근육이 약간 도르라지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각 국의 자리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국기가 자리에 꽂혀 있었는데, 그 발언을 한 사람의 앞에 위치한 국기는 러시아의 것이였다.

"호오."

진우는 새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다가갔고, 그가 앉은 책상 위에 건방지게 엉덩이를 걸터 올렸다.

"역시 전투민족은 전투민족인가봐? 감히 나를 두고 그딴 말을 지껄일 깜량이 된다니, 정말 놀라운걸?"

"네 이능력은 봉인되었고, 모든 수행원들은 밖에 있지. 즉, 네 놈은 몸만 좀 건강한 일반인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 안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수행원들을 모두 밖에다 대기시키도록 하였고, 그것은 다른 국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경호원들이 존재하였지만, 타 국가의 수행원은 보이지 않았다.

특수 부대 출신으로 몸을 단련하는데 쉬지 않은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로 로스차키는 자신의 힘이라면 그를 충분히 죽일 수 있으니 알아서 자중하라고 협박 형식의 경고를 하였지만, 당연히 진우에게 그정도 협박이 통할리가 없었다.

"왜? 그래서 이제야 좀 개겨볼 수 있겠다 싶은거야? 거 좋네. 안그래도 전투민족 한국인과 전투민족 러시아랑 어느쪽이 더 강한지 슬슬 확인해두고 싶었는데 아주 잘 됐구만."

"웃기는 개소리로군. 겨우 동아시아의 코딱지만한 땅덩어리에 안주하는, 다 합해서 1억도 안되는 소수민족 따위와 우리를 동일 선상에 올려두겠다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국가라는 자존심을 가진 러시아는 치우를 향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다툼을 하였고, 두 사람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치우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적대하기 전까지 내버려두라는 지시를 받았던 회의장 안의 경비원들은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거 알아? 지금까지 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한 녀석들은 내 손으로 요단강 보내줬어. 우리 아버지가 익스프레스 사업을 하셨고, 나는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시작했지. 요단강 건너가면 감히 내 앞에서 입털다가 먼저 간 선배들이 손 흔들면서 기다리고 있을거다."

"그래? 그러면 잠시동안 자신이 보낸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보게 해주지!"

후웅!

순간, 알렉산드로의 주먹이 진우의 안면을 향해 쏘아져나갔고, 진우는 몸을 크게 비틀며 거리를 벌리고 후퇴하였다.

"자…잠깐! 두 분 다 그만하십시오!"

경비원들은 주먹이 오가자 후다닥 달려들어 두 사람의 몸을 붙잡았지만, 진우와 알렉산드로는 크게 흥분하지 않았는지 경비원들의 제지를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

그 때, 진우가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아아~ 진짜 아까워. 3번째 목표는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선택했어야 했는데. 그래야 저 얼굴이 일그러지는걸 볼 수 있었을텐데! 아아~ 진짜 아쉽다아~"

그의 목표는 세계 정복이 아니라,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짓밟아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것.

그 목표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여기에 있는데 미국을 골라버린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나도 아쉽다, 치우. 러시아는 나폴레옹도, 히틀러도,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한 제국이다! 아니, 역사에 이름을 새긴 그들의 몰락은 우리를 공격하면서부터 일어난 일이지! 네 놈에게 그 제국의 저력을 보여주지 못한게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누구도 굴복시키지 않은 러시아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소리치는 알렉산드로 대통령과 그의 얼굴을 일그러지는걸 보고 싶다며 소리치는 치우.

회의 내용을 총정리 하던 그리핀은 뒤늦게 소란을 듣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소란의 중심에 속해있는 치우의 모습에 한 숨을 내쉬었다.

이능력이 봉인되고 자신의 곁을 경호해줄 수행원이 없으면 좀 잠잠해질까 싶었는데, 치우의 성격은 애초에 그런거하곤 상관없이 개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능력이 사라지면 원래 느끼던 감각이 사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지랄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소심하게 변한다.

물론, 치우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족쇄를 채운것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그가 조용히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시간을 끌면 위험하겠군.'

저 지랄맞은 성격의 인간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에, 그리핀은 다소 정리가 덜 되었지만 그 부분은 자신이 즉석에서 임기응변으로 해결하겠다고 판단하였다.

============================ 작품 후기 ============================

ㅋㅋㅋㅋㅋ 또 표지 신고 먹음 ㅋㅋㅋㅋㅋ

저는 뭔가 사악해 보이는 소(날카로운 눈매, 잔인해 보이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듄 시리즈의 하코넨 가문의 마스코트를 사용했었는데, 자꾸 신고 먹으니 다른 놈으로 바꿔야겠다 싶더군요.

일단은 널리 알려진 치우천황의 이미지로 교체했습니다.

일단 천천히 구글링좀 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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