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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삐이이이이이이---!!
이번에도 시내 중심에서 틀었다간 똑같이 100% 신고받을 소음이 터져나왔다.
방금전에는 폭죽 소리였다면 지금것은 기계음으로 이루어진 뾰족한 고음이였다.
"벌써!?"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소리였기에, 그것이 퇴각 신호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스차일드의 습격팀은 경고가 발한지 3분도 안되어 퇴각 신호가 울려퍼지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특히, 함정들을 부수면서 폭발음이 들려온 팀과 합류한 릴리야는 이제야 제대로 싸워볼까 싶은데 퇴각 신호가 울려퍼지자 깊은 갈등에 휩쌓이게 되었다.
조금만.
5분만 시간이 있다면 당장 뒤를 쫓아가서 매그너스와 그 일행들을 조각낸다음에 슈츠를 회수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퇴각 신호는 '슬슬 버티기 힘드니까 퇴각 준비해라' 라는 것이 아니라 '당장 전멸하기 일보직전.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속히 퇴각하라' 라는 뜻이였다.
그만큼 저지팀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조금만 더! 진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릴리야의 머릿속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기둥을 만들어내거나, 국지적으로 북극같은 영하권 기온을 만들어 수많은 이들이 전율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 상상은 한낱 망상으로 끝나게 되었다.
부들부들…….
릴리야는 주먹을 꽉 쥐면서 터질것 같은 분노를 참아냈고, 끊어질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퇴각…한다……."
그녀가 로스차일드 내부에서 지닌 위치는 매우 불안정하다.
그런 상황에서 지시를 내렸는데도 불응하여 고집을 피우면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혀 철저하게 중요한 일에서 멀어지게 되리라.
성과를 올리면 그딴거 다 필요없겠지만, 적의 홈그라운드에서 시간을 허망하게 소비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릴리야는 매그너스의 슈츠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습격팀은 전원 입구 근처로 향하기 시작하였고, 입구 근처에서 퇴각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텔레포터는 그들이 전부 모일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살라딘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으로, 낮은 확률인 텔레포터가 되어 안전한 퇴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투쾅!!
"!!"
저지팀이 적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게끔 입구에다 이런저런 물건들로 대충이나마 만든 방벽이 파괴되면서 하얀 날개를 가진 녹색 단발 머리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펜타곤 최강 전력중 하나인 아크 엔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흡!"
"핫!"
그와 동시에 살라딘의 유전자를 통해 태어난 두 명의 염동력자가 이벨을 향해 손을 뻗으며 전력으로 그녀의 몸을 조이기 시작하였다.
10등급의 두 염동력자가 그녀의 몸을 막아내는 사이에 10등급 신체 강화자가 주먹을 쥐며 이벨을 향해 가격하려던 순간,
"하아아앗!!"
이벨은 자신을 조여오는 염동력을 깨뜨리기 위해 거친 기합성과 함께 날개를 크게 펄럭이며 발이 땅에 닿지 않게 저공 비행을 하며 팔다리를 좌우로 뻗었다.
"큭!"
"으윽!"
힘으로 염동력의 억지력이 깨지자, 힘이 역류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코피를 흘리게 된 그들은 힘없이 한 쪽 무릎을 꿇어버렸다.
바우웅!!
살짝 하늘에 떠 있던 이벨은 염동력의 압박을 힘으로 파괴하고선 날개를 주먹처럼 쥐어보여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 휘둘렀다.
콰지직!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신체 강화자는 금강저를 쥐면서 이벨의 몸체를 향해 휘둘렀다.
인도 고대의 무기이기도 하며, 불교용 의식 도구와 밀교승의 무기로서 사용되는 금강저.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력과 힘으로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식의 금강저가 아닌, 진짜 밀교승이 사용하던 유물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요괴를 퇴치하고 살생을 위해 실전적인(만들 당시에는) 금강저는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역사 덕분에 있지도 않은 능력을 얻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찌른 상대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능력이였다.
물론 아주 오래는 아니고, 길어봤자 1~2초지만 고수들간의 싸움에서 1~2초는 1분과도 같은 시간이다.
"핫!"
찌르는데 특화된 무기인 금강저는 유물로서의 등급이 생겨, 일반적인 금속이 가진 위력을 상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단 상처만 내면 이쪽이 후퇴할 시간은 충분하다 판단하였으나,
"트리슈라."
파괴신 시바가 사용했다던 삼지창이 그녀의 부름에 호응하여 용광검처럼 텔레포트하듯이 허공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카캉!!
똑같은 인도쪽의 무기이긴 하지만 한 쪽은 파괴의 신 시바의 무기, 다른 한 쪽은 밀교승의 무기였기에 위력의 차이는 논할 필요가 없었다.
빠각!
"!!"
금강저를 깨부순 삼지창은 그대로 신체 강화자를 향해 쏘아져나갔고, 신체 강화자는 황급히 몸을 틀어 찔러들어오는 창날을 피했…….
우직!
순간, 방금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주먹처럼 말아진 날개가 휘둘러져 신체 강화자의 몸통을 으깨버렸다.
거의 일방적인 싸움인데다, 이벨이 가하는 공격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한 릴리야와 다른 습격팀은 두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번째는 자신들이 알고 있던 정보가 다르다는 것과, 두번째는 그로 인해 밖에서 저지하던 이들이 퇴각 신호를 보냈다는 것.
간단하게 10등급 신체 강화자를 처리한 이벨은 텔레포트를 하려는듯이 모여있자, 한꺼번에 일망타진 하려는듯이 삼지창의 창날 끝을 겨누었다.
"!!"
"!!"
휘청-
"앗!?"
하지만, 이벨은 마치 미끄러운거라도 밟은듯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며 조준이 흐트러졌다.
릴리야가 그녀가 밟고 있는 곳에다 미끄러운 얼음 장판을 깔아놓은 것이다.
특히, 얼음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그녀는, 얼어붙기 직전의 물기까지 더해서 가만히 서 있어도 균형을 잃을만큼 미끄럽게 만들어놓았다.
이벨은 날개로 벽면을 잡으며 휘청거리는 것을 막아냈지만, 그 찰나의 시간 덕분에 텔레포터는 몸통이 으깨진 신체 강화자를 제외하고 모두 텔레포트하여 지정된 위치로 피신하는데 성공하였다.
'텔레포트를 했어!?'
이벨이 여유가 부린것은 자만심이나 그런게 아니다.
이 기지 내부에서는 9등급 이하의 텔레포터는 절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끔 안티 텔레포테이션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 곳에서 텔레포트를 했다는 뜻은…….
'10등급의 텔레포트 능력자……?'
대체 누가? 삼태극? 아니다. 삼태극이였으면 겨우 이정도로 끝날리가 없다.
삼태극이 가진 악명과 그들의 잔인함, 파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벨은 이 습격이 그들과는 관계 없다고 확신하였다.
'게다가 나를 공격한 이들도 9등급의 힘을 아득하게 넘어섰어.'
9등급과 10등급의 차이는 숫자 1의 수준이 아니다.
거기다가 자신 또한 10등급이였을때의 감각이 남아있기에 힘의 역량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분명한 10등급 이능력자들이였다.
'정체불명의 세력…….'
이만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세력의 등장.
이벨은 삼태극과 칼리 제국의 문제만 해도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정체불명의 세력이 등장하게 되자 머리가 아파옴을 느끼게 되었다.
'일단 안쪽부터 확인하자.'
적이 숨어있을지도 모르고, 뭔가 수작을 부리고 후퇴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밖에서 돌입 준비를 하고 있던 히어로들 중에서 기감에 민감한 이들만 이끌고 기지 내부를 확인하기 시작하였고, 그와 동시에 입구쪽으로 향하던 베스 일행과 만나게 되었다.
"베스!"
"이벨!"
두 여성은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몸을 껴안고선 꺅꺅 거리며 기뻐하였다.
펜타곤 내에서 이 두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자매 사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벨의 솔직담백함이 상대방의 목소리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베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단지, 회의때는 서로의 입장이란게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을 논하는데 서로의 친분을 과시하기엔 두 사람 모두 이성적이고 제대로 된 생각이 박혀있었기에 사무적으로 대해왔다.
그렇기에 위험한 상황에서 상대의 안전을 확인하게 된 두 여성은 잠시동안 자신들의 입장을 무시하며 순수하게 상대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기뻐한 것이다.
"몸은 괜찮아?"
"나는 괜찮아. 단지 습격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죽은 사람들이 많다는게 문제지."
베스는 이벨의 걱정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죽은 사람들을 추도해주었다.
덕분에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이벨은 베스가 안전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
'응?'
그 때, 이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어째서?"
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버릴 정도였다.
매그너스 그라임.
자신을 향해, 그리고 히어로들을 향해 증오와 분노를 퍼붓던 그가 완전 무장을 한 채로 자신을 향해 불쾌감을 느껴지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응? 아."
베스는 이벨이 왜 그러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자, 매그너스의 불쾌한 표정을 확인하고선 뒤늦게 상황을 인식했다.
"우리가 기습을 당할때 도와줬어. 솔직히 반쯤은 이 사람이 날 도와줘서 안전해졌다고 볼 수 있을걸?"
매그너스가 죽인 10등급 염동력자의 존재를 확인하면 반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간에 이벨은 여전히 매그너스가 껄끄러웠고, 매그너스 또한 이벨을 향해 좋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에 두 남녀는 서로의 눈을 마주보면서 안좋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장 먼저 시선을 피한 쪽은 매그너스였다.
철컥-
매그너스는 자신의 생체 나노슈츠의 데이터 정보를 통해 작동하는 파워 아머처럼 생긴 슈츠를 벗고선 대충 땅에다 내려놨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그렇게 한 마디를 하고선 어디론가 향하였는데, 베스는 그가 향하는 방향이 감옥 방향임을 확인하였다.
모든 무장을 되찾았는데도 불구하고 약속대로 스스로 무장을 해체하며 감옥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베스는 현대에 저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눈치였다.
마치 미국식으로 엄청 미화시킨 기사나 사무라이같은 이가 현실로 튀어나온것 같다고 해야 할까?
상대방의 목소리를 통해 거짓과 진실, 그리고 강한 진실을 느낄 수 있는 베스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강한 진실이 느껴지고, 말뿐만 아니라 자신이 한 말을 반드시 지키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묘한 눈빛으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베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거야?"
"어, 응. 습격을 받을때 저 사람이 습격자들과 싸울테니 슈츠를 되돌려달라고 했었거든. 너도 내 능력을 알고 있잖아?"
"으음……."
알고는 있다.
알고는 있지만…그래도 매그너스가 불편한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건 해봐야지.'
지금은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타이밍이 아니였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매그너스와 다시 한번 대화를 해볼 생각이다.
쿠쾅!! 쿠쿠쿠쿵!
"윽!?"
"!!"
그 때, 이벨이 죽인 적의 시체가 폭발하였다.
그와 동시에 기지 여기저기에서 폭발음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기지 내부에서 적의 통신을 막는 방해 전파가 해체되자, 로스차일드의 공작팀이 보낸 자폭 신호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습격팀의 시체에 내장된 폭발물을 기폭 시킨 것이다.
그 폭발로 인해 시체들은 고기 파편이 되어버렸고, 이벨과 베스는 그 모습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습격자들…아니, 그 뒤에 있는 자들의 용의주도함과 치밀함에서 보통 조직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뒤늦게 펜타곤의 정보팀이 기폭 주파수를 추적하였지만, 로스차일드에서 모은 이들과 최신예 장치에 의해서 펜타곤의 추적은 도중에 막히고 말았다.
거기다가 텔레포트한 이들의 뒤를 쫓아갔지만, 10등급이 갈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를 이동하여 텔레포트 능력자들은 한 번에 그 거리까지 이동하지 못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도착했을땐 이미 적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면서 추적은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 용의주도함과 철두철미함에 이벨과 베스는 이들이 보통 습격자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받게 된 충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였다.
이번에 칼리 제국에 대항하고자 모이는 국가 연합 회의에 삼태극의 수장, 치우가 참석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 저녁쯤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수수께끼의 습격자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파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데, 삼태극의 수장인 치우가 국가 연합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어쩌면 지금의 습격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거리를 야기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여러가지 사건과 최악의 소식이 연달아 터져나온다.
오늘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하루였다.
============================ 작품 후기 ============================
동생놈이 말년 휴가를 왔다!!
하지만 이번엔 방해물이 안 됨 ㅎㅎㅎ
왜냐면 이사와서 방이 넓어졌고, 무엇보다 동생한테 컴퓨터를 사줬거든 ㅎㅎㅎㅎㅎ
이제 녀석은 나를 방해할 건덕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