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777화 (77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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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그리핀과 대통령이 계속 여러가지 문제로 대화하고 있을 무렵,

화악-

날개를 활짝 펴올린 이벨은 펜타곤의 기지에서 날아올랐다.

"아크 엔젤! 어디 가십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뒤쪽에서 여러명이 갑작스런 돌발 행동을 하는 그녀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벨은 그런 그들의 만류를 무시하고선 어디론가 쏜살처럼 날아갔다.

어떤 목적지를 미리 정하고 날아가는것이 아니다.

매그너스의 외침에 자신이 미쳐 생각치 못했던 죄악감을 느끼면서, 한계 이상의 죄책감에 본능적으로 일단 이 곳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본능만이 그녀의 머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를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이능력자들이 쫓아왔지만, 11등급이 되면서 속도 또한 상승된 그녀를 쫓아올 수 있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 감각도 잃고, 무작정 멀리 날아다니던 그녀의 의식을 깨워준것은 어디선가 맡아본 익숙한 냄새였다.

"아……."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날개짓을 하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지만, 마치 귀소본능처럼 자신이 살아온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의식을 깨워준 익숙한 냄새의 정체는 자신을 길러준 부모님들의 목장의 냄새와 어디선가 느껴지는 달콤한 냄새였다.

어차피 목장의 냄새야 다 그게 그거 아니냐 싶겠지만, 남의 목장 냄새와 고향의 목장 냄새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함이 존재하였다.

"엄마…아빠……."

자식이 없어서 쓸쓸이 여생을 보내던 중, 지구로 착륙한 우주선을 발견하면서 그 안에 있던 이성인 아이를 친딸처럼 길러준 부부.

그 부부의 사랑 속에서 자랐던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있어 가장 편한 장소를 찾아 온 것이다.

"아……."

그 때, 목장 밖으로 나와 소 먹이를 챙겨주는, 흰머리가 절반을 차지한 갈색 머리의 50대 백인 남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벨의 두 눈에 눈물이 핑 돌게 되었다.

이벨 덕분에 도시에서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서 스스로 일을 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녹슨다면서 목장일을 계속하는 아버지의 자상하면서도 근엄한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샘이 아려온 것이다.

더이상 참지 못한 그녀는 날개를 접으면서 천천히 하강하였고, 왠지 익숙한 소리를 듣게 된 50대 백인 남성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려보았다.

"이벨? 이벨이니!?"

그는 하늘에서 하얀 날개를 접고 내려오는 이벨의 모습에 반가움을 참지 못하면서 그녀가 착지하는 장소를 향해 달려나갔다.

"아빠!"

"이벨!"

서로 피는 통하지 않지만, 친부모와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힘껏 와락 끌어안았다.

'아아……. 아빠의 냄새가 나…….'

이벨은 아버지의 몸에서 목장 냄새가 섞여서 풍겨오자, 그 냄새에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무슨 소란…어머!"

그 때, 그 소란을 들었는지, 소 여물을 챙겨주던 거친 금발의 머리카락과 주름살이 자글자글하게 나 있는 중년의 여성이 밖으로 나오다가 이벨의 흰 날개를 보자마자 기쁘게 달려왔다.

"이벨!"

와락!

그렇게 부부와 딸은 서로의 몸을 끌어안아, 서로의 체온과 체취를 맡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자꾸나. 마침 네가 좋아하던 애플 파이를 굽던 중이였단다. 아마 지금쯤 2~3분쯤 남았을테니 조금만 기다리렴."

"아……."

그녀가 느꼈던 달콤한 냄새의 정체는 애플 파이의 냄새였다.

"예. 엄마가 만든 파이가 정말 엄청 먹고 싶었어요."

엄마가 해주는 파이를 가장 좋아하는 이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으로 향하였고, 파이를 구우면서 잠시 소 여물을 챙겨주던 일을 하던 이벨의 어머니는 재빨리 손을 씻고선 오븐을 확인하였다.

이벨의 아버지는 TV가 있는 소파로 그녀를 안내하면서 함께 소파에 몸을 맡겼다.

"얘기는 들었단다. 칼리 제국의 노예들이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예. 다행히 미국쪽은 대부분 정리를 했어요. 제대로 된 전력이 없는 약소국은 정부와 펜타곤, UN 연합이 협력해서 함께 의논하는 중이구요. 우리 목장 근처에는 안 나타났나요?"

"다행히도 우리쪽은 잠잠하단다. 도시쪽에 나타났다고는 하는데 이능력자들이 좀 고전했지만 어찌어찌 퇴치했다고 하더구나."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인 이 곳에 칼리 제국의 노예가 등장했다면 엄청난 문제로 발전했겠지만, 다행히 도시쪽으로 떨어져서 큰 피해 없이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칼리 제국은…네 모성을 공격한 그 곳이지?"

이벨의 아버지는 조심스래 칼리 제국의 정체를 물어왔다.

우주선의 정체가 알려지게 된다면 사방에서 난리가 날것이 분명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잘 은폐한 부부는, 이벨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될때까지 숨기고 있다가 그녀에게 우주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벨은 그 우주선에 기록된 정보를 확인하였고, 그 과정중에 이벨의 부모님들 또한 칼리 제국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알게 된 당시에 칼리 제국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 정신병원 직행일테니 남에게 얘기하진 못하였지만.

"…예. 맞아요."

"결국 지구까지 와버렸구나……."

"걱정마세요. 제가,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이 지구를 반드시 지킬테니까요."

이벨은 자신들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녀를 길러준 부모의 입장으로선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네 얼굴은 그렇지 않는구나."

"예?"

그 때, 애플 파이를 꺼내서 잠시 식히고자 창가에다 내놓은 이벨의 어머니가 소파쪽으로 다가오면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벨의 옆에 앉으며,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말해보렴. 뭔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니?"

"……."

이벨은 부모님들을 평생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잠시 머리를 정리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큰 실수를 저질러버렸어요……."

"계속 말해보렴."

이벨의 아버지는 딸의 어깨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면서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얘기하였다.

칼리 제국은 아니지만, 외계에서 떨어진 괴물의 존재로 자신들의 발을 묶던 초인등록법안을 철회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자신은 그 기회를 위해서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싸우던 사람이 자신을 증오하면서 울부짖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아버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며 이곳으로 도망치고 말았다는 얘기를 풀어놓았다.

"저는…저는 그 사람의 호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요……. 그 사람 말대로…저는 초인등록법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무시해버렸으니까요……."

"……."

"……."

이벨의 고백에 그녀의 부모님들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듯이 입을 다물었다.

"한가지를 확인해두자꾸나. 너는 무엇이 부끄러운거니?"

아버지의 물음에, 이벨은 침울한 표정으로 힘없이 대답하였다.

"전부 다요. 초인등록법안을 철회시키기 위해서 출동을 늦게한것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병사들과 생존자들의 목숨을 도외시한것도, 매그너스라는 그 사람의 호통도."

"흐음……."

아버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였고, 이벨의 앞쪽으로 향하며 무릎을 살짝 꿇어 소파에 앉아있는 이벨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사람은 모두가 실수를 하고, 잘못을 범한단다. 이건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그는 잠시 혀를 식히고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사람은 그 실수와 잘못에서 악인과 선인이 갈린단다. 실수와 잘못에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할 뿐이라면, 계속해서 같은 실수와 잘못을 범하여 악인이라는 굴레로 들어가는 법이지."

그리고, 남편의 말을 뒤이어 이벨의 어머니가 그녀의 어깨를 안아주면서 부드럽게 속삭여주었다.

"그리고, 그 실수와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는 사람은 선인이 되는거란다. 매그너스라는 그 사람에게 사과하렴. 그리고 앞으로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렴."

"이미 벌어진 일은 무슨 수를 써도, 우리가 너를 아무리 혼내도 되돌리지 못한단다. 그렇다면 그 잘못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숨기지 않고 뉘우치는게 최선이란다."

부모님들의 응원에,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게 된 이벨은 그래도 불안감을 모두 버리지 못하였는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안감을 토로했다.

"하지만…하지만 그가 용서해주지 않으면요……?"

"우리들은 매그너스라는 사람과 만나보지 못하였지만, 그는 너를 향해 분노하고 있는게 아니라 슬퍼하고 있는거란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 슬픔의 타겟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너를, 그리고 펜타곤을 향해 쏟아붓고 있는거야."

이벨의 부모님들은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똑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으며, 매그너스라는 당사자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일러주었다.

"아마 한두번의 사과로는 용서받지 못할거야. 평생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계속해서 진심을 보여준다면 그 사람도 네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분명하단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이란다. 그런 사람의 용서를 구하는덴 현란한 말재주가 아니라 진심어린 마음이 가장 필요한 법이야. 네 진심을 보여주렴. 그리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마음을 다잡으렴."

"아빠…엄마……."

아버지와 어머니의 응원에 이벨은 눈물을 흘리면서 두 사람의 몸을 와락 껴안았고, 그녀의 부모님들 또한 이벨의 몸을 끌어안으며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네 뒤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단다. 언제든지 힘들면 찾아오려무나."

"비록 피가 이어져있지 않지만, 너는 우리의 딸이란다. 지구 전체가 네 적이여도, 우리만큼은 영원히 네 아군이야."

"고마워요…엄마랑 아빠가 제 부모님이라서…너무나 고마워요……."

이벨은 이런 부모님 밑에서 자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신이 최고의 행운아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것만 명심하렴.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전지전능한게 아니야. 우리는 실수와 잘못을 언제든지 범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극복함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법임을 명심하거라."

아버지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면서 마무리 지었고, 이벨은 부모님들의 몸을 끌어안으며 부서질뻔한 마음이 회복됨을 느낄 수 있었다.

"예, 그럴께요. 더이상은 제 잘못과 실수를 회피하지 않겠어요."

이벨은 부모님 덕분에 실수와 잘못은 언제든지 범할 수 있으나, 그것을 직시하고 외면하지 않는 것으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절대로 무너질 수 없어!'

이런 분들이 절망하고 슬퍼하는 세상이 되지 않게끔 노력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다시 한번 불타오른 이벨은, 지구를 침공하는 칼리 제국과, 지구 역사상 최악의 또라이이자 핵 이상의 위험 존재인 삼태극의 치우를 반드시 처단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혹시 시간이 되면 하루나 이틀정도 우리와 함께 지낼 수 있겠니?"

그 때, 이벨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같이 지내자고 제안을 해왔다.

"모든 상처는 급하게 치료한다고 회복되는게 아니란다. 마음도, 몸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야 회복되는 법이니까."

그녀는 이벨이 얻은 마음의 상처를 좀 더 회복시키기 위해서 함께 지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벨도 솔직히 간만에 만난 부모님들로부터 금방 떠나자니 허전함을 느꼈기에, 그리핀에게 사정을 얘기하도록 결정하였다.

아마 그리핀이라면 이벨의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판단하여 당연하게도 며칠동안의 휴가를 허락해주리라.

이벨은 지구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느끼며, 부모님들과 함께 목장을 관리하며 마음의 충격을 받은 것을 회복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아쉽게도 이벨은 벌써 무너지면 안됨 -_-ㅎㅎ

일단 벌려놓은 스토리들을 모두 진행시켜서 해결하고, 언능 900화 안에 완결 지어야겠슴다.

그건 그렇고 이제 내일부터 이사 준비를 해야겠네요. 옷들도 정리하고 할게 꽤 많아서 걱정이네요.

그래도 여기서 더 좋은 곳(시장까지 3분, 바로 앞에 공원, 방 넓음)으로 이사 가니까 기분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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