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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펜타곤 동부 지부 휴게실.
-야이 개 씨발년아!-
쩌적-
그 욕설과 동시에 누군가의 몸이 쪼개지는 소리같은게 들려오는 착각이 일어났기에 모든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벨이 있는 쪽으로 시선이 모여졌다.
그만큼 펜타곤 지부에서 빌런들을 퇴치하다가 휴식을 취하던 그녀의 얼굴이 경악, 공포, 분노, 증오로 얼룩진 묘한 표정인채로 딱딱하게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엔 치우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선전포고를 하려고 하자, 이번 기회에 반드시 죽여주겠다고 다짐하던 그녀는 칼리 제국의 여제가 모습을 드러내자 경악에 가득찼다.
'어째서 여제가 벌써 오는건데!?'
설마 여제가 이토록 빨리 모습을 드러내리라곤 예상치 못했던 이벨은 자신도 모르게 격하게 소리치면서 당황하였으나, 머릿속으론 여제의 오만한 성격을 어떻게든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개가 다 끝나기도 전에 치우가 욕설을 내뱉는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외칠뻔 하였다.
'야이 개새끼야! 여제가 방심하게 그냥 내버려두라고!!'
평소 욕설을 거의 하지 않는 그녀의 평소 성격을 보자면 파격적인 모습이였지만, 그만큼 여제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넌 씨빨 진짜 상도덕도 없냐 씹창년아! 내가 경고했지! 지구로 오면 이 몸이 네 년의 가랑이를 찢어서 존나 박아주겠다고! 마조냐!? 변태야!? 따먹어주겠다고 하니까 아주 좋다고 보짓물 질질 흘리면서 지구까지 쳐 기어왔냐!!-
여성이라면 수치심과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적나라한 욕설이 터져나오자, 이벨은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아 울고 싶어졌다.
'제발 여제를 도발하지 마! 지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라진다고오!!'
우주 전체로 보자면 지구는 칼리 제국의 입장으로선 이제 막 원시 시대를 벗어난 문명에 가깝다.
그들은 달에서 지구를 폭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으며, 궤도권 밖에서 궤도 폭격만 가해도 지구가 할 수 있는 저항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대공포가 궤도권까지 도달하는가? 궤도권 밖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전투기가 있는가? 없다.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SF영화의 한 장면마냥 핵을 대륙간 미사일에 실어서 쏴재끼는 것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인데, 칼리 제국이 느릿느릿하게(그들의 입장으로선) 날아오는 미사일을 고이 맞아줄리가 전무하다.
아니, 애초에 여제의 성격이라면 그렇게 재미없이 전쟁을 끝낼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어쨌든간에 여제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적의 숫자를 최대한 줄인 후, 여제를 숫적으로 압도하여 어떻게든 쓰러뜨리는 것이 지구측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너무 추상적인게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올법도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진짜 답이 없는 존재가 여제라는 존재다.
그녀가 굳어있는 동안에, 여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구인들은 원래 입이 더러운지 물어왔고, 그 대답으로 치우가 또다시 욕설을 내뱉었다.
그 모습은 마치…….
-니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치디? 엉?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으이?-
"이거…'그거' 같지……?"
"…응……. 아무리 봐도 '그거' 인데……?"
휴게실에 모여있던 히어로들과, 그들을 서포트하는 일반 요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상대방 부모님 안부 물어오고 욕설을 찍찍 내뱉는 모습.
아무리 봐도 이건 전형적인 인터넷 키배였다. 그것도 우주 단위의 키배.
"아 젠장……. 저 새끼가 지구의 대표인것 같아서 너무나 쪽팔려……."
원래라면 우주의 지배자인 칼리 제국의 여제가 도달하면서 온 몸에 식은땀이 뻘뻘 흘리며 긴장해야 하는 장면이건만, 치우라는 존재가 지구를 대변하듯이 너무나 저열한 욕설을 내뱉자 오히려 이쪽이 부끄러운 상황이 오게 되었다.
영화나 소설, 애니로 비유하자면 최종 보스의 등장이라는, 묵직하면서도 지금부터가 진정한 싸움의 시작이라는 위기감이 전달되어야 하는 장면에 인터넷 악플러가 끼어들어서 최종 보스한테 저열한 욕설을 내뱉으며 심각한 분위기의 전달이 안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저 개새끼가 우리(지구) 개새끼라는게 더 쪽팔리다.
-너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지금 전함을 몰고가서 니놈들 머리통을 박살내 버리……!-
치직-
=여에게 적나라한 욕설을 내뱉는 녀석이 있다는건 꽤나 신선한 느낌이군. 부디 그 호전성이 끝까지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도록 하마.=
이리저리 오고가면서 통제권 싸움에 들어갔지만, 결국 승자는 칼리 제국의 기술력이였다.
확실하게 지구의 위성들을 통제에 넣은 여제는 치우의 개입을 완전 차단한 후에 다시 본론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이런 작은 행성 따위가 여를 즐겁게 만들어줄까 싶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별장용 행성으로 만들기 좋은 풍경과 호전성이 강한 지구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직접 올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선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인 여제.
그녀의 모습은 한 행성의 문명을 지배할 지배자로서의 면모보단, 재밌는 것을 찾게 된 악동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참고로 말해두자면, 우리들은 너희들의 시간대로 약 한 달전에 도착하였다. 즉, 한 달동안 너희들에 대해 정보를 모았다는 뜻이지.=
"!!"
"!!"
한 달 전에 이미 와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휴게실 안에 있는 모두의 눈이 희둥그래졌다.
=동족끼리 못죽여 안달인 호전적인 성향, 거기다가 이런 좁아터진 행성에 200여개가 넘는 부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너희들의 미개함과 야만성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지구 전체를 모욕한 여제.
하지만, 하나의 영토가 행성 단위인 그녀와, 하나의 영토가 한 행성의 땅덩어리인 지구인의 가치관은 극과 극이였기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이였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동족을 아무 죄책감없이 죽일 수 있는 야만성과 폭력성.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여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는 미개함. 그야말로 우주로 진출하지 못한 전형적인 원시 부족의 전형적인 구조다.=
거기까지 말한 여제는 아무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런 원시 부족들은 위기가 닥쳐오면 서로를 방패삼아서 자신들만 도망치려 하거나,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제물로 바쳐 목숨을 구걸하지. 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고.=
자신의 악취미를 서슴없이 내뱉는 여제의 모습에선 그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기에 휴게실에 있는 이들은 모두들 등골이 오싹거림을 느꼈다.
=악취미라 욕하지 말거라. 압도적인 강함이란 워낙 시시하다 보니 이런식으로 취미가 발전할 수 밖에 없더구나.=
즉, 자신이 나서면 이딴 행성은 간단하게 점령할 수 있으니 서로 꺅꺅 거리며 살고자 발버둥치는 인간군상들을 감상하겠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이쪽의 전술을 설명해주마. 지금으로부터 3일후. 지구의 원시 부족중 그나마 가장 강한 부족들에게 제국이 붙잡은 여러 행성의 노예들을 파견하겠다. 아, 걱정말거라. 기습 공격을 가하면 재미가 없으니 모습을 나타내고 3분 후에 공격을 개시하라고 알려두마. 물론, 그 전에 너희들이 공격을 한다면 바로 반격에 나서겠지만.=
혼자서 판을 깔고, 혼자서 상대해야 할 적을 소개해주는 여제의 모습은 지구인들을 문명인으로 보지 않고, 서로 동물이나 곤충끼리 싸움을 붙이는 어린 아이같은 천진난만한 잔인함이 드러났다.
=마음 같아선 장소도 알려주고 싶지만, 너희들과 싸울 노예들에게도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지. 참고로 말하자면 3일 후에 보낼 노예들은 이 행성을 자신들의 힘으로 지배할 수 있다면 이 행성을 그들의 영토로 인정해주기로 하였다. 즉, 고향 행성을 잃고 제국의 노예가 된 그들에겐 최고이자 마지막 기회인 셈이니 죽기살기로 싸우겠지.=
거기까지 말한 여제는 편하게 의자쪽에 몸을 기대면서 절대자의 여유가 묻어나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3일동안 충분히 준비를 해두도록 하여라. 여에게 큰 재미를 느끼도록 해준다면 너희 종족은 노예가 되더라도 너희들이 태양계라 부르는 이 곳 너머의 행성계로 끌고가는 대신, 나의 별장용 행성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기는 자비를 보이도록 하마.=
본인은 엄청난 자비를 보여줬다고 생각하였지만, 이 대사 하나만으로 지구인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엔 충분하였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해두겠다. 너희중 어떤 배신자가 나오든, 여는 그 배신자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으니 항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안그래도 단합이 안되는 너희들이 내부 배신으로 몸살까지 앓으면 너무나 재미 없지 않느냐. 그럼 다들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여라.=
그녀의 발언은 원래 예언과 다른 내용이였다.
치우라는 존재가 없었을때, 아수라가 최초의 배신자로서 칼리 제국에게 투항하여 그들의 첨병으로서 중국을 집요하게 공격하는게 원래의 역사다.
그런데 지금은 배신자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치우 때문이다.
치우가 여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 너무나 잘 먹혀버렸기에, 지구인들의 호전성이 엄청 강하다고 생각하여 그들의 호전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준 것이다.
일방적으로 판을 깔고, 일방적으로 선전 포고…아니, 놀이를 시작한 여제의 모습은 그렇게 사라졌고, 칼리 제국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이들은 드디어 지구의 운명이 결정될 싸움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이 씨발년이!!-
하지만, 뒤이어 치우가 분노를 터트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여제가 자신이 할 말을 다 하면서 통신을 끝내자, 그제서야 다시 제어권을 되찾은 치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 개같은 년이 어디서 일방적으로 선전포고 하고 지랄이야!-
지금까지 왠만해선 공개 방송에서 분노를 터트리지 않았던 치우는 극도로 분노하였는지, 가면 너머에 드러난 눈동자까지 분노로 얼룩져 있었다.
-지금 여기서 선포한다! 여제라는 그 씹창년 가랑이에다 보짓물 흘러나올때까지 쑤셔박고! 그 년을 전리품으로 삼아서 이 몸이 우주를 제패해주마! 감히 내 앞에서 그딴짓을 벌인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원래 선전포고를 하려던 치우는 여제를 전리품으로 삼아 우주를 제패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라졌고, 안그래도 여제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운데 치우까지 함께 널뛰니 어지럽다 못해 아파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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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제국의 등장.
솔직히 칼리 제국이 온다고 펜타곤이 경고를 했지만, 사람들은 SF 영화도 아니고 외계에서 우주인들이 찾아온다는 말을 쉽게 믿지 못하였다.
그 증거로 펜타곤과 미 정부가 대립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그런데 거기서 외계 괴물이 등장하면서 외계인이라는 존재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우주를 지배한다는 거대한 제국이 지구를 공격한다는 소식에 모든 이들이 경악하게 되었다.
거기다가 나사NASA에서 지구 밖에서 십수척의 함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그 영상이 각 국의 지도자에게 모두 전달되면서 지구에 거대한 위기가 처해있음을 직감하였다.
한 장소에 긴급히 모인 여러 국가의 수장들은 곧장 외계 국가와 마주하게 된 지금 상황에서 여러가지 대책안을 내놓았다.
일단 대화를 통해 얘기를 해보자.
아니다. 저들은 우리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당장이라도 지구권 밖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일단 3일후에 온다는 습격자들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보다 국민들의 안정부터…….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수많은 목소리들이 난무하였고, 안그래도 삼태극의 문제로 머리가 아파오건만 칼리 제국이라는 존재에 의해 지구는 더더욱 혼란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슬슬 최종 보스 세력이 등장했으니 하는 말인데, 차기작인 인외마경은 전투가 5, ㅅㅅ씬이 3, 나머지(의미 그대로 그 외의 모든 것)2 수준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900화 안에 완결 짓고 나면 좀 쉬다가 비축분좀 만들어둘 예정입니다.
근데 많이는 못 만들어둠. 저는 사람들이 제 글을 읽은 후의 리플을 봐야 '더 열심히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말해두자면, 차기작인 인외마경은 장르를 '다크 하드코어 던전물' 이라 생각할 정도로 존나 난이도가 어렵게끔 설정하였음.
아마 현대 레이드물이 주를 이루는 요즘 소설 트렌드와는 다르지만, 저는 제 실력이라면 그 트렌드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갈 수 있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요약 : 그러니까 니들이 언플좀 하라곸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