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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고맙네. 덕분에 협상은 잘 끝나게 되었어.-
"……."
이벨은 귀에 고정되어 있는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리핀의 목소리에 불편한듯한 침묵으로 대답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 이벨은 '정치적인 문제 따윈 신경쓰지 않겠다' 라면서 당장 날아가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리핀은 펜타곤의 히어로들이 현 상황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몇몇은 아예 회의감을 품고 모든걸 내려놓으며 은퇴하기까지 하였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이대로 정부와 계속해서 대립을 하게 된다면 칼리 제국이 오게 될때쯤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이들이 지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가 정보도 함께.
'정치적이라고 비웃어도, 욕해도 좋네. 하지만,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 이 상황을 이용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갈기갈기 찢겨져서 칼리 제국, 아니, 그 이전에 삼태극에게 각개격파를 당할 확률이 높아.'
삼태극.
어찌보면 현실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칼리 제국보다 더 위험한 적.
이벨은 삼태극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면 자신이 어떤것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지구에게 닥쳐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거기다가 그리핀의 설득에 넘어간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아서 훈련중인 '예언의 세대' 들 또한 정부와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에 동요하고 있네. 그들마저 잃게 된다면…삼태극과 칼리 제국에 저항할 수 있는 전력들이 크게 감소하고 말거야.'
예언의 세대.
예언의 영웅인 남궁 신이 스스로 성장하게끔 방치한 결과, 예언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이레귤러인 삼태극의 치우가 포섭하면서 영웅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해 겨누게 되었다.
그리핀은 다른 펜타곤의 리더들과 합의를 하여, 치우가 뭔가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 칼리 제국과의 전쟁에서 대활약을 하는 인재들을 미리 포섭하여 훈련시키자는 건의를 하였고, 이 문제로 펜타곤 리더들간의 반대와 찬성 의견이 갈등을 맺기도 하였다.
반대측의 의견은 '그들은 어떤 계기로 강해지게 된다. 괜히 인위적으로 각성을 부추키면 예언에서 봤던것보다 실력이 낮을 수 있고, 최악의 상황엔 각성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라고 주장하였다.
찬성측은 그 의견에도 일리는 있지만, 예언의 영웅인 남궁 신의 절친으로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여 친형제보다 가까운 사이가 될 예정이였던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의 죽음, 그리고 남궁 신이 자연 각성하도록 방치패뒀다가 치우에 의해 포섭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찬성하였다.
결국 찬성 3, 반대 2로서 통과되면서 미래의 전사들을 여러가지 조건으로 회유하는데 성공하였다.
개중에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여 펜타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도 있었지만, 싫다는 것을 억지로 끌고가면 의욕이 저하될테니 차라리 칼리 제국과 전쟁을 치룰때 자연스래 각성하길 빌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모인 이들은 '예언의 세대' 라고 불리우면서 펜타곤의 훈련 시설에서, 펜타곤의 리더들이 뽑은 최고의 교관들로 하여금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였다.
그렇다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시키면 감옥에 들어간 것 같은 우중충한 느낌을 주면서 훈련 성과가 저조해질 것이 분명하기에, 제한적인 외출과 인터넷은 허락해주었다.
처음엔 정부와 마찰을 겪고 있다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계속해서 마찰이 길어지고 펜타곤의 히어로들 또한 몇몇이 은퇴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 그들은 조금씩 앞 날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벨은 예언의 세대들까지 이 사태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그리핀의 설득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
여러 국가로 나뉘어져서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지구인들과 달리 강력한 힘과 카리스마를 가진 여제에 의해 우주의 지배자가 된 칼리 제국, 그리고 대체 무슨 짓을 하였는지 수하들로부터 완벽한 복종과 충성심을 받으며 지구 정복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는 삼태극.
솔직히 그녀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존재는 칼리 제국이 아니라 삼태극이다.
예언으로부터 빗겨나간 존재인것부터가 이해가 안되는데, 치우라는 작자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제대로 맛이 간 미친놈이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하나같이 우수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존재하며, 예언의 영웅인 남궁 신과 최초의 배신자인 아수라마저 그의 수하를 자청하고 있다.
대체 왜?
그 미친놈에게 충성할만한 건덕지가 있기는 한건가?
이벨은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 삼태극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예상보다 빨리 행성 포식자라는 놈들을 처리하게 되어서 네크로맨서 일당을 잡을 시간이 널널해졌군. 놈들이 텔레포트로 도망가면 귀찮아지니 아군과 협조해서 확실하게 놈들을 처리하게.-
"알겠어요."
이벨은 그리핀의 통신을 받으면서 잡념을 지웠다.
'그래. 일단은 삼태극의 숫자를 반드시 줄여놔야만 해.'
삼태극의 단점은 소수 정예라는 것이다.
물론, 기계 병사들을 사용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삼태극의 간부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한다.
그렇기에 삼태극의 간부들을 하나라도 더 줄인다면, 소수 정예인 삼태극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가 텔레포트로 도망도 갈 수 없게끔 만반의 준비를 갖춰뒀으니, 이번에야말로 삼태극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가할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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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외계 생물체가 차지한 빌딩을 화염으로 통째로 구워버린 아크엔젤, 이벨의 활약에 도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군대의 포격을 맞아도 멀쩡하고, 오히려 공격해오는 이능력자 부대를 되려 물리친 외계 괴물들의 모습에 굳이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적당히 미군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 아크엔젤의 등장에 모든게 다 엉망이 되었다.
폭발과 폭염에 휩쓸려도 멀쩡하던 괴물들이 아크엔젤이 휘두른 삼지창 끝에서 나온 화염에 속수무책인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이 괴물들은 유물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였던 것 같구나."
도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봤던 아수라는 행성 포식자들이 어째서인지 몰라도 유물이 가진 능력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두 사람은 아크엔젤이 등장하자마자 그녀를 공격하고자 슬럼가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몇십보 가기도 전에 외계 괴물들이 녹아들어가면서 간단하게 퇴치당해버렸고, 그렇기에 그들은 슬럼가와 번화가 중간이라는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었다.
"일단 돌아가요."
도윤은 페리샤로부터 보고를 하든, 욕을 먹든 뭘 하든지간에 일단 안전한 본거지로 후퇴하여 농성하기를 선택하였고, 아수라 또한 흑마법으로 이루어진 함정으로 도배된 슬럼가로 돌아가는게 낫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숙여!"
아수라는 황급히 발끝으로 도윤의 종아리를 밀어쳤다.
"꺅!?"
살생을 위함이였다면 그녀의 다리는 흔적도 없이 뜯겨져 나갔겠지만, 단지 그녀의 몸을 쓰러뜨리기 위함이였기에 도윤은 꺅 소리를 내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무슨 짓……!"
타탕!!
"!!"
순간, 머리 위에서 총의 발사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도윤은 황급히 위를 올려보자, 권총을 잡은 손목만이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총 끝에서 나오는 진한 화약 냄새는 방금전에 발사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뒤!"
하지만, 아수라의 경고는 그걸로 끝이 아니였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살기를 느낀 도윤은 황급히 엉덩방아 찧은 자세로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등 뒤에 위치한 그림자에서 검은 손이 튀어나와 자신의 목과 입을 휘감는 것이 아닌가?
"으우웁!"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의 몸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캇!"
콰드드득!
순간, 아수라가 콘크리트 바닥을 발끝으로 쑤셔박은 후, 거친 기합성과 함께 힘있게 올려찼다.
힘만 우왁스럽게 쓰면 그냥 콘크리트자체가 분쇄되었겠지만, 아수라는 절묘한 힘조절을 통해 도윤의 몸과 그림자가 위로 띄어지게끔 콘크리트 바닥을 차 올린것이다.
"큭!"
아수라의 방해로 몸이 콘크리트 바닥과 함께 떠올라지자,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팔의 주인은 땅속에서 몸을 반쯤 꺼낸채로 신음성을 흘렸다.
그의 능력은 땅속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으로, 자신의 손이 닿은 물체나 생명체를 함께 끌고 이리저리 이동할 수 있다.
일단 손목만을 공간 이동으로 보내 권총으로 위협 사격을 가한 후, 근거리에서 들려오는 격발음에 당황한 네크로맨서를 포획하려던 계획은 아수라의 냉정하면서도 발빠른 대처로 실패하고 말았다.
후웅-!
그와 동시에 쏜살처럼 달려든 아수라는 도윤의 몸을 낚아채면서 안전한 거리까지 이동한 후에 그녀의 몸을 땅에 세워주었고, 도윤은 눈 깜빡할 사이에 풍경이 휙휙 바뀌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베어버려!"
혈강시 키메라가 되면서 모든 전투력이 상승하였지만, 이런 급작스런 상황에서의 대응 능력이 떨어지게 된 아이리는 뒤늦게 터져나온 명령을 듣고선 땅속에서 몸을 반쯤 내밀고 있는 이능력자를 향해 일본도를 빠르게 휘둘러나갔다.
하지만, 그는 네크로맨서 포획에 실패했을때부터 이미 땅속으로 들어갔고, 마치 몸이 녹아서 땅과 하나가 된 것 마냥 사라졌다.
'제대로 훈련받은 이능력자들이다. 설마…….'
아수라는 도윤의 주변을 경호하듯이 딱 달라붙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두 불러."
그가 말하는 '모두' 가 무엇인지 직감한 도윤은 조심스럽게 정신을 집중하면서 모든 좀비들, 속도가 느리기에 슬럼가에 내버려둔 플레시 골렘들에게 자신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슥- 스윽-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기습 공격에 실패하면서 플랜A를 실패한 습격자들은 플랜 B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골목, 건물 옥상, 하늘, 다양한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십의 이능력자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통일되지 않은 복장이지만 군기에 가까운 엄중한 분위기. 그리고,
쉬익- 탁!
바람을 날렵하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도윤과 아수라의 정면에 착륙한 하얀 날개를 가진 초록 단발의 여성, 이벨이 파괴왕 시바가 사용하던 삼지창, 트리슈라의 끝을 겨누었다.
"펜타곤인가."
"펜타곤……."
아수라의 목소리로 상대의 정체를 알게 된 도윤은 긴장어린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히어로 조직인 펜타곤의 활약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던 여고생에서, 이제는 그들과 죽고 죽이는 혈투를 벌여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후퇴한다."
"예."
상황이 불리하다.
이 도시의 모든 좀비, 플레시 골렘들을 불러모아도 상대할 수 없다.
아수라와 도윤은 신호기를 이용하여 지하드로 이동하려 하였지만,
치직- 치지직--
"어?"
"음!?"
신호기에서는 마치 방해 전파를 받은것 마냥 지직 소리만을 낼 뿐, 전함으로 귀환하지 못하였다.
"언제까지 그런 방식이 통할거라 생각했나요? 우리가 치고 빠지는 당신네들의 방식을 몇번이나 겪고서도 대응 못하는 바보천치라고 생각하셨나요?"
두 사람이 텔레포트로 도망치려고 하던 것을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던 이벨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만약, 순순하게 항복하겠다면 포로로서의 대우는 국제조약에 맞춰……."
"미안하네만, 우리의 대장 나으리께선 국제조약 이런거 싫어한다네.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지들끼리 입을 맞춰서 만든 법따윈 인정할 수 없다고 말이지. 그 부분은 나와 의견이 맞아서 참 좋더군."
아수라는 포위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지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택하였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눈이 아니다.'
이벨이 느낀대로다.
아수라는 이미 자신이 원하던 복수를 다 마쳤다.
이제 남은것은 그 보답으로 삼태극의 일원으로서 싸우다 죽는 것.
"하아아앗!"
이 싸움으로 죽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한 아수라는 처음부터 자신의 전력을 쏟아붓겠다는 듯이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등 뒤에 2개의 팔을 더 만들어냈다.
4개의 팔을 만든채로 전투 자세를 취하는 아수라는 도윤을 보호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등졌다.
'텔레포트에 대한 방비는 갖췄지만, 텔레포트 마법까진 막지 못할거다. 여기선 일생의 소원을 모두 다 이룬 늙은이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젊은이를 위해 발판이 되어주는게 낫겠지.'
저들은 도윤과 남궁 신이 사용하는 텔레포트 능력을 이능력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도 도윤의 텔레포트 마법은 남궁 신처럼 멀리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야만 한다.
죽음을 각오한 아수라는 매서운 눈빛과 함께, 자신들을 포위한 이능력자들의 숫자와 전력, 구멍을 찾고자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나갔다.
============================ 작품 후기 ============================
카페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를 위해 쪽지를 보내주신 분께서 '누가 거기 신고하면 다 처벌받아요' 라고 알려주셨기에, 이번주까지만 열어두고 다음주에 닫으려 합니다.
차라리 저 혼자 걸리는거라면 그냥 유지하겠는데, 겨우 딸쟁이 작가 따라오겠답시고 몰려온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고 당해서 이름에 빨간줄 그어지거나, 가족들 보기 부끄러워질 수 있잖습니까.
뭐 한것도 아니고, 그냥 딸쟁이 작가 따라와서.
저는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1000명이 넘는 분들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기에 카페를 폐쇄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작품 공지, 작품 설정란에다가 바이두 링크를 걸어놓겠습니다.
그 링크를 타고 다운로드를 하시면 삭제분량과 옛 소설들을 볼 수 있으실겁니다.
PS:제가 카페 폐쇄를 결정한게 표지 신고 먹은게 컸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신고하려고 저격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였거든요.
PS2: 에이 표지 신고하려면 또 해라! 보니까 표지 신고는 금방금방 되는게 아닌것 같은데 그동안 비슷한거 쓰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