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92화 (69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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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마톤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매그너스는 다시 시선을 목적지인 건물을 향해 겨누어졌다.

그는 웨이스와 카일이 괴물과 싸우면서 시간을 버는 사이에 모든 엔진을 개방하여 낮게 날아올랐다.

처음부터 그냥 날아가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랬다간 지상에서 요격하는 괴물들에 의해 일점사를 당했을 것이고, 엔진이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적진 한가운대에 추락하기 때문에 적을 돌파해야 한다면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전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며, 가장 최우선적이였다.

콰아아아--!!

모든 엔진에서 푸른 불꽃을 토해내면서 저공 비행으로 빌딩을 향해 빠르게 쏘아져나간다.

'저 안에만! 조금만 더!'

이대로 날아가 빌딩 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핵융합 엔진을 과부화시키면 충분하다.

자신들의 목숨과 함께 적의 중요 생산 기지를 폭발시키겠다는 영웅적인 행동.

하지만, 그들은 행성 포식자에 대해 너무나 몰랐고, 행성 포식자의 숙주는 이런 영웅적인 이들을 막아내는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삐삐삐--!

"!?"

저공 비행으로 빠르게 날아가던 매그너스는 갑자기 아래쪽에서 붉은 빛이 반짝거리자, 자신도 모르게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푹!

콘크리트 바닥에서 검갈색의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와 헬게이트의 오른쪽 어깨죽지를 찔러올렸다.

스카카칵--!!

단단하게 고정된 날카로운 무언가와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더해지면서 헬게이트의 어깨죽지에서부터 팔이 잘리게 되었고, 헬게이트의 어깨죽지와 겨드랑이와 옆구리 부분까지 잘려져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쿵! 쾅! 콰앙!

갑작스런 충격으로 인해 중심을 잃게 된 헬게이트는 그대로 엄청난 소음과 함께 땅에 몇차례 튕겨져나갔다.

"큭…커헉……!"

온 몸이 나동그라지는 충격을 받으면서 정신이 없었던 매그너스는 거친 신음성을 내지르며 대체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고자, 양 팔을 조종하여 헬게이트의 몸체를 들어보이려 하였다.

하지만,

기우뚱!

"윽!?"

어째서인지 왼쪽 몸체만 올라가면서 헬게이트의 몸체가 오른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어째서…몸이……."

매그너스는 헬게이트가 자신의 뜻대로 조종되지 않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확인하였다.

"어……? 내 팔……?"

그리고 거기에는 헬게이트의 오른쪽 팔과 함께, 자신의 팔 또한 사라져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으…으아악!"

자신의 팔이 잘려져 나간것을 인지하지 못했었던 매그너스는, 두 눈으로 팔이 잘려져 나간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통을 느끼며 괴로워하였다.

"젠장! 젠…크헉!"

"헬게이트! 정신…끄아악!"

땅에서 솟구쳐나온 날카로운 검갈색 촉수에 의해 헬게이트의 몸체와 매그너스의 팔이 잘려져 나가 피를 뿌리는 모습을 목격한 X-Force의 대원들은, 뒤이어 몰려오는 괴물들의 물결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분해되었다.

자신의 팔이 잘려져 나간 매그너스의 공황상태를 깨운것은, 그들이 단발마처럼 내지른 비명 소리였다.

"으아아아아!!"

팔리 잘려나간게 뭐가 문제냐! 어차피 이 괴물놈들하고 같이 뒈질텐데!

매그너스는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헬게이트의 몸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면서 얼마 남지 않은 괴물의 본거지로 달려나갔다.

삐삐삐삐--!

붉은 경고등이 아래쪽에서 울려오자, 그는 재빨리 지그재그로 뛰면서 아래쪽에서 솟아올라오는 촉수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면서 전진하였다.

하지만, 촉수들의 공격은 단순히 솟아올라오는게 전부가 아니였다.

쉬릭-! 퍽! 우직!

솟아올라온 촉수들은 날카로운 몸체를 길쭉하게 늘리면서 헬게이트의 몸체를 가격하였고, 그가 올라올때 기습적으로 솟아올라와 꼬챙이로 만들려던 다른 촉수들도 생각보다 요리조리 잘 피하자 모조리 튀어나오게 되었다.

우직! 콰직! 꽈창!

헬게이트의 몸체는 계속해서 찢겨지고, 으스러지기를 반복하면서 로봇이라기 보단 걸레 쪼가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정도로 망가져갔다.

-몸체 손상률 87%. 회로 손상률 90% 오버.-

계속되는 촉수들의 공격에 헬게이트의 몸체가 더이상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지기 시작하자, 매그너스는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 명령을 내려 핵융합 엔진을 배출시키는 자폭 프로토콜 명령을 내렸다.

-자폭 명령 기…지지지지직-

시스템은 그렇게 마지막 명령을 이행하면서 헬게이트와 함께 망가졌고,

빠캉!

등으로 힘있게 걸레짝이 된 해치를 부셔버리면서 열어재낀 매그너스는 밖으로 나온 핵융합 엔진을 왼손으로 잡아서 겨드랑이 끼웠다.

"으아아아아아!!"

삐- 삐- 삐-

자폭 명령을 받은 핵융합 엔진은 삐- 삐- 소리를 내면서 폭발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렸지만, 매그너스는 그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건물을 향해 달려나갔다.

쉬릭- 후웅!

수많은 촉수들이 매그너스의 몸을 찢어발기기 위해 휘둘러졌지만, 매그너스는 초인적인 집중력과 생체 나노 슈츠의 모든 힘을 짜내며 아슬아슬하게 치명상을 피하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렇게 미친듯이 핵융합 엔진을 들고 뛰어나가는 매그너스.

그의 머릿속에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도와준 X-Force 대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포위망을 뚫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팔이 잘려나가고, 미쳐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서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겨나며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지만, 매그너스의 발을 멈추게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였다.

매그너스는 저 건물 근처까지만 가서 핵융합 엔진을 폭발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찼지만, 행성 포식자의 숙주는 그가 입구 근처까지 오지 못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면 촉수밭을 뚫고 나와도 인간을 단숨에 녹일 수 있는 강한 산성액을 가진 공벌레 형태의 괴물들이 기습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겨드랑이에 끼운 폭발물도 촉수의 힘으로 멀리 내던지거나, 발빠른 괴물을 보내서 멀찍이 이동시킨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포자 덩어리와 함께 우주로 날려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게 매그너스를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둔 행성 포식자의 숙주는, 저 멀리서 뭔가가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얀 날개와 함께 마하의 속도로 날아오는 녹발의 여성.

그녀의 손에는 기묘한 빛을 띄고 있는 삼지창이 들려 있었다.

행성 포식자의 숙주는 겨우 삼지창 하나만 달랑 들고 날아온 기묘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저건…시라누 인? 칼리 제국에게 당했다고 하더니 그 생존자가 여기에 있던건가?'

시라누 인은 행성 포식자의 침공을 막아낸 몇 안되는 행성이였고, 행성 포식자의 숙주들은 나중에 다시 재도전하고자 패전의 정보를 분석하여 복수의 칼을 갈고 닦았으나, 결국 칼리 제국에 의해 멸망당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시라누의 생존자가 이런 외진 행성에서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하지만, 숙주를 더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 시라누 인이 잡고 있는 삼지창에서 화염이 튀어나오면서 부터였다.

콰아아아---

삼지창 끝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화염은 지상, 건물을 점령한 행성 포식자의 괴물들을 단숨에 녹여버리는게 아닌가?

'뭐, 뭐냐! 왜 겨우 이런 불길에 나의 전사들이!?'

당연한 소리지만 행성 포식자의 숙주는 불에 대한 저항력을 전사들에게 갖춰두게 하였다.

그런데 불 저항력을 가진 전사들이 불을 맞고 녹아버리다니!?

숙주는 일단 전사들의 숫자부터 최대한 보존하고자 산개를 시켰다.

"핫!"

그런 숙주의 당혹스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라누 인은 낭랑한 외침과 함께 삼지창을 하늘 위로 올렸고,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산개하여 도망치는 괴물들을 향해 낙뢰가 꽂혀들어갔다.

'뭐냐! 뭐냔 말이다! 저 무기는 대체 뭐길래!?'

대체 뭐하는 무기이길래 불 저항력을 갖춘 전사들을 불로 녹여버리고, 먹구름을 만들어 번개를 소환하는 것이란 말인가?

"사라져라, 행성 포식자!"

그들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던지, 시라누 인, 이벨은 삼지창을 빌딩쪽으로 겨누면서 다시 한번 불길을 토해냈다.

쿠와아아아아---

파괴신 시바가 사용하던 트리슈라에서 나오는 파괴의 불길은 수많은 유리창을 녹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빌딩 전체를 차지한 숙주의 몸체를 태워나갔다.

'크아아악! 크아아아아아!!'

숙주는 자신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핵을 중심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어 용암속에서도 멀쩡한 외피를 만들어두었지만, 파괴신의 화염은 그런 숙주가 만든 외피를 녹여버리며 본체를 구워나갔다.

'말 도…안…돼……!'

대체 저 무기가 뭐길래.

대체 이 행성의 정체가 뭐길래.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오하이오 주에 떨어진 행성 포식자 숙주는 끝까지 유물이 가진 힘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죽어버리고 말았다.

투둑- 투두둑-

숙주의 명령이 끊기자, 살아남은 모든 전사들은 실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고, 그 모습을 통해 숙주를 처리했음을 확인한 이벨은 날개를 펴올리면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

그리고,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든게 끝나버리자, 매그너스는 삐삐 거리는 핵융합 엔진을 들고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야…이건……."

매그너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찢어발기듯이 공격하려던 촉수들은 축 늘어졌다.

X-Force의 대원들이 막느라 뭉쳐있었던 괴물들은 불길에 모조리 녹아들어갔다.

삐- 삐-

반복적인 기계음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그가 들을 수 있는것은 간간히 부는 바람소리, 기계음 소리가 전부였다.

"끝…이야……?"

매그너스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끝?

끝이라고?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높게 날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특유의 녹발과 하얀 날개를 가진 것으로 보아 펜타곤의 아크엔젤이 분명했다.

"……."

털썩-

매그너스는 자신도 모르게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듯이,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입을 벌린채 멍하니 있었다.

"뭐냐고……. 이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면…왜…왜 이제서야 나타난건데……."

저 괴물들이 얼마나 많은 인명적 피해를 끼쳤는가.

숙주가 차지한 건물안에 있는 모든 인간들은 물론이고, 인근의 살아있는 생명체는 인간부터 도둑 고양이까지 몽땅 다 토막내고 회수하였다.

그리고 목숨마저 내버릴 각오와 헌신을 가진 강한 마음의 소유자인 X-Force의 대원들은 자신을 보내기 위해 모두 길을 막다가 죽고 말았다.

"왜……! 대체 왜냐고! 왜! 왜!!!"

매그너스는 팔이 잘려나간 곳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분노와 증오로 얼룩진 비명을 내질렀다.

"이렇게 처리할 수 있었으면 저 사람들이 죽을 이유는 하나도 없었던 거잖아!!"

희생을 한 X-Force 대원들의 힘은 아크엔젤에 비하면 약하기 그지없는 이능력자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조국을 위해, 나아가 인류를 위해 목숨마저 내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목숨을 내던진 진실된 군인이자 진정한 영웅들이였다.

지금까지 이능력자들에 대한 일종의 편견같은걸 가지고 있었으나, X-Force의 대원들이 보여준 헌신과 희생을 통해 이능력자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질 정도다.

"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이 모든 희생은 헛된 노력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힘을 합치고 목숨까지 내던졌는데, 이 모든게 갑자기 튀어나온 영웅에 의해 무의미한 짓거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끄흐윽! 끅끅……! 끄으으윽……!"

매그너스는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선 끅끅거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아아! 악! 아아악!"

쿵! 쾅! 쿠직!

그리고선 바닥에다가 머리를 연달아 내리쳤고, 신체 강화의 힘 덕분에 콘크리트 바닥이 박살났지만, 매그너스의 감정을, 심장을 조금도 진정시킬 순 없었다.

뚝-

"……."

그렇게 발광하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매그너스.

피눈물을 흘리면서 흰자 부분이 피처럼 새빨개진 그의 눈에는 어디론가 날아오른 흰 날개가 달려있는 여성의 뒷모습이 들어와 있었다.

"아크엔젤……!"

============================ 작품 후기 ============================

미국 영화같은 스토리 전개군요 -_-ㅋㅋ

다른점이라면, 결국 진정한 영웅은 따로 있다는 점이랄까.

미국 애들 영화는 참 좋은데 꼭 영웅틱한 캐릭터가 영웅적으로 죽는 장면을 최대한 감동적으로 뽑으려 노력하더라구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자신들과 다르고 특별한 영웅이라는 캐릭터를 원하다니...

PS : 담걸린거 같습니다. 목이 찌르르 하면서 아파오는데 머리 정수리까지 함께 아파옴...게다가 목을 뒤로 끝까지 못 돌립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물리치료라도 받아야 할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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