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91화 (691/923)

0691 / 0923 ----------------------------------------------

11장

329m.

행성 포식자가 자리잡은 건물까지의 거리.

헬게이트의 핵융합 동력원을 과부화시키면 충분히 폭발의 영향 안에 둘 수 있는 거리지만, 매그너스는 이 괴물들이 폭발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였기에 건물 안에서 자폭하는게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에 동참하는 다섯 명의 이능력자들은 행성 포식자가 생산한 괴물들을 상대하면서 매그너스를 최대한 원호하였다.

하지만, 행성 포식자도 만만치 않았다.

겨우 다 합해서 여섯명밖에 안되는 놈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돌진한다?

행성 포식자가 평범한 지휘관이였다면 '이성을 잃은 소수의 돌발 행동' 쯤으로 여겼을테지만 수많은 행성을 정복하고, 그 정복 과정에서 적의 무수한 저항을 유전자 단위로 기록하여 모든 숙주들이 공유하면서 기상천외한 기습이나 공격 방식에 대한 정보가 각인되어 있었다.

'우리쪽의 생산 기지로 판단되는 곳에서 자폭을 하겠다 이거군.'

소수 정예가 여러 형태의 폭발물을 짊어지고 적의 중심지에서 자폭을 하겠다는 방식.

처음 외계로 처음 나오게 된 행성 포식자들은 자신들과 다른 행성의 문화와 가치관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행성 포식자들은 유일하게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는 개체인 숙주들이 자신들의 명령만을 받을 뿐인, 아무런 생각도, 고뇌도, 감정도 없는 전사들을 생산해서 싸우고, 먹고, 침략하는게 전부다.

즉, 행성 포식자는 여럿이기도 하고, 그 여럿이 하나이기도 한 기이한 형태의 존재인 것이다.

그에 반해 다른 행성은 '나' 가 있기에 '우리' 가 존재하며, 개인이 각자 다른 성격,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는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처음 외계에 나온 행성 포식자들은 자신들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저항 전술을 여럿 맞이하였고, 그 중 하나가 용기있는 자들로 모인 소수 정예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게 확실한' 작전과 함께 자폭하는 것이다.

행성 포식자들은 다른 행성인들이 개개인마다 성격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왜 비이성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자폭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런 방법에 여러번 당하다보니, 행성 포식자들은 이제 대충 분위기 보고 '쟤네들 또 자폭 하려고 각 잡는다' 라고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외부에서의 폭발이라면 외피를 두껍게 함으로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조물 내부에서 터지는거라면 위험해.'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을 날려버리기엔 충분한 위력일테니 저렇게 밀고 들어오는 것이리라.

숙주는 다른 행성인들이 원호 공격을 해주는게 아닐까 싶어 주변을 확인하였고, 저들의 돌진에도 불구하고 원호가 없자 '상황이 급박해지자 용기있는 자들이 임기응변 형식으로 목숨을 버려가며 자폭하려는' 무계획적인 행동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싹은 미리 밟아둬야 하는 법.'

지금까지 전력상의 우위를 믿고 방심하다가 자폭 공격에 죽거나 큰 피해를 입은 숙주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산발적으로 공격하여 저들이 목적지까지 도착하게끔 원호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행성 포식자는 여유있게 많은 숫자의 전사들을 내보내면서 저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절망으로 바꿔주고자 정신을 집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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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데일!"

후위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던 데일의 옆구리로 외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낫 형태의 팔이 손목 이상 깊이로 들어간다.

클레어 보얀스로 매그너스가 들고 있는 거대 괴물의 시체 너머로 투시를 하여 상황을 전달하던 데일은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였지만, 행성 포식자의 숙주 또한 데일이 투시로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공격쪽은 수백으로 공격해오는데 반해, 방어쪽은 몇 명밖에 안되니 아무리 노력해도 숫적 우위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씨바아알!"

퍼석!

염동력도 겸비하고 있던 데일은 고통어린 욕설과 함께 자신의 옆구리에 팔을 꽂아넣은 괴물의 머리를 염동력으로 짓뭉개버렸다.

인간의 살을 후벼파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와 외피로 만들어진 괴물의 팔에는 낚시 바늘처럼 생긴 날카로운 돌기들이 여기저기 나 있었는데, 이것은 팔을 빼낼때 더더욱 상처를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크윽!"

하지만, 데일은 괴물의 몸을 날려보내서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팔을 빼내기보단, 관절 부분만 염동력으로 잘라내어 괴물의 팔을 옆구리에 넣어둔채로 두었다.

팔을 빼면 출혈이 심해지면서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달려! 달리라고!!"

그는 일행의 속도가 늦춰지려 하자, 달리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몸을 염동력으로 조절하기 시작하였다.

그런식으로 염동력과 클레어 보얀스를 동시에 사용하면 정신력의 소모가 커지겠지만, 죽음을 각오한 그에겐 매그너스가 빌딩까지 도달할 동안만 활약하면 뒷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쿨럭! 커헉!"

내장까지 상처를 입으면서 피를 토해낸 데일은 어떻게든 아군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인식한 숙주의 공세는 그의 부상을 기점으로 더더욱 강화되기 시작하였다.

피피피피핏!

지금까지 진을 치고 사격하던 괴물들이 산개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사격을 개시한 것이다.

퍼퍼퍽!

"크으윽!"

"막아!"

마톤과 히튼은 염동 필드를 전개하면서 괴물들의 사격을 막아냈지만, 사방팔방에서 공격해오는 적의 공격을 모두 막고자 넓게 펼치다보니 정신력이 빠르게 소모되어갔다.

퍼퍼퍽!

쫘아악!

"크하아악!"

결국, 피를 토해내면서 부상 투혼을 펼치던 데일이 쐐기 형태의 발사체에 맞아버렸고, 쐐기 형태의 발사체는 몸체를 크게 벌리면서 데일의 몸을 찢어냈다.

털썩!

"으아아아아!"

데일은 그렇게 쓰러지면서 고통어린 괴성을 내질렀지만, 뒤를 쫓아오던 괴물들에 의해 둘러쌓여 난도질 당하고 말았다.

데일이 당하면서 클레어 보얀스 능력을 가진 이가 사라져버렸다.

거기다가 다른 곳에 위치한 괴물들까지 몰려오면서 매그너스 일행을 집중 공격해오기 시작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이거……! 염동력으로…막기 힘들…꺄아악!"

퍽! 쫘악!

염동력을 찢고 들어온 쐐기 형태의 발사체가 히튼의 몸체에 박히면서 상처를 벌려낸다.

그 고통으로 인해 계속해서 달려가던 일행으로부터 뒤쳐진 그녀는, 자신의 뒷처리를 하기 위해 데일처럼 난도질하고자 달려오는 낫 달린 괴물들을 향해 팔을 뻗었다.

"아아아아아---!!"

쿠우웅--!

모든것을 짜내는 기합성과 함께 자신이 가진 모든 정신력을 총동원하여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의 중력을 몇배로 강화시켰다.

그녀는 자신이 죽기전에 적을 수십마리 처리하기보단, 이런식으로 적의 속도를 늦추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평소 이상의 힘을 짜내면서 그녀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와 입술과 턱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뚝뚝 떨어졌지만, 그녀는 과부화 상태가 걸렸어도 적의 움직임을 1초라도 더 늦추고자 하였다.

"돌아보지마!"

그런 그녀의 희생을 돌아볼 여유같은건 없기에, 마톤은 그녀의 기합성에 돌아보려는 일행을 재촉하였다.

그렇게 적의 움직임을 십수초 정도 막아낸 그녀는 이내 뇌에 걸린 과부화를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고, 그녀의 몸은 곧바로 시체조각이 될때까지 난도질당하고 말았다.

캉! 카카카캉!

웨이스와 카일은 마톤의 염동력을 찢고 들어오는 적의 발사체를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매그너스는 그런 그들의 희생 덕분에 몸 성히 전진할 수 있었다.

콰직!

"큭!?"

순간, 날카롭고 거대한 팔이 방패로 삼고 있는 괴물의 몸체와 함께 헬게이트의 장갑까지 꿰뚫었고, 기습적인 공격에 의해 타격을 받은 헬게이트의 몸체가 기우뚱거렸다.

데일이 살아있었다면 이러한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피했겠지만, 그의 부재가 이런식으로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흐으읍!"

하지만, 매그너스는 이런 상황도 예상했기에 당황하기 보단 기합성을 내지르며 자신이 방패로 삼고 있던 시체를 힘있게 밀어내면서 발로 걷어찼다.

콰아아--!

발 뒤꿈치에 위치한 부스터를 최대치로 전개하면서.

"캬아아아!"

방패로 삼고 있던 시체를 포기하면서 발로 걷어차자, 그 뒤에서 공격해온 똑같은 형태의 괴물이 괴성을 내질렀다.

"캬아아아!"

"캬아아아!"

고저차가 거의 똑같은, 마치 녹음기를 여러개 틀어놓은듯이 개체마다의 차이점이나 개성이 전혀 없는 괴성.

누가 들으면 참 개성없다 라면서 욕하겠지만, 그 괴성을 내지르는 괴물들이 눈 앞에 있다면 그런 생각은 입 밖으로 감히 내질 못할 것이다.

'4마리.'

방패로 삼았던 괴물을 공격한 괴물과, 그 뒤로 길을 막고 있는 3마리의 괴물.

모두 헬게이트보다 거대하며, 날카로운 손에는 누군가를 죽인듯이 옷조각과 피, 살점 덩어리가 묻어나와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활약하던 개체들은 숙주가 부른 것이다.

하지만, 매그너스 일행에겐 1초도 가만히 있을 여유가 없었다.

매그너스는 이 괴물들이 총기와 폭발물, 이능력에 대한 저항력만 가지고 있을 뿐, 그 외에 다른 공격을 가하면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재빨리 조종석 안의 패널을 사용하여 사용 무기를 교체하였다.

철컹!

원래는 게틀링건이 들어가 있을 손목이 'ㄱ' 자로 꺽이면서 총알보다 명백하게 큰 구멍이 튀어나왔다.

푸슉-!

로켓 엔진이 점화되는 소리와 함께 구멍 안에서 유탄과 비슷한 크기의 무언가가 날아갔고, 거대한 몸체를 지닌 괴물의 갈비뼈 부위에 정확하게 맞았다.

끄드드드득---

그와 동시에 얼음이 급속도로 냉동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괴물의 몸체가 흰 얼음으로 뒤덮히기 시작하였다.

'냉동탄이 통한다! 역시 이 괴물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무기 체계에만 맞춰져 있는거야!'

순식간에 얼음 동상이 되어버린 괴물의 모습에, 다른 괴물들이 우르르 몰려오면서 매그너스를 처리하고자 하였지만, 매그너스는 냉동탄을 한 발 더 사용하여 정면에서 달려오는 괴물의 몸체를 얼려버렸다.

남은 냉동탄은 3발.

인간을 상대로는 그냥 일반적인 탄약이 효율적이기에, 이런 무기는 주력이 아니라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설정되어서 적재된 탄약이 그리 많지 않았다.

솔직히 그도 여기서 처음 써본거지, 평소엔 이런걸 어디에다 써야 할지 머리를 굴려도 모를 정도로 사용 빈도가 전무하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대활약을 하다니.

"흐아앗!"

까창!

매그너스가 냉동탄으로 괴물 두마리를 얼려버리자, 두 신체 강화자들이 나서서 내부까지 꽝꽝 언 괴물들을 공격하여 깨부쉈다.

"캬아아아!!"

"캬아아아!!"

똑같은 괴성이지만 약간 박자가 다르게 내지른 두 괴물이 달려들어왔고, 매그너스가 그 괴물들을 향해 반격하려 하였으나 그 전에 신체 강화자들이 괴물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달려!"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고!"

동료들의 희생으로 329m의 거리는 150m까지 좁혀졌다.

여기서 헬게이트가 모든 부스터를 사용한다면 몇초 안에 도달이 가능한 거리.

거기다가 네 마리의 거대 괴물이 최종 방위 라인이였는지, 그 뒤로는 적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기회.

그에 반해, 매그너스와 함께 온 이들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모습들이다.

마톤은 정신력의 소모로 코피를 흘리며 비몽사몽과 현실의 중간쯤에 위치한듯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고, 카일과 웨이스는 짧은 시간안에 많은 체력을 쏟아부어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

정면은 뚫려있는데 모두가 함께 다 간다는 것은 포위당해서 죽고싶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매그너스는 그런 사실을 알고서도 이대로 자신이 떠나면 죽을게 분명하기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였으나,

"가! 우리들의 죽음을 헛수고 만들 생각인거냐!!"

코피를 흘리며 의식을 놓기 일보 직전인 마톤의 외침에 매그너스의 눈빛에도 결의가 다져졌다.

============================ 작품 후기 ============================

간만의 연참 ㄱㄱ

가끔씩은 요렇게 열심히 글을 쓴다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요 엣헴 엣헴!

이 파트만 끝낸 이후에 여러분들이 원하는 ㅅㅅ씬 갈테니 좀만 기달려주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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