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680화 (680/923)

0680 / 0923 ----------------------------------------------

10장

시간을 돌려서 몇 주 전으로.

쩌저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속도로 얼려지는 얼음 덩어리.

그 얼음 중앙에는 붉은색 피부와 근육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젓가락 같은 팔다리를 가진 가녀린 체구의 인간형 여성이였다.

쐐액!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얼음에 갇힌 여성의 미간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오는 상아색 송곳이 농도짙은 살기를 뿌렸다.

우직- 빠가각!

하지만, 얼음에 갇힌 여성은 얼음속에서 팔을 들어올리자 순식간에 그녀를 둘러싼 얼음이 깨져버렸고, 아주 간단하게 상아색 송곳을 손등으로 쳐냈다.

"전보다 더 능력이 강해졌군. 하지만 나에게 상처를 입히려면 아직 멀었다."

"송구하옵니다, 여제시여."

약간 푸른색빛이 감도는 가죽을 두르고, 고슴도치처럼 등에 송곳 형태의 가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외계인은 '여제' 라 불린 여성을 암살하려 했으면서도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

이 곳, 칼리 제국에서는 여제를 향해 아무리 암살을 하여도 아무런 죄를 받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공개 암살을 실행하여도 여제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였다.

우주 역사상 최강이라고 칭송받는 전사의 힘은 조금도 거짓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무슨 일로 보고를 하고자 하느냐?"

거대한 의자에 앉아서 무료하게 기지개를 펴보인 여성의 모습은 자신이 방금전까지만 해도 죽을뻔 하였다는 긴장감이 조금도 없었다.

"제 7 군단으로부터의 보고이옵니다."

"7 군단…7 군단…아, 그러고보니 슬슬 '그것들' 을 토벌해야 하는 시기가 왔군. 그 문제는 귀찮아서 7 군단장에게 맡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 헌데 하필 숙주 여러마리가 토벌 끝에 간신히 살아남아 외항성계로 도주하였다고 합니다."

"흠. 그 놈들은 번식력이 뛰어나서 정리하기 귀찮은데……."

여제의 표정에는 짜증이 역력하였다.

"헌데, 그 놈들도 그동안 학습한게 있었는지 제국의 영향력이 없는 곳을 찾아 뿔뿔히 흩어져 도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대부분은 변방에서 처리하였지만, 2~3마리가 하필이면 지구라는 행성 방향으로 도망갔다고 하옵니다. 7 군단장은 여제 폐하께서 직접 출정을 하는 곳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보고를 하였다 하옵니다."

"흐음…지구라……."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여제는,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7 군단장에게 명하도록. 놈들을 지구 방향으로 몰라고. 그 변방쪽에는 몇 십개의 행성이 있지만, 놈들도 최소한의 지능이 있다면 생명체가 많은 지구를 선택하겠지."

"폐하, 지구인의 빈약한 과학 기술로는 '놈들' 의 숙주 2~3마리만으로 지구가 멸망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하던 외계인은 지구의 멸망을 경고하였지만, 여제는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였다.

"상관없다. 겨우 숙주 2~3마리가 아니더냐? 겨우 이정도도 처리 못하면 굳이 직접 찾아갈 가치도 없지. 만약, 사전정보도 없이 숙주를 모두 처리한다면 제국을 상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니 그야말로 시험 상대로서 최적의 상대가 아니겠느냐?"

"그럼 7 군단장에게 명령을 지시하겠습니다."

보고를 하던 외계인은 허공에다가 뭔가 손짓을 하자 증강현실 형태의 홀로그램이 펼쳐지면서 읽기 어려운 외계어로 가득찬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기 시작하였다.

"아, 그리고 그 숙주들에게 무인 정찰선을 붙여두도록 하여라. 놈들에 대한 정보가 조금도 없는 지구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기대가 되는구나."

"예.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 여제는 다시 의자에 몸을 맡기듯이 편히 자세를 고쳤고, 감히 자신을 향해 도발을 하던 지구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후후후. 내가 주는 첫번째 선물이니라. 고맙게 받아들도록."

원래의 역사라면 없어야 할 사건.

여제를 도발하면서 생겨난 나비효과는 진우, 그리고 페리샤의 예상조차 벗어난 형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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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킁킁."

길을 걷던 20대 중후반의 흑인 남성은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왠 썩은 쓰레기 냄새가 나는거야?"

그는 썩은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투덜거리면서 가던 길을 재촉하였지만, 그가 미간을 찡그린 구역에서는 다른 이들도 썩은 냄새 때문에 기분 잡쳤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빠르게 놀렸다.

코를 부여잡은 그들은 하나같이 눈을 아래쪽으로 내리며 흘겼는데, 그 대상은 넝마같은것을 머리에 뒤집어 쓴채로 땅바닥에 누워있는 노숙자였다.

옷은 평범해보이는데, 대체 얼마나 안 씻었길래 이런 썩은 냄새가 나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괜히 시비를 걸었다가 어설프게 가해자가 되어버려 고소 당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시민들은 노숙자를 무시하면서 자기 할 일을 위해서 부지런히 걸어갔다.

"이상한데? 요즘따라 노숙자들이 더 많아보이는걸?"

"경제가 안 좋아져서 실직자들이 많아졌다고 하던데 그 여파가 아닐까?"

"그런데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이만한 노숙자들은 보이지 않았단 말이지. 이상하네?"

마침 오늘 휴가를 받아서 함께 가볍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식사를 하기로 결정한 커플은, 오늘따라 많이 보이는 노숙자들의 모습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벌떡!

순간, 구석에 쳐박히듯이 있던 노숙자가 갑작스래 벌떡 일어섰다.

"뭐…뭐야?"

남자는 자신들이 노숙자라고 말하는게 기분 나빠서 시비를 걸려고 일어선게 아닐까 싶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먼저 공격할거라곤 예상치 못하였다.

"크아악!"

와락!

"으악!?"

괴성을 지르며 덤벼오는 노숙자는 움직임이 엉성하긴 하지만 상당한 힘으로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고, 남자는 예상외의 기습을 당하여 노숙자의 두 팔에 어깨가 강제로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우즉! 꽈즉!!

"끄아아아아악!!"

생살을 뜯어먹는듯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남자는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노숙자의 행동에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악!!"

그의 여자친구는 피가 보이자 꺅꺅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고, 두 남녀의 비명 소리에 사람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되려던 찰나,

"으아악!"

"끄아아!"

"꺄악!"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는게 아닌가?

갑작스럽게 사람들에게 달려든 노숙자들은 몸싸움에 의해 머리를 뒤집어쓴 거적때기가 벗겨졌고,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노숙자들의 맨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좀비다아아!"

좀비.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외치면 '저거 왠 미친놈이야?' 라면서 비웃음을 살 수 있겠지만, 몇백km 밖에 있는 오하이오 주의 다른 도시에서 네크로맨서라고 불리우던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여 좀비를 만들던 모습을 모두가 TV, 스마트 폰 등을 통해 확인하였고, 그것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오하이오 주의 주지사가 밝혔기에,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공포스런 괴물은 현실이 되어 그들에게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하였다.

"그어어어!"

"그아아!"

"꺄아아악!"

"으아아!!"

사방에서 노숙자처럼 누워있던 좀비들이 기습적으로 일어서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고, 좀비들의 손톱에 피를 본 사람들은 상처를 통해 파고들어가는 시독에 의해 피거품을 물면서 괴로워하다가 죽어버렸다.

스으윽……

"어어어-"

"그어어어--"

그리고, 그렇게 죽은 시체들은 새로운 좀비가 되어 숫자를 빠르게 불려나가기 시작하였고, 설마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공격을 받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던 사람들은 비명을 내지르면서 누군가의 구원을 받는 것을 간절히 기원하며 도망칠 뿐이였다.

"꺄하하하핫! 이거야, 이거! 짐승마냥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치는 꼬라지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

군중속에 섞여서 기습의 시기를 노리고 있던 도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깔깔거리며 즐거워하였다.

'역시 삼태극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아이군.'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그녀의 곁에서 호위를 하고 있던 아수라는 역시나 삼태극의 일원답다고 만족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처럼 민족적 복수까지 원하는건 아니지만 가족을 잃었던 공통된 슬픔을 가지고 있었고, 그 슬픔을 세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수라는 도윤을 친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즐거운건 알겠지만, 지금은 잔인하게 죽이기보단 숫자를 늘리는데 주력하거라. 일단 숫자를 늘려야 세력권을 넓히든, 적의 반격을 격퇴하든 뭐든 할테니 말이다."

"예!"

아수라는 이미 한차례 조언을 하였으니 그녀가 좀 더 대국을 보고 파악할 수 있게끔 확실하게 조언을 하였다.

"일단 방어가 취약하고 사람이 많은 상점형 건물을 먼저 공격해!"

"저 건물에는 민간 이능력자가 방어벽의 중심을 서고 있군. 혈강시를 통해 방어벽을 부수거라."

"도로를 점령해! 운전자들이 차를 버리고 도망가게 만들어서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

"좀비들은 팔다리 심장이 터지든, 팔다리 하나가 날라가든 그딴것에 신경쓰는 병사가 아니다! 밀집해서 공격해야 할 때와 분산해서 공격할 때를 잘 노려라!"

"보통 사람들은 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가장 안전해보이는 건물에 숨는다! 그런 건물을 공격해야 피해를 더 늘릴 수 있어!"

아수라는 중국을 테러하면서 얻은 모든 노하우를 도윤에게 모조리 공개하였고, 단지 눈에 보이는대로 공격하던 전과 달리 체계적으로 좀비들을 운용하면서 십분도 안되서 몇배가 넘는 좀비 무리를 만들 수 있었다.

'전보다 더 많은 죽음이 느껴져! 이런 속도라면 내가 했던것보다 몇배의 좀비 무리를 만들 수 있어!'

사령술사인 그녀는 자신의 좀비에 의해 꺼져가는 생명의 불빛을 느끼면서 환희에 가득찼다.

"좋아, 그렇게 계속 가거…음?"

도윤의 곁에서 계속 조언을 하던 아수라는 기이한 기운을 느꼈는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아수라는 이마 위에 손날을 세워 빛을 차단하고, 눈에 감각을 집중시키며 하늘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을 내뿜는 물체를 확인하였다.

"저건…뭐지……?"

마치 올챙이같은 형태.

2층짜리 건물과 비슷한 덩치를 지닌, 올챙이처럼 생긴 무언가는 하늘에서 내려와 가장 높은 고층 빌딩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여기서는…어……? 저건…뭐예요……?"

뒤늦게 눈치챈 도윤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올챙이처럼 생긴 기이한 생물체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몇초후에 빌딩과 올챙이처럼 생긴 기이한 생물체가 충돌하였다.

철퍽!!

매우 연약하였는지 고층 빌딩과 부딪히자 빌딩을 부수긴 커녕, 녹색 체액을 사방으로 튀어내면서 형태가 뭉개져버렸다.

높은 고층 빌딩은 마치 누군가가 페인트로 장난한것 마냥 한 쪽 방향만 녹색 체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는데, 도윤과 아수라의 두 눈은 이 다음에 희둥그래졌다.

꾸르르륵--

기묘한 소리와 함께 녹색 체액이 붉게 변하면서 고체화되더니, 마치 실지렁이처럼 고층 빌딩을 점령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끄아아악! 아아악!"

좀비 무리에게 도망가다가 고층 빌딩과 올챙이처럼 생긴 무엇이 부딪히면서 튀어나온 체액을 뒤집어쓴 흑인 남성이 미친듯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그는 마치 산성액이라도 뒤집어 쓴 것 마냥 괴로워하였고, 엄청난 괴력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들을 후려치면서 발광하고 있었다.

"끄그아아아아!!"

마치 지옥에 떨어진것처럼 괴로워하던 남자의 발악은 배가 엄청난 크기로 부풀기 시작하고, 그 후에 끔찍한 소리와 함께 터져나면서 끝이 났다.

아니, 정확히는 몸이 갈라짐과 동시에 그 안에서 사람 머리통만한 덩치를 지닌 날개달린 전갈같은 생물체가 튀어나오면서 죽은 것이다.

"…저건 뭐죠……?"

"…나도 모르겠다."

왜 전갈 같은 생물체라고 설명을 했냐면, 꼬리 끝에 전갈의 그것과 거의 똑같은 독침이 달려있고 앞다리는 전갈처럼 집게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다른것은 그냥 여러 벌레들의 집합체와 같았다.

다리는 집게를 가진 앞발을 제외하면 10개, 등에는 여러쌍의 날개가 있으며 몸통 옆구리에는 높은곳에서 뛰어내려도 문제 없이 활강할 수 있듯이 얇은 피막이 만들어져 있었다.

입이라 생각되는 곳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고, 어째서인지 턱이 입보다 몇 배나 더 크고 길죽하였다.

"꾸루룩--!"

"꾸루루루!"

괴생물체들은 뭔가 꾸룩꾸룩 거리더니 집게 다리로 흑인 시체의 파편을 입안에 쓸어담기 시작하였고, 미쳐 담지 못한 파편은 집게 손으로 잡으며 날개를 펴 올리며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괴생물체들이 날아간 방향은 최초에 올챙이와 부딪힌 고층 빌딩.

체액을 뒤집어 쓴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는지 그 곳으로 향하는 똑같은 벌레들이 몇십, 몇백마리가 도윤과 아수라의 두 눈에 들어왔다.

"……."

"……."

대체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한 두 사람이였지만, 한가지 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다.'

좀비를 만드는 자신들.

하늘에서 떨어져 생겨난 기이한 생물체들.

그리고 곧 자신들을 공격해올 오하이오 주의 이능력자들과 군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3개의 세력이 이 곳에서 싸우게 된다는 것을.

============================ 작품 후기 ============================

원래 디폴트 역사는 예언의 영웅이 각성한 시간을 기준으로 1년 후에 칼리 제국이 찾아오지만, 일부러 유예기간을 주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오는거지 칼리 제국의 우주선이 느린게 아닙니다.

하지만 진우가 워낙 빅엿을 크게 먹여서 여제는 유예기간따윈 쌈싸먹고 훨씬 빨리 지구로 도달하게 됩니다.

고로 진우를 주깁시다. 진우는 지구의 원쑤!

PS : 약속이 있어서 밤늦게까지 술판좀 벌이고 왔쑵니다ㅎㅎ 올리자마자 잘테니깐 오타나 오류 문맥은 댓글로 달아두시면 인나서 수정하갔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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